천국에 어울리는 집 - 헤이트래블 - hey!Travel


  • written by YEO HAYEON
  • PHOTOGRAPHY BY KIM EUNJu

천국에 어울리는 집

Heavenly WAIKIKI, The Halekulani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와이키키의 풍경을 지켜온 할레쿨라니. 태평양을 품은 객실과 오키드 풀, 품격 있는 미식과 하와이의 문화 예술로 이어지는 경험까지. ‘천국에 어울리는 집’이라는 이름처럼, 할레쿨라니 와이키키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 written by YEO HAYEON
  • PHOTOGRAPHY BY KIM EUNJu
2026년 09월 07일
호텔 앞 해변에서도 레아히가 한눈에 보인다.

칼리아 로드에서 할레쿨라니 호텔로 들어서자 갑자기 와이키키의 소란이 한 겹 멀어졌다. 수많은 사람과 자동차, 쇼핑몰의 화려한 간판으로 가득한 칼라카우아 애비뉴를 지나왔는데 호텔 입구로 들어서니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와 새하얀 건물, 그 너머 고요한 파란 바다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할레쿨라니(Halekulani)’는 하와이어로 ‘천국에 어울리는 집(House Befitting Heaven)’이라는 뜻이다. 역사는 19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품고 있지만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다. 내가 묵을 객실은 다이아몬드 헤드(레아히)가 한눈에 보이는 다이아몬드 헤드 오션프런트. 할레쿨라니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객실 중 하나다. 객실은 짙은 컬러나 화려한 패턴 대신 화사한 화이트 컬러로 채워져 있었다. 호텔에서는 이를 ‘일곱 가지 색조의 화이트’라고 설명한다. 흰 벽과 침구, 부드러운 자연광 사이로 라나이섬 너머 태평양의 파란색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라나이(발코니) 문을 열었다. 습기를 머금은 따뜻한 바람이 객실 안으로 들어왔다. 아래로는 야자수가 흔들리고 그 너머로 태평양이 길게 이어졌다. 와이키키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할레쿨라니의 일반 객실은 라나이를 포함해 약 48~67㎡ 규모이며 가든 코트야드부터 오션프런트, 다이아몬드 헤드 오션프런트까지 전망에 따라 여러 카테고리로 나뉜다. 베라 왕이 디자인한 할레쿨라니 스위트는 베라 왕이 직접 엄선한 홈 기프트 배스 액서서리 컬렉션으로 꾸며져 있으며 24시간 버틀러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객실에서 태평양을 바라볼 수 있다.

오키드 풀은 길이 약 25m의 타원형 온수풀이다.

물 위에 피어난 오키드
할레쿨라니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었던 장소는 수영장이었다. 오키드 풀은 길이 약 25m의 타원형 온수 풀로, 푸른 수면 한가운데에 커다란 카틀레야 오키드 한 송이가 피어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들여온 약 120만 개의 유리 모자이크 타일로 완성한 호텔의 상징이다. 아침 일찍 수영장에 내려가 선베드에 자리를 잡았다. 수영장 뒤편으로 와이키키 비치가 펼쳐지고 저 멀리 다이아몬드 헤드(레아히)의 능선이 보였다. 몇 번 수영장을 왕복하고 물에서 나와 누우니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가 희미하게 섞여 들렸다.

다이아몬드 헤드 오션프런트 객실에서는 와이키키 해변과 다이아몬드 헤드(레아히)가 한눈에 보인다.

우아한 아침, 낭만적인 저녁
아침 일찍 눈을 뜬 후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100년이 넘은 키아웨나무 아래 자리한 ‘하우스 위드아웃 어 키(House Without a Key)’에서는 뷔페식으로, 다이아몬드 헤드와 태평양을 바라보는 오션프런트 레스토랑 ‘오키즈(Orchids)’에서는 알라카르트로 아침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오붓하게 아침 식사를 즐기고 싶어 오키즈로 향했다. 바닐라 빈 팬케이크, 바나나 리코타 팬케이크, 하우피아 프렌치토스트, 로코모코 등 메뉴가 다양하다. 조식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1917년부터 이어진 할레쿨라니의 시그너처 팝오버다. 요크셔 푸딩처럼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 빵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폭신하고 촉촉하다. 빵 하나에도 할레쿨라니의 시간이 담겨 있는 듯했다. 아침 식사 때 맛본 빵을 더 먹고 싶다면 할레쿨라니 길 건너편 자매 호텔인 ‘할레푸나 와이키키 바이 할레쿨라니’ 1층에 있는 ‘할레쿨라니 베이커리’에 들르면 된다. 하와이 주민에게도 사랑받는 베이커리로 이른 아침부터 빵을 사러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오후 5시 무렵이 되면 분위기가 한층 낭만적으로 변한다. 하우스 위드아웃 어 키의 나무 아래에서 하와이 음악이 흘러나왔고, 곧이어 훌라 댄서가 무대에 올랐다. 테이블에는 마이 타이가 놓였다. 하늘이 옅은 금색에서 주황색으로 변하고, 리드미컬한 댄서의 동작과 우쿨렐레 소리가 천천히 풍경 속으로 스며들었다. 매일 밤 하와이 전통 음악과 훌라 공연이 열리는 이곳은 오랫동안 현지인에게도 사랑받아온 선셋 명소다. 특별한 미식 경험을 하고 싶다면 호텔의 시그너처 파인다이닝 ‘라 메르(La Mer)’로 향하자. 태평양을 마주한 오션프런트 공간에서 하와이의 식재료와 열대의 풍미를 프랑스 남부 요리 문법으로 풀어내는 레스토랑이다. 현지 농장과 생산자로부터 공수한 식재료를 활용하며, 와인 리스트도 글라스 와인부터 하프 보틀, 숙성된 빈티지까지 다양하다. 라 메르는 1991년부터 AAA 파이브 다이아몬드, 2014년부터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5스타에 선정돼온 하와이의 대표적인 파인 레스토랑이자 하와이에서 가장 오랜기간 AAA파이브 다이아몬드와 포브스5스타를 동시에 유지해 온 레스토랑이다.
재즈 마니아라면 꼭 가야 할 곳이 있다. 루어스 라운지(Lewers Lounge)다. 할레쿨라니의 역사가 시작된 땅의 주인 로버트 루어스의 이름을 딴 루어스 라운지는 와이키키에서 보기 드문 정통 재즈 라운지다. ‘라이브 앳 루어스(Live at Lewers)’ 시리즈를 통해 토니 베넷과 다이애나 크롤, 에디 헨더슨 등 세계적인 뮤지션이 이곳을 거쳐갔다. 묵직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낮게 떨어지는 조명과 피아노, 바를 채운 술병이 눈에 들어온다. 자리를 잡고 칵테일을 주문하자 곧 라이브 공연이 시작됐다. 매일 밤 클래식과 컨템퍼러리 재즈 공연이 열리며, 요일에 따라 피아노와 베이스, 보컬 등이 무대를 채운다.

라 메르는 2013년부터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5스타를 받은 하와이의 대표적인 파인 다이닝이다.

호텔 밖에서도 이어지는 할레쿨라니
할레쿨라니에 머문다면 꼭 이용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또 하나 있다. ‘For You, Everything’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호놀룰루 미술관과 비숍 박물관, 마노아 헤리티지 센터, 이올라니 궁전, 릴예스트란드 하우스, 샹그리라 이슬람 예술·문화·디자인 박물관 등을 무료로 경험할 수 있으며 하와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하와이 오페라 시어터의 공연도 프로그램에 포함된다. 할레쿨라니는 20년 이상 오아후의 문화예술 기관과 파트너십을 이어오며 호텔에서 시작된 여행을 하와이의 문화로 확장해왔다.
마지막 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라나이로 나갔다. 레아히의 능선 너머로 푸른 바다가 넘실거렸다. 객실을 나서기 전 라나이에서 바다를 한 번 더 바라봤다. 할레쿨라니는 이름처럼 ‘천국에 어울리는 집’이었다.

INTERVIEW

데이비드 반스(Davide Barnes)
할레쿨라니 와이키키 제너럴 매니저

와이키키 내 호텔 간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할레쿨라니만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요? 최근 와이키키의 많은 호텔이 리조트 피(fee)를 높이거나 서비스 요소를 줄이는 방식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반면 할레쿨라니와 할레푸나는 ‘빼는 대신 더한다’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리조트 피를 받지 않고 조식이나 리조트 크레디트, 주차 할인 등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해 여행의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럭셔리 고객에게는 이곳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합니다. 새롭게 선보인 펜트하우스 스위트에 전용 티키 바를 마련하고 믹솔로지스트와 버틀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할레쿨라니만의 전통적인 환대 방식과 하와이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는 무엇인가요? 할레쿨라니의 가장 큰 경쟁력은 일관성입니다. 오랫동안 친절하면서 품위 있고, 지나치게 형식적이지 않은 서비스를 유지해왔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할레쿨라니와 할레푸나의 직원 약 800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15~40년 장기 근속자입니다. 오랜 시간 같은 직원들이 고객을 맞이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족과 같은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할레쿨라니에서 약혼하고 결혼한 뒤 훗날 자녀 및 손자들과 함께 다시 찾아오는 고객도 있습니다. 하와이를 찾는 한국 여행객만의 특징이나 여행 패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흥미롭게도 한국과 하와이 문화는 생각보다 많이 닮았습니다. 하와이 문화의 중심에는 서로를 돌보고 포용하는 ‘오하나(Ohana)’, 즉 가족 정신이 있습니다. 한국을 방문하고 한국인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한국에도 서로를 지지하는 문화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공통점도 한국 여행객이 하와이와 할레쿨라니에 자연스럽게 끌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호텔에서 로컬을 경험하는 것에 가치를 두는 고객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For You, Everything’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지역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특히 예술을 통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보자는 철학에서 출발했습니다. 오페라와 미술관 등 하와이의 다양한 문화 예술 기관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샹그리라 이슬람 예술·문화·디자인 박물관입니다. 일반 방문객과 달리 할레쿨라니 투숙객은 사전 예약을 통해 별도의 익스클루시브 투어를 무료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하와이 여행이 스노클링이나 루아우 같은 전형적인 액티비티에 그치지 않는 것입니다. 음악과 미술을 통해 하와이 문화의 더 깊은 면을 경험했으면 합니다.

켄지 후쿠나가(Kenji Fukunaga)
할레쿨라니 오키나와 제너럴 매니저

할레쿨라니는 하와이에서 시작된 브랜드입니다. 오키나와에서는 할레쿨라니의 철학을 어떤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나요? 할레쿨라니 오키나와의 가장 중요한 목표 역시 하와이에서 오랜 시간 쌓아온 역사와 DNA를 온전히 계승하는 것입니다. 할레쿨라니 특유의 부드럽고 여유로운 분위기 역시 오키나와에서 이어가고자 합니다. 할레쿨라니 오키나와는 2019년 7월 문을 열었습니다. 오픈 당시부터 오하나 정신을 계승한 리조트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비전입니다. 특히 호텔과 스파 모두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5스타를 획득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웰니스가 특화된 호텔이라고 들었습니다. 대표적인 웰니스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할레쿨라니 오키나와의 ‘블루존 리트리트’는 세계적인 장수 지역으로 알려진 오키나와의 삶의 지혜를 경험하는 6박 7일 웰니스 프로그램입니다. 블루 존(Blue Zones) 전문 워크숍을 중심으로 류큐 요리와 전통 차, 가라테, 공예와 지역 문화 체험 등을 두루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몸을 쉬는 데 그치지 않고 식생활과 움직임, 사람과의 관계, 삶의 목적까지 오키나와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식을 직접 들여다보는 여정입니다. 오키나와의 지역성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또 다른 프로그램이 있나요? 오키나와는 바다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곳인 만큼 해양 액티비티가 다양합니다. 지난해부터 새롭게 시작한 패러세일링을 비롯해 스노클링과 요트 등을 즐길 수 있고, 아침과 선셋 타임에는 요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족 여행객을 위한 키즈 클럽도 중요한 프로그램입니다. 조개를 활용해 공예품을 만들거나 호텔 곳곳을 탐험하는 등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할레쿨라니 오키나와가 생각하는 ‘웰니스’는 무엇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웰니스는 정신과 육체가 모두 편안하게 이완된 상태입니다. 그중에서도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잘 자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현재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식사와 운동 역시 중요합니다. 식음료에서는 오키나와의 신선한 식재료를 활용한 이노베이티브 이탤리언 요리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호텔에는 운동을 위한 환경도 갖춰져 있어요. 할레쿨라니 오키나와의 전체 부지는 약 8만7000m²에 달하기 때문에 호텔 안을 한 바퀴 걷는 것만으로도 제법 운동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