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을 오르지 않고 후지산을 즐기는 법
언젠가부터 도시 여행을 가더라도 하루 정도는 지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근교 여행을 일정 중에 꼭 끼워 넣는다. 이번 도쿄 여행에서도 가장 기대되는 일정이 후지산 일일투어였다.
순백의 고깔모자를 뒤집어쓴 것 같은 눈 덮인 산, 세밀화처럼 정교한 지형, 주변을 압도하는 위풍당당한 자태. 영화나 드라마, SNS에서 본 후지산은 어떤 뷰를 막론하고 신비한 마력을 뿜어낸다. 후지산(富士山)은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높이가 해발 3천776m로 2천744m인 백두산에 비해 1천 미터 정도 더 높다. 3천 미터 봉우리를 20여개 거느린 후지산은 도쿄에서 서쪽으로 100킬로미터 떨어진 야나마시 북동부와 시즈오카 남부를 가로질러 누워 있다. 도쿄에서 출발하면 자동차로 두 시간 정도 걸리는데 어느 현에서든 후지산의 웅장한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완벽한 후지산을 만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위치보다는 날씨다. 운이 나쁘면 구름에 가려져 후지산의 진면목을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초보 운전자라 우측 운전석 운전이 서툰 나는 글로벌 OTA 플랫폼 부킹닷컴을 통해 후지산 일일투어를 신청했다. 부킹닷컴을 비롯한 OTA 플랫폼에는 가와구치호나 오시노핫카이 등 후지산 인근 관광지와 묶어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여행 상품을 판매한다. 신주쿠 SMBC 뱅크에서 8시 30분에 버스로 출발, 저녁 7시 즈음 다시 신주쿠에 도착하는 후지산 가와구치호 일일투어 상품을 선택했다. (이번 도쿄&후지산 여행은 숙소, 항공, 렌터카, 액티비티 등 여행과 관련한 모든 것을 한 번에 검색, 예약할 수 있는 부킹닷컴의 ‘커넥티드 트립’을 이용했다. 예약회수 등 실적에 따라 추가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지니어스’ 프로그램과도 연계되어 있어서 편리하다. 지니어스 레벨 프로그램은 부킹닷컴의 로열티 프로그램으로 파란색 지니어스 배지를 찾아 예약하면, 레벨 등급에 따라 즉시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지니어스 레벨1인 나는 이번 여행에서 숙소를 10% 할인된 금액에 예약할 수 있었다. 지니어스 프로그램의 장점은 쉽게 찾고, 회원 레벨은 한 번 달성하면 평생 유지하며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른 아침, (액티비티 투어 상품 예약 페이지에 쓰여 있는 대로) SMBC 은행 앞에서 ‘GOGO DAY’ 로고가 쓰인 노란색 깃발을 든 가이드를 찾았다. 초행길에 혹시 미팅 포인트를 찾지 못할까 잠을 설쳤지만 집합 시간 30분 전부터 모여든 사람들 덕에 노란 깃발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투어는 영어 가이드와 중국어 가이드 중 선택하게 되어있었고, 나는 영어 가이드를 선택했다. 대체로 모든 여행사나 플랫폼이 이 일대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여유 있게 도착하는 것이 좋으며, 노란 깃발을 든 가이드가 많기 때문에 자신의 가이드의 이름을 미리 숙지하고 가는 것이 좋다.)
버스에 올라타자 세계 각국에서 후지산을 보러 온 여행객들의 환한 얼굴이 보였다. 미국, 영국, 네덜란드, 포르투갈, 브라질, 콜롬비아, 호주, 싱가포르, 홍콩, 중국. 놀랍게도 45인승 버스 안에는 다양한 나라(5대양 6대륙)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후지산의 기운을 받아 새해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던 것이리라. 1시간여 달리자 버스는 도쿄를 벗어나 한적한 도로로 접어들었다.
잠시 잠을 청했다가 사람들의 함성에 눈을 떴다. 눈 덮인 후지산이 눈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작은 마을을 휘감고 있는 후지산은 너무나 거대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201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후지산의 이름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죽지 않는 불사의 산, 활활 타는 산, 혹은 무지개의 산이라 하였다고 한다. 다른 산줄기와 동떨어져 바다 쪽으로 불현듯 솟아오른 후지산은 예로부터 영산으로 불려왔고, 수많은 작품의 배경이 되었다. 일본 1000엔권 지폐 뒷면에도 야마나시 후지산 주변 5대 호수 중 하나인 모토스 호스에서 바라본 풍경이 그려져 있다.
SNS 인증샷 명소로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후지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후지카와구치코에 위치한 로손 편의점에는 가림막이 설치되기도 했다. 2024년 5월에 설치됐던 가림막은 강풍으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로 일시적으로 철거됐는데 민폐 관광객이 줄면서 현재까지 재설치를 하지는 않고 있다. 로손 편의점을 들르고 싶다면 편의점과 주변 마을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를 요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야마나시현에 도착하자마자 배부터 채웠다. 가이드가 미리 예약해놓은 식당에는 (내가 미리 가이드에게 주문한) 장어덮밥이 준비되어있었다. 무난한 맛이었지만, 그래도 한 끼 정도 특별한 음식을 먹고 싶다면 야마나시의 향토 음식인 호우토우를 먹어보는 게 좋겠다. 면을 야채와 된장을 넣어 끓인 육수에 넣어 먹는, 일종의 된장 칼국수 같은 음식으로 일본의 시골 동네 음식이지만 한국 사람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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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후 오시노핫카이로 향했다. 핫카이는 ‘8개의 바다’라는 뜻으로 후지산에서 눈이 녹아 흘러내린 물이 형성한 8개의 샘이 있는 곳이다. “오시노 핫카이에 갈 때는 물통을 챙겨 가서 샘물을 드셔 보세요. 맛이 기가 막힐 겁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텀블러도 챙겼다. 초가지붕을 얹은 전통 집과 깨끗한 연못, 천천히 돌아가는 물레방아가 있는 작은 마을은 맑은 날에는 후지산을 배경으로 근사한 사진을 남길 수 있어 많은 여행객의 발길을 모은다. 예스러운 전통 가옥과 잘 가꾸어진 정원, 그리고 연못 위로 비치는 후지산까지 더해지면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관광객이 북적거리는 와중에 예쁜 후지산의 뷰를 독점하려면 야외 박물관 전망대에 오르는 것이 좋다. 입장료 300엔을 내고 한노키 바이야시 자료관 전망대에 올랐다. 소나무 숲 사이로 후지산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먹거리와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을 둘러본 후엔 용천수 시음대에서 샘물을 마셨다. 바닥이 훤히 보일 만큼 맑은 물에는 칼슘 등 미네랄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일본 100대 명수에도 뽑혔다고 한다. 텀블러를 챙기지 않았다하더라도 걱정말기를. 생수병에 담긴 샘물을 판매한다.
후지산은 워낙 웅대해서 야마나시현 후지산 인근에 가면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지만 높은 곳에서 후지산을 바라보고 싶다면 가와구치호에서 파노라마 로프웨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입장료는 왕복 900엔. 대기 줄이 길지만 투어 액티비티 상품을 이용하면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인 <카치카치산>의 무대가 된 곳으로 1천75m 높이에서 후지산과 가와구치 호수를 360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는 곳. 후지산도 볼 수 있지만 호수를 에워싼 장대한 산맥과 마을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시야도 마음도 탁 트인다. 전망대에 오르면 <카치카치산>에 등장하는 토끼와 너구리 동상과 사랑의 종 등 후지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조형물이 자리한다. 아담한 토끼 신사에서 한 해의 소망을 빌고, 전망대 꼭대기의 그네로 향한다. 후지산을 향한 그네에 몸을 실으면,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당고와 아이스크림 등 간식거리로 요기를 하고, 후지산을 기념할 수 있는 기념품숍에서 쇼핑을 하니,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났다.
로프웨이를 타고 내려와 가와구치 호수로 향한다. 로프웨이 주변도 산책 코스로 훌륭하지만, 후지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선 차로 10분 정도 이동해야 한다. 가와구치코 호수는 야마나시현에 있는 다섯 개의 호수 중 후지산을 가장 가까이에서 전망할 수 있는 호수이다. 사계절 내내 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서 인기가 많다. 주변에 온천 시설이 많아서 온천을 즐기거나, 자전거를 빌려서 호수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가와구치 호수 앞의 ‘가와구치코 시키도 혼포’에서는 말차 체험을 할 수 있다. 말차 가루가 담긴 잔에 따뜻한 물을 넣고 차선으로 가볍게 저어준다. 후지산과 가와구치 호수를 바라보며 말차를 음미하며 마시자 온몸으로 따뜻한 온기가 퍼졌다. 쨍하게 맑은 날은 아니었지만 직접 본 후지산은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생명체 같았다. 구름이 천천히 흐를 때에도, 구름에 가려졌다 눈 덮인 정상이 모습을 드러낼 때에도, 나지막한 집들이 있는 마을과 고요한 호수 앞에 우뚝 솟은 후지산은 도무지 현실세계의 것이 아닌 듯 경외감을 불러일으켰지만 언제나 그곳에 서 있는 산은 유구한 마을과 역사, 사람들과 함께해온 가족,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오르지도 바로 앞까지 가지도 못했지만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산. 후지산은 그런 곳이다. 한 번 누군가의 마음 속에 자리 잡으면 쉽게 사라지거나 잊히지 않는, 매일 커지는 산.
부킹닷컴 & 대한항공 특별 이벤트
예약일
2024년 12월 11일~2025년 1월 31일
투숙일
2024년 12월 11일~2025년 2월 28일
대상
대한한공 홈페이지를 통해 Booking.com 호텔 예약 및 투숙 완료 고객
혜택
1. 지불 금액 1USD당 기본 2마일(추가로 +2마일 적립. 총 4마일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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