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미엘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프랑스 현지보다 더 맛있는 정통 크루아상’으로 유명한 ‘크레미엘’을 서울에서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알랭 뒤카스의 파인다이닝을 비롯해 파리, 런던, 두바이, 뉴욕의 호텔에서 활동한 미카엘 메녕 보에아, 지수정 셰프 부부는 원래 맨해튼에 파티스리를 열 계획이었다. 셧다운된 맨해튼 대신 서울의 양재천에 문을 연 크레미엘은 요란한 마케팅도, 별다른 홍보도 안 했지만 빵에 진심인 미식가들 사이에서 금세 입소문이 났고 곧 이 동네의 앵커 스토어가 됐다.
‘발효 반죽으로 만든 빵’이란 뜻의 비에누아즈리(viennoiserie)를 전문으로 하는 크레미엘의 맛은 재료에서 시작된다. 지수정 셰프는 프랑스에서도 최상급으로 통하는 바가텔 물랑모리 밀가루, AOP 인증을 받은 프렌치 버터, 무항생제 달걀과 우유, 직접 만드는 잼, 크림 등에 비결을 돌리지만 맛의 질을 완성하는 건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새벽부터 나와 반죽을 빚는 두 사람의 손이다. 팡오쇼콜라, 쇼송오폼, 팡스위스, 퀸아망, 카눌레, 카시스 포요테, 플렁 파리지앵 등이 꾸준히 내는 목록. 특정한 계절, 명절 때마다 내는 레몬 타르트, 갈레트, 초콜릿도 크레미엘을 또 찾는 이유가 되어준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양재천로 21길 3 1층 영업시간 11:00~19:00(매주 화·수 휴무) 인스타그램 @patisserie_cremiel
사브르 파리 서울 스토어
1993년, 금세공사의 아들로 태어난 프랑시스 겔브가 예술적인 주방과 식탁을 꿈꾸며 세상에 내놓은 커틀러리 브랜드 ‘사브르’는 짧은 역사(유럽을 기준으로 한다면)에도 단숨에 스타가 됐다. 양재천로의 사랑방 ‘크레미엘’과 사이좋게 공간을 나눠 쓰는 ‘사브르 파리 서울 스토어’가 그 근거. 키친웨어를 잘 모르는 이들에겐 포크와 스푼, 나이프만 파는 심심한 상점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브랜드의 열렬한 팬들 덕에 찾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계절마다 바뀌는 트렌디한 컬러의 컬렉션을 본진인 파리만큼 빠르게 선보이기 때문이다. 시그너처 컬렉션 ‘아이콘’부터 레트로 스타일의 ‘올드 패션’, 다양한 패턴과 컬러를 갖춘 ‘쁘띠 사브르’ 시리즈를 비롯해 와인글라스, 테이블웨어 등도 판매하고 있다. 시즌마다 다른 콘셉트로 꾸미는 테이블 디자인도 예쁜 부엌과 식탁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양재천로21길 3 1층 영업시간 11:00~18:00(매주 화·수 휴무) 인스타그램 @sabre_korea
꼼뚜아 그로서리
2023년 12월, 근사한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유명했던 ‘믿음문고’가 있던 자리에 건강하고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꼼뚜아 그로서리’가 새 주인으로 들어섰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재료를 가공한 식품을 우선으로 선보인다”는 소개말을 내건 만큼 믿을 수 있는 식재료를 소비자에게 제안한다. ‘죽기 전에 먹어봐야 할 음식 톱 100’ 중 하나인 코즐릭스 머스터드, 프랑스 루아르에 자리한 떼르 이그조틱의 소금과 후추, 프랑스 아티장 파스타로 유명한 빠뜨 파브르와 이탈리아의 미식 가이드 <감베로 로소(Gambero Rosso)>에서 발표하는 2024년 ‘베스트 푸드 어워드’의 선택을 받은 까르미아노의 파스타 등 수준 높은 큐레이션이 인상적이다. 매장 한쪽에 자리한 와인 목록도 식재료만큼이나 다채롭다. 구매한 제품과 어울리는 와인, 양념, 소스 등을 미술관의 도슨트처럼 상세하게 안내해주는 서비스도 누려볼 것.
주소 서울시 서초구 양재천로 95-4 1층 영업시간 11:00~19:00(매주 화·수 휴무) 인스타그램 @comptoir_grocery
떼르 드 카페
까다로운 미식 기준으로 유명한 프랑스에서 상까지 받은 스페셜티 커피는 어떤 맛일까? 프랑스 스페셜티 커피의 개척자로 불리는 브랜드 ‘떼르 드 카페’가 그 답을 알려준다. 메타세쿼이아 행렬을 ‘뷰’로 둔 노천 테이블, 푸른빛 외벽에 금장 간판으로 시선을 끄는 떼르 드 카페의 역사는 2009년 파리에서 시작됐다. 창업자 크리스토프 세르벨은 프렌치 특유의 섬세함으로 양질의 원두 생산, 과학적인 로스팅 등을 거친 완벽한 원두를 선보인다. 양재동에 자리한 한국 1호점엔 그의 원칙과 철학을 고스란히 품은 떼르 드 카페의 다채로운 원두를 만날 수 있다. 독창적인 방식으로 커피콩을 재배하는 케냐, 유기농 인증을 받은 에티오피아 커피를 비롯해 베르가모트 향을 품은 얼그레이 크림에 카카오닙스를 토핑한 아이스 라테 ‘몽블랑’, 에스프레소와 물을 1:1 비율로 섞은 ‘카페알롱제’ 등이 인기 메뉴.
주소 서울시 서초구 양재천로 111 1층 영업시간 9:00~20:00 웹사이트 terresdecafe.kr
메종 플레장
서울에서 가장 프랑스 같은 공간을 꼽으라면 단연 ‘메종 플레장’이다. 양재천로의 짙푸른 나무를 창밖 풍경으로 거느린 메종 플레장에 들어선 순간 보르도의 고성에서 만난 근사한 주방과 다이닝 룸이 떠올랐다. “삶의 모든 순간이 예술이다(Art de Vivre)”를 모토로 하는 프랑스식 일상을 근사하게 펼쳐놓은 라이프스타일 편집숍답게 곳곳에 감각을 즐겁게 하는 물건들이 시선을 끈다. 귀금속처럼 반짝이는 구리 냄비와 팬으로 잘 알려진 ‘드부이에’, 1768년부터 현재까지 전통과 현대 디자인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식기를 선보이는 ‘레볼’, 화이트 포셀린의 명가 ‘필리빗’과 프랑스 정부로부터 훈장까지 받은 글라스웨어 브랜드 ‘라로쉐’의 제품들이 미술관의 작품처럼 존재감을 드러내며 진열되어 있다. 프랑스뿐 아니라 일본, 스웨덴, 한국에서 고르고 고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제품도 쇼핑의 선택지를 넓혀준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양재천로 147-4 2층·3층 영업시간 11:00~19:00 인스타그램 @maisonplaisant
에이치픽스 피크
‘에이치픽스’는 유럽의 디자인 가구와 아트워크를 선별해 국내에 소개하는 라이프스타일 셀렉트 숍. 인테리어 전문가, 애호가들이 가구를 예술 수준으로 끌어 올린 컨템퍼러리 브랜드가 궁금할 때 찾는 이름이다. 피크는 에이치픽스의 ‘추구미’를 고스란히 품은 카페로 행정구역으론 개포동에 속하지만 양재천 변에 자리해 양재천 산책자들에게 종종 간택되는 공간이다. 본사 1층에 자리한 이곳에 들어서면 바우하우스 디자인을 따르는 독일 가구 브랜드 텍타의 컬러풀한 패브릭 의자들이 가장 먼저 눈을 끈다. 한스 웨그너, 마르셀 브로이어, 재스퍼 모리슨 등 시대를 풍미한 디자이너들의 아트 북을 갖춘 서가도 매력적이다. 주문한 커피를 받아 든 후 마음에 드는 의자를 신중하게 골라볼 것. 모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작품’ 가구다. 커피를 다 마신 후엔 바로 위층, 에이치픽스가 큐레이션하는 갤러리 ‘프롬프트 프로젝트’도 기웃거려볼 것.
주소 서울시 강남구 개포로17길 28 영업시간 10:00~19:00(매주 월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