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노트르테르


서귀포시 안덕면, 이국적인 정원과 함께 자리한 새하얀 주택 안에 들어서면 프랑스 남자가 유창한 한국어로 환영 인사를 건넨다. 메종 노트르테르의 로스터이자 바리스타 제시 코르누(Jessy Cornu)다. 커피의 맛과 향이 소상하게 적힌 10여 종의 원두 중 원하는 맛을 고르면 그가 실험실의 과학자처럼 섬세한 동작으로 커피를 내리기 시작한다. 드립한 커피를 포트에 옮겨 담아 자리로 가져다주며 낭창한 우리말로 시음을 권한다. “한 모금 가볍게 머금고 체리 타르트, 럼, 파파야, 견과의 향을 천천히 느껴보세요.” 마시는 이의 표정까지 살피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곳이 그저 예쁘기만 한 카페가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예술가이자 도예가, 정원사인 그의 아내 안지은이 디자인하고 만든 생활 소품과 오브제, 부부가 함께 빚고 구운 도자기들, 스페인과 멕시코, 아프리카에서 영감을 받아 꾸민 안팎의 공간미가 그제서야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파리에서 디지털 매거진을 만들다가 분주한 도시에서의 삶과 다른 방향을 찾고 싶어 제주로 이주한 창작자들. 전 세계 곳곳의 조용한 바닷가 마을을 물색하다가 한국을 좋아하는 제시의 뜻에 따라 제주를 선택한 후 2년 전 이곳에서 흙과 땅, 지구의 집을 뜻하는 메종 노트르테르를 열었다. 장인정신으로 커피와 디저트 등을 볶고 내리고 만들며 여유 있는 날엔 공간 뒤편의 작업실에서 도자기를 굽는 삶을 살고 있다. 대부분의 도민들이 건축물의 이국적인 아름다움에 끌려 찾아왔다가 커피 맛을 본 후 단골이 되는 곳이다.
주소 서귀포시 안덕면 중산간서로1615번길 251-12
영업시간 수~토 11:00~18:00 일·월·화 휴무
웹사이트 www.maison-notreterre.com
양가형제


수제 버거집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은 패티가 아니다. 고기의 질에 정성을 쏟는 것은 당연할뿐더러 그런 데가 흔하기 때문이다. 햄버거 애호가들은 빵을 직접 굽느냐가 선택 기준이 된다고 말한다. 2016년부터 제주도에서 햄버거를 팔고 있는 양가형제는 홈페이지 첫 화면 첫 줄에 그 사실을 대문짝만하게 공표한다. “매일 햄버거 빵을 만듭니다.” 서울만큼이나 경쟁이 치열하며 빠른 속도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제주 요식 업계에서 양가형제는 햄버거 하나로 9년의 시간을 탄탄히 쌓았다. 2016년 3월 한경면 청수리의 30년 된 마을회관에 들어선 본점, 홀보다 주방을 더 크게 짜서 전 조리 과정을 투명하게 볼 수 있는 오픈 키친을 갖춘 노형점에서 내공 깊은 맛을 볼 수 있다. 처음 방문했다면 양가형제의 근본이 되는 양버거에 제주산 양파를 바삭하게 튀긴 어니언링, 제주산 우유로 만든 밀크셰이크를 먼저 맛볼 것. 매달 진행하는 ‘월간 햄버거’를 통해 선보이는 팝업 메뉴도 별미다.
주소 제주시 노형4길 10 (노형점)
영업시간 11:30~19:00(브레이크 타임 15:00~16:00) 목요일 휴무
웹사이트 yangbrothersburger.kr
아피스


제주에서 제대로 된 프랑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비스트로. 셰프 리비에르 호망과 김규리 부부가 18년간의 파리 생활을 정리하고 2022년 김규리의 고향인 제주로 돌아와 문을 열었다. 제주의 신선한 로컬 식재료를 프랑스식으로 풀어내는 정통 프렌치 다이닝으로 제주에 사는 외국인 로컬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하다. 아피스의 시그너처 메뉴는 와인에 재워놓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수제 퍼프 페이스트리 안에 넣어 바삭하게 구워내는 미트파이. 12시간 이상 볶고 졸인 양파에 따로 우려낸 육수를 붓고 에멘탈 치즈를 듬뿍 올린 프렌치 어니언 수프, 파슬리 소스와 프랑스산 버터로 감칠맛을 낸 페르시야드 에스카르고도 30년 경력의 셰프 호망이 자신 있게 추천하는 메뉴다.
주소 제주시 중앙로3길 4 1층
영업시간 화~토 16:00~23:00 일·월 휴무
인스타그램 apisfrenchjeju
오세요커피


서귀포시 강정동은 여행자의 활동 구역이 아니다. 바다 뷰를 갖춘 관광지의 분주한 카페를 피하고 싶은 로컬들은 담백하게 커피와 공간을 즐기고 싶을 때 오세요커피를 찾는다. 대신중학교로 올라가는 언덕 초입에 자리한 오세요커피가 들어선 공간은 원래 문방구가 있던 자리다. 1층엔 상점, 2층엔 집이 있는 구조의 주택으로 옛날에 썼던 타일과 섀시 등을 고스란히 보존하면서 요즘 감성으로 안팎을 꾸몄다. “멋진 이름을 가진 카페도 근사하지만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쉬다 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오세요’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수줍음 많고 순박한 바리스타 커플의 말처럼 마을 어귀의 정자 같은 느슨하고 담백한 분위기가 눈에 띈다. 커다란 간판을 다는 대신 원래 있던 나무 아래 의자 하나 가져다 둔 것도 그런 의도를 반영해서다. 아메리카노, 라테, 필터 커피 등으로 구성한 단출한 메뉴판은 공간과 주인을 꼭 닮았다. 허영 없는 공간에서 정직한 커피를 즐기며 조용히 쉬고 싶을 때 더없이 완벽한 쉼터다.
주소 서귀포시 신중로13번길 17 1층
영업시간 10:00~18:30 일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ohsayocoffee
파티스리 콜롱주


콜롱주는 제주도에서 빵과 디저트를 만드는 셰프, 빵지 순례를 즐기는 미식가라면 한번쯤 들렀거나 종종 찾는 이름이다. 이곳에서 빵을 만드는 파티시에의 화려한 경력이 문을 열자마자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콜롱주의 빵을 만드는 이다현은 프랑스의 국가 공인 제과 자격증인 CAP를 딴 후 에릭 케제르를 거쳐 리옹에서 가장 유명한 베이커리 ‘부이예’에서 최초의 아시안 여성 수셰프로 인정받은 실력자. 2024년 남편과 함께 고향 제주로 돌아와 자신만의 창작 레시피를 더한 정통 파티스리를 열었다. 모든 빵과 구움과자를 프랑스산 밀가루와 버터로 만들며 프랑스 프리미엄 유제품 브랜드인 칸디아, 발로나, 로세 등 고급 초콜릿을 아낌없이 쓰는 것도 맛의 비결. 20시간 이상 저온에서 발효한 반죽에 아몬드와 설탕 시럽을 3~4회 이상 졸이고 볶아 만드는 프랄리네를 더한 에스카르고, 제주산 한라봉으로 만든 제주 한라봉 파블로바 등이 오전 시간대에 다 나가는 시그너처 메뉴다.
주소 제주시 중앙로2길 27
영업시간 수~일 10:00~20:00 월·화 휴무
인스타그램 patisserie_collonge
공천포식당


제주에선 회보다 물회다. 관광객들이 한치, 전복 같은 익숙한 재료로 물회를 즐길 때 도민들은 자리 물회를 먹는다. 한여름에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자리돔은 몸집이 15cm 내외인 작은 물고기로 제주, 일본 남부 일대에 주로 서식한다. 공천포 식당은 자리돔 산지로 유명한 공천포에서 자리 물회의 원조 격으로 꼽히는 곳. 서귀포의 토속 음식으로 물회를 강력히 추천한 제주 출신의 화가는 “가늘게 썬 자리와 제주식 된장 양념을 넣고 부추와 미나리, 풋고추, 양파, 식초 등을 넣어 냉국처럼 시원하게 즐기는 별미 중 별미”라고 극찬하며 이곳을 추천했다. 역시 여름이 제철인 한치와 전복 물회도 맛이 좋다. 15년간 받은 15개의 블루 리본이 그 사실을 입증한다.
주소 서귀포시 남원읍 공천포로 89
영업시간 10:00~19:30(브레이크 타임 15:00~17:00) 매주 목요일 휴무
하효소머리국밥


“제주 사람이라고 돼지고기로 끓인 고기국수나 몸국만 먹는 건 아니에요. 바람이 찰 때, 속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소머리국밥도 즐기죠. 제주에서 해장국집을 찾으면 대부분 빨간 국물이 많은데 여기는 보기 드물게 맑은 국물을 내요.” 효돈파출소 앞에 자리한 하효소머리국밥을 소개하며 작가가 보내온 메시지다. 2015년에 문 연 하효소머리국밥의 인기는 먹기 전부터 경험했다. 저녁까지 영업하는 식당을 늦은 오후에 찾았는데 재료 소진으로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다음 날 점심에 식당을 다시 찾았고 주인에게서 맛의 비결을 들었다. “갓 도축해 싱싱한 제주산 한우를 큰 솥에 팔팔 끓여요. 가끔 몇 시간이나 끓이냐는 질문을 받는데 그게 의미가 없어요. 쉬지 않고 계속해서 우려내기 때문이죠.” MSG로 꾀를 내지 않고 우직하게 낸 감칠맛, 매일 채소를 사서 다듬고 만드는 겉절이까지 입안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에 정성을 들인다. 국물이 뚝배기에서 팔팔 끓을 때 곁들여 나온 부추를 넣어 향을 입히고 쫄깃한 소 머릿고기 한 점에 깍두기까지 곁들어 먹는 것이 하효소머리국밥의 진가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주소 서귀포시 효돈로 174
영업시간 7:00~20:00(브레이크 타임 15:00~17:00, 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