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욕하고 마시는 맥주가 얼마나 맛있는지 아는가. <고독한 미식가> 원작자 구스미 마사유키가 풀어놓은 ‘목욕탕’과 ‘술’에 대한 쾌락 에세이 <낮의 목욕탕과 술>을 읽은 후부터 도쿄 대중목욕탕에서 목욕을 한 후 근처 선술집에서 시원한 맥주와 맛있는 음식을 먹는 여행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최근 도쿄 MZ들 사이에서 목욕탕과 사우나가 붐이다. 2022년 12월 오픈한 ‘시부야 사우나스’는 젊은이들뿐 아니라 여행객도 찾는 핫스폿으로 떠올랐다. 세련된 인테리어에 향과 사운드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고, 굿즈도 판매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는 시부야 사우나스는 사우나만 하는 곳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이 됐다.
Tokyo
핫한 쇼핑몰에 들어선 대중목욕탕


2024년 4월 문을 열어 하라주쿠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은 쇼핑센터 ‘하라카도’에도 목욕탕이 자리했다. 하라주쿠와 오모테산도를 잇는 메이지 신궁 교차로, 퍼즐 조각을 맞춰놓은 듯한 신비한 유리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종종걸음으로 지하로 향했다. 이곳을 찾은 목적은 쇼핑이 아닌 ‘목욕’. 지하에는 9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며 유형문화재로 등록될 정도로 유명한 대중목욕탕 ‘고스기유’ 2호점이 자리한다. 고스기유는 오전 7시에 오픈하고 오전 7시부터 11시,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는 지역 주민만 이용할 수 있는데 지역 주민에는 인근에 숙박하는 사람, 외국인도 포함된다. 고스기유 하라카도는 평범한 대중목욕탕이 아니다. 고스기유가 위치한 지하층은 ‘치카이치(チカイチ)’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목욕탕을 중심으로 한 ‘거리’ 같은 개념으로 구현했다. 다다미로 된 공간에서 책을 읽거나 낮잠을 청해도 되고, 요가 플레이스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갖췄다. 브랜드와 다양한 협업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현재는 ‘언더아머’와 협업해 운동화와 러닝복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러닝하고 목욕한 후 상쾌하게 맥주를 마시는 것으로 완벽한 하루가 완성된다. 목욕탕 입장료는 성인 기준 550엔. 입장료를 내고 큰 수건을 빌린 후 욕장으로 들어갔다. 욕장은 아담하지만 생각처럼 붐비지 않았다. 후지산이 그려진 타일을 바라보며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그자 모락모락 올라오는 뜨거운 김처럼 행복감이 온몸에 퍼졌다. 도시 한복판의 근사한 건물 지하에서 고작 550엔으로 여행 중 아침을 이렇게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다니! 아직 맥주를 마시지도 않았는데 로컬이 된 것처럼 도쿄인의 일상에 스며든 기분이 들었다.
도쿄 MZ의 새로운 술 문화

하라카도를 나와 시부야의 트렁크 호텔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라운지 공간에는 소파에 편하게 앉아 일을 하거나 커피 혹은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2017년 오픈한 트렁크 호텔은 로컬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호텔을 지향하는 일본 최초의 ‘소셜라이징’ 호텔. 로비에 위치한 트렁크 바는 오전부터 영업한다. 여느 호텔의 고급스럽고 무거운 바와 달리 캐주얼하고 편안한 분위기다. 숙박객이 아닌 사람들도 편안하게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라운지 바를 호텔 꼭대기 층이 아닌 입구 가까운곳에 배치한 것도 트렁크 호텔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는 DJ와 함께하는 파티나 커뮤니티 파티가 열리기도 한다. 칵테일 한 잔을 마신 후에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며 이곳에서 친구를 기다렸다.
친구를 만난 후 저녁 식사를 하러 시부야의 이자카야로 향했다. 식당은 이미 만석, 할 수 없이 눈에 띄는 아무 데나 들어갔다. 대충 저녁 식사를 하고 편의점에서 안주를 사다가 방에서 한잔할 겸 호텔 지하에 있는 로손 편의점으로 내려갔다. 이런저런 안주를 고르다가 편의점 옆에 있는 작은 바를 발견했다. 바 입구에는 ‘오사케노 비주쓰칸(Osake-no Bijutsukan, 술의 미술관)’이라고 쓰여 있었다. (검색해보니) ‘술의 미술관’은 일본 전국에 약 100여 개의 바를 운영하는 회사다. 위스키 한 잔에 500엔부터 시작하는 저렴함을 무기로 점포 수를 확대 중인 프렌차이즈 바. 그렇다고 싸구려 위스키만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술의 미술관은 패밀리마트, 로손 등의 편의점과 협업해 ‘컨비니언스 바(Convenience Bar)’를 만들었다. 시부야, 하라주쿠, 신주쿠 등 주로 젊은이들이 밀집한 동네에 있는데 운 좋게도 내가 머무는 신주쿠 워싱턴 호텔 지하 로손 옆에 자리하고 있던 것. 일명 ‘콘비니 바’는 편의점 내부 혹은 옆에 입주해 있는데 장소만 편의점 안에 위치한 게 아니라 주류를 제외한 편의점 상품이라면 얼마든지 가져와 먹을 수 있다. 젊은이들뿐 아니라 직장인도 가볍게 한잔할 수 있어서 최근 도쿄에서 인기몰이 중. 콘비니 바는 도쿄의 시부야, 신주쿠, 긴자 등 중심가에 위치해 있다. 바에 대한 허들을 낮춰 술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외국인 관광객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로손에서 따끈한 가라아게와 치즈, 스낵을 사온 후 바에 자리를 잡았다. 요즈음 같은 고물가 시대에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음식과 함께 시원한 하이볼을 1만원 이내에 마실 수 있다니, 예약하기 힘든 인기 있는 바에 자리를 잡았을 때보다 더 만족스러웠다.
Fuji mountain

언젠가부터 도시 여행을 가더라도 하루 정도는 지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근교 여행을 일정에 꼭 끼워 넣는다. 이번에는 후지산(富士山)을 선택했다. 순백의 고깔모자를 뒤집어쓴 것 같은 눈 덮인 산, 세밀화처럼 정교한 지형, 주변을 압도하는 위풍당당한 자태. 영화나 드라마, SNS에서 본 후지산은 어떤 뷰를 막론하고 신비한 마력을 뿜어낸다. 해발 3776m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인 후지산은 도쿄에서 서쪽으로 100km 떨어진 야마나시현 북동부와 시즈오카현 남부를 가로질러 누워 있다. 도쿄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정도 걸리는데 어느 현에서든 후지산의 웅장한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초보 운전자라 우측 운전석 운전이 서툰 나는 글로벌 OTA 플랫폼 부킹닷컴을 통해 후지산 일일 투어를 신청했다. 부킹닷컴을 비롯한 OTA 플랫폼에는 가와구치호나 오시노핫카이 등 후지산 인근 관광지와 묶어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한다. 신주쿠 SMBC 뱅크에서 아침 8시 30분에 버스로 출발, 저녁 7시쯤 신주쿠에 도착하는 후지산 가와구치호 일일 투어 상품을 선택했다.(영어 가이드와 중국어 가이드 중 선택하게 되어 있고, 나는 영어 가이드를 선택했다.)
버스에 올라타자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의 환한 얼굴이 보였다. 미국, 영국, 네덜란드, 포르투갈, 브라질, 콜롬비아, 호주, 싱가포르, 홍콩, 중국. 놀랍게도 45인승 버스 안에는 다양한 나라(5대양 6대륙)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한 시간여 달리자 버스는 도쿄를 벗어나 한적한 도로로 접어들었다. 잠시 잠을 청했다가 사람들의 함성에 눈을 떴다. 눈 덮인 후지산이 눈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작은 마을을 휘감고 있는 후지산은 너무나 거대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후지산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야마나시현에 도착하자마자 배부터 채웠다. 한 끼 정도 특별한 음식을 먹고 싶다면 야마나시의 향토 음식인 호토를 추천한다. 채소와 된장을 넣어 끓인 육수에 면을 넣어 먹는, 일종의 된장칼국수 같은 음식으로 일본의 시골 동네 음식이지만 한국 사람 입맛에도 잘 맞는다.
식사를 마친 후 오시노핫카이로 향했다. 핫카이는 ‘8개의 바다’라는 뜻으로 후지산에서 눈이 녹아 흘러내린 물이 형성한 8개의 샘이 있는 곳이다. “오시노핫카이에 갈 때는 물통을 챙겨 가서 샘물을 드셔보세요. 맛이 기가 막힐 겁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텀블러도 챙겼다. 초가지붕을 얹은 전통 집과 깨끗한 연못, 천천히 돌아가는 물레방아가 있는 작은 마을은 후지산을 배경으로 근사한 사진을 남길 수 있어 많은 여행객의 발길을 모은다. 예스러운 전통 가옥과 잘 가꾸어진 정원, 그리고 연못 위로 비치는 후지산까지 더해지면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관광객이 북적거리는 와중에 예쁜 후지산의 뷰를 독점하려면 야외 박물관 전망대에 오르는 것이 좋다. 입장료 300엔을 내고 한노키 바이야시 자료관 전망대에 올랐다. 소나무 숲 사이로 후지산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먹거리와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을 둘러본 후엔 용천수 시음대에서 샘물을 마셨다. 바닥이 훤히 보일 만큼 맑은 물에는 칼슘 등 미네랄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일본 100대 명수에도 뽑혔다고 한다.
높은 곳에서 후지산을 바라보고 싶다면 가와구치호에서 파노라마 로프웨이(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입장료는 왕복 900엔.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카치카치산> 무대가 된 곳으로 1075m 높이에서 후지산과 가와구치 호수를 360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후지산도 볼 수 있지만 호수를 에워싼 장대한 산맥과 마을까지 한눈에 담겨 시야도 마음도 탁 트인다. 전망대에 오르면 <카치카치산>에 등장하는 토끼와 너구리 동상과 사랑의 종 등 후지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조형물이 자리한다. 아담한 토끼 신사에서 한 해의 소망을 빌고, 전망대 꼭대기의 그네로 향한다. 후지산을 향한 그네에 몸을 실으면,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로프웨이를 타고 내려와 가와구치호로 향한다. 가와구치코호는 야마나시현에 있는 다섯 개의 호수 중 후지산을 가장 가까이에서 전망할 수 있는 호수다. 주변에 온천 시설이 많아 온천을 즐기거나 자전거를 빌려 호수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가와구치호 앞의 ‘가와구치코 시키도 혼포’에서는 말차 체험을 할 수 있다.
직접 본 후지산은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생명체 같았다. 구름이 천천히 흐를 때에도, 구름에 가려졌다 눈 덮인 정상이 모습을 드러낼 때에도, 나지막한 집들이 있는 마을과 고요한 호수 앞에 우뚝 솟은 후지산은 도무지 현실 세계의 것이 아닌 듯 경외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언제나 그곳에 서 있어 유구한 마을과 역사, 사람들과 함께해온 가족,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오르지도, 바로 앞까지 가지도 못했지만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산. 후지산은 그런 곳이다. 한번 누군가의 마음속에 자리 잡으면 쉽게 사라지거나 잊히지 않는, 매일 커지는 산.

TRAVEL GUIDE
도쿄&후지산 여행은 숙소, 항공, 렌터카, 액티비티 등 여행과 관련한 모든 것을 한 번에 검색·예약할 수 있는 부킹닷컴의 ‘커넥티드 트립’을 이용했다. 예약 횟수 등 실적에 따라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지니어스’ 프로그램과도 연계되어 있어 편리하다. 지니어스 레벨 프로그램은 부킹닷컴의 로열티 프로그램으로, 파란색 지니어스 배지를 찾아 예약하면 레벨 등급에 따라 즉시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지니어스 레벨 1인 나는 이번 여행에서 숙소를 10% 할인된 금액에 예약할 수 있었다. 지니어스 프로그램의 장점은 찾기 쉽고, 회원 레벨을 한 번 달성하면 평생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