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낙원, 세이셸 part 1 - 헤이트래블 - hey!Travel

  • writing & photography by YEO HA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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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낙원, 세이셸 part 1

The Secret Paradise in Seychelles

1억 5천만 년 전 지구의 흔적이 오롯한 원시림, 기이한 바위가 산재한 눈부신 해변, 아프리카·유럽·아시아가 혼재된 문화. 많은 것을 갖고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냥 평화로운 세이셸에서 보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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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04일

세이셸(Seychelles)에 간다고 하자, 지인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세이셸이 어디에 있어?” 묻는 사람, “거기 왕족이나 할리우드 스타들이 가는 휴양지 아냐?”라며 부러워하는 사람. 대부분 전자에 해당됐지만 후자인 사람들도 여행 고수이거나 허니문 여행지로 세이셸을 고려한 경험이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윌리엄 영국 왕세자나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베컴 부부 등이 찾았던 휴양지로 명성이 높지만 그런 수식어는 신비로 가득한 세이셸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면도 적지 않다. 세이셸은 유명 셀러브리티의 이름에만 기대기엔 그 매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인도양에 위치한 115개의 군도로 이루어진 면적 400km², 서울의 3분의 2 크기, 인구 12만 명에 불과한 이 작은 섬나라에 연간 관광객만 30만 명이 찾아든다. “세이셸은 작은 나라지만 유럽, 미주,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 여러 대륙,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찾고 세이셸을 사랑합니다.” 콘스탄스 르무리아의 제너럴 매니저 브루노 르 각(Bruno Le Gac)의 말은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영국 총리로 나온 휴 그랜트의 대사, “영국은 작지만 위대한 나라입니다. 우린 셰익스피어, 처칠, 비틀스, 숀 코네리, 해리포터,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 그리고 왼발도 가진 나라죠”를 떠올리게 했다.
BBC, CNN,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유수의 언론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세계 최고의 해변’으로 선정한 천국, 기네스북에 오른 최장수 육지 거북, 섹시한 열매 코코드메르까지 세이셸을 수식하는 수식은 수없이 많다.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까지 13시간, 다시 4시간 비행기를 탄 후 세이셸 마헤섬(Mahe Is.)에 있는 공항에 도착했다. 국제공항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앙증맞은 곳에 내리자 4월의 타이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열대의 공기가 온몸을 덮쳐왔다. 세이셸 여행의 관문인 마헤섬부터 여행자들이 주로 찾는 프랄린, 라디그까지 3개의 섬을 탐험했다.

프랄린, 원시의 섬

마헤섬에서 페리를 타고 한 시간 후 프랄린섬(Praslin Is.)에 당도했다. 차창 밖으로 내내 높이가 짐작되지 않을 정도로 쭉쭉 뻗은 천연 야자수림이 울울창창한 장면이 계속됐다. 세이셸 군도는 약 1억 5천만 년 전에 탄생했다. 19세기 후반, 영국의 찰스 고든 장군은 프랄린의 고대 야자 숲, 오늘날의 발레드메(Vallée de Mai)가 성서에 나오는 ‘에덴의 정원’이라 확신했다. 그의 주장을 강력하게 뒷받침한 것은 바로 희귀 야자나무인 코코드메르(Coco de Mer)다. 그는 암나무의 열매는 여성의 골반, 수나무의 열매는 남성의 성기와 닮은 이 열매를 ‘금단의 열매’라 칭했다. ‘에덴동산설’의 사실 여부는 판명되지 않았다. 유네스코 지정 자연유산이 된 이 공원에는 약 4천500그루의 코코드메르 야자수가 자란다. 코코드메르는 오로지 세이셸, 세이셸에서도 프랄린섬과 퀴리우즈섬(Curieuse Is.)에서만 자란다.
“코코드메르는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씨앗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고, 무게가 15~40kg까지 달해요. 나무에 열린 후 7년이 지나면 떨어집니다.” 가이드 사멘타(Samenta)의 설명과 함께 투어가 시작됐다. 문득 궁금해졌다. “열매에 맞아서 죽으면 어떡하죠?” 사멘타가 웃으며 답했다. “코코드메르는 자연적으로 해가 진 이후 밤에 떨어집니다.” 모양과 크기만 기이한 게 아니다. 암나무인지 수나무인지 아는 데에도 25년이나 걸릴 뿐 아니라 평생 한 번 꽃이 피고, 꽃이 달콤한 향을 뿜어내는 24~36시간 내에 도마뱀붙이(Gecko)가 수정을 시키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다. 평균 150년 넘게 사는 나무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시간이 불과 이틀도 되지 않는다니 얼마나 귀한 생명력인가. 발레드메에는 코코드메르 외에도 다른 고유종 야자나무 다섯 종이 서식한다. 인구 밀도가 높은 섬에서 발레드메가 본연의 모습 그대로 보존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한다. 비도 뚫을 수 없을 만큼 빽빽한 원시림을 거닐며 종교·과학적 근거와 상관없이 고든 장군의 손을 들어주고 싶어졌다.

라디그, 느리게 여행하기

라디그섬(La Digue Is.)은 세이셸의 115개 섬에서 가장 변화무쌍한 화강암 해변을 자랑하는 곳이다. 가로 3km, 세로 5km, 인구 3천 명이 사는 작은 섬이지만 세이셸에서 여행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섬이다. 프랄린에서 페리를 타고 15분 정도 지나 섬에 도착했다. “라디그섬은 섬 전체가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쉽게 개발을 할 수 없어요. 리조트도 소규모만 지을 수 있고, 매연을 뿜는 것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가 별로 없죠. 숙소도 4성급 리조트가 1개, 대부분은 게스트 하우스고 마땅한 대중교통이 없기에 자전거가 유일한 수단이라 할 수 있어요.” 라디그섬 투어 가이드 폴(Paul)의 이야기를 듣고 여느 여행자들처럼 자전거를 대여한 후 북쪽 해안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유니언 에스테이트(L’Union Estate)의 거북이 농장에 들러 거대한 육지거북을 본 후 라디그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인 앙스 소스 다정(Anse Source D’argent)으로 향했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촬영지이자 세계의 유수 미디어에서 극찬을 하는 해변. 햇볕의 양과 각도에 따라 다채롭게 변하는 물빛도 아름답지만 나를 압도한 것은 거대한 화강암 바위다. 자연이 오랜 세월 공들여 조각한 듯 섬세한 바위의 곡선은 볼수록 기묘했다. 세이셸 로컬 맥주를 몇 모금 마신 후 바다로 뛰어들었다. 라디그에는 앙스 소스 다정 못지않게 아름다운 해변이 많다. 그랑 앙스(Grand Anse), 앙스 마롱(Anse Marron), 프티 앙스(Petite Anse), 앙스 파따트(Anse Patates) 등 모든 해변이 각각 다른 물빛과 파도를 갖고 있다. 점심 식사 장소인 앙스 바난(Anse Banane) 앞에 위치한 레스토랑 셰 쥘(Chez Jules)까지 달려가는 길,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에 온몸은 땀범벅이 되었고 낮은 언덕을 오를 땐 어디 지나가는 차라도 히치하이킹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목적지에 다다르자 산 정상에 올랐을 때와 같은 쾌감이 느껴졌다.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자전거에 올라탔다. 수영복을 입고, 자전거 뒤에 간단한 짐만 실은 후 섬을 돌며 마음에 드는 해변을 발견하면 언제든 바다로 뛰어드는 여행. 발리, 타이에서도 해보지 못한 아날로그적 여행의 로망을 인도양의 작은 섬에서 실현했다.

마헤, 세이셸의 심장

세이셸에서 도시의 활기를 경험하고 싶다면 마헤섬의 빅토리아로 향하면 된다. 면적 20km², 세상에서 가장 작은 수도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곳은 크기는 작지만 국제공항, 시장, 도서관, 대학, 영화관, 각종 행정기관이 모여 있다. 흥미로운 것은 2만 5천여 명의 세이셸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이곳에 단 4개의 신호등이 도시의 모든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 빅토리아 최대 번화가는 시계탑을 중심으로 뻗어 있는 인디펜던스 애비뉴다. 시계탑은 영국 식민지 시절 영국 왕실로부터 하사받은 것으로 빅벤을 따라 한 모조품이다. 시계탑이 있는 거리 주변으로 쇼핑몰과 레스토랑, 카지노 등이 밀집되어 있다. 현지인과 관광객이 북새통을 이루는 길을 따라가면 세이셸 로컬이 애용하는 재래시장, 셀윈 클라크 마켓(Sir Selwyn Clarke Market)이 나온다. 1840년 문을 연 이 시장에선 신선한 과일과 갓 잡은 생선, 향신료 등을 판매한다.
수공예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도멘 드 발 데 프레 크래프트 빌리지(Domaine de Val des Près Craft Village)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전통 크레올 마을을 재현해놓은 빌리지로 18~19세기 콜로니얼 시대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농장의 목조 주택, 전통적인 부엌, 하인의 집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숍도 있어서 소소한 쇼핑을 하기에도 좋다. 여행지에서 그 지역의 재료와 물로 만든 술을 맛보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타카마카 럼 디스틸러리 ‘라 플레인 센트 안드레(La Plane st. Andre)’를 추천한다. 1792년부터 럼주를 생산한 유서 깊은 곳으로 20도에서 43도까지 다양한 럼주를 선보인다. 오리지널 럼주, 다크·코코넛·파인애플 맛 등이 첨가된 총 6종의 럼주를 판매하며, 양조장 투어와 럼 테이스팅도 신청하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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