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국수 여행 - 헤이트래블 - hey!Travel

  • writTen BY jin yujeong
  • illustrAtion BY joe sungheum

베트남 국수 여행

Noodles all Around in Vietnam

베트남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국수. 이제 지역에 따라 즐겨보자. 재료 본연의 담백함을 중시하는 북부의 국수냐, 달콤하면서도 진한 남부의 국수냐. 맛있는 고민이 시작된다.
  • writTen BY jin yujeong
  • illustrAtion BY joe sungheum
2023년 11월 20일

베트남 국수, 하면 어떤 국수가 떠오를까. 아마도 퍼가 압도적일 테고 분짜 정도가 뒤를 잇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퍼와 분짜는 베트남 국수라는 거대한 세계에서 보면 아주 작은 부분이다. 베트남 국수를 찾아 다니는 여행을 하며 그동안 어떤 국수를 만났는지 수를 헤아려본 적이 있다. 50여 가지의 국수를 맛봤고 아직 못 먹어본 것들까지 더하니 금세 80가지가 훌쩍 넘는다. 가히 국수의 천국이다. 지역에 따라 경계가 뚜렷한 것도 특징이다. 베트남은 지형과 기후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북부, 중부, 남부로 나뉘는데 음식도 마찬가지다. 날씨는 자연스럽게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와 선호하는 맛에 차이를 가져왔고 역사 또한 각 지역의 음식 문화에 반영되었다. 세 지역의 차이를 즐기는 것, 그것이 바로 베트남 국수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방법이다.

베트남 음식의 상징과도 같은 퍼는 베트남 어디를 가도 팔지만, 하노이에서 먹을 때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지금 베트남 전역에서 분더우맘이라는 음식이 유행하고 있지만 희한하게 하노이 36거리에서 먹는 그것에는 못 미친다. 다른 지역에서 먹을 때의 ‘맛있지만 왠지 부족한 2%’는 그 국수를 탄생시킨 도시에서 비로소 채워진다. 하노이를 중심으로 하는 북부의 국수는 북부에서, 호찌민을 중심으로 하는 남부의 국수는 남부에서, 다낭 등의 도시가 속해 있는 중부의 국수는 당연히 중부에서 먹어야 본연의 깊은 맛에 닿을 수 있다.

하노이에 간다면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쌀국수, 하노이가 본향인 퍼와 분짜부터 맛봐야 한다. 그다음은 도전의 시간이다. 물론 아주 행복한 도전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까랑이라는 민물 생선의 살을 구워 굵기가 가는 쌀국수 분과 함께 먹는 150년 역사의 차까라봉, 튀긴 두부와 분을 하노이 사람들이 즐겨 먹는 젓갈 맘 소스에 찍어 먹는 분더우맘, 분옥쭈오이더우, 분리에우, 하노이 근교 하이퐁이 원조인 바인다꾸어 등이 북부의 대표 국수다. 소박하고 담백한 음식인 분더우맘은 이른바 ‘겉바속촉’의 진수를 보여주는 두부와 분을 뭉쳐 깍둑썬 독특한 면에 오이, 차조기, 베트남 밤 등의 채소, 맘 소스를 섞은 환상적인 조합으로 잊을 수 없는 맛을 안겨준다. 분옥쭈오이더우도 반드시 하노이에서 먹어야 할 국수인데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긴 이름으로 알려준다. 호수의 도시인 하노이에서 많이 잡히는 우렁이(옥)와 껍질째 먹는 파란 바나나(쭈오이) 그리고 튀긴 두부(더우)가 그것. 이른 아침 동쑤언 시장 골목 안쪽으로 가보자. 하얀 분 위에 까만 우렁이, 노란색 유부, 초록의 향채까지 얹어 더없이 아름다운 국수가 특별한 맛을 선사한다. 바인다꾸어는 약간 도톰한 두께의 갈색 면으로 만드는 국수로 건면을 사용해 생면과 달리 쫄깃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식감이 색다르다. 게살과 공심채가 듬뿍 들어간다.

다른 지역보다 더 뜨겁고 홍수와 태풍까지 잦아 기후가 혹독한 중부 지방의 국수는 매운 맛이 특징이다. 식당에 가면 반드시 테이블에 고춧가루를 볶아서 만든 소스가 놓여 있는데 가히 마법의 소스다. 어떤 음식과도 어울리며 맛을 끌어올려주는 소스다. 음식에 이 소스가 더해지면 중부 지방의 유난한 더위도 싹 가신다. 중부 도시로는 후에와 다낭 그리고 호이안이 있다(호이안은 올드 타운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도시다). 이곳의 대표 국수로는 옛 왕조의 수도였던 후에의 이름이 붙은 분보후에가 있다. 아롱사태와 돼지 정강이가 푸짐하게 들어간 국수를 채 친 바나나 꽃과 함께 먹는다. 생선 국수 바인까인까록도 중부 지방의 국수다. 바인까인은 타피오카를 넣은 쫄깃한 면을, 까록은 가물치를 일컫는다. 다낭에 가면 예쁜 노란색의 면에 돼지고기, 새우를 넣어 비벼 먹는 미꾸앙이 기다리고 있다. 고소한 땅콩 한 줌에 새우 과자나 튀긴 라이스페이퍼를 곁들여서 그런지 미꾸앙을 먹을 때면 기분까지 즐거워진다. 호이안의 국수로는 거칠고 굵은 면이 매력적인 까오러우가 있다.

남부 지방의 대표 국수로는 단연코 후띠에우남방을 꼽아야 한다. 호찌민 사람들에게 ‘하노이 퍼에 대적할 만한 국수가 뭐예요?’라고 물으면 꼭 들어가는 후띠에우남방은 캄보디아의 영향을 받은 국수다. 돼지고기가 주재료로, 다진 살코기와 함께 간과 허파 등의 내장도 들어간다. 베트남 국수는 국수마다 곁들이는 향채가 다른데 후띠에우남방은 셀러리가 짝꿍이다. 셀러리의 향긋함이 입안을 산뜻하게 정리해준다. 분맘은 국물에 젓갈인 맘이 들어가 호불호가 나뉘는 국수다. 하지만 그런 음식들이 그렇듯 일단 적응하고 나면 헤어나기 힘든 마성을 지니고 있다. 들어가는 내용물도 다채롭다. 새우, 메추리알, 가지, 생선 살, 부추 등이 푸짐하게 들어가, 국수 한 그릇일 뿐인데 여러 가지 음식을 먹고 난 듯 포만감이 밀려온다.

베트남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쌀국수. 이제 지역에 따라 즐겨보자. 재료 본연의 담백함을 중시하는 북부의 국수냐, 달콤하면서도 진한 남부의 국수냐. 아,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미엔 & 바인다꾸어리꾸옥스 (Miến & Bánh Đa Cua Lý Quốc Sư)

바인다꾸어 하노이 근교 하이퐁이 원조로 갈색 면이 쫄깃한 국수.

하노이 기찻길 마을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다. Cua는 ‘게’를 의미하는데 육수에 게 내장이 들어가 구수한 맛을 낸다. 날씨가 더운 낮 시간에는 비빔국수로 즐기는 사람도 많다.

주소 6A Phùng Hưng, Phường Cửa Đông, Quận Hoàn Kiếm, Hà Nội

분보후에닥비엣소못 (Bún Bò Huế Đặc Biệt Số 1)

분보후에 소고기 아롱 사태와 돼지 정강이가 푸짐하게 들어간 중부 지방의 국수.

간판을 풀이하면 ‘최고(1등)의 스페셜 분보후에’라는 뜻인데 이름에 걸맞은 맛이다. 맛의 트렌드에 따라 음식에 무언가를 더하거나 바꾸기 쉬운데 이 집의 분보후에는 변함없이 맑고 칼칼하다.

주소 19 Lý Thường Kiệt, P. Vĩnh Ninh, Huệ

분더우쭝흐엉 (Bún Đầu Trung Hương)

분더우맘똠 튀긴 두부와 뭉친 면, 채소를 맘 소스에 찍어 먹는 국.

하노이 구시가지 호안끼엠 호수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골목으로 들어서면 두부 튀기는 냄새가 가득해 침부터 꼴깍 넘어간다. 삶은 돼지고기, 내장도 곁들여 먹을 수 있다.

주소 49 Ngõ Phất Lộc, Quận Hoàn Kiếm, Hà Nội

분옥투이 (Bún Ốc Thúy)

분옥쭈오이더우 우렁이, 파란 바나나, 튀긴 두부가 들어가는 북부 지방의 국.

하노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인 동쑤언 시장 옆 골목에 있는 식당이다. 17m²도 안 되는 공간에 쉴 틈 없이 손님이 들어온다. 이른 아침 그날 쓸 싱싱한 우렁이가 배달되면 장사가 시작된다.

주소 11 Ngõ Chợ Đồng Xuân, P. Đồng Xuân, Quận Hoàn Kiếm, Hà Nội

미꾸앙못아 (Mì Quảng 1A)

미꾸앙 새우와 돼지고기를 올리고 땅콩을 듬뿍 뿌려 비벼 먹는 중부의 국.

다낭이 핫한 여행지로 떠오르면서 미꾸앙 집도 많이 생겨 음식점마다의 개성을 즐길 수 있지만 예전 모습의 미꾸앙이 먹고 싶을 때는 이 집으로 간다. 재료의 밸런스가 좋고 양념이 과하지 않아 편안하다.

주소 1 Hải Phòng, Quận Hải Châu, Đà Nẵng

분맘끄어동쩌벤타인 (Bún Mắm Cửa Đông Chợ Bến Thành)

분맘 국물에 젓갈이 들어가고, 생선 살, 새우, 가지 등과 함께 먹는 남부의 국.

호찌민 벤타인 시장 동문 쪽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하다가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고명을 다양하게 얹어 풍부한 맛을 경험할 수 있고 맘의 비율이 적당해 처음 먹는 사람도 부담이 덜하다. 라이스페이퍼에 채소와 돼지고기, 새우, 분을 싸서 먹는 고이꾸온으로도 유명한 집이다.

주소 103 Pasteur, P. Bến Nghé, Quận 1, Hồ Chí Minh

후띠에우남방바호앙 (Hủ Tiếu Nam Vang Ba Hoàng)

후띠에우남방 돼지고기가 주재료인 남부 지방의 국수.

골목 한쪽에 테이블을 붙여두고 장사하는 집이다. 노천이지만 골목 안에 있어서 비교적 조용히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간장소스를 넣어 비벼 먹기도 한다.

주소 56 Võ Văn Tấn, Quận 3, Hồ Chí Minh


글을 쓴 진유정은 카피라이터로, 베트남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했다. 베트남의 다양하고 맛있는 국수 이야기를 담은 책 <나는 그곳에 국수를 두고 왔네>와 여행 에세이 <기억할게, 내 삶이 빛을 잃을 때마다>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