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닫히면서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여행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말이죠. 10여 년 여행 잡지를 만들며 수많은 곳을 다녔지만 어쩌면 그땐 진짜 여행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잃어버린 후에야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는 뻔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패널로 출연하는 라디오방송의 진행자가 저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나는 떠나기 전의 나와 다를까요?” 한 번의 여행으로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뀌기는 힘들겠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거나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종주하면 모를까.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여행은 그래도 내가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게 만들었다”고요. 취재로 떠난 여행이다 보니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이거나 포복절도할 에피소드가 생기진 않지만 수많은 여행에서 작은 시행착오와 좌충우돌의 경험을 통해서 얻은 건, 세상에는 여러 개의 길이 있다는 것, 어느 곳에나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때론 실망도 하고, 더러 ‘망했다’고 생각한 여행도 있지만 결국 마음에 남는 건,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받은 작은 친절과 환대입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 결심하곤 합니다. (실천이 쉽지는 않지만) 여행에서 경험한 ‘환대’를 내 일상과 삶에서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이죠.
여행의 시대가 다시 열렸습니다. 코로나19 전 영업했던 식당이나 카페 등 많은 곳이 폐업하거나 혹은 다시 생겼고, 호텔비와 항공비는 오르고, 여행의 트렌드도 많이 바뀌었죠. 수많은 개정판 가이드북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일본 여행이 열리면서 2023년 상반기,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3분의 1이 한국인이라는 기록적 숫자를 달성하는 등 가까운 나라부터 유럽, 점차 미주와 먼 나라까지 여행객이 늘고 있어요.
다시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hey! TRAVEL〉을 선보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여행 미디어 시장에서 〈hey! TRAVEL〉은 과감하게(?) ‘정통’을 지향하며 변화된 여행 & 라이프 콘텐츠를 깊이 있게 다룹니다. 우후죽순 생긴 새로운 스폿 정보나 변경된 정보는 가이드북에서 찾으세요. 〈hey! TRAVEL〉은 남들과 다른, 더 깊이 여행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방향점을 제시합니다. 랜드마크를 좇는 여행이 아닌, 경험을 위한 여행법을 제안합니다. 도시나 지역을 한 가지 주제로, 더 깊이 들여다봅니다. 여행에 관한 다양한 사람의 생각과 철학을 들어보고, 뻔한 장소가 아닌, 현지에 사는 로컬들이 엄선한 장소를 소개합니다.
첫 호의 스페셜 테마의 데스티네이션으로 삼은 곳은 방콕입니다. 제 주변에는 방콕 러버가 상당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 방콕 여행을 갔던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방콕’은 ‘감각’의 제국으로 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방콕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른 이유로 방콕을 즐겨 찾습니다. 익숙해져도 질리지 않는 방콕만의 느슨하면서 편안한 바이브 때문이죠. ‘환대’가 정체성인 도시 방콕에서 몸과 마음, 영혼의 에너지를 높이는 삶의 방식을 찾아봤습니다. 비우고 채우는 도시, 방콕으로 떠나보세요. 다시 시작된 여행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면서 말이죠.
EDITOR IN CHIEF
여 하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