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하 하와이 - 헤이트래블 - hey!Travel

  • WRITING & PHOTOGRAPHY by YEO HAYEON
  • Supported by Hawai‘i Tourism Korea

알로하 하와이

The Aloha Spirit of Hawai‘i

이번 하와이 여행은 조금 특별하다. 휴양을 하거나 액티비티를 체험하는 것이 아닌, ‘알로하 스피릿’이 담긴 하와이의 문화를 체험해보는 여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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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02일

O‘ahu

오아후

“‘Aloha’를 발음할 때는 ‘로~’를 길게 하시는 게 좋아요. 더 친근하다는 표시거든요.” 호놀룰루 다니엘 K. 이노우에 국제공항에서 만난 하와이관광청 한국 사무소 담당자 진(Jin)의 말을 듣자마자 ‘로~’에 라임을 넣어 하와이식 인사를 건넨다.
‘Aloha’ ‘Mahalo’ ‘‘Ohana’ ‘A hui hou’. 몇 마디 모르는 하와이 말이지만 하와이의 언어는 참 귀엽다. 마치 노래처럼. 밝게 웃으며 ‘로’를 길게 발음하다 보면 인사를 한 것뿐인데도 어느새 기분이 좋아진다. ‘알로하’는 단순한 인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사랑과 연민, 존경의 의미를 담은 단어는 느긋하고 평화로운 섬 생활의 근본이 된다. 하와이가 특별한 이유는 해변, 산, 계곡, 동식물 등 아름다운 자연 때문만이 아니다. 하와이 문화를 형성하는 원칙이면서, 하와이가 세계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이유는 하와이 땅과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별한 관계 때문이다. 이번 하와이 여행은 조금 특별하다. 휴양을 하거나 액티비티를 체험하는 것이 아닌, ‘알로하 스피릿’이 담긴 하와이의 문화를 체험해보는 여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Street 카카아코

오아후에 도착해 처음 향한 곳은 카카아코(Kakaʻako). 알라모아나와 다운타운 사이에 위치한 카카아코는 하와이 토착민의 거주지다. 2010년에 시작한 스트리트 아트 페스티벌 ‘파우와우’는 어둡고 칙칙했던 카카아코에 활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매년 100여 명에 이르는 아티스트가 이 지역 담벼락에 그림을 그려 넣으면서 거리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처럼 변했다. 파우와우는 예술 봉사 활동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데 일조했다. ‘솔트 앳 아워 카카아코’는 식당, 숍, 문화 공간이 한데 모여 있는 복합몰로 카카아코가 현지인과 여행객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이후부터 쭉 카카아코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왔다. 솔트 앳 아워 카카아코의 벽에 그려진 그림은 하와이의 아름다움을 포착한 대규모 벽화와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이자 파우와우의 공동 감독인 카메아 하다르의 작품 <나우파카(Naupaka)>로, 불의 여신 펠레의 여동생인 나우파카와 그녀의 연인 카우이를 놀랍도록 생생하게 묘사했다.
작품이 한 곳에 모여 있진 않지만 이곳을 시작으로 천천히 걸으며 벽화 구경을 시작한다. 작품마다 개성이 있지만 어떤 아티스트의 작품인지 알고 보면 흥미가 배가된다. 다채롭고 컬러풀한 일러스트로 유명한 킴 시엘벡의 푸른 호랑이가 정글을 헤치고 다니는 그림이나 뉴욕, 파리, 도쿄, 밀라노 등에서 볼 수 있는 시그너처 몬스터 캐릭터로 알려진 케빈 라이언스의 <알로하 몬스터> 앞에는 기념 촬영을 하려는 여행객들이 모여든다.

Aloha spirit 레이 만들기

하와이 여행 중 공항이나 호텔 체크인을 할 때, 혹은 하와이 사람들을 만날 때 꽃으로 만든 목걸이를 선물로 받은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하와이 사람들이 ‘환영’의 의미로 걸어주는 꽃 목걸이 ‘레이(Lei)’는 단순히 장식적 효과를 위한 소품이 아니다. 고대 폴리네시안으로부터 시작된 레이는 ‘만남, 이별, 축하’ 등 특별한 날 사용된다. 레이는 하와이말로 ‘목이나 머리에 거는 장식품’이라는 의미인데, 궁극적인 ‘사랑의 표현’이다. 그래서 하와이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레이를 줄 때 마음으로 깊이 포옹하듯 걸어준다. 레이를 건네는 하와이안의 손길에는 다정한 환대가 담긴 ‘알로하 스피릿’이 담겨 있다.
누군가에게 받기만 했던 레이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플라워숍 파이코(Paiko)에서는 레이 만들기 클래스를 운영한다. 플로리스트 마이테(Maite)가 꽃처럼 환한 미소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레이를 만들 때는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은 지양하고, 하와이에서 모은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요.” 목걸이, 화관 등 다양한 종류의 레이가 있는데 우리는 머리에 쓰는 하쿠 (Haku)를 만들기로 했다. 먼저 각자 머리둘레를 잰다. 그다음 마음에 드는 꽃과 소재를 선택한 후 짚으로 꼬아 만들어진 줄 사이에 재료를 넣고 교차하면서 줄 꼬기를 반복하면 완성.
“레이를 잘 만들기 위해선 1년여의 시간이 걸리지만 방법을 터득한 후엔 만드는 데 15분밖에 걸리지 않는답니다.” 엉성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완성된 레이는 내 맘에 쏙 들었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과 초록색 식물을 손으로 직접 만지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는데, 레이의 의미를 생각하며 만들다 보니 이 시간이 더 소중해졌다.
paikobotanicals.com

Polynesian Culture 폴리네시안 문화

기원전 3000년 무렵, 동남아시아의 여러 민족이 남쪽과 동쪽으로 이주를 시작했다. 항해술이 발달하면서 이들은 솔로몬과 피지 그리고 뉴질랜드를 기점으로 동쪽으로는 이스터섬, 북쪽으로는 하와이제도를 연결하는 거대한 삼각형의 폴리네시아 문화권을 형성했다. 하와이 비숍 박물관에 따르면 하와이제도에 처음으로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마르키즈섬(타히티의 북동 지역)에서 쌍둥이 카누를 타고 바다를 건너온 사람들이 서기 750년경 이곳에 정착하면서부터다. 폴리네시안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오아후섬 북동쪽 라이에(Laie) 지역으로 향한다. 와이키키에서도 훌라나 우쿨렐레, 레이 만들기 등을 체험해볼 수 있지만 폴리네시안 문화를 더 깊이 체험하고 싶다면 폴리네시안문화센터만 한 곳이 없다. 거대한 야외 테마파크는 하와이를 포함한 6개의 폴리네시안 부족마을로 나뉘어 있으며 다양한 볼거리와 공연을 제공한다. 하와이, 사모아, 통가, 타히티, 아오테아로아, 피지. 6개 부족마을마다 가옥 형태부터 고유의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쇼와 액티비티가 준비되어 있다. 사모아 빌리지에선 코코넛 잎으로 물고기 만들기 체험을 하고, 아오테아로아 마을에서는 하카 쇼를 관람한다. 피지 빌리지에선 계급에 따라 다른 모양의 타투를 몸에 붙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타히티 빌리지에선 무릎과 엉덩이를 흔드는 화려한 춤을 관람하며 함께 출 수도 있다. 남녀노소 함께 어우러져 흥겨운 춤사위에 몸을 맡기면 내 몸에 폴리네시안의 피가 흐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5만여 평의 넓은 테마파크에서 마을을 탐험하며, 카누를 타고 유람하듯 한 바퀴 돌고 나니 어느새 반나절이 훌쩍 지나갔다.
www.polynesia.com

History 태평양 전쟁의 시작과 끝

하와이는 주로 휴양 목적으로 찾지만 미국 내에선 현대사에 있어서 의미 있는 지역이다. 나의 부모님 세대(어린 시절 6·25전쟁을 겪은 세대)만 해도, 하와이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는 곳이 바로 진주만이다. 진주만 해상에는 애리조나호 기념관과 박물관 선박 미주리호가 마주보고 있다.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기습 공격 당시 이곳에 정박해 있던 애리조나호는 일본 함재기의 공습을 받아 침몰했고, 약 1천100명의 선원이 사망했다. 미국 당국은 이 배를 인양하지 않고 바다 위에 그대로 둔 채 추모 기념관을 지었다. 일정상 애리조나호 기념관은 생략하고 미주리호만 둘러보기로 한다. 윤희주 가이드의 안내와 함께 시간 여행이 시작된다. “애리조나호는 태평양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물, 미주리호는 승리로 전쟁을 마친 사실을 증언하는 기념물입니다. 격침된 애리조나호는 바다 아래서, 미주리호는 물 위에서 서로 뱃머리를 마주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애리조나호의 마지막 생존자가 사망했어요. 지금까지도 애리조나호 아래 해저에선 매일 기름이 1갤런씩 나와 바다에 퍼지면 무지갯빛이 도는데, 사람들은 이를 죽은 선원들이 흘리는 눈물이라고 생각해 ‘애리조나의 검은 눈물’이라고 부른답니다.”
미주리호는 제2차 세계대전 말에 건조되어 곧 일본과의 전쟁에 투입되었다. 길이는 270m로 미식축구장 3개의 크기, 높이는 66m, 배수량 4만 5천 톤의 거구에 구경 40cm 주포 9문과 고각포 20문 그리고 많은 기관총을 장착한 이 전함은 당시엔 역대급 규모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선체의 바닥은 뒤틀림, 습기, 불에 강한 티크우드로 만들어졌는데, 노쇠한 바닥은 그 후 몇 차례의 보수 작업 끝에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기념품 숍에서는 보수 작업 때 갑판에서 뜯어낸 티크로 만든 책갈피 기념품 등을 판매한다. 전함의 일부를 간직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미주리호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맥아더 총사령관이 일본 측 대표로부터 항복 문서에 서명을 받던 자리다. 이 자리에는 일본 외에도 중국, 소련,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 뉴질랜드, 캐나다 등 연합국의 각 대표가 참석해 서명을 했다. 맥아더 장군이 서명을 받은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세계사의 한가운데 있는 듯 가슴이 뜨거워졌다. 작전실, 사관실 등 전쟁영화에서나 보아왔던 곳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캡틴 투어를 신청하면 추가로 캡틴이 사용하던 방을 볼 수 있다.
미주리호는 한국전, 걸프전에도 참여했으며 1991년 ‘사막의 폭풍 작전’을 마지막으로 퇴역했다. 세 번의 전쟁을 겪은 미주리호는 사람으로 치면 백전노장. 파란만장한 20세기사를 증언하는 기념물인 만큼 여행객, 특히 미국 본토에서 온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www.ussmissouri.org

Art 호놀룰루 미술관

하와이에서 미술관이 우선순위였던 적은 별로 없다. 하와이가 예술의 불모지라고 생각했던 이들의 편견을 단숨에 지워주는 곳이 호놀룰루 미술관이다. 고대 예술부터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의 5만여 작품을 소장한 호눌룰루 미술관은 대도시의 대형 미술관과 비교하면 규모는 작지만 전시 내용과 소장 컬렉션이 제법 알차다. 하와이-태평양관에서 하와이 탄생의 역사와 시티 뷰, 자연경관을 담은 회화, 설치 작품을 감상하며 관람을 시작한다. 하와이 원주민의 역사, 바다를 매립해서 만든 1970년대 하와이 공항의 모습,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로맨틱한 하와이 모습을 작품을 통해 만나본다는 건 하와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폴 고갱, 빈센트 반 고흐, 클로드 모네, 앙리 마티스, 알렉스 카츠 등 인상파부터 현대 아티스트까지, 거장의 작품도 볼만하지만 여기서 꼭 들러야 할 곳이 한국관이다. “1927년 개관했을 때부터 한국관이 존재했어요. 미국에서 가장 먼저 한국관을 오픈한 미술관이 호놀룰루 미술관이랍니다.” 아시아 담당 큐레이터 숀 아이크만(Shawn Eichman)의 설명을 듣고 나니 호기심이 증폭된다. 설립자인 앤 라이스 쿡(Anna Rice Cooke) 여사는 자신이 수집한 104점의 한국 예술품을 미술관에 기증했다. 고려청자와 분청사기, 조선백자 등 한국의 도자기 등을 주로 감상할 수 있는데, 일제강점기 시절 머나먼 타국에 한국관이 처음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전시 내용은 4개월마다 바뀌지만 상설 전시관이니 언제든 관람할 수 있다. 전시 내용도 흥미롭지만 미술관 곳곳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정원은 호눌룰루 미술관을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이유다. 코발트 빛깔의 타일과 작은 분수, 붉은 꽃과 잘 가꾸어진 나무 그늘 아래서 새소리를 들으며 숨을 돌리니 이곳이 오아후에서 가장 고요한 공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honolulumuseum.org

TASTE 진짜 하와이 초콜릿

하와이는 미국에서 카카오를 재배하는 유일한 주다. 카카오나무는 추운 기후에선 잘 자라지 않기 때문에 미국 50개 주 중에서는 연중 온화한 기후를 가진 하와이에서만 상업적 재배가 가능하다. 로노하나 이스테이트 초콜릿(Lonohana Estate Chocolate)은 오아후 북쪽 노스쇼어에서 카카오나무를 키우고 호놀룰루에서 초콜릿을 생산한다. 카카오 재배와 초콜릿 생산 모두 하와이에서 이루어지는 진짜 ‘하와이 초콜릿’인 것. 호놀룰루에 위치한 초콜릿 테이스팅 바가 있는 건물은 1938년부터 극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로노하나 초콜릿은 카카오 재배부터 초콜릿 생산까지 지속 가능한 방식을 지향합니다. 건강한 토양을 가꾸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생산하죠.” 로노하나 이스테이트 초콜릿의 설립자, 세네카 클라센(Seneca Klassen)의 설명과 함께 공장 투어를 시작했다. 공장에는 극장이었던 시절 처음 상영되었던 영화 포스터가 남아 있다. 1918년 스페인에서 온 기계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수집한 빈티지한 기계들로 초콜릿 가공을 하는데, 오래된 극장 건물과 빈티지 기계가 왠지 잘 어울린다. 카카오 열매의 씨앗인 카카오빈을 열풍으로 볶아 외피를 분리한 후 으깨어 반죽을 만들고 여기에 설탕, 우유, 버터 등을 섞어 초콜릿을 완성한다. 공장 투어를 마친 후 카카오빈부터 시그너처 다크 초콜릿바와 비건 초콜릿, 하와이 커피와 바다 소금이 들어간 초콜릿 등 다양한 풍미의 초콜릿을 맛보았다. 쌉쌀한 카카오빈이 초콜릿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니, 달콤 쌉싸래한 초콜릿의 여운이 더 깊게 느껴졌다.
www.lonohana.com


Island of Hawai‘i

하와이 아일랜드

Volcano 화산의 땅

하와이 아일랜드 코나 국제공항에 내리자 오아후와는 사뭇 다른 광경에 눈이 시원해진다. 차로 30분을 달려도 시야를 가리는 건물 하나 없이 오로지 화산지대나 건조한 기후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들과 구멍 뚫린 현무암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하와이 아일랜드는 나무보다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어요. 이곳은 아직까지 완성되지 않은 섬입니다. 현재도 화산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섬이 조금씩 커지며 성장하고 있어요. 인간이 자연에게 필요한 만큼만 개발을 하도록 허락하고, 개발이 더해지면 화산의 신, 펠레 여신이 화를 냅니다. 하와이 아일랜드 사람들은 아직도 펠레 여신이 살아 있다고 믿는답니다.” 윤민호 가이드의 말에서 하와이 아일랜드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하와이 아일랜드는 4천28제곱마일로, 제주도의 5배 크기다. 하와이제도에서 가장 큰 섬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화산과 거친 자연환경 때문에 개발하는 데는 무리가 따르지만 그 덕에 신비롭고 역동적인 자연환경을 지니게 됐다.
하와이 화산국립공원(Hawai‘i Volcanoes National Park)은 원시적이고 역동적인 하와이 아일랜드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 자들에게 필수 코스다. 머무는 호텔이 있는 코할라 코스트에서 하와이 화산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길, 차창 밖으로 바뀌는 비현실적인 풍경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건조한 사막 같은 지대를 지나 나무들의 키가 높아지더니 곧 무성한 열대우림이 펼쳐진다. 지구상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 중 하나인 킬라우에아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순상화산인 마우나로아가 있는 땅. 하와이 화산국립공원은 1916년에 설립되었고, 198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공원의 절반 이상이 하와이 화산 야생 지역으로 지정되어 등산과 캠핑, 하이킹 등을 체험할 수 있는데, 마우나로아의 트레킹 코스는 전 세계 트레커들에게 꿈의 코스로 일컬어진다. 킬라우에아가 2018년 분화하면서 붉은 용암 가까이까지 가는 건 힘들어졌지만 거대한 칼데라에서 희뿌연 화산가스를 내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대자연의 위용에 겸허해진다. 주차장 인근 스팀 벤트에서 분출하는 화산가스를 직접 쐬어보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지진이나 쓰나미처럼 갑자기 들이닥치는 자연재해가 있는 반면, 용암은 대비할 수 있어요. 화산은 두려운 존재가 아니에요. 하와이 아일랜드에서 살아가는 이상 화산과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윤민호 가이드의 말을 들은 후 하와이 아일랜드 화산지대에서만 피어나는 식물, 오히아 레후아를 보았다. 척박한 땅에서 피어난 붉은 꽃과 화산과 함께 살아가는 하와이 아일랜드 사람들이 닮은꼴처럼 느껴졌다.

Festival 메리 모나크 페스티벌

하와이 아일랜드는 크게 세 지역으로 나뉜다. 코나 지구를 중심으로 한 카일루아 코나 지역, 경제 문화의 중심지인 힐로 지역, 리조트가 들어선 코할라 코스트 지역. 그중 코할라 코스트에 위치한 숙소에 짐을 풀었는데 하와이 아일랜드를 찾은 데는 특별한 목적이 있었다. 바로 메리 모나크 페스티벌(Merrie Monarch Festival)을 관람하는 것.
메리 모나크 페스티벌은 훌라(Hula)를 재건하여 부흥시킨 하와이 왕 칼라카우아의 업적을 기리며 하와이의 예술과 훌라의 중요성을 알리는 유서 깊은 축제다. 올해로 61회를 맞은 이 축제가 3월 31일부터 4월 6일까지 힐로에서 개최됐다. 행사의 꽃은 3일간 20개가 넘는 팀이 경쟁하는 ‘훌라 경연대회’지만 로컬 장인과 예술가들이 만든 공예품, 특산품을 선보이는 아트 페어나 행사 마지막 날 열리는 로열 퍼레이드도 인기가 많다. 훌라 경연대회는 이미 1년 전에 티켓이 매진되었다고. 아쉽게도 취재진은 4월 6일, 축제의 마지막 날 아트페어와 힐로 다운타운 거리에서 열리는 퍼레이드를 관람하기로 했다.
“1960년 힐로 지역은 거대한 쓰나미를 겪고, 해안을 따라 늘어선 사탕수수 농장과 힐로의 중심가라고 할 수 있는 카메하메하 애비뉴가 파괴되면서 급격한 쇠퇴를 겪어요. 쇠락해가는 힐로 타운을 다시 부흥시키고자 1963년 제1회 메리 모나크 페스티벌을 유치하고, 지금까지 계속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어요. 초기 몇 년간은 왕의 수염 닮은꼴 경연대회, 이발소 사중주 경연대회, 릴레이 경주, 칼라카우아 왕의 대관식 재현 등의 행사가 주였다가 1971년부터 하와이 모든 섬에서 최고의 훌라 댄서들이 모여 하와이의 예술성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아침부터 서둘렀다.
훌라는 하와이 문화와 전통을 넘어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퍼레이드에는 하와이 지역사회, 기업, 미스 훌라 등이 참여해 저마다의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퍼레이드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도, 1900년대 초반의 모습이 남아 있는 빈티지한 느낌이 물씬한 올드 타운은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들어찼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이 축제는 행사 참여자, 하와이 아일랜드 주민들뿐 아니라 이웃 섬 그리고 해외여행객까지 모두 하나로 엮는다. “하와이 사람들은 오하나(‘Ohana)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해요. 오하나는 ‘가족’이란 뜻의 하와이어예요. 단순한 가족이 아니라 오래도록 나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 혹은 마음을 나누는 존재들도 포용하는 단어죠. 혈연을 넘어 친구와 이웃 등 서로를 위하면서 영원히 기억하는 관계, 오하나의 정서는 하와이 사람들의 DNA에, 생활 깊숙이 녹아 있어요.” 퍼레이드를 관람하기 위해 가족들(강아지까지)과 함께 파라솔과 캠핑 의자, 도시락을 준비하고 피크닉을 하듯 축제를 즐기는 로컬, 타지에서 온 여행객들이 하나가 되어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보니, ‘오하나’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Lū‘au 모두의 잔치, 루아우

하와이 또는 폴리네시아 지역을 여행하면 훌라 춤을 비롯한 역동적인 문화 공연을 한 번쯤 경험하게 된다. 직접 보기 전에는 호텔에서 주최하는 흥겨운 춤과 공연을 보며 식사를 하는 일종의 ‘디너쇼’라고만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고대 하와이에서는 특별한 날에 베푸는 향연을 ‘아하아이나’라고 불렀는데 ‘아하’는 모임, ‘아이나’는 식사를 뜻한다. 모두 함께 모여 축하하는 것은 하와이의 중요한 문화 전통이다. 과거 여성과 남성은 겸상할 수 없었는데, 1819년 카메하메하 2세가 이런 풍습을 없애고 새 시대를 열었다. 남녀가 함께 음식을 즐기며 축하하는 축제가 된 것. 이것이 세월을 거쳐 ‘루아우’가 되었다. 루아우는 하와이말로 ‘잔치’라는 뜻. 호텔마다 개성 있는 루아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힐튼 와이콜로아 빌리지의 ‘레전드 오브 하와이 루아우’는 조금 더 특별하다. 25만 900제곱미터의 방대한 부지에 646개의 객실이 있으니, 루아우의 규모 또한 엄청나다. 노을이 물들기 시작할 무렵, 알로하 셔츠와 드레스를 입고 가족과 커플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다. 끝없이 펼쳐진 대형 테이블에 레이를 목에 두른 사람들이 자리를 잡는다. 하와이 매거진 독자들이 뽑은 하와이 최고의 루아우라는 게 실감 나기 시작한다. 전통 잔치인 만큼 음식도 특별하다. 타로 잎과 뿌리를 이용한 음식, 구덩이를 파서 만드는 하와이 전통 오븐인 이무(imu)에 돼지고기를 잘게 찢어서 구워낸 칼루아 푸아(Kalua Pua‘a), 코코넛 밀크와 옥수수 전분, 물, 설탕으로 만든 디저트 하우피아(Haupia) 등 폴리네시아 문화가 배어 있는 음식들이 주메뉴. 하와이어와 훌라를 배우는 것부터 시작해 뮤지션들의 음악 연주, 아름다운 훌라 춤, 역동적인 타히티안 댄스, 횃불 퍼포먼스까지 다채로운 쇼가 펼쳐진다. 루아우의 마지막은 관람석의 관중과 함께하는 순서다. 무대에 끌려 나온 관객들은 진행자가 이끄는 대로 훌라 실력을 맘껏 뽐낸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절로 흥에 겨워 나오는 댄스에 관객들도 모두 흥겨워한다. 검은 화산석이 깔린 와이울루아 해변에 황홀한 오렌지빛 석양이 내려앉고, 깜깜한 밤하늘에 총총 빛나는 별들을 보며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하와이의 신화와 전설, 전통을 되새겨보는 시간. 모두가 하나 되는 ‘오하나’의 순간이었다.


하와이 여행을 위한 리스트

Where to stay 힐튼 와이콜로아 빌리지
하와이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와이울루아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광대한 부지에 자리 잡은 초대형 오션 프런트 리조트. 아름다운 열대 정원과 대자연에 둘러싸여 있는 리조트는 11개의 레스토랑 및 라운지, 27홀의 챔피언십 골프 코스, 스타디움형의 테니스장을 갖추고 있으며 하와이 아일랜드에서 유일하게 고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돌고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리조트에 도착해 처음 맞닥뜨린 풍경은 자연 라군에서 카약과 패들보드를 타는 사람들. 놀라기엔 이르다. 리조트 내에 모노레일 트램과 보트가 있어 숙박객이 이동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각각 독특한 특징을 가진 두 개의 타워, 팰리스 타워와 마카이 타워에 646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3개의 수영장과 라군에서 각종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 또한 있다. 야외 정원, 로비로 향하는 복도 등에 비치된 예술 작품은 오너가 소장한 예술품으로 그 가치가 약 800만 달러에 달한다.
hiltonwaikoloavillage.com

더 서프잭 호텔 & 스윔 클럽
‘모던 알로하’를 콘셉트로 한 이곳은 1970년대 하와이 서핑 문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미드센추리 스타일의 디자인에 노스쇼어의 서핑 바이브를 그대로 담았다. 선박 내부를 떠올리게 하는 복도, 빈티지 서프보드 등 자유로운 서핑 무드가 물씬하다. 객실 내 소품들은 모두 지역 아티스트의 작품이다. 인스타그래머들에게 인기 스폿인 수영장의 ‘Wish you were here’라는 글씨도 로컬 아티스트의 작품이다. 지속 가능함을 추구하는 호텔로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 객실 내에 생수병을 비치하는 대신 공용 공간에 워터스테이션을 설치하였고, 친환경 선크림을 사용할 수 있게 해놓았다. 펫 프렌들리 호텔로 추가 요금 없이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다. 호텔 이름에도 붙은 ‘잭’은 호텔 마스코트인 강아지 이름이다. 와이키키 해변까지 도보 15분 이내로 접근성이 좋은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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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get there 하와이안항공
하와이안항공이 인천-호눌룰루 직항 노선을 주 5회 운항한다. ‘Connecting People with Aloha’라는 슬로건처럼, 탑승하는 순간부터 하와이를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오아후 외에 하와이이웃 섬을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최적의 스케줄로 연결편을 제공하는 하와이안항공이 답이다. 하와이안항공과 직원들은 35년 이상 메리 모나크 페스티벌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오고 있다. 타라 시모오카(Tara Shimooka) 하와이안항공 대외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하와이 문화와 전통을 넘어 중요한 가치를 지닌 훌라의 의미를 알리고 함께 기념하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직원들은 페스티벌에 훌라 댄서, 쿠무 훌라(Kumu Hula, 훌라 선생님), 자원봉사자 등으로 함께하고 있으며 이에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