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과 고요 사이, 카펠라 타이베이 - 헤이트래블 - hey!Travel


  • written by Yeo hayeon
  • SUPPORTED BY Capella Taipei

역동과 고요 사이, 카펠라 타이베이

Between Energy and Calm Capella Taipei

카펠라 타이베이는 대만의 풍요로운 자연과 철학, 타이베이 로컬의 문화가 켜켜이 담긴 집약체다. 시간을 초월하는 예술적 여행지, 호텔이 어떻게 문화적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 written by Yeo hayeon
  • SUPPORTED BY Capella Taipei
2026년 03월 06일

타이베이 공항에 내려 카펠라에서 마중 나온 마이바흐에 올라탔다. 첫 타이베이 여행, 첫 마이바흐였다. 물수건과 음료, 스낵이 비치된 차량에서는 상쾌하면서 포근한 향과 멘 아이 트러스트(Men I Trust)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향부터 플레이리스트까지 신경 쓴 세심함에 이미 카펠라 타이베이에 체크인한 기분이었다.
2025년, 카펠라가 타이베이에 문을 열었을 때 여행업계나 호텔 관계자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입을 모았다. 타이베이에서 극강의 우아함으로 하루를 완성하고 싶은 사람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호텔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카펠라 타이베이는 카펠라 호텔 그룹이 싱가포르, 시드니, 상하이, 하이난, 하노이, 우붓, 방콕에 이어 선보이는 8번째 호텔로 타이베이의 북로, 둔화 가로수길에 자리 잡았다. 타이베이 아레나 맞은편, 100년 된 나무들이 터널을 이루고 호텔 옆으로는 자전거 도로가 이어지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자연친화적인 느낌이 물씬한 동네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들어선 것이다. 비즈니스 중심가, 고급 쇼핑가, 송산 지구 같은 문화 명소와도 인접해 있어 접근성도 좋다. 호텔의 외관은 마치 한 편의 시처럼 도시와 자연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설계됐다. 홍콩 출신의 유명 건축가 안드레 푸가 설계한 호텔은 전통적 고급스러움과 현대적인 세련미를 융합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창출한다. 안드레 푸는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형태가 아니라, 사람들의 경험과 감정을 반영하는 살아 있는 존재”라는 철학을 피력한다. 카펠라 타이베이는 그의 이런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낸 공간이다.

카펠라 타이베이에서 보이는 화려한 도시의 스카이라인.
전통적인 고급스러움과 현대적인 세련미가 함께 느껴지는 객실.
입구에 걸린 리 천린의 작품. 대만의 안개 낀 봉우리와 푸른 계곡의 신비로움이 담겨 있다.

호텔 입구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티파니, 프런트 오피스 디렉터 조셉과 인사를 나눴다. “안드레 푸는 이곳을 ‘모던 맨션’이라고 부릅니다. 대만의 전통적인 요소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공간 곳곳에 녹여냈어요.” 두 사람과 함께 호텔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건물 입구, 대만 예술가 리 천린의 대형 태피스트리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대만의 안개 낀 봉우리와 푸른 계곡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담아낸 작품이다. 안드레 푸는 로비 공간을 단순한 입구가 아닌, 고객이 이곳에 들어서면서부터 여행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생각으로 설계했다. 로비로 들어서면 원형 입구와 아치형 터널이 연결된다. 대만의 국조인 푸른 까치 무늬를 푸른빛으로 표현한 터널을 통과하자 전혀 다른 세계에 진입한 것 같았다. 1층의 라운지 ‘플럼(Plum)’에는 푸른 까치가 그려진 작품이 걸려 있다. 카펠라 타이베이의 대표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는 나선형 계단, 로툰다 앞에는 멕시코 작가 조엘 에스칼로나의 나무 조각 작품이 자리한다. 계단의 유동적인 형태와 나무의 질감이 조용한 대화를 하는 듯 어우러졌다.
카펠라 타이베이는 총 86개의 객실을 갖추었다. 이 중 8개는 스위트룸이고 6개는 프라이빗 수영장과 테라스를 포함한 익스클루시브룸으로 구성되어 있다. 228㎡ 규모의 카펠라 스위트에서는 타이베이의 대표 랜드마크인 타이베이101을 비롯한 도시의 화려한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안드레 푸는 객실을 설계할 때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감성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장인 드 고네와 협업하여 실크 패널을 맞춤 제작하고, 고급 마케트리 기술을 활용하여 벽과 바닥의 디자인을 구성했다. 방마다 다른 테마와 색상으로 구성해 객실이 각각 고유의 개성을 가진 예술작품처럼 느껴지도록 했다. 현지 장인이 만든 아름다운 도자기 오브제, 안드레 푸 리빙의 티포트와 영국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뱀포드의 어메니티, 다이슨 헤어드라이어 등을 보며 ‘역시 카펠라답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고급스러움보다 더 인상적인 건, 크고 작은 로컬 브랜드와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지역 스타트업과 협력해 콤부차를 만들고, 대만에서 재배하는 드립백 커피를 객실에 비치했죠. 현지 예술가에게 칵테일 메뉴판도 의뢰했어요. 침대 옆에 놓인 파우치는 대만 디자인 브랜드 자인자인(Jainjain)과 협업해서 만든 거예요.” 조셉이 말했다. 로컬과의 협업, 카펠라 타이베이 쪽에서 꼭 체험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카펠라 모먼트’는 카펠라가 지향하는 바를 보여주는 듯했다.

14층의 리빙룸은 내 집의 거실처럼 편안하게 머물며 다과와 문화적 교류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카펠라 모먼트는 오후 3시부터 14층 리빙룸에서 이루어진다. “리빙룸은 내 집의 거실처럼 편안하게 머물며 문화적 교류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체스도 두고, 차와 케이크, 다과를 즐길 수 있죠. 오후 5시 30분부터는 6시까지는 샴페인, 와인, 칵테일, 위스키도 마실 수 있습니다.” 티파니의 설명을 들으며 우롱차와 레몬 케이크를 맛보았다. 컬처리스트가 상주하는 이곳에서는 매일 카펠라의 시그너처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카펠라 모먼트 체험이 이루어진다. 전통 차 시음, 객가 종이 우산 그림, 토착 직물 만들기 수업 등 현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대만의 객가(Hakka) 문화 전통 중 하나인 유지 우산에 그림을 그리는 체험을 했다. 학창 시절, 미술 시간을 떠올리며 유지에 대나무, 매화 등 전통 문양을 그려 넣었다. 어설프지만 열심히 하다 보니, 왜 카펠라 모먼트를 꼭 경험하라고 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카펠라 타이베이의 총지배인 데니스 라우벤슈타인은 카펠라의 정체성을 전통적 문화유산과 로컬을 잇는 경험에 두었다. 호텔이 만들어내는 경험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서, 고객들의 감각과 감정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모닝 리추얼과 카펠라 모먼트는 카펠라 타이베이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으로 현지 문화와의 교감을 선사한다. 매일 아침, 7시 30분 호텔 앞에 있는 커다란 반얀트리 아래에서 열리는 모닝 리추얼은 TV가 일상적으로 보급되기 전 대만 주민들이 함께 라디오를 청취하던 풍습에서 착안됐다. 100년 이상 된 반얀트리 아래에서 두유와 파 팬케이크로 된 현지식 아침 식사를 하며 호텔에 상주하는 컬처리스트가 타이베이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송산 지역의 공원, 타이베이의 유서 깊은 지룽 칸자이딩 어시장(Kanzaiding Fish Market) 등의 역사·문화적 배경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다.

프렌치 감성의 아틀리에 ‘플룸’에서는 크루아상, 케이크 등 베이커리와 디저트를 판매한다.

호텔 인근의 송산 지역을 둘러보는 송산 리버리 워킹 투어(Songshan Reverie Walking Tour)는 총지배인 데니스가 기획했는데, 일정이 허락할 때마다 직접 안내도 한다. “송산은 느린 동네입니다. 은퇴자들이 마작을 즐기고 아리엘 치의 벽화를 감상하기 위해 잠시 멈추는 곳이죠. 그 매력을 이해하면 거리를 탐험하는 데 시간을 써야 합니다.” 그는 몇 달에 걸쳐 모든 골목과 공원을 탐험하며 이 두 시간짜리 산책 코스를 완성했다. 아쉽게도 데니스가 시간이 되지 않아 조셉과 함께 송산 일대를 거닐었다. 호텔에서 출발해 리 패밀리 올드 하우스(Li Family Old House)를 지나 스피크이지 카페인 벗 위 러브 버터(but. we love butter)에서 쿠키와 차를 마신 후, 공원에서 숨을 돌리고 1만 종 이상의 카드와 엽서를 취급하는 숍이자 아트 스튜디오 공방인 워드 스튜디오에서 지역 작가 아리엘 치가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체험을 했다. 마지막으로 서니힐스(Sunny Hills)에서 프리미엄 펑리수까지 맛보면 일정이 끝이 난다. 시내 중심가 옆, 오래된 나무가 드리워진 고즈넉한 동네를 산책하고 나니, 카펠라 타이베이가 역동적인 도시 속에서 어떻게 사색과 고요를 호텔 안에 들여왔는지 이해됐다.
카펠라 타이베이의 특별함은 미식에서도 예외가 없다. 조식은 아침부터 이렇게 먹어도 되나 싶게 성대하다. 오믈렛, 아보카도 토스트, 우육면과 바오 같은 대만 음식, 오이스터에 샴페인까지 알라카르트로 주문할 수 있다.

‘더 글래스 하우스’의 ‘플레이백’에서는 라이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틸트’ 바에는 칵테일뿐 아니라 요기가 될 만한 타파스 메뉴도 있다.

타이베이에서 한 번 정도 아주 근사한 저녁 식사를 하고 싶다면 ‘엠버 28’이 제격이다. 크리스털 샹들리에와 따뜻한 버건디 톤의 팔레트가 어우러진 공간에서 수석 셰프 랜스 왕의 지휘 아래 인근 해역과 농장에서 수확한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파인 다이닝을 즐길 수 있다. 연중 2개월만 제공되는 참다랑어와 카발란 위스키 소스가 들어간 건조숙성돼지갈비, 28일간 드라이에이징한 스테이크 등 창의적인 미식 경험을 할 수 있다. 일식 오마카세 ‘미즈에’는 도요스 시장에서 들여온 재료로 코스를 구성한다. 오징어, 참치, 사시미, 장어 초밥 등이 그것. 음식도 훌륭하지만 쇼지(障子)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연광과 일본식 정원, 10m 길이의 히노키 테이블 등 인테리어가 하나의 시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카펠라 타이베이에 머물지 않더라도 호텔 앞에 자리한 독립형 바 공간 ‘더 글래스 하우스’는 꼭 가봐야 한다. 콘셉트가 뚜렷한 세 개의 바를 한 건물에 모아, 또 하나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1층의 ‘틸트’는 아르데코에서 영감을 받은 에메랄드 톤의 가구로 꾸며진 고급스러운 바로 대만 현지 재료를 바탕으로 한 칵테일과 무알코올 음료를 맛볼 수 있다. 전통 소국주를 기본으로 화롄의 로젤, 가오슝의 구아바, 원린의 폰칸 귤, 일란의 금감 등 지역 재료를 활용한 메뉴가 특징이다. 2층의 ‘쿠퍼’는 유럽 살롱에서 영감을 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귀중한 오크 통을 만드는 장인들의 이름에서 따온 것처럼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희귀한 숙성 증류주와 클래식 칵테일을 맛 볼 수 있다. 지하에 위치한 ‘플레이백’에서는 다른 종류의 에너지를 만날 수 있다. 엄선된 음악과 라이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데이트하는 커플이 많이 찾는다. 재즈와 어쿠스틱, 실험적인 사운드까지 다양한 라이브 공연과 함께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일본식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카펠라 타이베이는 그저 멋진 건축물, 럭셔리한 숙박지만이 아니었다. 현지 문화를 경험하고 교감하며 스며들었다. 처음 온 타이베이에서
3일간의 시간을 대부분 카펠라 타이베이에서 보냈는데 마치 오랜 시간 타이베이를 여행한 것만 같았다. 시간을 초월하는 예술적 여행지, 호텔이 문화적 랜드마크가 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