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주의 로맨스, 갈라 살바도르 달리를 쫓는 여정 - 헤이트래블 - hey!Travel

  • written by JOANNE JEONGWON SIN

초현실주의 로맨스, 갈라 살바도르 달리를 쫓는 여정

  • written by JOANNE JEONGWON SIN
2024년 07월 26일

로컬과 그 문화를 보다 깊이 있고 풍성하게 돌아볼 수 있는 여행 방식 중 하나는 해당 로컬 출신 아티스트의 발자취를 쫓는 것이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안토니 가우디가 있다면 화가로는 살바도르 달리가 있다. 바르셀로나 바로 곁 헤로나Girona의 작은 도시 피게레스Figueres에서 태어난 살바도르 달리는 어떻게 후대에 천재로 불리우는 영광을 누릴 정도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었을까? 여기에 크게 기여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갈라 달리Gala Dali다.

살바도르 달리의 아내, 갈라 달리는 그의 뮤즈이자 조력가이며 특출난 사업가이기도 했다. 여성이 사회 전면에 나서지 못했던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그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점은 흥미롭다. 막스 에른스트Max Ernst가 그린 ‘친구의 만남Au Rendez-Vous des Amis, 1922’ 속 유일한 여성이 갈라 달리인점, 살바도르 달리가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갈라 달리의 기여도를 인정해 공동 서명인 ‘갈라 살바도르 달리’를 만든 점은 그녀의 존재감이 남달랐음을 짐작케한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삶도, 재능도 남달랐다. 막스 에른스트의 그림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듯, 갈라 달리는 과거 이름은 달리 엘뤼아르Gala Éluard였다. 그림이 그려진 당시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Paul Éluard의 아내였기 때문이다. 남편과 더불어 초현실주의 그룹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갈라 달리, 아니 갈라 엘뤼아르는 1929년 헤로나의 카다퀘스Cadaqués에 방문해 살바도르 달리를 처음 만난다. 그리고 둘은 하얀 외벽과 테라코타색 지붕의 단층 건물이 언덕을 따라 늘어선 풍경이 마치 로맨스의 전조 같은 이 소박한 바닷가 마을에서 곧장 사랑에 빠진다.

전남편과 딸을 두고 열살 어린 남자와 새 삶을 꾸리려는 여성을 세상은 물론 살바도르 달리의 집안에서 좋게 봤을리 만무했다. 둘은 피게레스 대신 포르트 리가트Port Lligat에 둥지를 틀었고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을 팔 때마다 바닷가 언덕의 오두막을 하나씩 매입하면서 거의 20년간 확장 및 개보수 작업을 거쳐 ‘달리-갈라의 집Casa Dali-Gala’를 완성한다. 살바도르 달리는 갈라 달리를 만나기 전부터 예술적 재능을 인정받는 인물이었으나 세상에 그의 이름을 알릴만한 이슈나 작품을 기획하고 실행해 명성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갈라 달리의 수완에서 덕분이었다. 그 노고를 인정하다 못해 거의 숭배했던 살바도르 달리는 1969년 푸볼 성Púbol Castle을 구입해 갈라 달리에게 선물하고 그녀가 손으로 쓴 초대장을 받아야만 그 성에 방문한다는 조건까지 붙이면서 그녀가 이 성의 온전한 주인임을 세상에 공표하기에 이른다. 고향인 러시아를 떠나 프랑스, 미국, 스페인으로 이주하며 살았던 갈라 달리는 그제야 제 집을 찾은 듯 푸볼 성을 뜯어 내고 취향에 맞게 고치고 즐기다 이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피게레스, 포르트 리가트, 푸볼 성. 살바도르 달리 재단Fundació Gala-Salvador Dalí은 살바도르 달리와 갈라 달리의 탄생과 죽음, 흥미롭다 못해 기이하며 절절한 사랑의 여정이 깃든 세 지점을 달리 삼각지대Dalínian Triangle로 명명하고 매년 아카이브를 활용한 전시나 프로젝트를 열고 있다. 올해 말까지 비스터 컬렉션The Bicester Collection과 협업으로 진행되는 전시 <갈라 달리, 신화의 부활 The Awakening of the Myth: Gala Dalí>도 그의 일환이다.

전시는 갈라 달리의 탄생 13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그녀의 예술적 재능과 창의성, 패션에 대한 열정을 조명한다. 패션을 통해 스스로를 전략적으로 브랜딩했던 그녀가 입었던 주요 의상을 소개하고, 현대 작가들이 그에 숨겨진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을 선보이는 형식이다.

갈라 달리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난 3월에 시작해 연말까지 진행되는 푸볼 성 전시를 먼저 둘러보길 권한다. 전시는 계절에 따라 봄 여름 컬렉션(3월 18일 – 6월 2일), 오트 쿠튀르(6월 22일 – 9월 22), 가을-겨울 컬렉션(10월 7일 – )으로 구성되며 현재는 오트 쿠튀르 8점을 볼 수 있다. 갈라 달리가 매혹적이고 당당한 여성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착용했던 엘사 스키아파렐리Elsa Schiaparelli와 장 데세Jean Dessès의 이브닝 드레스부터 예술성을 드러내기 위한 크리스찬 디올의 자수 드레스가 그 일부. 그러나 그녀가 유명 디자이너만을 선호했던 것은 아니다. 1943년 보그 촬영 때는 브랜드도, 디자이너도 알려지지 않은  튈과 시퀀스 장식의 블라우스와 롱 스커트를 입어 살바도르 달리의 창조적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우아한 리더의 이미지를 연출했다. 이는 살바도르 달리의 재능이나 그로 쌓은 명성과 별개로 갈라 달리 역시 영리하고 뛰어난 감각을 지녔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런던, 파리, 밀라노를 포함해 전 세계 11개 빌리지를 운영하며 차별화된 럭셔리 쇼핑 경험을 주도하는 비스터 컬렉션 중 한 곳인 라로카 빌리지La Roca Village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갈라 달리의 아카이브가 현대 예술을 위한 영감으로써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 지금으로 치자면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를 관리하는 매니징 디렉터이면서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따라 작품의 방향까지 제시하는 아트 디렉터였던 갈라 달리. 단언컨대 그녀가 인스타그램을 했다면 수백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가 되었을 것이다. 컨템포러리 아티스트 카를라 푸엔테스 Carla Fuentes가 라로카 빌리지 외벽을 캔버스 삼아 그린 갈라 달리는 이런 상상에서 비롯됐다. 엘레베이터에서 거울 셀카를 찍거나 해변에서 마일스 데이비스의 재즈를 들으며 잡지를 읽는 갈라 달리가 지중해 햇살 아래 자유롭게 빛난다. 포토그래퍼 호르디 베르나도Jordi Bernadó는 갈라 달리의 컬렉션과 푸볼 성의 각 공간이 뿜어내는 오라에 집중했다. 그녀는 어떤 표정과 걸음새로 이 성의 구석구석을 장악했을까? 어떤 옷을 입고 살바도르 달리와 손님을 맞이했을까? 라보카 빌리지에 설치된 조르디 베르나도의 사진은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만 같다.

갈라 달리에 대한 살바도르 달리의 추앙은 공동 서명이나 성을 선물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갈라의 저녁식사 <Les dîners de Gala>, 갈라의 와인<The wine of Gala> 같은 책을 쓰면서도 그녀의 이름을 제목에 올렸다. 후대는 살바도르 달리가 어느정도 저명한 예술가로 남을 수 있었겠지만 갈라 달리 덕분에 그가 초현실주의 거장이란 수식어를 달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바르셀로나에 갈 계획이 있다면 이들의 흔적을 쫓아 보자. 푸볼 성에서 패션과 예술에 대한 갈라 달리의 재능과 열정을 확인하고 라로카 빌리지에서 이에 영감을 받은 현대 예술을 감상한 뒤 곧장 그에 걸맞은 쇼핑을 한다면 패션, 예술, 클래식을 아우르는 근사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비스터 컬렉션 The Bicester CollectionTM:
비스터 컬렉션은 유럽 주요 도시인 런던, 파리, 밀라노,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브뤼셀/앤트워프, 쾰른/뒤셀도르프/뮌헨, 프랑크푸르트 등을 비롯하여 중국의 상하이, 쑤저우 등에 자리한 럭셔리 쇼핑 여행지로 차별화된 서비스 및 최대 60%의 할인 등이 모두 결합되어 고객들에게 특별한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www.TheBicesterCollection.com 
한편, 라로카 빌리지 La Roca Village 는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30여분 거리에 위치한 쇼핑 여행지이다. 라로카 빌리지에는 150개 이상의 카탈루냐, 스페인 및 글로벌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이 함께 자리해 있으며 연중 최대 60%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이곳에는 다양한 레스토랑과 카페 등이 자리해 있으며 예술 및 이벤트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열린다. www.LaRocaVillage.com

글 신정원
자료협조 비스터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