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주는 ‘고립감’은 종종 ‘자유로움’과 동일시된다. 특히 혼돈과 스트레스로 가득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에게는. 몰디브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몰디브가 로밍이 되지 않는 지역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앗, 서울에서 오는 연락들은 어떡하지?’란 생각과 동시에 묘한 안도감이 든다.
스리랑카 콜롬보를 경유해 몰디브 말레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밖으로 나오자마자 일행들의 함성이 터진다. “와 저 바다 색깔 좀 봐~!” 엄마가 외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비취 반지와 꼭 같은 빛깔의 바다를 보자, 긴 시간 비행하며 쌓인 피로감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인도양 중심부에 위치한 몰디브는 26개의 환초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안에 크고 작은 1천192개의 산호섬이 존재한다. 그중 160여 개의 리조트가 각각의 섬에 자리한다. 각각의 섬으로는 수상 비행기, 스피드 보트나 국내선 항공을 갈아탄 후 이동한다.
목적지인 올후벨리섬은 말레 항구에서 스피드 보트를 타고 45분가량 가면 도착한다. 올후벨리섬에는 선 시암 올후벨리 몰디브와 선 시암 올후벨리 로맨스 리조트가 자리하고 있다. 13명의 승객을 실은 보트는 짙푸른 바다의 물살을 헤치며 전속력으로 섬을 향해 질주한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리조트 직원들이 흥겨운 전통 악기 연주로 방문객들을 환대한다.
선 시암 올후벨리 몰디브는 올후벨리섬에서도 메인 아일랜드, 드림 아일랜드에 위치해 있고, 선 시암 올후벨리 로맨스는 로맨스 아일랜드에 자리한다. 두 리조트를 합쳐 400여 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선 시암 올후벨리 몰디브는 디럭스 룸, 그랜드 비치빌라, 그랜드 비치 스위트 위드 풀, 워터 빌라, 디럭스 워터 빌라, 프레지덴셜 워터 스위트, 그랜드 워터 빌라 위드 풀 등 객실 타입이 무려 13개나 된다. 최근 오픈한 선 시암 올후벨리 로맨스는 현대적 터치가 가미되어 세련되고 모던한 분위기다. 로맨스 아일랜드는 성인 전용 섬이라 커플과 허니무너가 프라이빗하고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5성급 리조트답게 개별 리셉션을 통해 체크인하고, 버틀러 서비스를 운영한다.
웰컴 샴페인으로 목을 축인 후에 버기를 타고 객실로 이동한다. 열대식물로 숲을 이룬 리조트 정원을 통과하는 순간, 머릿속에 ‘몰디브=바다’라는 공식처럼 자리 잡았던 고정관념이 깨졌다. ‘온통 파란 바다 일색이라 답답하지 않을까’ 했던 생각은 저만치 날아간다.
내가 묵기로 한 디럭스 워터 빌라에 도착했다. 몰디브 전통을 살린 디자인의 객실로 침실과 데이 베드가 있는 공간이 분리되어 있어 넓고 쾌적한 분위기다. 올후벨리의 객실은 전통적인 분위기부터 현대적인 빌라까지, 객실 타입에 따라 인테리어나 구조가 다양한 게 특징이다.
워터 빌라에 입성하면 SNS에 떠도는 수많은 영상처럼 객실 문을 열고, 테라스 문을 열고 바로 바다에 뛰어들고픈 충동을 참기 힘들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는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빛으로 변한다. 터키블루, 사파이어, 에메랄드. 아는 보석 이름을 다 갖다 붙여도 그 빛깔을 설명하기 힘들 정도다. 객실에는 구명조끼가 비치되어 있어서, 수영을 못 하는 사람도 언제든 뛰어들기만 하면 된다. 메인 섬에 위치한 워터 빌라 앞의 바다는 수심이 얕아서 아이들도 객실 아래 라군에서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비치 빌라는 테라스 문을 열고 나가면 새하얀 모래가 깔린 드넓은 바다로 연결된다. 눈뜨자마자 창밖으로 눈부신 바다를 보고 싶으면 워터 빌라를, 자연에 둘러싸인 정원과 하얀 모래가 깔린 해변을 내 집 앞마당인 듯 누비고 싶다면 비치 빌라를 선택하면 된다.
몰디브 여행은 거의 하나의 섬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리조트 선택이 그만큼 중요한데, 올후벨리는 3개의 섬에 리조트가 있어 이 섬들을 오가며 조금씩 다른 풍광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이곳은 몰디브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일명 ‘뽕따’색 라군을 지닌 몰디브 사우스 말레 아톨 끝자락에 위치한다. 수년 동안 올해의 비치상을 받았을 만큼 라군이 드넓게 펼쳐진 해변을 보유하고 있다.
반짝이는 바다를 옆에 두고, 새들이 내 어깨 위에 편안하게 내려앉고, 야생 닭들이 숲속을 뛰노는 풍경을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면 ‘천국이 있다면 몰디브를 닮은 게 아닐까’라는 식상하지만 기분 좋은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리조트는 크기가 큰 만큼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메인 섬과 드림 아일랜드에만 3개의 수영장, 11개의 레스토랑과 바가 있고, 각 섬마다 스파와 클리닉도 있다. 키즈클럽, 키즈풀 등 아이들을 위한 부대시설과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다. 몰디브 섬 안에 주로 갇혀 지내는 자발적 유배를 기꺼이 택했을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은 매끼 ‘무엇을 먹어야 하지?’ 고민하는 것이다. 하지만 올후벨리에선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다양한 음식이 준비된 뷔페, 피자와 햄버거, 인도 음식, 타이 푸드 등 세계 각국의 음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 음식점 ‘나마스테’와 타이 푸드 레스토랑 ‘선 시암 오키드’는 미식가의 입맛을 만족시킬 만한 수준급 요리를 선보인다. 또한 수영장을 중심으로 풀 바를 갖추고 있어 선셋을 보며 칵테일을 종류별로 마실 수 있다. 해 질 무렵, 바다와 연결되는 인피니티 풀에서 수영을 하며 모히토를 주문했다. 수영장과 ‘도니바’가 있는 해변은 선셋 포인트다. 바에 앉아 라이브 연주를 들으며 인도양을 핑크빛으로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본다. 엷은 오렌지빛에서 시작해 핑크빛에서 선홍빛으로 퍼지는 석양은 마법 같은 시간을 선사한다.
올후벨리는 아름다운 라군뿐 아니라 훌륭한 수중 환경으로도 유명하다. 라군과 바다가 경계를 이룬 하우스리프는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기에 완벽하다. 3일째 되는 날, 스노클링에 도전하기로 한다. 오전 내내 햇빛이 투과되어 반짝이는 물속에서 형형색색의 열대어들과 함께 바닷속을 유영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액티브한 수중 체험을 하고 싶다면 보트를 타고 심해로 나가도 좋다. 보트를 타고 낚시를 하는 피싱 크루즈, 상어를 보는 상어 스노클링, 바다에서 석양을 보는 선셋 크루즈 그리고 각종 무동력 해양 스포츠 등 청청 바다를 즐기는 다양한 익스커션이 준비되어 있다. 저녁 식사를 위해 선셋 레스토랑을 찾으면 부두에서 아름답게 유영하는 만타레이를 만날 수 있다. 여섯 마리의 거대한 만타레이가 수정처럼 맑은 바닷물에서 마치 거대한 새가 물 위를 날아다니듯 우아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바와 레스토랑 이름이 익숙해지고 수영장, 스파, 클리닉의 위치를 섭렵할 즈음 몰디브를 떠날 시간이 가까워졌음을 깨닫는다. 올후벨리섬을 떠나는 날, 하얀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 열댓 명이 부둣가에서 박수를 치며 떠나는 여행객들을 환송했다. 규칙적인 박수와 함께 ‘안녕’ 작별 인사를 보내는 손짓을 보트가 섬에서 멀어질 때까지 바라본다. 몰디브에서 보낸 한 편의 영화 같은 휴가는 그렇게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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