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를 예술로 만드는 사람들 - 헤이트래블 - hey!Travel

  • written by RYU JIN
  • PHOTOGRAPHY by JANG EUNJU

LA를 예술로 만드는 사람들

Artists of LA

LA는 어떻게 세계적인 예술 도시로 우뚝 섰을까? 이 도시의 지금을 만드는 예술가와 기획자, 큐레이터들을 만나 답을 찾았다.
  • written by RYU JIN
  • PHOTOGRAPHY by JANG EUNJU
2024년 05월 08일

Brewery artists Complex

양조장의 예술가들

“LA의 한 양조장 지구에 예술가 500여 명이 모여 산대요.” 관광청의 홍보 디렉터에게 이 얘기를 들었을 때 0이 하나 잘못 붙은 거라고 단정했다. 사우스 애비뉴 21가 근처에 자리한 브루어리 아트 콤플렉스(Brewery Arts Complex)로 들어가면서 슬슬 500이란 숫자가 진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십수 채의 건물과 집, 창고, 정원, 놀이터를 지나 오로지 우리를 만나기 위해 광장에 모인 스물 몇 명의 예술가들과 마주쳤을 때 사실 확인을 한 번 더 하지 않은 나 자신을 책망했다. 한국에서 온 매거진 팀을 만나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낸 그들은 신인이나 예술 학도가 아니라 전부 궤도에 들어섰거나 일가를 이룬 예술가들이었다.
“이곳은 원래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모인 동네였어요. 여기 보이는 건물들은 거의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장소예요. 1977년쯤 팹스트 블루 리본 브루어리(Pabst Blue Ribbon Brewery)가 마지막으로 문을 닫으면서 한동안 주거권이 없는 이들이 무단 점거하기도 했죠. 1982년 로스앤젤레스 시의 주도로 예술가 입주 규정이 통과되면서 예술가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갑갑한 아파트나 머나먼 외곽 지역의 외딴 창고가 아닌 도시에서 높고 넓은 산업용 공간을 작업실과 주거 공간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은 꽤 매혹적인 조건이거든요. 그렇게 세계 최대의 아트 콤플렉스, 아티스트 커뮤니티가 탄생했습니다.” 브루어리 아티스트 로프트에 둥지를 튼 예술가의 활동과 홍보를 지원하는 브루어리 아트 협회의 디렉터 니콜라의 말이다.
16에이커 부지 위, 310개 로프트에 사는 예술가들을 만나고 싶다면 1년에 두 번 ‘브루어리 아트워크(Brewery Art Walk)’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오픈 하우스를 찾을 것. 미술, 사진, 음악, 패션, 디자인, 건축, 퍼포먼스, 일러스트 등 다채로운 장르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작업과 공간을 만날 기회다. “봄가을에 열리는 아트워크는 좋아하는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새로운 작품을 발견하고 아티스트들의 작업 공간을 구경할 수 있는 행사예요. 하루 1만~1만 5천여 명의 방문객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높죠. 협업이나 작품 구매 등 특별한 용건이 있을 땐 브루어리 아트워크 홈페이지에서 아티스트 리스트를 확인하고 직접 연락해 스튜디오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술, 영화, 음악, 패션 등 창의적인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이 그런 목적으로 많이 찾아와요. 여기는 ‘무엇을 원하든 다 찾거나 만들 수 있는 곳’이거든요.”
‘LA에 사는 예술가와 만나 대화 나누기’를 원하는 내 앞엔 여전히 20여 명의 예술가들이 서 있다. 그중 각기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와 작품으로 손을 내민 네 사람의 작업실을 찾았다.

안드레 미리폴스키 Andre Miripolsky
(화가,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LA에서 나고 자랐나요? 파리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 태국, 이란, 인도네시아, 한국에서 18년간 살았고 1969년에 LA로 왔어요. 정착할 곳으로 뉴욕과 견주다가 캘리포니아의 따뜻한 해를 누리며 살기로 결정했고, 그 뒤로 쭉 LA에서 살고 있습니다. 작업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스스로를 ‘멀티미디어 아티스트’라고 정의합니다. 나의 생각, 감성을 다양한 플랫폼에 담아내고 있어요. 추상표현주의 화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일찌감치 실험적 예술을 접했고 특히 팝 아트에 매료됐죠. 그래서 유쾌하고 다채로우며 웃기고 즐거운 예술을 추구합니다. 팝, 색채, 유머, 단어 등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해 모든 물질과 소재를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LA 로컬이 좋아하는 시티 로고이자 슬로건 가 당신의 대표작인가요? 저는 1980년부터 엘튼 존, 롤링 스톤스, 퀸시 존스 등의 뮤지션과 함께 작업했고 마텔 사의 ‘아티스트 바비’ 디자인, 앱솔루트 보드카의 광고 캠페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도시 LA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가능한 경험이었죠. 는 제가 지난 50년 동안 탐구해왔던 주제와 표현 방식 그리고 LA의 빛, 화려함, 할리우드 문화 등에서 받은 영감과 영향이 응축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내가 사랑하는 도시와 함께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쁘고 아티스트로서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아트 공동체 안에서 작업하는 것이 당신에게 어떤 영감을 주나요? 예술가들! 그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 커뮤니티의 지지와 격려, 창의적 에너지가 넘치는 공간에서 작업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고무시킵니다.


틸 해서웨이 Teale Hatheway
(화가, 설치미술가)

언제, 왜 이 거대한 예술 단지에 들어오게 됐나요? 학부 시절 친구의 친구가 이곳에서 작업을 했어요. 불을 뿜는 로봇을 만들어 공연하는 예술가 집단이었죠. 그들의 위험하면서도 흥미로운 퍼포먼스를 보며 여기가 내가 본 곳 중 가장 멋진 공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술적 난장판을 만들 수 있는 완벽한 장소로요! 당신이 그린 아름다운 패턴과 드로잉은 난장판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요? 맞아요. 저는 학생 때부터 아름다운 것, 장인정신에 탐닉해왔습니다. 특히 LA의 오래된 건축물들, 그 건축을 독특하게 만드는 장식들을 좋아해요. 제 가족은 5대에 걸쳐 LA에 살고 있고, 그래서 과거와 연결되는 것이 곧 나의 일부를 찾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옛 건축물의 인테리어, 외관, 장식, 가로등을 표현하는 작업을 통해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모든 곳에 영혼의 흔적을 남긴다고 믿어요. 어떤 공간에 머물거나 지나갈 때 그곳에 남겨지는 기억과 경험이 분명히 있거든요. 그래서 그 영혼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오래된 건물의 이야기를 패턴, 색 등과 같은 시각적 언어로 표현하죠. 제 작품을 접한 이들이 디지털 세계에 꼽았던 플러그를 빼버리고 주변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다고 얘기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이 오래된 양조장을 개조한 스튜디오에선 어떤 영감을 얻었나요? 작업이든 일상생활에서든 이웃들이 뭘 하는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배울 게 참 많아요. 작품에 대한 얘기부터 도구, 집 꾸미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일이 정말 즐겁습니다. 제 작업과 완전히 다른, 대조적인 세계의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들을 보며 영감을 받기도 하고요!


데이브 레프너 Dave Lefner
(판화가)

벽에 걸린 작품뿐 아니라 작업실도 예술이네요. 어떤 작업을 하나요? 손으로 조각하는 라이노컷(19세기 중반에 발명된 판화 기법으로 목판화와 목각의 중간에 해당하는 부조 판화)이 저의 주요 표현 방식입니다. 학부 시절 도서관에서 1950년대 피카소의 리덕션 라이노컷 시리즈를 본 후 창의성과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공예로서의 판화가 합쳐진 이 장르에 완전히 매료됐죠. 그 발견이 지금의 작업 세계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작품 속에 보이는 간판이나 자동차는 LA의 풍경을 담은 것인가요? 저는 LA에서 나고 자라서 남부 캘리포니아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요. 서부 특유의 독특한 건축물, 미드-센추리(Mid-century) 시대의 도시 풍경과 자동차 등에서 영감을 받는데, 특히 오래 자리를 지켜온 옛 가게들과 간판을 좋아합니다. 점점 사라져가는 황금시대의 흔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지금 시대로 가져오는 것, 그 시절의 향수를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 제 작업의 핵심이에요. 이 공간에 쌓인 당신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브루어리 아트워크에서 이 로프트를 발견하고 첫눈에 사랑에 빠졌습니다. ‘여기에서 살아야겠다’고 결정하고 한 달 뒤에 입주해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고 있죠. 2층은 편안한 거주 공간으로 꾸며 아내와 함께 지내는데 우리 둘 다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310개 로프트에서 500여 명의 예술가들이 사는 창조적인 커뮤니티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은 아티스트에겐 꿈같은 일 아닐까요?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영감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알렉스 첸 Alex Qian
(포토그래퍼)

브루어리 아티스트 로프트를 어떻게 발견했어요? LA에 온 지 3년 정도밖에 안 되어서 이곳을 아예 몰랐어요. 사진가 친구 둘이 여기에 살아서 방문했었는데 보자마자 정말 멋진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친구에게 어떻게 하면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지 물었고 정말 운 좋게 지금의 작업실을 얻었어요. 어떤 걸 찍나요? 여행하며 찍은 사진 안에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저는 시카고 출신이고, 그래서 도시의 장면들에 아주 익숙해요.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 작은 골목들, 시티와 랜드스케이프 등을 포착해 다양한 미디어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공간이 당신과 작업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은 것 같아요. 이곳에 원하는 창작 환경과 문화가 다 있거든요. 특히 수십 년 동안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네트워킹에서 큰 영감을 받고 있습니다. 아티스트로서 진정성을 갖고 성장하려면 제가 할 수 없는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가진 다른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어요. 이 공간을 나눠 쓰는 사진가 토미는 저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사진을 찍는데, 그와 제 작업을 결합하는 시도를 통해 꽤 독특한 세계를 창출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모든 게 이곳에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Painter & Docent

미술 읽어주는 화가

레스터 몬존 Lester Monzon
(화가, 도슨트)

레스터 몬존은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24년 전 LA로 이주했고 아트 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Art Center College of Design)에서 미술을 공부했으며, 샌디에이고 현대미술관 영구 소장작 목록에 이름을 올린 작가다. 더 브로드에서 도슨트로 만난 그가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이며, 오늘 이 미술관의 놀라운 작품들을 여러분에게 알려줄 도슨트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을 때, 명찰에 적힌 그의 이름을 재빨리 검색창에 입력해 알게 된 사실이다. 내가 제프 쿤스의 설치작 앞에서 인증 사진이나 찍을 요량으로 그의 정체를 찾아보지 않았다면 ‘LA에서 아티스트로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귀한 기회가 날아갔을 것이다. 나흘 후 그와 다운타운의 한 카페에서 만나 나눈 대화가 LA의 잘나가는 미술관에 방문해 모네, 마네, 고흐의 작품 앞에 선 경험보다 더 뜻깊었다.

뉴욕에서 LA로 온 이유가 궁금해요. 이곳은 미국에서 갤러리와 미술관이 가장 많은 도시예요. 아티스트뿐 아니라 큐레이터, 갤러리스트 등 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죠. 전에는 뉴욕이 그런 도시였다면 지금은 LA가 그 타이틀을 가져왔다고 생각해요. 1980년대에 뉴욕이 아트 인프라로 독보적 위치에 있었을 때 LA는 조용히, 조금씩 시스템을 만들고 콘텐츠를 채우며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그리고 요즘 끓는점에 도달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거고요. 이런 환경 안에 나를 던지고, 내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나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 무대라고 생각했죠. 당신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세요. 저는 수학적 그래프와 패턴을 그린 후 그 위에 오일이나 아크릴을 이용해 비정형으로 자유롭게 덧칠하거나 지웁니다. 비평가들은 그 행위를 ‘그림의 영역을 파괴하고 재건한다’고 표현하기도 하죠. 이 작업은 결국 양면성에 대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구조화, 정형화된 사회의 틀 안에서 자유와 정신적인 해방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이 도시가 작업에 준 영향이 있나요? 물론이죠. LA는 고도화된 시스템을 갖춘, 정형의 대도시예요. 그런데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상치 않게 나타나는 자유분방한 문화와 비정형의 바이브가 넘치죠. 실제로 거리 곳곳에 태그된 그라피티와 벽화에서 제 작품의 의도적 덧칠과 삭제 과정에 대한 영감을 얻었어요. LA에서 꼭 해봐야 할 예술적 경험이 있다면 뭘까요? 억만장자의 컬렉션을 만날 수 있는 대형 미술관부터 알려지지 않은 동네의 이름 없는 작은 갤러리까지 극과 극 사이의 스펙트럼 안에서 자유롭게 방황하며 취향을 발견해보세요. 예전의 LA가 모퉁이를 돌면 영화배우가 나타나는 도시였다면 지금은 예술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에서 예술과 예술가를 마주할지 모르죠. 저는 그런 낭만을 좇아 LA로 왔어요. 이제 당신이 그 낭만을 누릴 차례예요.


Music Curator

음악을 보여주는 큐레이터

켈시 고엘즈 Kelsy Goelz
(그래미 뮤지엄 큐레이터)

LA 앞에 ‘음악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타당할까? 캘리포니아 사운드와 웨스트코스트 힙합, LA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대중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드, 이 도시에서 커리어의 꽃을 피운 아리아나 그란데, 레이디 가가, 빌리 아일리시와 브루노 마스 같은 이름들이 ‘그렇다’의 근거가 되어준다. LA와 전 세계의 음악 신을 관찰하는 그래미 뮤지엄 큐레이터, 켈시 고엘즈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물었다.

지금 LA의 음악 신을 관통하는 트렌드,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많은 단어 중 ‘실험적’이라는 말을 고르고 싶어요. LA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은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창조하는 예술가들이죠. 그들은 음악 산업의 관행을 깨뜨리고 대중이 어떤 장르에 거는 기대에서 과감히 벗어나는 것을 즐깁니다. 저는 이 과감하고 새로운 시도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듣는 일을 정말 좋아해요. 이 도시의 음악적 자산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두말 할 것 없이 ‘다양성’이죠. 전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취향·환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인 만큼 음악에도 그 특성이 반영돼요. 유수의 재즈 클럽, 마리아치 밴드, 국제적으로 명성 높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부터 누군가의 뒷마당에서 개최되는 음악 공연까지 매우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이 LA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 음악적 다양성과 스펙트럼 안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요? 물론 그래미 뮤지엄이죠! 이곳은 음악의 모든 측면을 탐구하고 기념할 수 있는 대화형 공간이에요. 예를 들면 ‘힙합 아메리카: 믹스테이프 전시회’라는 기획전에선 랩, 디제잉, 루핑, 샘플링 스테이션 등을 경험해볼 수 있어요. 지금 전시 중인 샤키라의 히트곡을 믹싱하거나 자기만의 ‘춤’을 틱톡으로 촬영해볼 수 있는 공간도 있고요. 그래미 뮤지엄 바깥에선요? 할리우드 팔라듐(Hollywood Palladium), 트루바두르(the Troubadour), 할리우드 볼(Hollywood Bowl) 같은 공연장에서 열리는 콘서트 관람을 놓치지 마세요. 무수한 히트 음반이 탄생한 캐피틀 레코드, 제가 본 곳 중 가장 크고 가장 근사한 컬렉션을 갖춘 레코드숍 아메바 뮤직같은 공간을 찾아다니는 것도 흥미로울 거예요.


Art Administrator

라틴 컬처의 수호자

레티시아 버클리 Leticia Buckley
(라 플라자 드 컬투라 이 아르테스 CEO)

LA의 역사·문화·예술에 제대로 접근하고 싶다면 그중 무려 50% 이상을 차지하는 라티노의 자취를 쫓을 필요가 있다. LA에서 가장 큰 라틴 커뮤니티 허브, 라 플라자 컬투라 이 아르테스(La Plaza de Cultura y Artes, 이하 라 플라자)를 이끄는 수장 레티시아 버클리를 만난 이유다.

라 플라자는 어떤 곳인가요? 라틴계의 역사·문화·예술을 아카이빙하는 비영리단체이자 스미소니언 산하 박물관이에요. 쉽게 말해 LA와 남부 캘리포니아에 사는 라틴계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기록하는 커뮤니티 허브이자 공간입니다. 전시를 기반으로 라틴 댄스, 멕시칸 요리 교실 등의 체험 프로그램, 워크숍과 교육 등의 콘텐츠를 만들어 사람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의 문화·예술계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나라 출신의 아티스트와 작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형 미술관에서 라틴계 예술가의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OTT 플랫폼에선 한국 작품이 큰 사랑을 받고 있죠. 이런 흐름에 동의하나요? 요즘 더 주목받고 있는 까닭이 예전보다 지금 더 잘해서일까요? 아니에요. 우리는 늘 좋은 문화와 예술의 소산을 만들어왔어요. 다만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 여기에 있다는 걸 사람들이 이제야 인식하기 시작한 거죠. LA에서 라틴 문화유산을 제대로 경험해보고 싶다면 뭘 해야 할까요? 우선 LACMA에서 올해 7월까지 열리는 주디 바카(Judy Bacca)의 전시를 놓치지 마세요. 멕시칸의 고유한 예술 영역인 치카노 운동을 이끈 활동가이자 아티스트죠. 이 공간이 들어선 올베라 거리는 ‘LA의 발상지’로 불리는 길이에요. 마켓 플레이스에서 타코를 맛보고 마리아치 음악을 들으며 ‘올드 로스앤젤레스’의 정수를 경험해도 좋겠죠. 라틴계뿐 아니라 이 도시엔 한국, 캄보디아, 중국 등 다양한 나라의 커뮤니티와 네이버후드가 있습니다. LA를 여행한다는 건 한 도시가 아니라 전 세계를, 세계 곳곳의 문화와 예술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사실을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