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키 루 Becky Lu | 예술가, 문화 연구원
사이공 출신인가요? 저는 영국에서 태어난 베트남계 중국인이에요. 부모님과 가족이 이 도시에서 나고 자랐죠. 그래서 베트남에서의 삶을 경험하고 싶었고, 내 가족의 모국에 대해 깊이 알고 싶었어요. 그러다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서 5년 전에 사이공으로 왔습니다. 5년 동안 당신이 발견한 이 도시의 매력은 뭔가요? 기발하고 다채롭고 섞여 있고 열려 있다는 것! 이곳엔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 등 대조적인 개념이 한 장면에 나란히 존재하며 교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주 오래된 주공 아파트 안에서 최신 유행을 따르는 부티크나 카페, 예술가의 스튜디오가 나타나는 식이죠. 처음엔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관찰하듯 가만히 지켜보면 사이공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될 거예요. 어디에서 뭘 하면 ‘사이공다움’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가능하면 많은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이 사이공을 통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각 군마다 특정한 문화권, 개성, 여러 세대에 걸쳐 내려온 유산 등 고유함을 갖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요? 5군으로 불리는 쩌런(Chợ Lớn)은 중국과 베트남 문화가 섞여 탄생한 독특한 문화, 건축, 음식을 만날 수 있는 동네예요. 제가 살고 있는 4군은 미로처럼 얽힌 골목을 걸으며 사적 공간과 공공 공간의 경계가 흐릿한 집들, 그 안에서 여러 세대가 일상을 공유하는 베트남 특유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곳이죠. 중심지를 벗어나 도시 곳곳에서 이 모든 ‘다름’들을 발견해보세요.
아그니에슈카 키에이제비치 Agnieszka Kiejzewicz | 작가, 문화·예술·영화 평론가
언제, 왜 사이공에 왔나요? 2년 전, 왕립 멜버른 공과대학교(RMIT) 호찌민 분교에서 영화와 뉴미디어를 가르치기 위해서요. 오기 전 이 도시에 대한 기대가 있었나요? 인터넷에서 처음 호찌민을 검색했을 땐 ‘첫 주에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주 오래되거나 잘못된 정보를 본 거죠. 사실 (제가 사는) 폴란드에선 베트남에 대한 인식이 1970년대에 멈춰 있거든요. 당신의 직장 동료이자 나의 친구가 “사이공은 ‘사이버펑키시(cyberpunkish)’한 도시”라고 했을 때 그 정의가 인상 깊었거든요. 그게 당신이 한 말이란 얘기를 듣고 오늘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했죠. 사전적 정의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한 말 같은데, 무슨 뜻인가요? 어떤 장면으로 설명해줄게요. 엄청나게 높은 고층 빌딩 사이에서 뜬금없이 모터바이크에 닭이나 개를 태우고 질주하는 사람이 나타나고, 고급스러운 부티크, 파인다이닝이 모인 거리에서 새로 산 변기를 머리에 이고 걷는 사람을 맞닥뜨릴 수 있는 곳. 호찌민에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끊임없이 나타나는데, 그 혼돈이 주는 에너지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사랑하긴 힘들지만 감탄하며 바라볼 수 있는 도시. 누구에게 이 도시를 권하고 싶나요? 질서 정연하고 안정적이며 잘 조직된 것을 선호한다면 이곳에 오지 마세요. 호찌민은 새로운 발견을 좋아하고 두려움이 없는 사람, 겁이 나더라도 도전하길 주저하지 않는 사람에게 문을 활짝 여는 도시예요.
호앙 브엉 자 바오 Hoàng Vương Gia Bảo | 대학생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주세요. 패션을 전공하는 대학생이에요. 이 도시에서 나고 자랐고요. 요즘 사이공 MZ의 취향이 궁금해요. 친구들이랑 어디에서 뭐 하고 놀아요? 당연히 1군이죠. 숨겨진 바나 클럽을 찾아다니길 좋아해요. ‘LOCO Complex’, ‘Merley ISG’가 음악도 좋고 분위기도 힙해 로컬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요. 낮에는 카페에 가거나 요즘 유행하는 길거리 간식인 어묵볶음, 버블티 같은 걸 사서 공원에 앉아 놀기도 하고요. ‘사이공은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변화·성장하고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나요? 네. 근 몇 년 전부터 아주 높은 빌딩들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제일 좋은 건 글로벌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매장을 이 도시에서 거의 다 만날 수 있다는 거예요. 이 도시에서의 삶에 만족해요? 저랑 아주 잘 맞는 도시라고 생각해요. 특히 아침이든 밤이든 언제 나와도 왁자지껄하고 활기찬 분위기! 무엇보다 옛날 것이 많았던 이 도시가 현대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시시각각 경험하는 일이 제겐 가장 흥미로워요.
보 칸 주이 Vo Khan Duy | 호텔리어
사이공이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도시라는 사실을 체감하나요? 네. 특히 최근 3년 동안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엄청나게 바뀌었죠. 제가 일하고 있는 호텔 업계는 물론이고 IT 산업, 패션, 커피 같은 분야에서 그 변화가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저는 무수한 로컬 브랜드 숍이 특히 인상 깊었어요. 사이공이 이렇게 패션을 사랑하는 도시였나요? 베트남의 패션 신은 아주 다이내믹하게 성장하고 있어요. 아리아나 그란데, 비욘세 같은 슈퍼스타와 컬래버레이션한 럭셔리 브랜드부터 MZ들이 좋아하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층이 다양해요. 소위 ‘뜨는 도시’들은 급성장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각각 다른 개성을 갖고 있기도 해요. 사이공만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누군가는 이 도시가 뒤죽박죽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는 사이공이 스텝 바이 스텝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한 단계가 완성되면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시스템. 그래서 느리지만, 대신 지켜야 할 것을 비교적 잘 지킬 수 있고 완성도도 높죠. 그래서 사이공의 젊은 세대들이 ‘옛것’에 관심이 많은 걸까요? 맞아요. 예를 들면 베트남의 남성용 아오자이를 아오태(Áo the) 혹은 아오검(Áo gấm)이라고 부르는데 그 옷을 모던하게 재해석하는 브랜드가 있어요. 여성용 아오자이에 비해 덜 알려진 아오태를 베트남뿐 아니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커뮤니티들도 있고요. 개인적으론 어떤 ‘옛것’을 좋아해요? 1~2년 안에 사라지는 것이 많은 트렌디한 동네보단 수십 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킨 장소가 많은 5군을 즐겨 가요. 이 도시의 새로운 변화도 기대가 되지만 제자리를 지키는 것이 있다는 게 좋아요.
보 티 주이 프엉 Võ Thị Duy Phương | 트래블 에이전시 마케터
이곳 토박이인가요? 베트남 중부 출신이고 일자리를 찾아 이 도시에 온 지 올해로 12년이 됐어요. 변화를 지켜보기에 아주 충분한 시간이네요. 맞아요. 엄청나게 변했죠. 인구수, 일자리, 사회간접시설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숫자가 급속도로 팽창했어요. 개인적으로 실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뭔가요? 예전의 사이공은 경제에 치중된 도시, 즉 돈 버는 도시에 가까웠어요. 지금은 즐길 것도 많은 도시가 됐죠. 이제 사이공에서도 ‘일과 삶의 균형’을 가질 수 있게 됐어요. 삶을 즐기고 싶을 때 뭘 하나요? 새로운 음식을 경험하는 걸 좋아해요. 요즘엔 베트남의 식재료를 써서 지역화한 음식들을 찾아다니는 재미에 빠졌어요. 예를 들면 베트남 전통주와 쌀국수 재료로 구현한 칵테일, 개성 넘치는 수제 맥주, 느억맘 소스로 만든 젤라토 아이스크림 같은 것. 사이공은 섞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옛것과 새것, 우리 것과 남의 것, 과거와 현재 등이 뒤섞인 걸 좋아하고,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껴요. 이 격변 속에서 꼭 지키고 싶은 게 있다면요? 통일되기 전에 지어진 건축물들. 고층 빌딩을 세우려고 다 밀어버리지 않으면 좋겠어요. 그 안에서 대를 이어가며 오랜 세월 살아온 사이공 사람들의 삶이 지켜지길 바라요.
타이 장 Thai Dang | 96B 카페 & 로스터리 대표
전 세계에서 커피 생산량이 두 번째로 많은 나라에서 커피 얘기를 빼놓을 수 없죠. 당신은 사이공의 커피 신에서 어떤 일을 하나요? 96B 카페 & 로스터리에서 베트남의 고품질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하고 있어요. 그 원두와 베트남의 커피 신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도 하고 있고요. 실제로 사이공 사람들이 스페셜티 커피를 얼마나 즐기는지 궁금해요. 96B가 처음 문 연 2017년 정도만 하더라도 ‘풀 오버’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자신의 원두, 드립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죠. 약 80% 이상 성장한 것 같아요. 무엇보다 여긴 산지라는 강점이 있잖아요. 커피 산업의 잠재력을 기대하고 있나요?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96B와 함께 일하는 서른 명의 생산자들은 원두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세계 커피 신의 동향까지 잘 알고 있는 젊은 농부들입니다.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죠. 또 96B를 함께 운영하는 하나와 저처럼 베트남의 스페셜티 커피를 전문성을 갖고 소개하는 로스터리 파운더, 바리스타와 로스터가 급증하고 있고요. ‘베트남 커피’는 지금 아주 흥미진진한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어요. 사이공에서 해야 할 ‘커피 경험’을 추천해주세요. 모든 단계의 커피 문화를 즐겨보세요. 길거리에서 전통적인 방식의 옛날 커피를 마셔보고, 트렌디한 인테리어를 가진 인기 카페를 찾거나 수준 높은 베이커리와 함께 즐기는 것도 좋아요. 마지막으로 각기 다른 테크닉과 노하우를 가진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의 공간을 찾아 커피 원두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보는 것을 추천해요. 좀 더 깊이 있는 경험을 원한다면 그런 워크숍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곳을 통해 산지를 찾아가볼 수도 있죠. 사이공은 말 그대로 모든 커피 경험을 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