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
마카모디 대표
김미나

경주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당시엔 경주를 벗어나 타지로 대학을 가는 게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졌죠. 저 역시 디자인을 전공하고 서울과 경기도에서 지내다가 우연히 본 여행기에 이끌려 인도로 배낭여행을 떠났어요. 다람살라 인근에서 NGO 활동도 하고 디자인 일도 하면서 4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타지 생활을 정리하고 경주로 돌아온 후, 제가 처음 한 일은 테이블 하나짜리 작은 인도 커리집이었어요. 그때 경주는 황리단길도 없던 시기로, ‘이제는 안 가는 오래된 수학여행지’란 인식이 강했습니다. 단체 관광객도, 수학여행도 제주도로 다 빠져버렸고, 지진과 메르스까지 겹치면서 시내에는 사람 하나 없이 텅 비어 있었죠. 하지만 전 고분과 유적이란 독보적인 자원을 지닌 경주가 다시 주목받을 것이라 믿었어요. 커리집에 하나둘 모였던 친구들과 함께 ‘재밌는 걸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2014년에 시작한 마카모디 플리마켓을 발판으로 지금은 경주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모으는 커뮤니티가 되었습니다.
최근 경주 시내엔 재미있는 독립 상점이나 편집숍같은 감각적인 공간이 계속 생겨나고 있어요. 도심 속에서도 높은 건물 대신 푸릇푸릇한 자연이 먼저 보이기도 하고요. 조금만 시내를 벗어나면 멋진 산과 바다를 만날 수도 있죠. 이런 점이 도시와 지역을 오가면서 사는 ‘오도이촌(五都二村)’ 스타일을 추구하는 저와 딱 맞습니다. 사람들의 속도도 느긋해서 마음이 편해요. 월성지구와 경주 원도심을 산책하는 걸 좋아하는데, 오래된 기억이 올라와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어요.
독립책방 너른벽 대표
박슬기

광주광역시 출신이지만, 스무 살 이후부터는 서울과 경기도에서 지냈어요.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에는 성문화 활동가나 반성매매 활동 등 사회문제 관련 활동을 해왔는데, 경제적인 이유로 서울에서 살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마침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프로그램 ‘가자미 마을’에 지원해 10일 정도 경주 바닷가 마을에서 지내봤어요. 그때 경주 일대를 탐색하며 지역에서의 가능성을 엿보았죠. 곧바로 2023년 원도심에 ‘너른벽’을 열게 되었습니다.
너른벽은 단순한 독립서점이 아니라 여성, 환경, 노동, 이주인권 등 온갖 사회문제와 연대하는 공간이에요. 저는 퀴어, 장애, 페미니즘 등 ‘변방’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책을 큐레이션하죠. 경주는 겉으로 보기엔 보수적이지만, 오히려 이런 지역 정서 때문에 일반 시민 활동가인 저도 시의원이나 공무원과 직접 간담회를 열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곳이에요. 아이러니하고 황당하면서도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죠. 이런 지역사회의 갈증을 해소하고 자기 언어를 찾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과정이 저에게는 가장 큰 재미이자 보람입니다.
저는 경주 공영 자전거인 ‘타신라’를 자주 이용해요. 날이 좋은 날엔 서천둔치를 넓게 돌다 벤치에 앉아 철새를 관찰하거나 돗자리를 펴고 누워 독서를 해요. 매일 고대밀빵을 구워 파는 한옥 카페 ‘누비공방카페혜다’도 추천해요. 근처 ‘도봉서당’과도 가까운데, 빵과 커피를 싸 들고가 고즈넉하게 휴식을 취하기 좋습니다.
배리삼릉공원, 일상차반사 대표
이형진

10년 동안 음료와 관련된 일을 했어요. 차 음료를 배우러 대만에서 지내기도 했고요. 어려서부터 한국적인 아름다움이나, 우리 정서를 품고 있는 동네를 좋아했는데 그런 제게 서울을 떠나 경주에 살게 된 건 행운이었죠. 경주를 선물할 수 있는 기념품들을 선보이는 배리삼릉공원은 2015년에 열었죠. 황리단길이라는 이름은 그 후에 붙여졌고요. 다양하게 경주를 꺼내어 소개하면서, 지역 먹거리들도 기념품으로 선보이고 싶더라고요. 경주에서 만든 차와 지역 원물을 활용해 만들 차들을 선보였고, ‘일상차반사’라는 이름으로 팝업을 진행했어요. 집주인분이 저희 활동을 좋게 봐주시고, 공간 제공을 해주시면서 2024년 정식으로 ‘일상차반사’ 티카페도 오픈했죠. 최근에는 경주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경주야경주 산책 도슨트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곧 출시 예정입니다.
요즘은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에 집중하는 시간을 할애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경주는 명상이나 산책, 슬로 러닝을 하기에 정말 좋은 도시라고 생각해요. 여행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도 많아요. 먼저 ‘계림’을 추천해요. 첨성대 바로 인근이고요, 몇 걸음만으로도 깊은 숲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죠. 시간적 여유가 되신다면, ‘배동 삼릉’도 추천해요. 남산 초입에 있는 곳인데, 김영하작가님이 ‘이런 곳에서 영감을 받는거라고.’ 하셨던 곳이에요.
NATURE & THE OUTDOORS
경주역사유적지구월성지구


신라 천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멈춘 듯한 거대한 야외 박물관. 월성지구는 경주 시내 어디서든 고개를 돌리면 마주하게 되는 부드러운 곡선의 언덕, 고분군이 병풍처럼 감싸안은 곳이다. 그 너른 대지 한가운데에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인 국보 첨성대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화강암을 다듬어 쌓아 올린 유려한 곡선미는 낮에는 단아한 기품을, 밤에는 은은한 조명을 받아 신비로운 오라를 뽐낸다. 첨성대 뒤편으로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신라 김씨의 시조 김알지가 태어났다는 전설이 깃든 숲, 계림(鷄林)이 나타난다. 수령을 가늠하기 힘든 회화나무와 느티나무 고목들이 얽히고설켜 만들어낸 짙은 그늘은 도심 한복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깊고 아늑한 정적을 선사한다.
이곳은 경주 시민과 여행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사색의 공간이다. 흙길을 밟으며 걷다 보면 거대한 고분의 우아한 능선과 첨성대, 그리고 울창한 숲이 하나의 수묵화처럼 어우러진다. 해 질 녘, 노을이 고분의 능선을 황금빛으로 물들일 때 숲 어귀 벤치에 앉아보자. 천년 전 신라의 달밤을 바라보던 시선과 지금의 우리가 교차하는, 시공간을 초월한 묘한 평온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주소 경북 경주시 교동 38-13
삼릉숲

경주 남산의 서쪽 자락, 신라의 신성한 기운이 서린 입구에 들어서면 제멋대로 휘어지고 굽은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군락을 이룬 숲이 나타난다. 마치 수천 마리의 용이 춤을 추듯 꿈틀대는 소나무 줄기 사이로 아침 햇살이 비스듬히 스며들면, 숲은 이내 몽환적인 분위기로 바뀐다. 이곳은 신라 제8대 아달라왕, 제53대 신덕왕, 제54대 경명왕의 무덤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어 ‘삼릉(三陵)’이라 불리는데, 정적인 고분과 역동적인 솔숲의 대비가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배동 삼릉숲 소나무의 아름다움은 사진작가 배병우의 렌즈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고, 소설가 김영하는 이곳을 ‘영감을 얻는 장소’로 꼽기도 했다. 솔향기 그윽한 흙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복잡한 머릿속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정화의 힘을 느낄 수 있다. 가장 추천하는 시간은 새벽녘. 자욱한 안개를 뚫고 빛 내림이 시작되는 순간, 천년의 시간을 지켜온 고분의 침묵과 마주하며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주소 경북 경주시 배동
송대말등대 & 문무대왕릉


경주를 거대한 고분과 유적지가 가득한 내륙 도시로만 기억한다면 반쪽만 아는 것이다. 토함산 터널을 지나 동쪽 끝으로 달리면, 신라의 푸른 역사가 넘실대는 감포 바다가 펼쳐진다. 그 시작점에 ‘소나무 숲 끝자락’이라는 뜻을 가진 송대말(松臺末) 등대가 있다. 이름 그대로 200~300년 된 해송(海松)이 기암괴석 위로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그 끝에서 하얀 등대가 망망대해를 굽어본다. 이곳의 등대는 독특하게도 감은사지 3층 석탑을 형상화해 바다 위에서도 우아한 신라의 미학을 엿볼 수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세계 유일의 수중 능인 문무대왕릉이 나타난다. 삼국통일의 대업을 완수한 제30대 문무왕은 “죽어서도 용이 되어 왜구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차가운 바닷속에 잠들기를 자처했다. 궂은 날씨에 해무가 피어오르면, 파도에 부서지는 하얀 포말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답답한 속을 뚫어주는 송대말등대의 바람과 묵직한 울림을 주는 문무대왕릉의 파도, 이 두 곳은 경주의 바다가 품은 서사시의 절정이다.
주소 경북 경주시 감포읍 척사길 18-94 (송대말등대),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 봉길리 30-1 (문무대왕릉)
Eat & Drink
커피 플레이스

경주에서 가장 맛있는 카페를 물었을 때, 만나는 사람마다 입을 모아 커피 플레이스를 추천했다. 이곳은 2010년부터 매일 아침 8시, 경주의 아침을 열어온 카페다. “커피 한 잔으로 세상을 구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누군가의 오늘 하루는 안녕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매일 원두를 볶고 커피를 내린다”는 정동욱 대표의 단단한 철학 위에 세워진 로컬 브랜드다. 이른 시간에 문을 여는 이유는 여행객이 아닌, 출근길에 커피 한 잔이 절실한 지역 주민들의 일상에 스며들기 위함이다. 가격 또한 놀라울 정도로 합리적이다. 3000원대의 커피 가격에는 ‘매일 마셔도 부담 없는 데일리 커피’여야 한다는 대표의 고집이 담겨 있다.
커피 플레이스에서 꼭 맛봐야 할 시그너처 메뉴는 단연 ‘직원용 라테’다. 바쁜 직원들이 적은 양의 우유에 에스프레소를 진하게 내려 한입에 털어 넣던 것에서 시작된 이 메뉴는, 이제 이곳을 찾는 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일반 라테보다 진하고 고소하며, 얼음 없이 차가운 우유와 뜨거운 에스프레소가 층을 이룬다. 공간은 미니멀하다. 넓은 테이블 대신 바(bar) 형태의 좌석이 주를 이루는데, 이는 눈앞에서 내려지는 커피의 향과 맛,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봉황대(鳳凰臺)의 고요한 풍경에 오롯이 집중하게 한다.
주소 경북 경주시 중앙로 18 영업시간 8:00~18:00
인스타그램 jeongdonguk_
브래드 몬스터

경주에서 만나는 이들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 가장 맛있는 빵집으로 손꼽는 곳, 바로 브래드 몬스터다. 요란한 마케팅이나 시선을 끄는 화려한 인테리어 하나 없지만, 현지인들의 이 단호한 추천이야말로 오직 ‘기본에 충실한 맛’으로 승부하는 이곳의 뚝심을 가장 명확하게 증명한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황리단길 메인 거리에서 살짝 벗어난 골목에선 아침부터 고소한 빵 냄새가 진동했다. 갓 구운 빵을 사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서두르는 ‘빵지순례자’들과 동네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진짜 빵을 위한 공간이다.
문을 열면 쇼케이스에 가득한 먹음직스러운 갈색빛의 빵이 시선을 압도한다. 이곳의 주력 메뉴는 천연 발효종을 사용해 장시간 저온 숙성시킨 유럽식 식사빵이다. 설탕, 버터, 첨가제를 넣지 않아 속이 편안한 캉파뉴와 치아바타는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과 구수한 풍미가 배어 나온다. 특히 무화과나 베리류가 아낌없이 들어간 베리베리 캉파뉴와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올리브 치아바타는 늦게 가면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 점심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인기 메뉴는 자취를 감추기 일쑤니 서두르자.
주소 경북 경주시 원효로 85 1층
영업시간 10:00~18:00 (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 매주 일 휴무)
인스타그램 breadmonster_gyeongju
프렙


경주의 거대한 고분, 봉황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곳에 바(bar) 프렙이 자리한다. 10년 넘게 서울에서 바텐더로 일하던 박조아 대표는 경주가 좋아 수시로 여행을 오다가 2021년 겨울 아예 이곳에 짐을 풀었다. 오직 “능이 보이는 자리여야 한다”는 확고한 기준으로 6개월 넘게 비어 있는 공간을 찾아다녔다. 덕분에 오후 4시부터 창가 가득 고분의 푸른 능선과 햇살이 쏟아지는 독보적인 뷰를 즐길 수 있다.
검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외관의 무거운 이미지와 달리 낮고 편안한 의자와 따뜻한 공기가 맞이한다. 시그너처 칵테일은 경주의 정체성을 담은 메뉴다. 경주 전통주 대몽제를 베이스로 계피, 오미자, 귤을 더하고 금관이나 첨성대 같은 문화재 그림을 거품 위에 띄워 내는 칵테일 ‘경주’, 솔향 가득한 전통주 담솔에 쑥과 크림을 섞고 마지막에 참기름을 떨어뜨려 고소한 풍미를 살린 ‘송편’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위스키와 칵테일뿐 아니라, 술과 곁들이기 좋은 미식 메뉴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진하게 끓여낸 ‘화이트 라구 파스타’와 신선한 ‘경주 한우 타르타르’는 이곳의 대표 메뉴로, 미식가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자자하다. 박 대표는 “낯선 여행지에서 용기 내어 문을 열고 들어온 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며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해주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소 경북 경주시 원효로 97 1층
영업시간 월·목·일 16:00~24:00 (수·금·토 16:00~2:00, 매주 화 휴무)
인스타그램 bar.prep
경주 원조콩국

경주의 아침을 여는 가장 따뜻한 장소를 꼽으라면 단연 원조콩국이다. 흔히 ‘콩국’이라고 하면 여름철 얼음을 동동 띄운 차가운 국수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곳의 콩국은 결이 완전히 다르다. 쌀쌀한 새벽 공기를 뚫고 가게 문을 열면, 콩 삶는 구수한 냄새와 뽀얀 수증기가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안는다. 1950년대부터 시작되어 반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경주 사람들의 허기진 속을 달래온, 말 그대로 ‘영혼의 수프’를 판매한다. 투박한 그릇에 담겨 나오는 것은 따뜻하고 걸쭉한 콩물이다. 메뉴는 재료의 조합에 따라 1번, 2번, 3번으로 나뉘는데 검은깨, 검은콩, 꿀, 혹은 달걀노른자가 더해져 각기 다른 풍미를 낸다. 가장 매력적인 건 콩국 안에 들어가는 잘게 자른 찹쌀 도넛. 처음엔 바삭했던 도넛이 따뜻한 콩물을 한껏 머금어 떡처럼 쫄깃하고 부드럽게 풀어질 때 숟가락으로 푹 떠서 먹으면, 입안 가득 고소함과 달콤함이 퍼진다.
테이블마다 놓인 설탕이나 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 함께 나오는 짭조름한 무말랭이무침을 곁들이면 단맛과 짠맛, 고소한 맛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첨성대와 대릉원이 지척에 있어, 이른 아침 안개 낀 고분군을 산책하고 돌아온 여행자들과 동네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하루의 에너지를 채우는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주소 경북 경주시 첨성로 113
영업시간 5:00~20:00(매주 일 휴무)
ㅎㅎㅎ


간판을 읽는 순간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오는 곳. 황리단길 좁은 골목에 숨겨진 ㅎㅎㅎ는 이름 그대로 유쾌한 웃음과 에너지를 파는 탭룸이자 보틀 숍이다. 황규석 대표는 ‘맥주는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Beer makes me high)’는 슬로건 아래, 탭 테이크오버(Tap Takeover)나 DJ 파티, 시즈널 페스티벌 등 다채로운 축제를 직접 기획하며 조용한 골목을 순식간에 뜨거운 축제의 장으로 변모시키는 ‘문화기획자’이기도 하다. 내부는 세계에서 수집한 150여 종의 크래프트 맥주와 내추럴 와인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곳의 백미는 14개의 탭에서 갓 뽑아내는 신선한 수제 맥주다. 특히 국내 브루어리와 협업해 만든 ‘체흐흐흐리(Che-heu-heu-heu-ry)’ 같은 시그너처 사워 맥주는 상큼하고 톡 쏘는 맛으로 축제의 흥을 돋우기에 제격이다. 경주의 정취와 크래프트 맥주 펍이 주는 활기가 공존해 경주를 찾는 외국인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곁들이기 좋은 수제 소시지나 이국적인 식료품도 다양해 피크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도 인기다. 수시로 열리는 파티나 이벤트 정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되니 미리 체크해보자. 예기치 않게 마주하는 즐거운 축제가 여정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주소 경북 경주시 태종로727번길 23-1 1층
영업시간 16:30~24:00
인스타그램 hhh.054
위드구스토


황리단길의 좁은 골목을 걷다 보면, 기와지붕 아래로 버터와 허브의 향긋한 냄새가 발길을 붙잡는 위드구스토에 닿는다. 구스토(gusto)는 이탈리아어로 맛, 미각, 혹은 열정을 뜻한다. 한옥이라는 가장 한국적인 공간에서, 이름처럼 열정적인 이탈리아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다이닝 비스트로다.
내부는 투박한 서까래와 세련된 현대식 인테리어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통유리창을 통해 쏟아지는 따스한 햇살이 원목 테이블 위로 내려앉으면, 마치 유럽의 어느 시골 마을에 온 듯한 아늑함으로 채워진다. 이곳의 셰프는 화려한 기교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집중한다. 부드러운 달걀 속에 탱글탱글한 새우와 칠리소스가 숨어 있는 ‘새우 치즈 칠리 오믈렛’이나, 진한 크림소스에 두툼한 스테이크를 얹은 ‘스테이크 크림 파스타’는 이곳을 찾는 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메뉴다.
고즈넉한 한옥의 정취 속에서 즐기는 파스타 한 입과 와인 한 모금은 여행의 피로를 잊게 만들 만큼 우아하고 여유롭다.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맛(gusto)’이 주는 순수한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면 이곳만 한 선택지가 없다.
주소 경북 경주시 포석로 1083-2
영업시간 11:00~21:30 (15:30~17:00 브레이크 타임)
인스타그램 withgusto2009
메밀촌옹심이마을


경주의 화려한 핫 플레이스를 뒤로하고, 로컬에게 ‘아무도 모르는 맛집’을 캐물었을 때 나온 곳이 메밀촌옹심이마을이었다. 고속버스터미널 뒷골목에 위치한 주거 단지에 자리한 이곳은 간판부터 소박하기 그지없지만, 점심시간이면 구수한 메밀 향을 따라 온 현지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진한 육수에 감자를 갈아 동그랗게 빚은 ‘옹심이(새알심)’가 풍덩 들어가 있는데, 씹는 순간 입안에서 쫄깃하게 감기며 독보적인 식감을 자랑한다. 툭툭 끊어지는 거친 매력의 메밀 면과 투명하고 쫄깃한 옹심이가 걸쭉한 국물 안에서 어우러지는 조화가 일품이다. 국물은 자극적인 양념 없이 들깨와 메밀 본연의 맛을 살려 심심하면서도 깊은 고소함이 우러난다. 여기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감자전이나 속이 꽉 찬 메밀전병도 곁들여보자. 관광지 여행의 피로가 몰려올 때나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뜨끈한 옹심이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채워지는 든든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주소 경북 경주시 초당길155번길 11
영업시간 10:30~20:00 (15:30~16:30 브레이크 타임, 매주 일 휴무)
Art & Culture
1925감포

경주 동해안 끝자락, 감포항의 짠 내음이 골목으로 스며드는 곳에 100년의 시간을 박제한 듯한 공간이 있다. 1925감포는 1925년에 문을 열어 감포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옛 공중목욕탕 ‘신천탕’을 개조해 만든 카페이자 복합문화공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세월의 때가 묻은 타일이 그대로 남은 탕과 녹슨 수도꼭지, 투박한 글씨로 쓴 ‘남탕’ ‘여탕’ 표지판이 방문객을 1920년대로 단숨에 데려간다. 벽면에 붙은 “물 아껴 쓰시오”라는 빛바랜 경고문과 오래된 요금표는 이곳이 감포 사람들이 서로 등을 밀어주며 온기를 나누던 기억을 아카이빙한 공간임을 나타낸다. 시그너처 메뉴도 감포 바다를 형상화했다. ‘부표 라테’는 아이스크림을 라테 위에 띄워 바다 위에 떠 있는 빨간 부표를 형상화해 시각적으로 위트를 더했고, 송대말등대의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영감을 받은 스파클링 에이드 ‘송대말의 오후’는 청량한 감포 바다의 색과 향을 그대로 담아냈다. 낡은 목조 캐비닛을 테이블 삼아 차가운 음료를 마시다 보면, 뜨거운 탕 속에 몸을 담그고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내던 옛사람들의 안온한 숨결이 겹쳐지며 여정의 피로가 풀린다.
주소 경북 경주시 감포읍 감포안길 15-1
영업시간 9:30~18:00 (매주 수 휴무)
인스타그램 1925gampo
배리삼릉공원

여행이 끝난 뒤 남는 것이 서랍 속의 예쁜 쓰레기여서는 안 된다. 황리단길 메인 거리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배리삼릉공원은 이형진 대표의 이러한 철학이 집약된 공간이다. 경주의 색과 향을 입힌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작품을 큐레이션하는 편집숍에 가깝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먹어서 기억하는 경주’다. 경주의 사계절 풍경을 담은 패키지의 블렌딩 티백이나, 신라의 유물을 위트 있게 재해석한 쿠키 등은 선물 받는 이의 미각까지 즐겁게 한다. 시각적인 즐거움도 놓치지 않는다. 첨성대의 곡선이나 불국사 다보탑의 디테일을 정교하게 살린 마그넷, 지역 작가가 직접 그린 따뜻한 감성의 일러스트 엽서는 그 자체로 작은 작품이다. 엽서 한 장을 골라 벽에 붙여두는 것만으로도 경주에서의 추억을 일상으로 불러들이는 힘이 된다. 배리삼릉공원에선 그런 기념품의 가치를 마주할 수 있다.
주소 경북 경주시 포석로 1095
영업시간 10:00~19:00
인스타그램 baeri3park
오아르미술관


지난해 봄, 경주의 스카이라인에 새로운 예술적 방점이 찍혔다. 대릉원 돌담길 너머, 거대한 고분과 마주 보고 선 오아르미술관이 그 주인공. 건축가 유현준 교수가 설계를 맡아 화제를 모은 이곳은 ‘고분을 품은 미술관’이라는 별칭답게,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프레임이 되어 신라의 시간을 담아낸다. 미술관 이름 ‘오아르(OAR)’는 노를 저어 새로운 예술의 세계로 나아간다는 진취적 의미를 담고 있다.
건축가는 이곳에 ‘네 개의 고분’을 심어두었다. 전면 통유리에 반사되는 고분, 내부의 파노라마 창으로 보이는 고분, 1층 카페의 스테인리스스틸 바에 비친 고분, 그리고 루프톱에서 내려다보는 실제의 고분이 그것이다. 특히 1층 카페에 앉아 있으면 마치 거대한 고분 숲 한가운데 앉아 있는 듯한 초현실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단색화에서 국내외 동시대 회화까지 아우르는 전시 《잠시 더 행복하다(Spoonful More of Happiness)》를 감상한 뒤, 루프톱에 올라 황리단길의 기와지붕 물결과 고분군이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파노라마를 마주해보자. 천년의 시간과 현대의 예술이 데칼코마니처럼 포개지는 순간, 경주라는 도시의 깊이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될 것이다.
주소 경북 경주시 금성로 260-6
영업시간 10:00~19:00 (매주 화 휴관)
인스타그램 oar_museum
서점 북미

복원된 경주읍성 향일문의 웅장한 성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건물 2층,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비밀스러운 아지트 ‘서점 북미(Book-me)’가 있다. ‘책(book)과 나(me)’, 혹은 ‘책의 아름다움(北美)’이라는 중의적인 이름을 가진 이곳은 영화 번역가 출신 주인이 자신의 취향을 듬뿍 담아 꾸민 영화 서적 중심의 독립책방이다. 문을 열면 은은한 조명 아래 대형 서점에서는 만나기 힘든 독립 출판물과 영화 원작 소설, 두툼한 시나리오집, 그리고 희귀한 영화 포스터와 굿즈들이 오밀조밀하게 채워져 있어 영화광들의 심장을 뛰게 한다.
서점 북미의 클라이맥스는 단연 ‘성곽 뷰’다. 커다란 통유리창 너머로 경주읍성의 성곽과 기와지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책을 읽다 무심코 고개를 들면 마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해 질 녘, 성곽에 조명이 켜지고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드는 시간을 놓치지 말자. 조용한 영화 음악과 읍성 뷰, 그리고 묵직한 영화책 한 권이 있다면, 당신의 경주 여행은 한 편의 롱테이크 영화처럼 우아하게 기억될 것이다.
주소 경북 경주시 북성로 103-1 2층
영업시간 12:00~19:00 (매주 월 휴무)
인스타그램 bookme.book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