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집 밖을 나선 지 어언 3개월여, 호주 태즈메이니아(Tasmania)주의 호바트(Hobart)를 출발해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에 닿았다. 호주보다 되레 뉴질랜드와 닮았다고 자타 공인된 태즈메이니아에서 하늘길로 불과 약 2000km, 공항에서부터 완벽히 다른 인상이다.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눈썹이 짙은 마오리족이 눈에 띄고, 영어와 마오리어가 같이 표기된 표지판이 이색적이며, 산들조차 서로 여유를 둔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광활한 경치가 창밖에 걸려 있었다. 통계상 한국보다 2.7배 큰 땅덩어리를 가진 반면, 인구밀도는 약 27배 낮은 뉴질랜드. 그 가운데 키위(Kiwis)*는 말 걸기를 대단히 즐겼다.
뉴질랜드 하면 기시감처럼 떠오르는 건 자연이다. 실제 그러했다. 도로를 달리면서 ‘풍경 깡패’라 연거푸 내뱉었다. 어라, 파타고니아의 귀환인가? 아찔한 설산 뷰 아래 태즈먼(Tasman) 호수 앞에서 맴돌았던 감상이다. 호키티카 고지(Hokitika Gorge)의 터키석을 녹여 부은 듯한 물 색에 감격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강렬한 자연 뽐내기 경연장랄까.
태평양과 태즈먼해 사이 북섬과 남섬으로 나뉜 이 나라엔 이름 붙인 산만 해도 8000개가 넘는다. 공식적으로 정부가 밝힌 호수는 775개. 주차 편의엔 다소 인색해도 기상천외한 트레일은 셀 수 없이 가지치기해 있다. 오존층이 얇아 인간 바비큐가 될 가능성도 농후한 사실로 미루어 결론 내렸다. 이곳에서의 생존법은 ‘자연스럽게’ 자연과의 친밀도를 증폭시키는 것이다.
덕분에 여행자는 비자발적으로라도 뉴질랜드의 캠퍼로 태어난다. 캠핑은 뉴질랜드를 가장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이자 무료 캠핑장도 많아 돈을 아끼는 여행법이다. 거부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이동 수단이자 집이 될 맞춤형 차를 확보한 후 캠퍼의 삶에 물들거나 자기만의 스타일로 창조해간다.
“한 달 여행을 계획했어요. 집에서 캠핑장을 예약한 게 실수였나 봐요. 기막힌 풍경 앞 캠핑장을 봤는데, 그냥 지나쳐야 하다니! 그리고 날씨가 왜 이래요? 이틀 내내 장대비가 내려서 아무것도 못 보고 우린 내일 떠나야 해요.”
작은 어촌인 모에라키(Moeraki)의 캠핑장에서 만난 프랑스인 뤼크(Luke) 부부는 웃으면서 투덜거렸다. 명심하자. 뉴질랜드에선 자연의 절대적 지배권에 놓이기에, 직관적으로 보고 느끼고 부딪히기 전 섣부른 예상은 금물이다. 캠퍼라면 예약할 권리는 수시로 남에게 주자. 홀로 여행 중인 네덜란드 출신 론(Ron)이 캠핑장을 떠나면서 남긴 말에 아마도 모든 캠퍼가 공감할 듯하다.
“내가 어디로 갈진 분명하지 않아. 어디에서 잘지도 모르지. 그러나 세상은 나를 향해 열려 있어.”
오늘도 캠퍼는 열린 길 위로 나아간다.
*키위(Kiwis) : 뉴질랜드에만 존재하는 키위(kiwi)라는 날개 없는 새가 있다. 1900년대 초반, 만화가들이 그 유일성에 주목해 나라 자체를 키위로 상징화한 것이 시간의 더께를 입으면서 뉴질랜드 현지인을 ’키위’라 부르게 됐다.
우리도 우리의 하루가 궁금해서
강미승&가이야드 엘베(Gaillard Hervé)

“마운트쿡(Mt. Cook)에 가죠? 난 3일 일정으로 계획하고 갔는데, 흐린 데다가 비까지 너무 많이 와서 그냥 돌아왔잖아. 거긴 거의 반년간 비 오는 지대예요. 거기 DOC 캠핑장, 참 좋은데 예약해야 할걸요?”
뉴질랜드 여행 2일 차 아침, 본의 아니게 긴장감이 맴돌았다. 크라이스트처치의 외곽 DOC 캠핑장에서 다가온 한 키위의 경고성 충고였다. DOC(Department of Conservation)는 뉴질랜드의 역사 및 자연유산 보존 기구로, 늘 기막힌 풍경의 요지에 캠핑장을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 화장실만 덜렁 있는 경우가 많고, 때때로 야외 벤치나 대피소 격인 공용 부엌이 마련된 곳도 있다. 이 화제의 캠핑장은 대부분 마운트쿡 트레일의 시작점인 화이트 호스 힐(White Horse Hill)이었다. 혹시나 싶어 예약 사이트에 들어갔다. 거짓말 같았다. 한 달 뒤에나 겨우 한 자리 예약이 가능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찜했다. 그리고 남섬의 루트를 대폭 수정해 나가기로 했다.
이번 다섯 번째 장기 여행지는 4년 전 숙제처럼 미뤘던 호주 북동쪽과 태즈메이니아 그리고 처음 만나는 뉴질랜드다. 호주 북동쪽에선 와일드한 케이프 요크(Cape York)의 오프로드를 감안해 루프톱 텐트가 탑재된 사륜구동차를 구했고, 태즈메이니아에선 안에서 먹고 자고 설 수 있는 캠퍼밴을 이용했다. 뉴질랜드에서의 새집은 의심할 여지 없이 캠핑카로 개조한 왜건형 차량으로 정했다. 이유가 있었다. 6개월 체류 예상 중 일단 4개월 반의 렌털 기간으로 차량을 검색해봤다. 기둥뿌리가 뽑힐 가격이었다. 협상에 유리한 사설 캠핑카 렌털업자에게 접근했다. 할인 받고 내친김에 사이드 어닝을 추가로 요청했다. 픽업 당시 호화로운 캠퍼밴을 갓 졸업한 직후라 실망했으나 꽤 기특하다. 사전 조사한 바대로 뉴질랜드는 도로가 대체로 좁고, 산길이 많으며, 주차가 호주에서처럼 용이하지 않았다. 험준한 오프로드만 아니라면 아무도 안 가는 곳 전문인 우리에겐 슈퍼카다. 우리의 캠핑 라이프는 굳이 정의하자면 줏대 없는 호기심형이다. 문화든 풍경이든 이제껏 맛보지 않은 새로운 경험에 목말라한다. 현지인이든 여행자든 사람과 섞이길 즐기고, 그들의 추천에 자주 휘둘리는 편이다. 어디에서 멈추고 어디를 지나칠지 미래의 우리를 알 수 없다고 믿는다. 일단 가보거나 해보지만 계획은 대체로 물렁하다. 단언하건대, 우리의 의지가 아니다. 다 뉴질랜드 탓이다. 막상 트레일에 오르니 풍경이 놓아주지 않았고, 일기예보는 배신하기 십상이었다. ‘같이, 또 따로’란 새로운 여행 패턴도 생겼다. 특히 중급 이상의 산행일 경우 엘베는 티타늄과 세라믹으로 무장한 자신의 관절 보호 차원에서 전적으로 내게 양보한다. 자신은 근처의 전망대를 산책하거나 캠핑 의자에 앉아 은혜롭게 책을 읽었다.
“여기서 서쪽 해안을 따라간다고요? 흥미로운 곳이 있어요. 데니스톤(Denniston)에 가면 해발 600m 고원에 있는 탄광촌과 고지대 철로의 유산이 남아 있거든요. 서쪽 해안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도 멋지죠. 리프톤(Reefton)도 기억에 남아요. 마을 자체가 19세기로 돌아간 듯한 살아 있는 박물관 같죠. 호호.”
시원한 맥주를 하산의 이유로 삼으며 벤 로몬드정상에서 살아 돌아오니, 엘베는 북섬 출신의 할머니가 도전 과제를 던져주었다고 했다. 가보니, 옳았다. 데니스톤 고원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어쩌면 캠퍼란 늘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활어처럼 살아 있는 기분을 안은 채 살아가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내일 어떤 하루가 될진 모른다. 그러나 어떻게든 좋을 것이다.


Top 3 Destinations
벤 로몬드 트랙(Ben Lomond Track)
해발 1748m의 정상을 찍고 돌아오는 코스. 퀸스타운(Queenstown)에서 곤돌라를 타고 올라 밥스 피크(Bob’s Peak)에서 출발해 총 11km를 걷는다. 와카티푸(Wakatipu) 호수, 더 리마커블스(The Remarkables) 산맥 등 다채로운 풍경이 걷는 내내 따라붙는다. 정상 앞 2~3km가 죽음의 코스다.
스튜어트섬(Stewart Island)
남섬에서 가장 큰 섬으로 키위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특히 수상택시로 닿을 수 있는 울바섬(Ulva Island)은 유해 동물을 싹 없앤 보호구역이다. 오직 도보로만 섬을 탐험할 수 있는데, 들어서는 순간부터 새의 입체 음향에 빠진다. 보통 밤에만 볼 확률이 높은 키위를 낮에도 만날 확률이 높다.
하카테레 콘서베이션 파크 (Hakatere Conservation Park)
만일 스튜어트섬에 갈 여비가 없거나 시간이 안 된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육지로 닿을 수 있는 대자연의 위엄이 총집합해 있다. 클리어워터(Clearwater), 엠마(Emma), 캠프(Camp) 등의 이름이 붙은 촉촉한 호수, 그리고 메마른 덤불과 빽빽한 숲이 뾰족한 설산 아래 펼쳐진다. 1시간의 단출한 산행으로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인 마운트 선데이(Mount Sunday)에 닿을 수도 있다.
문밖은 100% 순수 놀이터
무어스 넬슨(Moors Nelson)&로스 데보라(Roth Déborah) 가족

야생 고래를 볼 확률이 90% 이상이라 자부하는 도시, 카이쿠라(Kaikōura). 무료 노천탕 시설을 갖춘 한 캠핑장에서 본의 아니게 한 벨기에 가족과 호주가 가족여행지로 위험한지 아닌지 논쟁이 붙었다. 경험한 우리는 호주가 얼마나 ‘유모의 나라(여행자를 ‘아이’처럼 케어한다는 의미)’인지 주의 표지판과 야외 바비큐 시설, 놀이터 등을 거론하며 변론에 나섰다.
“환승지 겸 싱가포르에서 시작해 뉴질랜드, 일본을 거치는 2개월여 일정을 계획했어요. 아들이 태어나고 2년 내내 하도 잠투정을 하는 통에 우리에게도 보상 같은 휴가가 필요한 때였죠. 큰딸 살로메(Salomé)가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후라 시의적절했지요. 벨기에에선 고학년이 될수록 엄격한 방학 기준에 합을 맞추기 어려워지거든요. 다시없을 기회이니만큼 비슷한 풍경이나 언어권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문화를 경험하길 원했죠.”
올해는 넬슨과 데보라가 함께한 지 20년이 되는 해로, 6주간 뉴질랜드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내에서 결혼기념일을 맞이한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큰딸과 3주간 캠핑카로 이탈리아를 누빈 이후 최장기이자 아들 시몬(Simon)까지 동반한 네 가족의 첫 여행이란 점이다.
“뉴질랜드를 택한 주된 이유는 여름 날씨를 만끽하는 동시에 자연과 야생동물을 보기 위해서였어요. 더불어 안전 면에서 합격점이었죠. 아이들과 함께하는 만큼 의료 서비스도 고려했고요. 욕실까지 다 갖춘 캠핑밴으로 여행하다 보니 딱히 불편한 점은 없어요. 늦잠을 잘 수도 있고, 컨디션이 나쁘면 그냥 차 안에서 쉴 수도 있고요. 바쁠 일이 없죠. 어디든 갈 수 있고, 원하는 대로 우리의 하루를 함께 만들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이들의 캠핑 라이프는 부부의 역할 분담이 균형을 이룬다. 넬슨은 운전과 요리를 도맡고, 데보라는 아직 어린 아이들 돌보기에 전념한다. 이동 시간은 지겨워하는 아이들을 배려해 최대 2시간으로 줄인다. 각자의 본업이나 여타 활동에서 벗어나 온종일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 캠핑 생활이 가족애를 더욱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흐뭇해했다.
“온종일 같이 있다 보니 각자 개인 시간도 필요하더라고요. 한 여행지로 이동하면 같은 캠핑장에서 최소 이틀은 머무르는 게 루틴이에요. 정착했다는 안정감을 주고,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뛰노는 사이 홀로 산책도 하고요. 숨 쉴 구간을 마련하는 거죠.”
가이드북과 웹 서핑 등을 통해 이틀 앞서 캠핑장을 예약하며 대충 어디로 갈지 가닥을 잡는 편이다. 대신 바꿀 기회는 활짝 열어두고 있다. 가족 모두의 컨디션과 날씨를 변수로 둔다.
“사실 오늘 고래 보는 투어를 막 하고 와서 내일 하룻밤 더 지낼까 했는데, 흐리고 종종 비 소식이 있네요. 가까운 여행지를 물색했는데, 동남부인 카틀린스(Catlins) 지방의 날씨가 가장 좋다는 예보예요. 해를 따라 그쪽으로 갈까 해요.”
돌고래 본 것을 최고의 경험으로 여기는 딸과 야외를 꿈의 놀이터로 즐기는 아들, 갑갑한 도시 숲에서 벗어나 온전한 해방감을 만끽하는 부부. 갓 저녁 식사를 마친 오후 8시 반 무렵, 모험과 안전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가족 캠퍼의 새로운 하루도 막을 내리고 있었다. 평화롭게 지는 해처럼.


Top 3 Destinations
로토루아(Rotorua)
북섬에 있는 화산 고원의 심장부다.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색 명소인 테 푸이아(Te Puia)를 추천한다. 요약하자면 지열 지대의 특성과 마오리족의 문화 체험 등 로토루아의 핵심을 묶은 복합 지대로, 시간당 한두 차례 연기와 함께 물이 솟구치는 포후투(Pōhutu) 간헐천 앞에선 탄성이 절로 나온다. 마치 자연이 벌이는 마법 쇼 같다.
코로만델(Coromandel)
사진엽서 같은 풍경을 실시간 제공하는 곳으로, 뉴질랜드에서도 손꼽히는 휴양지다. 특히 크림 같은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곁들여진 아치형 조각 작품 지대인 캐시드럴 코브(Cathedral Cove)가 인상적이다. 아벨 태즈먼 국립공원(Abel Tasman National Park)에도 암석이 많거나 파도가 높은 남섬의 보통 해변과 달리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잔잔한 해변이 있다.
밀퍼드 사운드(Milford Sound)
아이들을 번외로 치고, 부부가 손꼽는 곳으로, 1000개의 폭포가 있다고 소문난 지대다. 페리를 타고 2시간여 동안 폭포수의 절경을 탐험한다. 대부분 맑은 날씨의 여행지를 원하겠지만, 비 오는 날의 밀퍼드 사운드를 더 치켜세우는 이가 많다. 마치 바위 산에 구멍이라도 난 듯 콸콸 쏟아지는 폭포수의 향연이 펼쳐지기 때문.
오로지 자연, 그리고 우리 그 자체
발처 티모(Walcher Timo)&한나(Hanna)

“아니, 또? 여기에 진짜 있기예요? 하하하.”
인버카길(Invercargill)에서 남쪽 해안을 따라가다가 피오르드랜드(Fiordland) 지방의 칼바람을 맞으며 북쪽으로 오르는 길이었다. 이틀간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지점에서 여러 번 서로를 인지하다가 다우트풀 사운드(Doubtful Sound) 여행의 베이스캠프가 되는 마나푸리(Manapouri)의 캠핑장에서 다시 조우했다. 그러잖아도 장대비가 내려 붐비는 캠핑장 부엌에서 서로 왜 우릴 쫓아오냐는 서툰 농담을 하며 떠들썩해졌다.
“딜러를 통해 오클랜드(Auckland)에서 중고 캠퍼밴을 직접 구매했어요. 4개월여 렌털비가 우리 예산을 훨씬 초과했죠. 구매 당시 이미 캠핑용으로 개조된 상태였어요. 뒷좌석은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공간으로만 이뤄져 있는데, 밤이 되면 그 위에 토퍼를 깔아 침대로 만들죠. 이 차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실내 취식이 가능하다는 점이었어요. 비 올 때 확실히 유리하죠. 수납장 중 하나를 접어 올려 원형 다리를 붙이면 식탁이 만들어지고, 앉아서 먹을 만큼 천장 높이도 적당했어요. 나름 캠핑용 화장실도 구비해 녹색 캠핑 인증서(Certified Self-Contained)*도 있답니다. 아직 사용해보진 않았지만요.(웃음)”
티모와 한나의 캠핑 라이프는 자연 안에서의 절대적 고독을 지향한다. 또한 그들만의 온전함을 추구한다. 문학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 그러하다.
“일단 캠퍼밴 덕에 여유롭게 여행하고 있어요. 여기 푸나카이키(Punakaiki)에도 애초 머물려고 계획한 건 아니었어요. 팬케이크 록스(Pancake Rocks)에 들른 후 해변 앞 캠핑장에 닿았는데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이틀 정도 있기로 결정하니 주변 하이킹 코스나 동굴을 발견하게 되고, 특히 팬케이크 록스엔 저녁에 다시 가봤어요. 아무도 없고 우리만 있었죠, 역시!”
인산인해를 이루는 명소일 경우 다른 시간대, 특히 해 질 무렵 방문하는 것이 그들이 자주 써먹는 방법이다. 인포메이션 센터(isite)에도 인적 드문 추천 코스를 문의해 그의 맞춤 정보가 특별한 경험으로 이어진 적도 많다.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었다.
“폭스 글레이셔(Fox Glacier)나 매서슨 호수(Lake Matheson) 등 몇 군데를 다녀온 후 확실히 깨달았어요. 전에도 풍경은 너무 멋있는데, 기억에 남기보다 피로감만 쌓인 곳이 있었거든요. 이유를 분석해보니, 사람들에게 치인 공통점이 있었어요. 이후로 두 가지 기준을 세웠죠. 좀 더 난도 높은 트레일에 도전하자. 아니면, 사람들이 없는 때를 노리자.”
자연을 깊고 오래 관찰하는 것을 즐기는 이들에게 뉴질랜드는 친히 열린 도서관이 되어주었다. 특히 지리학을 전공한 티모는 식물이나 암석, 곤충 등 자연의 속성 자체에 심취할 뿐 아니라 이를 남들과 공유하는 것을 즐긴다. 자연 학습이 또 다른 여행을 하는 이유가 된 현재, 한나 역시 이에 합세해 특히 탐조를 버킷리스트로 삼고 있다.
“독일에서의 지난 몇 년간, 스스로 좀 빡빡하게 살았어요. 자연 속에서의 캠핑살이는 무엇보다 편안함을 선물해요. 덕분에 내게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인지 들여다볼 여유가 생겼어요. 여기선 서두를 필요도, 촘촘하게 계획을 짤 필요도, 저 자신에게 엄격할 필요도 없잖아요. 즉흥적인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 캠핑 여행으로 때론 그저 내려놓는, 흘려보내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티모와 한나는 올여름도 집 밖으로 나갈 예정이다. 이번엔 4주간 장기 하이킹을 목표로 스웨덴으로 날아간다. 입국과 출국 사이, 새 직장에서 일하고 같이 살 새집을 구하는 미션도 짬짬이 해야 한다. 그들이 바라던 인생의 새로운 장은 이미 시작된 듯했다. 야생에서 살아남은 캠퍼로서 뭔들 못 할까!
*녹색 캠핑 인증서 스스로 오물 및 폐수를 저장 관리하는 기능이 있는 차량에만 발급된다. 화장실이나 식수대 같은 편의시설 없이 무료로 제공되는 ‘프리덤 캠핑(Freedom Camping)장이 종종 요구하는 조건이다. 흔적 안 남기는 책임이 기본!


Top 3 Destinations
피오르드랜드(Fiordland)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지만 대부분 데이 투어로만 경험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오래, 깊게 들여다볼 가치가 있는 숨은 보석 같은 트레일이 많다. 가령 다우트풀 사운드를 투어에 의지하는 대신 딥 코브(Deep Cove)에서 하룻밤 묵은 후 낮에 원시림 트레일 하는 것을 권한다. 설산 뷰와 함께 수많은 버섯류, 새와 만날 수 있다. 오롯이 와일드한 자연과 자신만 남는다.
하스트(Haast)
이들이 뉴질랜드에서 경험한 최고의 트레킹 코스가 하스트(Haast)에 있다. 깊은 원시림부터 선더 크리크(Thunder Creek), 팬테일(Fantail), 로아링 빌리(Roaring Billy) 등의 폭포 시리즈까지 와일드한 서쪽 해안의 자연을 뽐내는 곳이다. 난도 최하부터 전문가 등급까지 자신의 트레킹 실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크다. 다만, 흡혈성 모래파리(Sandfly)가 많아 기피제는 필수.
오카리토(Ōkārito)
바다와 분리되며 자연 형성된 호수인 석호, 남알스프 산맥의 파노라마를 볼 수 있는 트레일을 보유한, 작지만 큰 자원을 간직한 해안 마을이다. 고작 30여 명이 거주하는 대신 키위 중 가장 드문 종인 로위(Rowi), 뉴질랜드에서 보기 드문 백로를 포함한 여러 야생 조류를 만날 수 있다. 카약을 타고 백로의 번식지 근처를 둘러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