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뒷모습 - 헤이트래블 - hey!Travel

  • writing & photography by LEE HYUN JUN

도시의 뒷모습

Cities Behind the Scenes

서서히 스러져가는 빛줄기, 잠잠해진 도시에 우두커니 불 켜진 가게, 단정하고 고독한 사람들. 쨍하고 반짝이는 도시의 이면에 존재하는 말간 도시의 얼굴. 사진가 이현준이 포착한 도시의 뒷모습.
  • writing & photography by LEE HYUN JUN
2024년 01월 29일

arszawa

회색 도시 바르샤바. 진눈깨비가 내리던 어느 겨울날 아침, 버스에 몸을 싣고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의 모습. 낡은 FM2 카메라와 ISO 3200 필름의 조합으로 진눈깨비가 내리던 이날의 차갑고 습한 공기가 잘 담겼다.

Berlin

이스트사이드 갤러리의 동쪽 벽면을 따라 남쪽으로 한참을 걸었다. 낡은 장벽의 스산한 기운과 강바람이 꽤 차가웠다. 오버바움 다리에서 내려와 마주한 슈프레강의 물결에 비친 붉은 석양이 마치 여름처럼 따스해 보였다.

Venezia

이탈리아 베네치아 무라노(Murano)섬으로 향하는 완행 유람선의 노선은 짧지 않다. 옆으로 큰 배들이 지나가 물결이 거세질 때마다 그녀는 창밖을 한 번씩 바라보았다. 조용한 배 안에서 차분하게 책을 읽던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Chiang Mai

치앙마이에 12번째 보름달이 떠오르던 밤. 여운을 남기듯 더 길게 이어진 석양과 밝게 빛나던 동그란 달빛이 평온하고 영롱했다.

San Francisco

애정하는 도시 샌프란시스코. 골든 시티(Golden city)의 골목과 언덕, 그리고 금문교 아래로 흐르는 해협, 이 도시의 모든 게 낭만적이다.

Tokyo

신주쿠의 오모이데요코초는 옛날 종로의 피맛길과 닮았다. 아버지를 따라서 다니던 낙짓집, 전집들. 직장인들이 퇴근 후 ‘딱 한 잔’을 하기 위해 들르는 선술집들. 붉은 가림막 너머로 바쁜 도시인의 애환과 기쁨이 숨 쉰다.

New York

잠시 뉴욕에서 머무를 때 자주 찾던 코인 세탁소와 피자 스토어. 잠잠해진 뉴욕의 밤에 이곳을 찾는 것을 좋아했다. 삭막한 뉴욕의 밤거리에서 밤새도록 불 켜진 이곳의 온기가 좋았던 것 같다.

Montreal

올드 포트를 따라 걷다 바라본 몬트리올 구도심 위 석양은 유난히 아름다웠다. 아직은 따스했던 9월의 공기와 함께 붉은 하늘이 보랏빛으로 점점 물들어가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