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국적 아름다움, 무이네 - 헤이트래블 - hey!Travel

  • writing & photogaphy by YEO HAYEON

무국적 아름다움, 무이네

The Sea and Sand

바람, 바다 그리고 사막. 베트남의 해변도시 무이네에서 발견한 뜻밖의 아름다움.
  • writing & photogaphy by YEO HAYEON
2024년 04월 15일

바다

호찌민 떤선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이국의 열기가 온 몸을 감싼다. 목적지는 베트남 남동부에 위치한 무이네다. 무이네는 나트랑이나 호찌민 로컬들의 주말 휴양지이자 한국인 여행객이 당일 투어로 많이 가는 여행지다. 2023년 5월, 고속도로가 뚫리고 이동 시간이 3시간 30분으로 단축되면서 호찌민에서 가는 게 더욱 편리해졌다. 호찌민에서 약 200km를 달리면 오토바이가 질주하는 도심의 혼잡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너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판티엣에 이른다. 해변마을 무이네가 이곳 판티엣에 속한다. 바삭바삭한 공기와 적당히 시원한 바닷바람이 얼굴에 닿는다. 무이네는 12월에서 5월까지 평균 기온 27℃의 고온 건조한 날씨로 열대 휴양지 특유의 습한 느낌이 없어 쾌적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과거 무이네는 생선을 팔아 살아가는 작은 어촌마을에 불과했는데 1990년대 아름다운 자연환경 때문에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관광지로 개발됐다. 한국인들은 사막 지프 투어를 위해 많이 찾지만 일반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은 함티엔 방 지역에 있는 랑 해변.(외국인에게는 무이네 해변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강한 바닷바람으로 인해 카이트서핑과 윈드서핑을 많이 하고, 최근에는 한 달 살기 하는 외국인도 많아졌다. 저녁 식사를 위해 찾은 보케거리의 푸드 코트 피트스톱
(Pit Stop)에도 한국인이나 동양인보다는 서양인이 많이 눈에 띈다.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 해변의 테라스에서 서핑을 마친 서퍼들이 한가롭게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마주하니, 한국에서 내내 굳어 있던 어깨의 힘이 쫙 풀린다.

식사를 마친 후, 숙소인 더클리프 리조트&레지던스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집을 나선지 20여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깨닫자 피로가 물밀듯 찾아온다.
이른 아침, 파도 소리에 잠을 깼다. 무거운 커튼을 열어 젖히니, 시야에 바다가 한가득 담긴다. 광활한 해안선,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 여느 동남아시아 휴양지의 잔잔한 바다와 달리 기개가 넘친다. 무이네가 바람을 이용한 해양 액티비티의 천국이란 게 실감 나는 순간이다. 리조트 수영장의 선베드에 잠깐 누워 휴식을 취한 후 바닷가로 산책을 나선다. 더클리프 리조트&레지던스는 방갈로, 빌라, 아파트 등 다양한 종류의 객실을 비롯해 고급스러운 스파와 바다가 보이는 인피니티 수영장, 전용 해변 공간을 갖추고 있다. 큰 풀이 2개나 있고, 객실 타입도 여러 개라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리조트 앞 옹디아(Ong Dia) 비치는 해변 앞에 바위와 야자수가 있어 휴식과 모험 두 가지를 함께 즐기기에 좋다. 카이트서핑이나 윈드서핑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리조트 앞 해변은 선셋 포인트로도 명성이 높다. 해 질 무렵, 해변가 빈백은 해가 지는 풍경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들어찬다.

무이네는 해변도시인 만큼 제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해변이 있다. 리조트마다 전용 비치를 갖고 있는 게 보통이지만 조금씩 다른 분위기를 즐기려면 장소를 옮겨가며 즐겨보는 것도 좋다. 함티엔(Ham Tien) 비치에는 아난타라, 미아 무이, 참 부티크 빌라 리조트 등 많은 리조트가 자리한다. 금빛 모래와 하얀 파도가 넘실대는 해변,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원색의 카이트가 날아다니는 바닷가는 활력이 넘친다. 카이트서핑 스쿨도 있어서 초보자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다.
무이네의 해변이 레저와 휴양을 즐기기 위한 여행객 차지라면 피싱빌리지는 무이네 어촌 주민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이다. 조용한 어촌마을 입구로 들어서니 비릿한 바다 내음이 먼저 후각을 파고든다. 피싱빌리지는 무이네가 관광지로 개발되기 전부터 이곳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현지인들이 수산물을 사고파는 시장인 셈. 알록달록하고 동그란 바구니처럼 생긴 베트남 전통 배 퉁짜이(thúng chai)가 바다 위에 빽빽이 떠 있는 모습은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배에서 잡아온 물고기들은 해변가에 기다리고 있는 여인들에게 전달되고, 여인들은 그 자리에서 생선을 바로 손질해 판매한다. 일사불란하게 생선을 다듬고 움직이는 모습에 여행객인 나조차도 마음이 바빠진다. 커다란 대야에 담긴 물고기, 조개, 해삼 등 다양한 해산물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해안도시인 판티엣은 베트남의 대표 소스인 느억맘(피시 소스)의 대표적인 생산지다. 해류와 바다의 온도가 멸치가 생산되기에 완벽한 환경이어서 오래전부터 소스 만드는 기술이 발달했다. 느억맘 소스 박물관에 가면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피시 소스가 무려 고대 로마에서 시작됐다는 사실. 피시 소스는 1천여 년 전 참파왕국이 고대 로마와 혼인 관계를 맺으며 베트남으로 전파되어 이 지역 특산품이 되었다. 큰 나무통에 멸치와 소금을 켜켜이 넣고 바닥에는 쌀겨를 깔아 자연 여과를 시켜 오랫동안 숙성시킨 생선 액젓의 맛은 마치 오랜 시간 숙성된 와인처럼 깊고 풍부하다. 박물관에는 소스의 제조 과정과 역사, 옛 어부들이 사용했던 배와 소금 채취 바구니, 소스 제조에 사용된 기구 등이 전시되어 있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무이네는 천국이다. 레스토랑마다 신선한 해산물이 준비되어 있다. 랍스터, 크랩, 오징어, 새우, 가리비, 맛조개 등 메뉴 선택의 폭이 넓다. 매끼 눈앞에 펼쳐진 시원한 바다를 안주 삼아 다채로운 해산물과 함께 시원한 맥주를 들이켠다.

사막

“베트남에 사막이 있다”는 이야기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신선하게 들린다. 정확히 말하면 ‘사막’이 아닌 ‘모래언덕’이지만. 아름다운 해변과 더불어 무이네를 찾는 중요한 이유는 사막을 연상케 하는 두 개의 모래언덕 때문이다. 해변으로부터 밀려와 쌓인 모래가 만든 언덕은 규모는 작지만 사막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많은 여행객을 불러 모은다.
‘화이트샌듄’은 일출이, ‘레드샌듄’은 일몰이 유명하다. 아침잠이 많아 일출보다 일몰 전문 기자를 자처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일출을 놓칠 순 없었다. 새벽 5시, 일출을 보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5시 40분. 화이트샌듄 입구에 도착해서 지프로 갈아탔다. 뒷좌석에 엉덩이를 붙이자마자 지프가 롤러코스터처럼 사막 위를 질주하기 시작한다. 창문을 여니, 모래바람이 후두둑 얼굴에 부딪친다. 놓칠세라 카메라를 든 손에 힘이 꽉 들어간다. 일출 시간에 맞춰 도착했건만 모래언덕을 둘러싼 주변이 주홍빛으로 물들더니 순식간에 태양의 빛으로 사위가 밝아졌다. 금빛 태양이 지평선 위로 봉긋하게 솟아오른다. 모두가 기다리던 사막의 아침이 시작된다. 사하라사막처럼 광활하진 않지만 고운 모래 입자와 깎아지를 듯한 모래언덕의 각도가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한다. 화이트샌듄의 하이라이트는 사막 아래 펼쳐진 거대한 호수다. 지프를 타고 내려가면, 파란 호수가 신기루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사막에서는 지프 투어를 비롯해서 ATV, 모래썰매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체험할 수 있다. 레드샌듄은 해변과 가까이 있어서 무이네 사막 투어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 화이트샌듄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붉은 모래사구와 푸른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찾을 이유는 충분하다. 무이네의 바람이 많고 건조한 기후는 사구 외에 또 하나의 특이할 만한 랜드마크를 탄생시켰다. 일명 ‘요정의 샘’(이토록 앙증맞은 이름이라니)은 열대 숲과 붉은 사암, 하얀 사암 절벽이 교차된 계곡이다. ‘동양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불린다는데, 그럴듯한 별명에 현혹되었다면 실망할 확률이 크지만 규모와 상관없이 오랜 세월 풍화작용이 만들어낸 자연의 무늬는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협곡을 따라 흐르는 샘에 발을 담그고 천천히 올라가면 의외로 심신이 정화되는 효과가 있다. 왕복 한 시간 남짓 걷다 보면 ‘요정의 샘’이란 이름이 풍경이나 전설 때문에 생긴 게 아니라 비가 많이 오든 가뭄이 들든 늘 일정한 양과 깊이로 흐르는 샘이란 것에서 연유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원과 와이너리

무이네에서 ‘참파(Champa)’는 빼놓을 수 없는 역사의 한 줄기다. 참파는 인도네시아계인 참족에 의해 2세기 말엽, 베트남 중남부 지역에 세워진 나라로 오랜 시간 남부 베트남을 지배하면서 해상무역을 장악했다. 포사누이 참탑 사원은 8~9세기에 세워진 것으로 바다의 안전을 기원했던 사원이다. 해가 뜨는 동쪽을 향해 있으며, 참파의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여겨진다. 큰 탑 2개와 작은 탑 1개가 있는데, A탑은 15m, B탑은 12m, C탑은 5.4m에 달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곳곳이 훼손된 탑은 10여 년에 걸쳐 복원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붉은 벽돌을 켜켜이 쌓아 올려 지은 탑의 외관은 고대 참족의 장식예술이 가미된 건축양식으로 캄보디아 사원과 흡사한 형태를 띤다. 신기한 것은 오래전 세워졌는데도 배수가 잘된다는 점이다. 내부에는 고대신에게 의식을 행하던 제단이 마련되어 있는데, 지금도 참파 민족의 새해 명절엔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러 이곳에 들른다. 사원 앞에서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이네를 찾은 여행객들이 꼭 들르는 곳 중 하나가 RD와인캐슬이다. 미국 나파밸리에서 생산한 와인을 보관하는 와이너리다. 베트남에 와이너리라니? 다소 생뚱맞게 여겨지지만 입구에서부터 이름처럼 ‘성’ 같은 거대한 외관에 압도된다. RD 와인캐슬은 기업가 응우옌 반 동(Mr. Nguyen Van Dong)에 의해 2010년에 설립된 와이너리다. 반 동은 나파밸리의 풍경과 와인 제조 방식을 무이네에 재현하는 것이 꿈이었고, 2019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그 꿈을 완성한다. 2천323m² 부지에 중세시대의 성처럼 꾸며놓은 건축물과 잘 가꾸어진 정원을 산책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지만, 26종의 20만 8천여 병의 와인이 보관된 지하 저장고를 탐험하는 것은 와인 애호가에겐 귀중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무이네 맛집 리스트

  • Mot Nang Seafood restaurant

보케거리에 위치한 푸드 코트인 피트스톱 내 레스토랑. 해변가에 위치해서 바다를 감상하며 해산물을 즐기기에 좋다. 새우, 오징어, 가리비, 조개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해산물 세트 메뉴가 다양하다.
주소 122 Nguyễn Đình Chiểu, Phường Hàm Tiến, Thành phố Phan Thiết, Bình Thuận

  • Cham garden

참빌라 부티크 리조트 내에 위치한 레스토랑. 울창한 정원 속에 위치해 한적한 분위기에서 오붓하게 식사할 수 있다. 베트남 음식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식사를 한 후, 리조트 정원을 통과해 바닷가까지 산책하기에도 좋다.
주소 32 Nguyen Dinh Chieu, Hàm Tiến, Phan Thiết, Bình Thuận

  • Nhà hàng Cây Bàng

드넓게 펼쳐진 무이네 바다를 바라보며 먹으려면 이곳이 정답.
게, 새우, 랍스터, 조개 등 해산물 종류가 어마어마하다. 특히 해 질 무렵, 태양이 해수면에 떨어지는 전망이 아름답다.
주소 02 – 04 Nguyễn Đình Chiểu, khu phố 1, Tp. Phan Thiết, Bình Thuận

  • Vista restaurant

더 클리프 리조트 내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 쾌적한 분위기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베트남 요리와 해산물을 즐길 수 있다. 삼겹살, 바나나, 오이, 망고 등 다양한 토핑을 전골과 함께 먹는 베트남의
전골 요리 라우타(Lau Tha)에 도전해볼 것.
주소 Khu phố 5, P. Phú Hài, TP. Phan Thiết, Bình Thuậ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