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rigger Canoe
아웃리거 카누

애니 트루소 Annie Trusso
“아웃리거 카누는 마리아나 사람들에겐 아주 익숙한 스포츠다. 아침 일찍 혹은 해 질 무렵 비치 로드를 지나가다 보면 바다에 이 배를 띄우고 노질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내 경우 1년 전쯤, 지금 소속된 클럽에서 신규 멤버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해 시작하게 됐다. 클럽에서 카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패들만 준비하면 누구나 합류할 수 있다. 우리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모여 함께 호흡을 맞춰가며 훈련을 한다. 이곳, 비치 로드 패스웨이의 시작점에서 출발해 마나가하섬을 찍고 돌아오는 게 일반적인 코스. 단순히 카누만 타는 게 아니라 지역 내 다른 클럽과 종종 경주를 하기 때문에 실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1년에 몇 번은 이웃 섬인 괌, 팔라우의 아웃리거 카누 클럽과 연합해 대회를 열기도 한다.
아웃리거 카누의 매력은 동료들과 끈끈한 우정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섯 명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팀웍이 중요해서 관계가 아주 돈독하다. 물론 운동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개인적으론 몸의 태가 확실히 달라진 것에서 성취감을 느낀다. 무엇보다 큰 행복은 이 아름다운 바다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끔 마나가하섬에서 땀을 식힐 겸 바다 수영을 즐기고 돌아온다.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미는 거북이나 튀어 오르는 가오리를 만나는 것, 석양에 흠뻑 물드는 시간을 누리는 것, 배와 노, 친구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
Yoga
요가

로건 프레슈 Logan Fraiche
“2년 전 사이판으로 이주한 가족들에게 ‘여기에 요가원이 거의 없다’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 그래서 2024년 12월 이곳에 와서 ‘사이판 요가 컬렉티브(Saipan Yoga Collective)’를 열고 로컬과 여행자들에게 요가의 세계를 알려주고 있다. 그 전엔 태국과 멕시코에서 살았고, 더 이전엔 전 세계를 여행했다. 요가를 가르치기 전엔 아프리카 잠비아, 짐바브웨 등에서 래프팅 탐험을 이끄는 일을 했다. 마리아나해구에서 동쪽으로 약 200km 정도 떨어진, 태평양 한가운데 둥둥 떠 있는 이 섬은 정말 마법 같은 장소다. 섬 곳곳 자연이 주는 기운이 정말 좋다. 내가 머물러본 곳 중 가장 영적인 땅이다. 물론 ‘영’ 같은 걸 믿지 않는 사람도 요가를 즐기기 좋은 환경이다. 맑은 공기, 따뜻한 빛과 부드러운 바람, 지금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마나가하섬과 마이크로 비치다. 수백 년 된 나무가 드리우는 그림자, 풀과 꽃의 짙은 향기, 새소리에 감각을 집중하며 명상과 요가를 한다. 좀 더 격렬하게 움직이고 싶을 땐 카이트 서핑, 수영 등 워터 액티비티도 즐긴다. 하이킹을 할 땐 지형이 용의 꼬리를 닮아 ‘드래건 테일’로 불리는 해변으로 종종 간다. 닿기 쉬운 곳은 아니지만 자연이 빚은 천연 수영장 ‘인피니티 풀’에 들어가는 순간 모든 걸 보상받는 기분이다. 마리아나제도는 온전히 나 자신에 집중하며 나로 존재하고 싶은 이들에게 완벽한 장소라고 말하고 싶다. 이곳에서 요가를 가르치며 그 여정으로 이끄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 나의 꿈이다.”
Trekking
트레킹

단 마테오 Dhan Mateo
“사이판에선 두 가지 방식으로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아래에서 출발해 위로 올라가는 액티비티,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액티비티. 오늘 우리가 걸은 ‘버드 아일랜드 하이크 트레일’은 후자다. 도로가 나지 않아 차로 접근할 수 없는 해변에 닿기 위해 많은 로컬들이 정글을 헤치고 비탈을 따라 내려가 자신이 좋아하는 숨겨진 장소를 찾아 나선다.
버드 아일랜드 하이크 트레일은 특별한 체력이나 운동 실력이 없어도 닿을 수 있는 비교적 쉬운 길에 속한다. ‘운동하는 기분’을 제대로 느끼고 싶을 땐 포비든 아일랜드로 향한다. 비탈길의 경사가 꽤 가팔라서 스릴이 넘치는데, 온몸이 땀에 젖은 채 끝 지점에 닿으면 시원한 동굴 아래 천연 수영장이 나타난다. 그 안으로 뛰어드는 순간이 정말 좋다. 가끔 가족, 친구들과 그곳에서 하룻밤 캠핑을 하기도 한다.
마리아나 사람들은 한 가지 스포츠만 즐기기보단 여러 가지 운동을 동시에 하는 편이다. 나 역시 수영·하이킹·스쿠버다이빙·농구를 학창 시절부터 즐겨왔다. 언제 어디에서나 마음만 먹으면 닿을 수 있는 대자연이 지척에 있기도 하지만, 스포츠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꽤 잘 구축되어 있는 것도 비결이다. 스포츠 클럽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고, 무료로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온갖 운동을 접할 수 있으며, 방과후 프로그램 등의 기회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배울 수 있다. 사이판에서 트레킹 혹은 하이킹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게 하나 있다. 자신의 신체 능력이나 모험심을 믿고 안전 지침을 어기는 무모함은 접어두길 바란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도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한 곳이 꽤 많기 때문이다. 동행을 꼭 동반하고, 나무에 매달아둔 리본을 따라 걷고, 입수 주의 표지를 내건 해변은 바깥에서 감상하길. 작은 규칙들을 지키면 야생의 자연 속에서 코코넛크랩을 만나거나 신비로운 물고기들의 한때를 엿보는 행운을 누릴수 있을 것이다.”
Barefoot Running
맨발 달리기

장창환 Jang Changhwan
“1980년에 사이판에 와서 45년째 이 섬에 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은퇴할 나이인 50대 중반에 만학도로 노던 마리아나 칼리지에서 교육학을 공부하고 홉우드 공립 중학교에서 체육 교사로 일하고 있다. 소싯적부터 운동을 참 좋아했는데, 사이판은 운동인에게 정말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곳이다. 나 역시 마라톤, 수영, 테니스, 철인3종경기 등에 빠지며 자연스럽게 스포츠가 삶이 됐다. 달리기에 빠진 건 주말마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뛰는 것이 즐거웠고, 무엇보다 도전욕을 자극하고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각종 국제 대회가 자주 열렸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달리기 시작했을 무렵엔 사이판에 이 비치 로드처럼 달리기 좋은 길이 없었지만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16km 정도의 거리를 꾸준히 뛰었다. 처음엔 운동화가 너무 비싸 맨발 달리기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근육을 균형 있게 사용할 수 있는 맨발 달리기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사이판 사람들은 그런 나에게 ‘맨발의 미스터 장’이란 별명을 붙여 응원을 보낸다.
사이판이 마라톤을 하기엔 더운 날씨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하기 때문에 운동을 즐기기에 아주 좋다. 보통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를 시작해 5시 무렵부터 뛴다. 마이크로 비치에서 PIC 리조트를 잇는 10km 코스를 달려도 좋고, 아메리카 메모리얼 파크 안의 2km 코스도 가볍게 뛰기 좋은 길이다. 북쪽 끝의 마르피(Marpi)에 있는 라스트 커맨드 포스트(Last Command Post) 오르막길을 산책하거나 조깅하며 자살 절벽까지 올라간 후 탁 트인 태평양을 바라보며 내리막길을 달리는 코스도 좋아한다. 경사로가 힘들다면 그로토에서 반자이 클리프로 이어지는 약 5km 길이의 트레일을 뛰어보길 추천한다.”
Chamorro Dance
차모로 댄스

토레미 아유유 디아즈 Toremy Ayuyu Diaz
“차모로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차모로 댄스를 접한다. 주로 유치원과 학교에서 발표회나 공연을 할 때 처음 익힌다. 춤 전에 먼저 차모로어를 배우는데, 춤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언어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춘 춤은 ‘환영의 인사’다. 차모로어로는 ‘하파 데이(Håfa Adai)’라고 하는데, 보통 ‘Hi’, ‘Hello’로 해석하지만 차모로가 추구하는 정신인 ‘이나파마올렉(Inafa’maolek, 서로 돕고 배려하고 조화하는 삶)’을 상징하는 말이다. 당신을 배려하고, 돕고, 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함께 어울리고 싶다는 차모로식 환대라고 이해하면 쉽다. 손짓과 발놀림으로 하늘, 바다, 나무, 꽃 등을 묘사하며 자연과의 유대감, 공동체 의식 등을 표현한다. 이곳에서 차모로 댄스를 접하거나 배울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경험 해보길 권한다.
지금 사이판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축구다. 해가 지고 날씨가 시원해지면 공원이나 운동장 곳곳에서 축구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나 역시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했고, 지금은 사이판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골키퍼로 뛰고 있다. 사이판 사람들에겐 공동체 의식, 소셜라이징이 중요한데 예전엔 마을 중심으로 연결되었다면 요즘은 스포츠 클럽을 통해 교류하는 문화가 생긴 것 같다.
함께 뛰며 땀을 흘리는 것도 좋지만, 호젓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땐 섬이 한눈에 다 담기는 타포차우산 전망대에 오르거나 해변가에서 그물 낚시를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사이판의 자연이 주는 선물을 마음껏 누릴 수 있어 행복하다.”
Diving
다이빙

알레한드로와 마리나 Alejandro & Marina
“우리는 10여 년 동안 세계를 여행하며 다이빙을 하고, 그 과정을 유튜브 콘텐츠(www.youtube.com/@AlejandroMarina)로 만들고 있다. 한 지역에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년 정도 머물며 로컬이 되는 여정을 좋아한다. 로타엔 2019년에 처음 왔는데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그동안 우리가 머문 곳은 하와이, 태국, 몰디브 같은 곳이었는데 관광지 특유의 피곤함에 조금 지쳐서 저녁이 되면 고요해지는 풍경이 그리웠다. 그런 마음을 이 섬이 채워줬고, 언젠가 와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며 섬을 떠난 기억이 난다. 몇 해가 지난 후 이곳에서 다이빙 센터를 운영하던 일본인 친구가 숍을 내놨다는 얘기를 우연히 들었다. 태평양과 인도양의 섬들을 누빌 수 있는 요트를 사기 위해 모았던 돈을 로타라는 꿈에 쏟아부었고, 그렇게 ‘시 피플즈 로타(Sea People’s Rota)’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게 약 1년 반 년 전의 일이다.
다이빙과 여행 콘텐츠를 만들고 여행자를 위한 다이빙 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누구보다 로타에서 다이빙을 자주, 많이 즐긴다. 다이버로서 전 세계 곳곳의 바다를 누벼왔지만 로타의 물빛은 정말 압도적으로 청량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높은 산에 올라가 탁 트인 시야 앞에서 느끼는 해방감을 바닷속에서 느낄 수 있다. 해양 환경이 다채로운 것도 로타의 매력이다. 이 섬이 필리핀해와 태평양을 가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쪽에선 스피드보트만 한 산호와 아찔한 높이의 절벽 등 스펙터클한 해저 지형을 만나고, 다른 쪽에선 노랑, 보라, 주황 등 화려한 색의 산호들이 꽃밭처럼 펼쳐진 풍경을 볼 수 있다. 바다 위도 참 매력적이다. 혼자 오롯이 누릴 수 있는 고요하고 깨끗한 해변이 정말 많다. 특히 ‘스위밍 홀’이라고 불리는 곳을 좋아한다. 자연이 만든 라군으로, 정글 안에 숨어 있지만 정부에서 길을 잘 닦아놓아서 접근하기 쉽다. 밤에 그곳을 찾으면 투명한 수면 위에 별이 가득 쏟아지는 광경을 마주할 수 있다. 물 위에 누워 둥둥 떠다니며 별 이불을 덮은 듯한 순간을 꼭 누려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