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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바다로

My Outdoor Life

밖으로 나가 자연을 누리며 부지런히 움직이기 좋은 계절. 캠핑, 낚시, 하이킹의 세계에서 ‘찐 고수’로 알려진 전문가들에게 야외 활동의 노하우를 캐냈다.
  • Editing BY RYU JIN, LEE JIHYE
2025년 05월 07일

문나래 & 강성구

금요일 저녁 퇴근길, 고단한 한 주를 보낸 나를 위로하고 싶을 때 가볍게 훌쩍 가는 캠핑장은 어디인가? 문나래(이하 문): 탁 트인 수평선을 볼 수 있는 바닷가의 솔밭캠핑장을 좋아한다. 구불구불한 소나무 줄기 사이 넘실대는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복잡했던 마음이 평온을 되찾는다. 종종 가는 곳은 강원도 강릉의 연곡해변솔향기캠핑장이다. 늦봄과 초여름의 계절감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캠핑지는? 강성구(이하 강): 지리산 세석대피소를 추천한다. 특히 거림계곡으로 오르는 길은 지리산 주 능선까지 닿는, 더없이 편한 길이다. 세석대피소에서 하룻밤 묵은 뒤 연하봉(연하선경)까지 이어지는 길을 걷는다면 5월과 6월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시간과 체력이 된다면 지리산 천왕봉까지 걸어보길 권한다. 일출, 일몰, 달무리, 별자리, 별똥별 등 해와 달,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가장 좋았던 곳은? : 전남 고흥 마복산. 정상 근처 암반에서 야영을 했는데 같이 온 사람들이 가장 멀리서 온 내게 명당이라며 절벽에 버금가는 비탈지를 내어줬다. 텐트 안에서 몸이 계속 미끄러지며 악몽을 꾸다가 뜬눈으로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창문을 열었더니 다도해를 품은 남해가 붉게 물드는 황홀경이 펼쳐졌다. 5성급 호텔이 부럽지 않았던 순간이다. 야외 활동(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즐기기 좋았던 곳? : ‘정승권등산학교’에서 암벽등반에 입문한 시절, 졸업 등반으로 설악산에 갔다. 설악산은 등반가들에게 꿈과 추억이 가득 서린 곳인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야영장이다. 등반을 준비하고 산에서 다녀와 오늘의 등반을 도란도란 복기하며 산 노래 ‘설악가’를 부르기도 하는 곳. 시 카약(sea kayak)도 즐겨 타는데, 군산의 선유도를 추천한다. 낙조의 명소답게 일몰을 바라보며 패들 보드 등 수상 레포츠를 즐기기 좋은 곳이다. 단절되고 싶을 때, 적막하게 머물고 싶을 땐. : 평일의 설악산 산행을 추천한다. 오래 걸을 수 있는 백담사~소공원 코스가 좋다. 고요한 산허리에서 쉬어가고 봉정암이 내려다보이는 소청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면 다음 날 아침 새로운 에너지가 솟아오른다. 강: 그럴땐 그냥 집에 머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야영은 인위적, 자연적인 방해 요소를 극복하는 활동이라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하다. 지친 상태에선 새소리나 바람 소리도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캠핑을 하며 만난, 향이 특히 아름다운 자연은? : 일본 북알프스 도쿠사와 캠프장의 향을 잊을 수 없다. 10월이었고 울긋불긋한 단풍에서 달콤한 설탕 향이 가득 났다. 야리가다케 정상의 산장에서 오후에 굽던 크루아상 냄새도 떠오른다. 쉬던 중 빵 냄새를 맡고 식당으로 뛰어갔다. ‘3108미터 산에서 먹는 빵이라니’ 하며 감격했던 기억이 난다. 야영하며 새소리에 흠뻑 취하고 싶다면? : 어느 곳의 자연이든 텐트에서 아침을 맞이하면 ‘세상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새들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새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봄과 가을에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를 만나고 싶다면 단연 섬을 추천하는데, 가파도에서 야영하며 도요새를 포함한 많은 새들을 만난 추억이 있다. 준비물은 쌍안경, 가능하다면 배율이 높은 렌즈의 카메라, 도감. 아드레날린이 가장 치솟았던 곳은? : 신혼여행으로 갔던 요세미티 국립공원. 5월 초에 방문했는데 공원 관리인이 “곰들이 한창 배고플 시기라 모든 냄새 나는 것을 밀폐된 통에 넣어 텐트에서 최대한 떨어진 곳에 두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폭설이 내린 후라 인적도 드물었다. 진짜 곰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 같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맛있는 캠핑을 하고 싶을 땐? : 지방 소도시로 향한다. 대부분 오일장이 열리는데 제철 식자재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운이 좋다면 막걸리 양조장, 오래된 맛집까지 만날 수 있다. 특히 강원도 동해 북평, 삼척, 정선 오일장은 꼭 가보길 권한다. 가장 가벼운 가방을 메고 떠날 수 있는 캠핑지는? : 일본의 산장은 식사와 잠자리가 잘 마련되어 있다. 숙식비 예산이 충분하다면 여벌 옷과 간식만 챙겨 가볍게 일본 북알프스를 걸을 수 있다. 배낭이 가벼울수록 더 많이, 더 멀리 걸을 수 있으니까. 야영할 때 꼭 챙기는 요긴한 장비, 물건이 있다면? : 슬리퍼. 캠핑이든 뭐든 야외 활동은 걷는 일이 많다. 숙영지에선 양말을 벗어 발에 쉼을 준다. : 넥 워머. 주 용도는 목을 감싸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땀을 닦거나 샤워 후 몸의 물기를 닦아내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언젠간 꼭 가봐야지’ 하고 꿈꾸는 곳? : 요즘엔 한반도 동쪽과 서쪽을 가로지르는 ‘동서트레일’을 지켜보고 있다. 중간중간 야영장을 짓고, 장거리 산행이 가능하도록 설계한다고 들었다. 해외는 단연 파타고니아 트레일! : 유부도, 외연도와 같은 서해안의 섬에서 캠핑하며 새를 보고 싶다. 우리나라 서해안 섬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로, 봄과 가을에 찾으면 많은 철새를 만날 수 있다. 영화 <노매드랜드>처럼 긴 시간 밴이나 캠핑카를 이끌고 미국 서부를 달리는 건 영원한 꿈.

About <나의 캠핑 물건>(강성구), <나의 캠핑 놀이>(문나래)를 쓴 부부. 각각 국립청도숲체원과 국립등산학교에서 일하며 삶과 사랑을 산에 두고 산다.

박준모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대어 출몰 낚시터는? 논산 탑정저수지가 제격이다. 수몰된 나무가 많은 지형 덕분에 봄철 산란을 위해 얕은 곳으로 이동하는 빅 배스를 만날 확률이 높다. 실제로 이곳은 루어낚시 마니아들 사이에서 ‘배스의 메카’로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나 역시 매년 봄이면 이곳을 찾는다. 수면에 드리운 나뭇가지 틈으로 루어(인조 미끼)를 조심스럽게 던질 때의 긴장감이 얼마나 짜릿한지! 자연 속에 은둔하며 한적하게 낚시하고 싶을 땐? 대전 대청댐이 좋다. 넓은 호수와 식물이 어우러지는 대청호는 풍경 하나만으로도 가치 있다. 저녁 낚시를 즐기다 보면 물 위로 달이 떠오르는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오롯이 자연을 만끽하며 은둔자처럼 보내기 좋다. 낚시와 자연을 모두 품은 곳이다. 5~6월, 이 계절의 진짜 주인공이라고 생각되는 낚시터는? 초여름 남쪽 바다에선 농어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경남 거제 지세포항이 유명하다. 봄철 멸치 떼가 몰려들면서 농어가 연안으로 접근하는데, 피딩 타임엔 눈앞에서 물보라가 튀는 장관도 볼 수 있다. 소동리의 소노캄거제 인근 바다도 추천한다. 낮은 바닥을 잘 공략하면 농어의 강력한 입질을 받을 수 있다. 이곳에서 70cm짜리 농어를 잡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무더운 여름, 수영과 낚시를 함께 할 수 있는 곳은?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주인공들이 했던 계곡 플라이낚시가 알맞다. 강원 영월의 직동계곡에는 토종 물고기인 산천어, 꺽지, 쏘가리, 갈겨니, 버들치 등이 서식하고 있다. 물속에 들어가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산천어 낚시를 추천한다. 근처에 캠핑장도 많아 하루쯤 묵어가기도 좋다. 물 맑은 섬진강 하류에서 즐기는 은어 낚시도 여름에만 가능한 레저다. 슈트를 입고 물속에 들어가 빠른 물살을 헤치며 찌를 던진다. 다만, 은어 낚시 장비가 상대적으로 비싸고 씨은어(미끼 은어)를 이용한 놀림낚시 기법이 어려운 편. 초보자보단 중급자부터 추천한다. 나만 아는 명당 포인트? 전남 고흥 해창만. 수도권 근처 바다나 저수지는 사람도 많고 물고기도 스트레스를 받아 입질이 뜸하다. 반면 해창만 같은 곳은 낚시꾼의 발길이 덜해 손맛을 볼 확률이 높다. 이 시기 해창만은 얕은 수심과 풍부한 개체수 덕분에 낚싯대를 던지기만 하면 입질이 오는 손맛 좋은 곳이다. 국내와 해외, 인생 낚시터를 각각 하나씩만 꼽는다면? 국내에선 제주도의 선상 방어 낚시터다. 최근 가족들과 제주도 루어 낚싯배에서 장비를 인당 1만원에 빌려 즐겼다. 제주의 바다 풍경도 즐기고 힘센 방어와 한판 대결을 벌이며 온 가족이 즐거워했다. 해외는 일본 비와호를 꼽는다. 전 세계 배스 낚시의 메카로 불릴 만큼 빅 배스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배스의 종류 중 라지마우스 배스(큰입우럭)만 서식하는 국내와 달리 플로리다 배스도 있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포인트를 직접 찾아주는 피싱 가이드 프로그램도 유익했다. 잡은 고기로 요리까지 즐기고 싶다면 어디가 좋을까? 여름만 되면 경남 산청 경호강에서 먹은 은어 요리가 떠오른다. 냄비에 직접 잡은 은어를 넣어 간장밥을 해 먹었는데, 지금까지 맛본 생선 요리 중 최고였다. 은어는 하천에서 돌에 붙어 있는 이끼를 먹고 산다. 덕분에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없고 향긋한 수박 향이 난다. 고춧가루와 된장만 넣고 끓인 매운탕도 단순하지만 감칠맛이 살아 있다. 캠핑과 낚시,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을 때는? ‘캠피시’라는 단어가 생길 만큼 캠핑과 낚시는 찰떡궁합이다. 강원 춘천댐의 하늘뜨락캠핑장은 물가 바로 앞에 텐트를 칠 수 있고, 워킹 낚시나 카약 낚시도 가능하다. 저녁엔 회를 나눠 먹으며, 화롯대 앞에서 마시멜로를 굽고 음악을 들으며 밤을 지새웠던 좋은 기억이 있다. 낚시의 종류도 다양하다. 낚시가 처음이라면 어떤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 초보자에게는 루어낚시를 추천한다. 파도나 바람을 맞으며 낚시를 하는 것보다 더 안정적이고 생미끼 대신 인조 미끼를 써 위생적이다. 무엇보다 배우기 쉽다. 수도권 인근 유료 송어 낚시터가 많으니 도전해보길. 그래도 바다를 조금이나마 느끼고 싶다면 인천 선재도 인근의 바다낚시공원이 적합하다. 자연과 인공이 적절히 조화롭다. 기본 장비만 갖추면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다. 낚시할 때 가장 중요한 안전 수칙은? 한번은 강풍주의보를 무시하고 출조했다가 보트가 뒤집힐 뻔한 적이 있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기에 무사할 수 있었다. 날씨 확인, 구명조끼 착용, 헤드 랜턴 소지, 바늘 사고 대비 플라이어(낚시 전용 펜치) 준비는 낚시꾼의 기본 중 기본이다. 여름철 낚시터엔 벌레가 많을 텐데, 효과 좋은 벌레 퇴치제는? 특히 여름철 밤낚시는 벌레와의 전쟁이다. 패치를 붙여도, 손목밴드형을 착용해도 소용없다. 무조건 바르는 모기약이 최고다. 그중 신신제약의 ‘모스키토 밀크’를 강력히 추천한다. 한 낚시 카페의 모기약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About 루어낚시 전문으로 <낚시춘추> 객원기자. 유튜브를 비롯한 SNS에서 ‘지그런커’라는 활동명으로 다양한 낚시 경험을 공유한다.

윤성중

걸음마다 감탄이 터지는, 걷는 재미가 쏠쏠했던 산은? “우와!” 하는 감탄이 계속 나오는 산은 설악산이다. 수없이 솟은 화강암 봉우리가 바늘처럼 하늘을 찌르고, 그 사이를 통과하는 능선은 걷는 내내 긴장과 황홀을 동시에 안긴다. 설악산 안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코스는 서북주능이다. 인제 남교리에서 한계령 갈림길까지 이어지는 이 능선은 식수를 구할 수 있는 지점도 없고, 고도가 큰 폭으로 오르내려 체력 소모도 크다. 그만큼 재미와 도전 정신을 함께 불러일으킨다. 정신력과 체력을 동시에 시험하는 ‘깔딱고개’는? 요즘 나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깔딱고개는 수락산에 있다. 덕릉고개에서 도솔봉으로 이어지는 약 3km 구간이다. 최근 트레일 러닝 훈련을 위해 자주 찾는데, 대부분 밤이나 새벽 시간이다. 이 코스는 무척이나 으슥하다. 며칠 전에는 여길 오르다가 세찬 바람을 만났다. 나뭇가지가 삐걱대고 나뭇잎이 날아다니는 소리도 불안하게 울려 그 음산함에 멘탈이 무너졌다. 꼭대기에 오르자마자 집으로 도망쳤다. 진짜 아름다운데 사람들이 잘 몰라서 안타까운 등산 코스는? 무조건 지리산의 삼신봉. 지리산은 잘 알려져 있지만 삼신봉은 그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다. 그러나 삼신봉 정상에 서면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풍경이 호텔 뷰라면 365일 만실일 게 분명하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정상까지 쉽게 오르고 싶다면?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는 산을 찾아보면 된다. 활공장까지는 차량 진입이 가능한 도로가 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봉산(경기 남양주), 것대산(충북 청주), 대암산(경남 합천), 유명산(경기 양평)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풍경도 뒤지지 않는다. 5월과 6월에 절정인 산은? 제주도를 제외하고 봄을 가장 먼저 맞는 전남 해남의 주작산, 덕룡산, 두륜산 등이다. 해남에 가면 산 주변 맛집에도 꼭 들러야 한다. 이곳 식당 대부분은 한정식이 주메뉴. 이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해산물이나 나물을 먹다 보면 힐링하는 기분이 절로 들 것이다. 등산 중 시원하게 뛰어들 계곡이 있는 곳? 경북 영양의 왕피천계곡을 추천한다. 폭이 넓고 수심도 깊다. 배낭 안에 방수 주머니를 넣은 다음 배낭을 멘 채 계곡으로 뛰어들면 외국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튜빙’을 할 수도 있다. 이곳은 지금도 오지로 알려졌는데, 가는 길이 꽤 험하다. 하지만 한 번 방문하면 평생 잊을 수 없다. 하이킹 한 번에 몸무게를 2kg 이상 빼고 싶은 사람이 올라야 할 산은? 그러면 아주 힘든 산행을 해야 한다. 저녁을 굶으며 산행을 하면 더 효과적일 것. 그럴 때는 ‘종주 산행’이 좋다. 한북정맥을 꼽고 싶다. 강원도 철원에서 경기 파주까지 이어지는 약 294km의 능선길. 긴 구간 중 원하는 구간을 잘라서 오를 수 있다. 어느 구간을 선택하든 ‘빡셀’ 것이다. 2kg은 기본으로 빠진다. 목숨이 달랑거렸을 만큼 위험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한겨울 소백산에서였다. 유명한 소백산이지만 인적 드물기로 유명한 구인사 방면을 올랐다. 사람이 가지 않을 만했다. 너무 험했다. 사진기자와 나, 친구로 이뤄진 우리 팀은 정해진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도중에 텐트 없이 노숙을 했다. 눈이 많았는데, 눈으로 벽을 만들어 바람을 겨우 막았다. 덜덜 떨면서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까딱하면 저체온증에 걸려 죽겠다 싶었다. 등산할 때 꼭 챙기는 간식은? 편의점에서 호박죽을 사 간다. 뜨겁게 먹진 못하지만, 산에선 그냥 먹어도 달달하고 맛있다. 무게가 좀 나가긴 하지만 이만한 간식이 없다. 너무 자주 챙겨 가서 사진기자에게 구박을 받기도 한다. 등산 중 만난 가장 인상 깊은 찻집은? 강원도 고성의 화암사 근처에 있는 찻집 ‘란야원’이 생각난다. 수바위를 정면에 두고 앉아 송화밀수(꿀물에 송홧가루를 넣은 차)를 마시는 순간, 인간으로 태어난 게 참 다행스럽다고 느껴졌을 만큼 행복했다. 등산 중 맛본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 전남 순천의 조계산 중턱에 있는 허름한 보리밥집. 마치 조선시대 주막 같은 분위기에서 먹는 보리밥이 별미다. 산길을 걷다 마주치는 순간 ‘여기서 안 먹고 가면 후회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 것. 산 아래에서 마신 1등 막걸릿집은 어디인가? 단연 전남 해남의 ‘해창막걸리’.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그만한 값어치를 한다. 걸쭉하면서도 포도 향과 멜론 향이 난다. 두륜산에 오른 후 이 막걸리를 마시는 순간, 해남을 사랑하게 됐다. 사람들이 간과하지만 의외로 중요한 등산 장비는? 트레킹 폴이다. 히말라야나 고산 등반에나 필요한 도구 같지만, 사실 뒷산에서도 유용하다.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을 줄이고 미끄러운 구간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어 부상도 방지해준다. 오르막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요즘 젊은 등산객들은 어떤 산에 자주 출몰하나? 의외로 설악산에서 많이 본다. 험한 서북주능 코스에서 등산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젊은이들이 줄지어 올라오는 걸 보고 놀랐다. 모두 웃고 있었고 힘든 기색보다는 즐거움이 더 커 보였다. 등산의 세대교체를 느꼈다.

About <월간 산> 취재 기자. 수십 년간 한국의 산을 두 발로 기록해왔다. 산에 오를 때마다 작은 드로잉 노트를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