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 ‘웰니스’를 찾으러 간다고 했을 때 누군가는 동의할 생각이 없는 눈빛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그 의심을 십분 이해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교통체증, 도로 위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내뿜는 매연과 탁한 공기, 복잡한 인파와 자비 없는 소음…. 그런데도 삶에서 웰니스가 없다고 느낄 때마다 한여름 땡볕 아래에서 그늘과 물 한 잔을 갈구하는 사람처럼 방콕으로 떠났다. 이 도시의 무엇이 나에게 웰니스였을까?
답을 구하기 전에 뜻을 먼저 짚겠다. 지나치게 흔히, 자주, 아무 때나 써서 상투적이기까지 한 이 용어를 처음 만든 미국의 의학자 핼버트 던은 ‘적절한 운동을 하며 건강하게 하루를 보내는 삶’이란 정의를 내렸다. 쉽게 말하면 운동, 건강이란 단어가 들어갈 자리에 웰니스를 썼다는 얘기다. 1961년에 내린 이 정의는 시대의 흐름에 유연하게 몸을 맡기며 계속해서 진화했다. 글로벌웰니스협회(GWI)라는 이름을 가진 단체에선 2015년에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하고 안정된 상태’라고 발표했고 웰니스 관련 논문을 뒤질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이름, 아라카와 마사시(류큐대학 교수이며 웰니스 전문가로 통한다)는 이 ‘상태’ 위에 ‘삶의 질을 높이는 자기 실현이자 삶의 방식’이라는 의미까지 덧붙인다. 뜻을 보태고 더할수록 웰니스는 점점 더 요원한 과제가 되고 있지만, 어쨌든 지금 시대에 웰니스란 ‘양질의 삶, 그것을 실현시켜주는 방식’으로 이해하면 쉽겠다.
양질의 삶은 양질의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다. ‘질 좋은 시간’의 필요성에 대해 굉장히 많은 강연과 책을 남긴 프랑스의 사상가 자크 아탈리는 창조적이고 자유로우며 경제적 효용이라는 기준에 휘둘리지 않는 시간을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극찬한 책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쓴 예술가 제니 오델은 그런 시간을 소유하고 싶다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그 비움이 24시간 내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서 벗어나 자기 관심의 통제권을 되찾는 방법이라고 덧붙이면서.
방콕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죄책감이 들지 않으며 돈 혹은 득이 되는 일과 하등 상관없는 일과로 하루를 꽉 채울 거리가 많은 도시. 철학서를 꾸역꾸역 읽고 사상가들의 각종 제언을 굳이 듣지 않아도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 이들이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온 느긋하고 순응적인 특유의 분위기가 ‘바이브’가 된 곳이다. 일명 3S, 천천히(Sabai), 즐겁게(Sanook), 쉽게(Sadeuk)가 삶의 지향이자 가치관인 이 나라에선 치열하고 억척스럽게 목표를 향해 내달리는 성취 중독자들의 욕망과 속도에 자주 제동이 걸린다. 그 멈춤이 답답하고 못마땅한 이에겐 이 도시가 알려주는 지혜가 무용하지만, 그런 삶에 동화되는 일에 호기심이 인다면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 가진 것에 만족하고 베푸는 일이 곧 자신을 위한 일인 태국 사람들은 잘 사는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품고 이 도시를 찾은 이들이 구하는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