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TRAVEL>을 세상에 선보인 지 두 달 여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창간호가 나온 후 사람들에 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요즈음 같은 시기에 매거진을 내다니, 대단(?)하다”는 얘기입니다. 스마트폰이 눈과 뇌와 영혼까지 점령한 시대에 종이로 된 매거진이라니. ‘대단하다’에는 ‘무모하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겠죠.
하지만 두 달 간, 이 무모한 도전에 대한 놀라운 반응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이 다시 열린 것처럼, 반갑다”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다” 등등 독자들의 고마운 여러 리뷰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종이 냄새를 맡으며 종이의 질감을 느끼며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힐링이 됐다”는 반응이었어요. 20년 넘게 잡지를 만들어오면서 ‘독자’라는 단어를 무의식 중에 습관적으로 써왔건만, ‘讀者’ ‘읽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새삼 소중하게 와닿았습니다. 디지털 콘텐츠는 읽는 맛이 나지않죠. 읽는데도 ‘보다(SEE)’ ‘스캔하다’ ‘입력하다’는 느낌이 강한 게 사실입니다. 책과 잡지를 읽는 행위에는 시각 뿐 아니라 촉각과 후각도 동반됩니다. 시간과 돈을 들여, 물성을 느끼며 무언가를 천천히 읽을 때는 지식과 정보만 입력되는 게 아니라 많은 생각과 감상이 생성됩니다.머릿속에 바람도 불고, 새로운 결심도 하게 되고, 한 권을 다 읽고 난 후 책을 덮을 때는 어떤 세계를 정복했다는 성취감까지 들고요.(물론, 유튜브나 OTT를 보면서도 이런 생각을 합니다.)첫 호를 읽은 많은 분들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을 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어서 더 기뻤습니다. 저에게 ‘여행’과 동급은 가장 좋은 것이란 의미니까요.
검색창에 ‘잡지’를 쳐보니, 이렇게 정의가 되어 있더군요.
“문화의 전달, 보호 및 창조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독자들에게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여 인류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매스커뮤니케이션의 한 형태로서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정한 시간적인 간격을 두고 발행하고, 잡다한 여러가지 읽을거리를 게재하며, 책과 같이 꿰매어 놓은 제 책성이 바로 잡지의 특징이다.(나무위키)”
종이 책이 아니어도 사실 지금 유행하는 많은 디지털 매체의 근간은 알고 보면 ‘잡지’입니다. 매체가 정한 방향성 안에서 에디터(편집자)가 고유한 취향과 감각으로 큐레이션한 정보가 실리는 형태가 많으니까요. 오랫동안 잡지를 만들어왔는데 저는 이상하게 매달 마감을 할 때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조금은 식상한 속담이 떠오르곤 합니다. 잡지를 만드는 일은 한 알 한 알 흩어져 있는 구슬을 잘 꿰어서 보배를 만드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한 장의 사진도, 하나의 문장도 흩어져 있다면 그 빛을 제대로 발하지 못하겠죠. 종이 잡지의 순기능은 여행의 좋은 점과 어느 정도 닮았습니다. 경험하지 않는 자는 결코 그 세계를 알지 못한다는 것.
두 번째 <hey! TRAVEL>이 향한 곳은 스리랑카입니다. 한 번도 여행지로 떠올려보지 않았던 스리랑카는 ‘미지의 세계’ 그 자체입니다. 알면 알수록 그 문화와 역사가 너무 복잡해서 류진 에디터를 미궁에 빠지게 한 그곳은 대체 어떤 곳일까? 영국이었다가, 페루였다가, 아프리카였다가 또 그 모든 곳인 것 같았다는 나라. 스리랑카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그곳에 더 깊게 다가갔습니다. 미지의 세계로 가는 열쇠가 이 한 권의 책에 있습니다.
EDITOR IN CHIEF
여 하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