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볕 잘 드는 망리단길 2층 널찍한 공간에 자리한 풀은 채식주의자는 물론 망원동 미식가들의 사랑방이다. 건강에 좋고 맛있기까지 한 비건 음식과 디저트를 맛볼 수 있기 때문. 홍보 브랜딩 회사를 운영하던 부부는 환경과 아이들을 위하는 일을 하고 싶어 풀을 오픈했다. 독일과 뉴욕, 워싱턴 등에서 외교부 소속 셰프로 일해온 어머니에게 콩국을 비롯한 비건 요리 레시피를 전수받아 여름엔 콩국수, 겨울에는 가정식 콩물을 제공한다. 풀에서 사용하는 콩은 모두 가족의 고향인 제주도에서 공수해 오는데, 사계절 메뉴인 현미밥에는 아침마다 볏짚을 넣어 발효해 띄운 콩과 수제 된장이 들어간다. 또 다른 인기 메뉴인 비건 치즈 라자냐는 육류가 들어가지 않음에도 훌륭한 풍미를 낸다. 시나몬과 정향, 생강을 넣은 수제 디카페인 콜라, 지리산 아래에서 수확한 유기농 토종 밀로 만든 포카치아도 놓치기 아깝다. 인근의 대안학교 아이들과 요리 클래스를 열거나 소외 계층에게 빵을 제공하는 활동도 함께한다. 널따란 오픈형 주방이 있는 내부 인테리어도 특별하다. 아이들이 앉을 수 있도록 높이 조절이 가능하고 모서리가 둥근 모듈식 조립 가구를 직접 디자인했다. 테이블에는 ‘풀’과 ‘세상을 바꾸자’라는 글귀가 점자로 새겨져 있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포은로 89 2층 영업시간 11:00~20:00(매주 월 휴무) 인스타그램 abcpul
샐러마리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제철 식재료를 공수해 샐러드, 김밥, 우동 등을 판매하는 분식점으로 6년째 망원동을 지키고 있다. “처음부터 비건 메뉴를 만들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망원동에 워낙 채식하는 손님이 많아 김밥을 사 갈 때 몇 가지 요구를 하셨죠. 이럴 거면 아예 비건 메뉴를 만드는 게 어떨까 해서 시작한 것이, 지금 인기 메뉴가 된 참나물김밥, 시금치된장김밥이에요.” 바리스타로 카페에서 오래 일한 경험을 살린 이기원 대표는 샐러마리의 감각적인 브랜딩까지 신경 썼다. 귀엽고 편안한 분위기의 매장 인테리어와 디시가 망원동 분위기와도 무척 잘 어울리는 편. 망원동을 찾는 관광객은 물론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오는 부모님, 인근 어르신들까지 속이 편한 음식을 찾는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곳이다. 여름엔 바질우동, 겨울엔 채수로 국물을 낸 장우동도 인기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망원로 55-3 영업시간 11:00~19:00(매주 수·일 휴무) 인스타그램 selermari_seoul
어라운드그린
최근 망원동과 합정동의 경계로 터를 옮긴 어라운드그린은 국내 비건 레스토랑의 1세대 격인 곳이다. 동물과 건강한 음식에 대한 애정으로 어라운드그린을 시작한 김혜선 대표는 8년째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며 요리한다. 팜유처럼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성분이 들어간 식품을 배제하고, 유전자 변형 작물을 피하고자 생산자가 확실한 국산 콩과 통밀만을 수급해 사용한다. 치즈의 질감을 내기 위해 찹쌀떡을 넣어보거나, 파스타의 두유 비율을 조절해 더 좋은 맛을 찾는 등 식물성 재료가 가진 매력에 집중해 음식 맛을 올리려 노력한다. 다양한 창작 요리가 많은데, 두부를 전분 물에 튀긴 후 그린빈과 피망, 버섯 등 각종 채소와 함께 간장을 넣고 볶은 두부데리야키 현미밥이나 수분을 빼서 꼬들꼬들한 두부를 베이스로 만든 도우 위에 볶은 느타리버섯, 표고버섯, 새송이버섯을 올린 세 가지 버섯피자는 어라운드그린의 시그너처 메뉴. 두유라테나 비건 밀크티 같은 음료도 추천한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44-1 2층 영업시간 수·목 11:00~20:00(브레이크 타임 15:00~17:00) / 금·토 11:00~17:00 인스타그램 around_green
두두리두팡
동물성 재료와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100% 비건 디저트를 선보이는 케이크 전문점. 한예종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 육소하 배우가 코로나 기간 동안 체중 관리와 건강을 위해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를 고민하다 직접 차린 가게다. 제빵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케이크나 디저트를 만드는 것이 익숙했다고. 비건 갸토 케이크부터 글루텐프리 카눌레와 파운드, 스콘, 크럼블, 두유그릭요거트, 치즈케이크 등 다양한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코코넛 크림과 두유, 바닐라를 배합한 수제 샹티 크림이 들어가 꾸덕꾸덕한 식감을 내는 비건 갸또는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메뉴. 핼러윈 기간에는 호박이 들어간 케이크,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레드 벨벳 케이크나 초콜릿과 말차, 딸기 등을 활용해 시즌별 메뉴를 개발한다. ‘두두리’라는 비건 마을, 사장님은 ‘두장님’, 직원들은 ‘두원들’, 손님은 ‘두민’이라는 두니버스(유니버스)로 콘셉트를 잡고 손님들과 유대감을 쌓아가는 것도 두두리두팡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23길 19 영업시간 목~일 12:00~19:00 인스타그램 duduri_dupang
옷셉 by 페스토 페스토
한때 다섯 명 남짓 앉을 수 있는 작은 음식점이었지만, 지금은 2호점까지 확장한 페스토 전문점. 비건 전용 페스토가 있어 채식주의자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보컬 트레이너로 일하던 대표가 친구들이 집에 왔을 때 술안주로 만들던 것이 시작이었다. 망원시장에서 산 저렴한 제철 채소로 만든 페스토 소스를 바른 샌드위치는 당시 친구들이 가장 좋아하던 메뉴였지만, 지금은 손님들의 인기 메뉴가 됐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 구입하기 쉬운 재료로 페스토를 만든다. 카운터에서 시식한 뒤 그로서리에서 구매하거나 샌드위치, 리소토, 콜드파스타 등을 맛보자. 술에 진심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만큼, 하이볼이나 위스키, 전통주 등과 페어링 하는 것도 추천한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희우정로16길 23-6 영업시간 11:30~21:00(매주 수 휴무) 인스타그램 pesto_pesto_
카카오다다
카카오다다는 국내에 몇 없는 빈투바 초콜릿을 만드는 곳. 커피처럼 단독 지역에서 나온 빈으로 만든 싱글 오리진 초콜릿이다. 초콜릿메이커가 세계 각국에서 선별된 카카오빈을 직접 로스팅하고 갈아내는 128시간 이상의 과정을 통해 초콜릿바를 완성한다. 2017년 국제 초콜릿대회에서 수상한 이후 매년 수상작이 나올 만큼 한국의 초콜릿 신에서는 유명한 곳. 올해 역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히는 아카데미 오브 초콜릿 어워즈(Academy of Chocolate Awards)에서 마다가스카르 70% 다크, 벨리즈 70% 다크, 탄자니아 46% 밀크, 가나 70% 등이 줄줄이 수상했다. 락토와 오보라면 밀크가 섞인 초콜릿을, 비건이라면 다크 초콜릿을 선택해 달콤 쌉싸래한 초콜릿의 세계에 빠져보길.
주소 서울시 마포구 희우정로10길 15 102호 영업시간 목~토 11:00~20:00 인스타그램 cacaodada
카멜스 키친
타이 음식을 메인으로 하는 합정동의 채식 레스토랑. 육류를 먹지 않는 페스코에 해당하는 대표는 망원동에서 4년간 타이 음식점 몽타이를 운영했었다. 잠깐의 휴식 뒤 합정동으로 자리를 옮겨 2023년 카멜스 키친을 오픈했다. 호불호가 강한 똠얌꿍에 입문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향신료보다 코코넛 밀크를 많이 써 담백한 느낌을 살리고, 향이 세지 않은 고수를 넣어 문턱을 낮췄다. 몽타이의 맛을 그리워하던 단골은 물론 똠얌꿍 같은 타이 음식 입문자, 채식을 실천하는 외국인까지 다양한 손님이 오간다. 한 태국인은 고향보다 더 맛있다며 한국에 올 때마다 찾아온다고(!). 아보카도나 버섯, 레드커리, 수제 간장소스 등으로 맛을 낸 볶음밥류부터 똠얌꿍, 팟타이, 해산물쌀국수, 똠얌 파스타, 타이 밀크티 등 타이 냄새 물씬 나는 메뉴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한식과 타이 음식을 함께 즐기고 싶은 채식주의자에게 추천한다. 주문 시 페스코와 비건을 선택할 수 있으니 참고할 것.
주소 서울시 마포구 포은로 52-1 2호 영업시간 11:30~20:30(매주 일·월 휴무) / 금 11:30~15:00 인스타그램 camel__kitch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