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을 홍콩답게 만드는 공간과 사람 - 헤이트래블 - hey!Travel

  • written by RYU JIN
  • PHOTOGRAPHY BY Jeon jaeho
  • Supported by Hong Kong Tourism Board

홍콩을 홍콩답게 만드는 공간과 사람

The Makers of Hong Kong

  • written by RYU JIN
  • PHOTOGRAPHY BY Jeon jaeho
  • Supported by Hong Kong Tourism Board
2024년 06월 28일

더 밀스 × 엘리 릉 & 유지니아 로

The Mills × Ellie Leung(마케팅 디렉터) × Eugenia Law (CHAT 큐레이터)

Q 더 밀스의 홈페이지에서 ‘로컬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라는 소개말이 흥미로웠는데요.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지원하나요?

엘리 릉: 더 밀스가 면을 만드는 방직공장이었던 만큼 지속가능한 텍스타일을 만드는 로컬 브랜드, 홍콩의 섬유 디자이너와 작가들에게 공간·교육 등의 지원을 다방면으로 하고 있습니다. 로컬을 위한 공간 투어, 교육·문화 예술 프로그램 등을 무료 혹은 합리적인 비용으로 제공하고요. 유지니아 로: CHAT에서 주로 그런 지원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는데요. 홍콩뿐 아니라 아시아의 아티스트를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어요. 홍콩의 학생이나 일반 방문자들은 텍스타일 디자인, 염색, 패브릭 아이템 만들기 등의 워크숍으로 더 밀스의 정체성과 역사, 홍콩의 로컬 디자인과 예술을 경험해볼 수 있고요.

Q 더 밀스뿐 아니라 홍콩에서 만난 많은 공간이 ‘과거’를 그대로 품고 ‘미래’로 나아가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유지니아 로: 맞아요. 홍콩은 변화가 굉장히 빠른 도시입니다. 역사가 짧은 데다 외국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고요. 옛것, 우리 것이 잊히고 유실되기가 매우 쉬워서 홍콩의 오리지널리티와 아이덴티티를 잘 지키는 것이 아주 중요해요.

Q 그 ‘정체성’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요?

유지니아 로: 더 밀스가 있는 췐완(Tsuen Wan)을 추천하고 싶어요. 이 동네는 1950~80년대까지 홍콩의 대표적인 공업 지역이었어요. 공장과 함께 노동자들의 주거지역으로 개발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고요. 외국인에겐 센트럴이나 침사추이 같은 동네가 홍콩의 이미지이겠지만 홍콩 사람들이 생각하는 홍콩다운 풍경은 트렌드나 개발의 영향이 아직 뻗지 않은 이 동네에 많이 남아 있어요. 엘리 릉: 더 밀스에선 췐완을 경험할 수 있는 로컬 가이드를 지원하고 있는데요.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 후 밖으로 나가 진짜 홍콩 로컬을 경험해보세요. 홍콩의 원주민 격인 하카족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싼둥우 박물관(Sam Tung Uk Museum), 1949년에 문 연 전통 과자점 룩캄키(Luk Kam Kee), 1953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풍 누들숍(Man Fung Noodle Shop) 등 근대 홍콩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ABOUT 더 밀스
더 밀스는 단순한 복합문화공간을 넘어 섬유산업으로 흥성기를 보낸 홍콩의 과거를 현재와 미래로 연결하는 공간이자 프로젝트다. 1954년에 문 연 난풍그룹(Nan Fung Group)의 방직공장과 창고로 쓰인 건축물과 부지 안에 CHAT(Center for Heritage Art & Textile, 헤리티지 아트&섬유 센터), 홍콩의 젊은 로컬 브랜드와 지속가능성을 모토로 하는 라이프스타일 매장 등이 들어서 있다.


타이쿤 × 친 친 테오

Tai Kwun × Chin Chin Teoh(타이쿤 총괄 디렉터)

Q 타이쿤은 문화예술공간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1800년대부터 홍콩에 존재했던 이 장소가 홍콩과 홍콩 사람들에게 갖는 의미는 남다른 것 같습니다. 당신은 타이쿤을 어떻게 정의하고 싶나요?

타이쿤은 홍콩 그 자체이자 홍콩의 축소판입니다. 홍콩의 역사를 대변하는 동시에 미래를 보여주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타이쿤의 공간 곳곳을 걷다 보면 과거, 현재, 미래가 한 장소에 존재하는 장면을 목도할 수 있을거예요.

Q 여행자가 아닌 홍콩 사람이 이 공간을 누리는 방식이 궁금합니다.

타이쿤은 홍콩 시민의 커뮤니티이자 이 도시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역동적인 허브예요. 저는 시민들이 자신의 친구, 가족들을 기꺼이 초대해 즐길 수 있는 공유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이곳에서 환영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공간과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것이 있나요? 이곳은 홍콩 정부, 홍콩자키클럽(Hong Kong Jockey Club, 이하 HKJC)이 함께 운영하는 공간입니다. HKJC는 홍콩의 문화, 예술 신 활성화를 위한 활동을 전폭 지원하는 기관이고요. 우리는 홍콩을 위한, 홍콩 시민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전시와 프로그램을 기획합니다. 곧 선보일 전시인 〈Soundtrack of Our Lives: Joseph Koo × James Wong × The Rise of Cantopop〉을 예로 들 수 있는데요. 1970년대 홍콩 사람들과 중국계 디아스포라의 마음을 움직인 음악을 돌아보고, 칸토팝이 부상한 시기에 홍콩이 겪은 변화를 살피는 내용이에요. 그 밖에도 홍콩의 젊은 예술가, 창의적인 인재를 발굴하는 다양한 문화·예술 공모전도 열고 있고요.

Q 많은 사람이 홍콩을 현대적인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와보니 옛것을 잘 살리고 존중하는 문화가 깊은 것 같아요.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 공간이 중앙경찰청, 중앙치안판사 사무소, 빅토리아 교도소에서 타이쿤이 되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것만 봐도 뿌리와 역사에 대한 홍콩 사람들의 깊은 존중을 알 수 있죠. 단순히 역사를 보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새롭고 흥미로운 일들을 계속 일으키면서 자연스럽게 옛 홍콩과 연결하는 것, 집단이 공유하는 기억을 함께 탐구하는 것이 타이쿤의 역할이자 동시에 현대의 홍콩이 향유하는 문화입니다.

ABOUT 타이쿤
2018년에 개관한 타이쿤은 1860년대 홍콩의 중앙경찰서, 중앙 치안판사 사무소, 빅토리아 교도소 등 16개 문화유산 건물과 건축가 헤르조그&드 뫼롱의 현대적 건축물이 함께 들어선 복합문화공간이다. 2019 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 지역 문화유산 보존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수천 명의 죄수가 투옥했던 감방과 그 안에서 열리는 전시들. 그 밖에도 일 년 내내 다양한 전시와 연극, 영화, 퍼포먼스 등의 문화예술 이벤트가 열린다.


센트럴마켓 × 에이븐 칸 & 타니아 리우

Central Market × Aven Kan(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슬로우드 마케팅 디렉터) × Tania Liu(슬로우드 스토어 매니저)

Q 슬로우드를 포함해 홍콩에 ‘제로 웨이스트’와 ‘친환경’을 주제로 한 상점이 꽤 많아서 인상 깊었습니다. 홍콩 사람들이 실제로 이런 지속가능한 소비에 관심이 많나요?

타니아 리우: 불필요한 포장재를 줄여야 한다는 인식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3~4년 전부터 홍콩 정부가 탄소 중립, 플라스틱-프리 등의 정책 캠페인을 강력하게 실시하면서 홍콩 사람들도 더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특히 팬데믹을 겪으며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요. 에이븐 칸: 환경뿐 아니라 건강에도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떻게 생산됐는지, 어디에서 어떤 경로로 왔는지, 몸에 좋은 성분과 먹거리는 뭔지 등을 살피기 시작했어요. 슬로우드에서 만날 수 있는 제품과 먹거리가 그런 관심과 니즈를 충족해주고 있죠.

Q 센트럴마켓은 역사적, 건축적으로 상징적인 랜드마크잖아요. 이 땅값 비싼 중심지 한복판에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숍이 큰 규모로 들어선 것이 놀라웠습니다. 어떻게 입점하게 됐나요?

타니아 리우: 새롭게 리뉴얼한 센트럴마켓은 이제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건축을 재생하고 홍콩의 문화를 지키는 곳이에요. 그래서 이 공간이 지향하는 목적과 어울리는 브랜드들이 함께하고 있죠. 센트럴마켓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홍콩의 ‘과거’와 연결되는 것인데요. 슬로우드는 화려하고 불필요한 포장이 없던 옛 시절의 홍콩과 연결되는 동시에 재생 공간과 지속가능한 소비라는 공통분모로 이곳에 자리 잡게 됐어요.

Q 홍콩 로컬이 즐겨 찾는 자연이 궁금해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도시가 아닌’ 곳은 어디예요?

에이븐 칸: 도심에서 페리 타고 한 시간 정도 달리면 닿는 청차우섬을 좋아해요. 신비로운 청포차이 동굴과 그 앞 트레일의 풍경이 정말 아름답거든요. 부드러운 모래를 가진 비밀스러운 해변도 많고요. 자연을 즐긴 후엔 바다를 눈에 담을 수 있는 예쁜 카페에 앉아 땀을 식히며 릴랙스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요. 다시 도시에서의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 방법이에요. 타니아 리우: 압레이차우(Ap Lei Chau)섬에 있는 육콰이샨(Yuk Kwai Shan)을 추천하고 싶어요. 존스톤산(Mount Johnston)으로 부르기도 하죠. 해발고도 196m로 높지는 않지만 정상까지 가려면 꽤 터프한 하이킹을 해야 해요. 기분 좋은 땀을 흘리며 꼭대기에 도착하면 홍콩에서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던 장면이 펼쳐집니다. 바다, 산, 섬, 야생동물 같은 대자연이요!

ABOUT 센트럴마켓
1939년 바우하우스와 스트림라인 모던 스타일로 지어진 4층짜리 건축물에 들어선 후 2003년 영업을 중단하기 전까지 센트럴마켓은 홍콩을 대표하는 쇼핑몰로 군림했다. 그로부터 6년후 홍콩의 부동산 개발 기업 차이나켐 그룹과 홍콩 정부의 도시 재건국이 손을 잡고 대대적인 복구와 레노베이션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에 네 번째 리뉴얼을 마치고 문 연 센트럴마켓은 과거의 흔적을 고스란히 살린 문화유산 안에서 쇼핑, 미식, 전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로컬과 여행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