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토리아와 이스트 런던 즐기기 - 헤이트래블 - hey!Travel

  • written by JOANNE JEONGWON SIN
  • PHOTOGRPH BY MING TANG EVANS

비토리아와 이스트 런던 즐기기

Enjoy East London Like a Londoner

좋아하는 도시, 가보고 싶은 도시에 ‘찐’ 로컬로 사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여행의 질을 풍부하게 한다. 7년 차 런더너, 독립 큐레이터 비토리아가 콕 짚어준 쇼어디치의 로컬 아지트.
  • written by JOANNE JEONGWON SIN
  • PHOTOGRPH BY MING TANG EVANS
2024년 02월 01일

Columbia Road Flower Market

매주 일요일마다 열리는 컬럼비아 로드 플라워 마켓은 비토리아가 한 달에 한 번은 꼭 들르는 곳이다.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는 제철 꽃과 식물을 멀리 도매시장까지 가지 않고 저렴한 가격에 집에 들일 수 있는 것은 물론 마켓을 따라 줄지어 있는 수십 개의 로컬 숍을 둘러보는 재미도 크기 때문이다. 로컬 아티스트 가 디자인한 주얼리나 의류를 판매하는 편집매장부터 유기농 치즈나 와인, 빈티지 바이널을 다루는 숍까지 있어 취향에 따른 라이프스타일 쇼핑이 가능하다. “좋아하는 것으로만 꽉 채워진 거리예요. 런던 시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체인 매장은 하나도 없잖아요. 두어 시간을 보내고 도보로 10분 거리의 쇼어디치 메인 도로나 브릭레인 빈티지 마켓으로 향하면 이스트 런던에서의 완벽한 한나절을 보낼 수 있어요.”

주소 ColumbiaRd, LondonE2 7RG
홈페이지 columbiaroad.info


Haricot Gallery

명실상부 유럽의 아트 비즈니스 허브인 런던에는 800개가 넘는 갤러리가 있고, 그만큼 다채로운 결의 작품과 공간을 만날 수 있다. 해리 레이크스(Harry Raikes)와 아티스트 콘스탄스 리드(Constance Read)는 저명한 갤러리의 권위적인 분위기 대신 아티스트를 포함한 모든 방문객이 예술 안에서 편안하고 환대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2023년 해리콧 갤러리를 열었다. 런던을 근거지로 삼고 있는 아티스트를 소개하면서 활기 넘치고 건강한 이스트 런던의 아트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큐레이터는 공간과 작품뿐 아니라 갤러리 오너, 방문객 모두를 고려하고 아우르는 직업이라 뜻이 맞는 협력자와 교류하며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아주 중요해요. 저는 해리와 콘스탄스의 열정에 매료되었죠. 아담한 공간임에도 그만의 이점을 충분히 살려서 매번 다르게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방식도 훌륭하고요. 이 둘과 대화를 하면서 다음 프로젝트에 대한 영감을 얻고 동기부여가 되는 걸 느껴요.”

주소 2BlackallSt, LondonEC2A4AD
홈페이지 haricotgallery.com


Hales Gallery

저명한 아티스트만을 좇기보다 신진 아티스트의 작품을 소개하며 둘 사이 균형을 맞추고, 무엇보다 명성이나 평판에 관계없이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 비토리아의 직업적 철학이다. 1992년 런던 남부에서 시작해 2004년부터 쇼어디치의 중심가에서 아트 신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헤일즈 갤러리를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열리고 있는 루시 스테인(Lucy Stein)의 전시가 이 갤러리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대표적 예죠. 영국 콘월과 스페인을 오가며 20년 넘게 활동해온 중견 작가임에도 열정과 에너지가 느껴져요. 구상과 추상이 섞인 스타일도 아주 매력적이고, 스페인에서 영향을 받은 타일 패널 작업으로 그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창조한 점도 마음에 듭니다.”

주소 TeaBuilding, 7BethnalGrnRd, LondonE1 6LA
홈페이지 halesgallery.com


E. Pellicci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는 피시앤칩스와 함께 영국 하면 떠올리는 상징적 메뉴다. 런던 전역의 호텔, 카페, 레스토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비토리아는 집 밥 먹듯 소박한 공간에서 제대로 된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E.펠리치를 추천한다. “아침부터 점심시간까지만 운영하고 예약도 받지 않는 데다 항상 줄도 길어서 테이블에 착석하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죠. 저도 오랜만이라 설레네요.” 영국식 브렉퍼스트 디시의 차별점을 만드는 것은 토마토소스 베이스의 베이크드 빈, 고기와 채소로 만든 감자전인 버블 앤 스퀴크(bubble and squeak), 선지를 넣어 순대 맛이 나는 블랙 푸딩. 흥미롭게도 이곳은 영국인이 아닌 이탤리언 가족이 100년째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혹시 ‘진짜’ 영국식이 아닐까 염려할 필요는 없다. 모든 음식은 이탤리언의 손을 거치면 나아지기 마련이고 런던의 많은 영국인이 리뷰를 통해 이미 그것을 증명했으니까.

주소 332BethnalGrnRd, LondonE2 0AG
홈페이지 epellicci.co.uk


Passione Vino

비토리아는 메뉴에서 ‘프리타티나 디 주카 에 라디치오 트레비사노 콘 스콰케로네(Frittatina di zucca e radicchio Trevisano con squacquerone)’를 발견하고는 반색했다. 한국의 빈대떡과 유사한 프리타타에 호박, 치커리 등을 넣고 치즈를 올려 마무리한 요리다. “트레비소는 제 고향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요. ‘라디치오 트레비사노’는 트레비소산 겨울용 치커리죠. 프리타타, 파스타, 리소토에 들어가는 대표적 재료기도 하고요. 보자마자 가족들 생각이 나서 주문했어요.” 유럽 어디로도 쉽게 여행할 수 있고,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어 런던에 살고 있지만 고향이 그리울 땐 이탤리언 레스토랑을 찾는다. “직원들 대다수가 이탤리언인 곳으로 가요. 자국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 이탤리언 스타일을 제대로 구현하는 곳에서만 일하려는 성향이 강하거든요. 이곳도 이탈리아 와인만을 취급하고, 그에 맞는 계절 메뉴를 내죠. 런던에서 이런 장소를 찾기는 쉽지 않아요.”

주소 85 LeonardSt, LondonEC2A4QS
홈페이지 passionevino.co.uk


비토리아 벨트레임 Vittoria Beltrame 큐레이터
“갤러리는 두말할 것도 없고, 아트로 연결될 수 있는 영감, 사람, 공간 등 모든 것이 있어요. 쇼어디치(Shoreditch)는 제 삶의 터전인 런던을 더 런던답게 만들어주는 곳이죠.” 이탈리아에서 국제학교를 졸업하고 런던의 크리스티스(Christie’s)에서 아트, 법 & 비즈니스를 전공한 뒤 현재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비토리아는 7년 차 런더너다. 아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주체들 과 교류할 수 있어 이 직업을 택했고, 같은 이유로 이스트 런던의 쇼어디치 주변을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vittoria.beltr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