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Bunny
북스 버니는 공원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던 혈기 왕성한 소년들이 식사를 위해 삼삼오오 모여드는 동네 분식점과도 같은 식당이다. 물 한 잔과 함께 땀을 식히며 오너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 단골손님다운 여유로운 태도가 느껴진다. 가장 호평을 받는 대표 메뉴는 데리야키 치킨이 듬뿍 올라간 치킨 오버라이스와 칠리 콘 카르네. 200엔을 추가하면 두 메뉴를 한 플레이트에 맛볼 수 있다. 정통 일식은 아니지만 캐주얼하게 로컬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을 때 방문하기 딱 좋은 곳이다. 달콤한 태국식 그린 커리와 얼큰한 삿포로식 수프 커리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메뉴. “도쿄의 로컬 맛집은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죠. 북스 버니 역시 마찬가지예요. 다양한 장르의 아트 북과 소설책이 구비되어 있어 여유롭게 혼밥을 즐기고 싶을 때 찾기 좋은 곳이랍니다.”
주소 2 Chome-31-8 Jingumae, Shibuya City, Tokyo
Dope Ueno-Okachimachi
우에노 공원에서 걸어서 7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도페는 로컬 MZ세대들이 즐겨 찾는 경양식집 겸 카페다. 양산 또는 카메라를 손에 들고 설레는 표정으로 삼삼오오 가게 앞에 모여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이들이 잔뜩 기대하는 것은 첫째도 둘째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낭만적인 분위기다. 어둑어둑한 실내에 들어서면 빈티지한 컬러감의 테이블과 의자, 유럽식 조명, 낡은 커튼이 눈에 들어온다. “동시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의 카페도 좋지만 이렇게 레트로한 무드의 깃사텐에 오면 어쩐지 친근한 느낌이 들고 마음이 편안해요. 새콤달콤한 케첩 소스가 배어든 나폴리탄 스파게티와 코끝이 찡해지는 다마고 산도는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맛이라 늘 주문하게 된답니다. 식후에는 비비드한 과일 장식이 돋보이는 파르페, 잉크 한 방울을 떨어트린 듯 신비한 색감의 크림 소다로 달콤함을 즐겨보세요.”
주소 1 Chome-8-3 Ueno, Taito City, Tokyo
Signal
“트렌디한 옷을 입고 스타일링을 제안하는 모델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자주 찾는 옷가게는 아메리칸 빈티지 의상을 판매하는 가게예요. 시그널은 누군가가 곱게 입다 물려준 느낌이 드는 물건들로 가득하답니다.” 자신만의 취향을 가지고 낡은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기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의 특징은 옷을 대하는 자세에서도 드러난다. 로컬들에게 날이 선 새 옷과 오래됐지만 정성껏 관리한 옷 중 하나를 고르라면 후자를 선택하는 쪽이 더 많을 것이다. 시그널 역시 오래 입을 가치가 있는 빈티지 의상을 선별해서 판매하는 곳이다. 낭만적인 프린지가 달린 웨스턴 재킷,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세련된 핏과 워싱이 돋보이는 데님, 어디에 매치해도 무던히 잘 어울리는 그래픽 티셔츠 등 두고두고 빛을 발할 매력적인 아이템이 가득하다.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는 기쁨을 느껴보고 싶다면 방문해보길.
주소 2 Chome−36−2, Kitazawa, Setagaya City, Tokyo
Kozuchi
팬시하고 아기자기한 상점이 즐비한 에비스 거리에서 낡고 투박한 고즈치의 외관은 오히려 눈에 띈다. 고기두부조림과 떡튀김, 된장국, 낫토 등 일본 가정식을 판매하는 이곳은 1957년 개업 이래로 로컬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는 동네 맛집이다.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주던 집밥이 그리울 때 찾는 곳이에요. 쇼와 시대의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지만 단골손님들은 오히려 젊은 세대랍니다. 모든 좌석이 카운터석이라 마스터의 재빠른 손놀림을 감상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로워요.” 간장으로 얼룩진 큰 두부 한 조각과 돼지고기 조림이 함께 나오는 ‘고기두부조림’은 380엔, 육즙이 흘러내리는 두꺼운 ‘함바그’ 정식이 1000엔으로 가격 또한 합리적이다. 감칠맛이 뛰어난 고기부추볶음과 진한 고기 국물이 일품인 라멘까지 음식이 하나둘 카운터에 오를 때마다 감동은 깊어지고, 이내 조밀한 거품이 가득한 생맥주 한 잔을 주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주소 1 Chome-7-6 Ebisu, Shibuya City, Tokyo
Fuglen Tokyo
“혹시 그거 아세요? 일본 사람들이 ‘커피 한잔 할까?’라고 말할 때 찾는 커피는 자판기에서 뽑은 캔커피라는 사실 말이에요. 저 역시 캔커피를 즐기지만 가끔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땐 푸글렌을 찾아요. 이미 관광객에게 많이 알려진 카페지만 도쿄에서 이렇게 깊은 풍미를 지닌 커피를 찾기란 쉽지 않답니다.” 12년 전 노르웨이의 커피 문화를 소개하며 요요기 공원 근처에 처음 문을 연 푸글렌. 낮에는 커피를 중심으로 한 카페로 운영되다 저녁에는 칵테일 바로 변모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매장은 요요기 공원과 아사쿠사점이지만 나만 알고 싶은 숨은 진주 같은 장소는 하네기 공원점과 가와사키점이다. 평화와 고요만이 존재하는 하네기 공원점에서는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시원한 다마강을 품고 있는 가와사키점에서는 흩날리는 꽃잎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의 낭만을 느끼기 좋다.
주소 1 Chome-16-11 Tomigaya, Shibuya City, Tokyo 홈페이지 fuglen.no
다카히로 나카야마(Takahiro Nakayama)
모델
ABC마트, 카시오, 노스페이스 등의 광고 촬영은 물론 〈POPEYES〉, 〈& Premium〉 등의 트렌디한 매거진에 신선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패션모델. 복잡한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로보다는 이국적인 야자수가 늘어선 지바를, 감도 높은 물건이 즐비한 백화점보다는 누군가의 추억을 간직한 옷들이 가득한 빈티지 숍을, 동시대적인 카페보다는 퇴색하지 않은 맛과 멋을 간직한 깃사텐에 가는 것을 즐기는 진짜 도쿄 로컬이다.
@takahiro_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