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애하는 슈퍼마켓 - 헤이트래블 - hey!Travel

나의 친애하는 슈퍼마켓

Time to Shop! The Best Supermarkets

전 세계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이용하는 슈퍼마켓. 각자가 켜켜이 쌓아 올린 매대의 상품에선 그 지역의 취향과 성향, 유행까지 짙게 배어난다. 슈퍼 인플루언서가 드나드는 고급 식료품점부터 로컬의 사랑방 같은 친근한 동네 슈퍼마켓까지. 국내보다는 해외가 익숙한 에디터 5인에게 가장 애정하는 슈퍼마켓을 물었다.
  • written by LEE JIHYE
  • ILLUSTRATION BY JOE SUNGHEUM
2024년 07월 08일

런던

웨이트로즈 | Waitrose

그로서리 쇼핑을 할 때 웨이트로즈를 자주 찾는다. M&S와 더불어 영국에서는 고급 슈퍼마켓 브랜드로 인식되어 주변 친구들은 사치라며 은근히 놀리기도 한다. 영국 왕실 인증을 받은 유일한 슈퍼마켓이며 찰스 3세의 유기농 사업이기도 한 더치 오가닉과 파트너십을 맺고 해당 브랜드의 식료품을 판매하니 충분히 그렇게 보일 만도 하다. 다른 슈퍼마켓에 비해 같은 식재료가 10~20%가량 비싼 건 사실이지만, 품질이나 무게로 따져보자면 심리적으로는 5% 프리미엄으로 느껴지는 수준. 장기 해외살이에 자연스레 건강염려증이 생긴 나에게 이 정도 투자는 튜브 대신 버스를 더 타는 것으로 상쇄할 수 있다. 몇 가지 실용적인 이유도 있다. 전 세계 어느 슈퍼마켓이나 으레 있는 포인트 제도 대신 이곳은 몇 주간 내 쇼핑 리스트를 추적해 매주 온라인과 앱으로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0.5~1.5파운드까지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데, 몇 년을 모아야 1파운드 정도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다른 슈퍼마켓 체인보다 훨씬 직접적인 혜택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나에게 영국 로컬 식문화와 여행 정보까지 얻을 수 있는 잡지 형태의 월간지, 타블로이드 판형의 주간지를 무료로 가져올 수 있는 곳이라는 점 또한 몹시 매력적. 웨이트로즈는 매장 크기에 따라 슈퍼마켓과 편의점 규모의 리틀 웨이트로즈로 구분되는데, 런던 여행 때 제대로 돌아보고 싶다면 콜 드롭스 야드 지점을 추천한다.
신정원(디자인 칼럼니스트)


방콕

레몬팜 | Lemon Farm

여행이나 출장으로 방콕을 방문할 때면 유기농 재료를 취급하는 레몬팜만은 빼놓지 않고 찾는다. 출장을 다니는 나는 접근성이 좋은 룸피니 공원 인근의 삼얀미트르타운점이나 통로역 지점을 방문하는 편. 관광객은 주로 작고 선물하기 좋은 꿀, 노니 원액이나 허브 제품을 찾는데 내가 여기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과일이다. 과일이 발에 차일 만큼 많은 타이에서 굳이 왜 과일이냐고 묻겠지만, 레몬팜의 과일은 과육이 알차고 달기로 유명하다. 특히 파인애플을 가장 좋아하는데, 타이 내에서도 이름난 유기농 파인애플 브랜드 홈스완 파인애플이 있기 때문. 이 맛이 워낙 유명해 타이 스타벅스엔 여름철이면 홈스완 파인애플로 만든 콜드부르나 홍차를 계절 메뉴로 판매하기도 한다.
이지혜(<hey! TRAVEL> 에디터)


사이판

뉴 엑스오 마켓 | New XO Market

사이판에선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뉴 엑스오 마켓을 방문한다. 몇 년째 간판의 ‘XO’에 불이 안 들어오는 것만 봐도 이 슈퍼마켓이 얼마나 로컬 지향적(!)인지 알 수 있다. 뉴 엑스오 마켓에는 일본, 중국, 한국에서 파는 다양한 제품은 물론 철물점에나 있을 법한 생필품까지 없는 게 없다. 언제부턴가 사이판에 올 때마다 로컬 친구들과 마라탕 전골 파티를 여는데 이곳에서 모든 재료를 살 수 있다. 중국식 마라탕 소스부터 분모자, 고수, 두부피, 양고기, 소고기, 완자, 새우까지. 게다가 다른 마트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샤부샤부용 얇은 고기를 판매해 마라탕에 넣기도 좋다.
엄지희(프리랜스 에디터)


LA

에레혼 | Erewhon

여행지에서 물이나 그날 밤 먹을 과자와 맥주, 다음 날 아침에 먹을 요거트와 과일 같은 것을 살 땐 숙소 들어가는 길에 눈에 띄는 곳으로 들어간다. 일개 마트를, 없는 시간 쪼개서 기어이 찾아간 적이 없다는 얘기다. LA에선 그 ‘룰’을 깼다. 동행에게 “나 무슨 일이 있어도 거기에 꼭 가야겠다”고 윽박에 가까운 읍소를 해가며. 그 거기는 ‘어디에도 없는(Nowhere)’이란 뜻의 단어를 뒤집어 이름으로 삼은 ‘에레혼(Erewhon)’이다. SNS가 보여주는 트렌드에 민감한 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고, 그런 거에 딱히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가볼 만한 곳이다. 한 통에 25.99USD(한화 약 3만5천원)나 하는 물을 구경하거나 미국의 인플루언서이자 모델 헤일리 비버가 즐겨 마신다는 18USD(한화 약 2만4천원) 스무디를 맛본 후 인스타그램에 ‘인증’하는 일에 구미가 당긴다면 말이다. ‘LA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총체’라는 수식으로 종종 묘사되는 이 마트는 취급 제품의 95%가 유기농이다. 자신의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면 돈을 아낄 생각이 없는 이들이 즐겨 찾는 곳, LA에 사는 셀럽들과 종종 마주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정교하게 진열된 상품들, 패션 화보 세트장으로도 손색없는 공간 디자인 덕분에 ‘인증’의 성지로 여겨지기도 한다. “요즘 미국의 취향 좋은 사람들은 뭘 먹고 뭘 써?”에 대한 답을 알고 싶다면 에레혼 진열대 앞에 서면 된다.
류진(<hey! TRAVEL> 에디터)


홍콩

올리버스 더 델리카트슨 | Oliver’s The Delicatessen

홍콩은 그야말로 슈퍼마켓 천국. 1945년에 문을 연 홍콩 최초의 슈퍼마켓 웰컴(Wellcome), 웰컴과 쌍벽을 이루며 로컬의 애정을 한 몸에 받는 파킨숍(ParknShop), 여행자들도 즐겨 찾는 시티 슈퍼(City’super) 등 캐릭터가 확실한 브랜드가 꽤 많다.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나의 선택을 받은 마켓은 명품 브랜드의 플래그십 매장이 즐비한 몰, 랜드마크(Landmark) 2층에 자리한 올리버스 더 델리카트슨(이하 올리버스). 우리나라에 ‘외제’ 식료품 브랜드와 식재료가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던 시절, 홍콩은 그런 걸 구경하거나 살 수 있는 곳으로 인기가 꽤 높았는데 그중 으뜸가는 마트가 바로 올리버스다.
무려 1981년에 문을 연 이곳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셀렉션은 술이다. 특히 와인 리스트는 홍콩에 거주하는 서양인(중에서도 돈이 많고 취향이 좋으며 심지어 까다롭기까지 한)들을 흡족하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데일리 와인부터 유리 진열장 안에 가둔 한정판까지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마음에 드는 와인을 집어 들었다면 델리 코너로 향할 차례. 물가 비싼 홍콩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기, 치즈, 샐러드, 빵 등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홍콩에서 가장 인기 있는 로컬 크래프트 맥주와 커피, 홍콩에 온 여행자들이 즐겨 사 가는 각종 차, 마켓컬리도 아직 찾아내지 못한 전 세계 곳곳의 식료품이 당신의 장바구니를 노린다.
여하연(<hey! TRAVEL>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