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짧은 올 가을, 만추의 자취를 쫓아 완주로 향했다. 전라북도에 위치한 완주 군은 80년 전에 전주에서 분리됐다. 지명조차 낯설었던 완주가 최근 몇 년 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BTS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 ‘썸머 패키지 인 코리아’ 촬영지로 입소문을 타면서 이름이 알려진 것. ‘아원고택’이나 나룻배 타는 카페 등 SNS에 올리기 좋은 핫스폿 말고도 완주의 백미는 ‘자연’이라 할 수 있다. 완주엔 산이 14개, 저수지 또는 호수만도 8개다. 완주군은 전주 옆 동네 아닌 그 자체로도 완주하기 좋은 여행지다. 완주는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가장 면적이 넓은 지방자치단체다. 약 820㎢로 서울, 부산, 광주, 대구보다 넓고, 인구 소멸의 위기 속에서도 완주 군민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10만 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완주 가볼만 한 곳
대둔산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운 대둔산은 완주의 자랑이자 보물. 특히 울긋불긋 단풍이 드는 가을 대둔산은 절경 그 자체다. 대둔산은 ‘한듬산’을 한자로 만든 이름으로 ‘한’은 크다는 뜻이며 ‘듬’은 두메, 더미 덩이의 뜻으로 ‘큰두메산, 큰덩이의 산’을 뜻한다. 곳곳에 드러난 화강암 암반이 기암괴석을 이루고 있고, 빼곡한 숲이 첩첩으로 쌓여있어 예로부터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려온 곳. 우뚝 솟은 봉우리마다 독특한 형상을 자랑해 잘 다듬어진 조각품을 보는 것 같은 수석의 보고다. 정상 부근의 금강구름다리는 대둔산의 백미다.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장관을 이루는 대둔산은 케이블카를 타면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위봉사
위봉산 자락에 위치한 위봉사는 소양면 대흥리 위봉산 마루턱, 위봉산성 안에 자리 하고 있다. ‘추출산위봉사’라고 적힌 일주문과 사천왕문을 지나 위봉사 경내로 들어선다. 깊은 산속의 사찰인데도 마당이 평탄하고 널찍하다. 대웅전 용마리에는 청기와가 고색창연하게 박혀있다. 비구니들만의 도량인 위봉사는 절제의 미학이 엿보인다. 사찰 내부 건축물의 배치나 공간 구성 어디에도 과정이나 허세가 보이지 않는다. 팔작지붕으로 유명한 보광명전 지붕의 용마루루와 위봉산의 부드럽고 완만한 능선 자락의 조화가 절묘하다.
주소 전북 소양면 위봉길 53
위봉산성
BTS의 뮤직비디오의 촬영지 중 한 곳. ‘위봉’은 위봉산성이 위치한 위봉 마을이 봉황이 둥지를 튼 형국에서 생겨난 지명으로 봉황이 새끼를 낳고 어미 2마리와 새끼 2마리가 도솔봉, 문필봉, 되실봉, 장대봉으로 날아가 앉았다 해 ‘위봉’이라 이름 붙었다. 1675년 (숙종1)에 7년을 거쳐 쌓은 포곡식 산성이다. 3곳의 성문과 8개의 암문이 있었으나 현재는 일부 성벽과 3개문 중 전주로 통하는 서문만 유일하게 남아있는데, 이 역시 문 위에 있던 3칸의 문루가 붕괴되어 사라지고 높이 3m, 폭 3m의 아치형 석문만 현존한다.
주소 전북 소양면 위봉길 53
삼례문화예술촌
1920년대 일제강점기 시대 지은 양곡창고를 개조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으로 과거와 현대가 어우러진 문화예술공간이다. 해방 이후 2010년까지 삼례 농협 저장고로 사용되다 2013년 6월, 삼례문화예술촌으로 재탄생됐다. 1920년대 지어진 건물 양식과 흔적이 보존되어 예술촌 내부 건축물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다채로운 전시와 문화 공연, 세미나 등을 개최, 방문객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주소 전북 완주군 삼례읍 삼례역로 81-13
오성한옥마을
종남산과 위봉산자락에 폭 안긴 한옥마을. 수려한 자연과 잘 어우러진 고택들이 정감 어린 풍경을 자아낸다. BTS 뮤직비디오 촬영지인 아원고택과 소양고택은 여행 좀 한다는 이들의 로망 숙박지로 꼽힌다. 진주와 정읍, 함평 일대의 고택을 이축해온 아원고택은 현대건축과 한옥이 조화를 이룬 곳으로 숙박하지 않더라도 관람이 가능하다. (관람 시간은 오후 12시에서 4시까지). 소양고택은 세련된 두베카페나 라운지 역할을 하는 서점까지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완주군과 완주문화재단, 완주 DMO는 지난 15일, 오성한옥마을에서 가을 축제 ‘2024별빛주막:소양점’을 열었다. 완주군의 문화예술인이 펼치는 전시와 공연, 막거리가 어우러지는 야간 축제로 낭만 가득한 별빛이 가을밤을 물들였다.
봉강요
위봉산 아래 봉강요는 진정욱 도예가의 공방 겸 풍경 좋은 카페로 전시장으로도 손색 없다. 입장료 1만원을 내면 봉강요에 있는 전시장과 산속 미술관을 둘러볼 수 있고, 음료도 즐길 수 있다. 카페에 전시된 작품은 구매도 가능하며 예약하면 도자기 체험도 가능하다.
주소 전북 완주군 소양면 위봉길 75-14
안녕 타이
완주까지 와서 타이 음식을? 삼례시장에 위치한 ‘안녕 타이’는 타이 스트리트 푸드 콘셉트 레스토랑. TV 프로그램 ‘이웃집 찰스’에 나왔다. 착한 가격에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 현지의 맛을 그대로 재현해서 한끼 식사는 물론, 타이 음식을 안주 삼아 맥주를 한 잔 마시기에도 좋다. 태국 국민 국수 꾸에띠오, 술안주로 어울리는 쏨땀, 똠양꿍, 후식으로 딱인 바나나로띠까지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주소 전북 완주군 삼례읍 삼봉로 6. 35, 3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