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um of Brands


또래처럼 우표, 동전 등을 수집하던 로버트 오피(Robert Opie)는 자신이 즐겨 먹던 과자의 포장재 형태와 색상이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그것을 모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수십 년간 계속 수집하면서 그는 자연스레 소비 문화 역사학자가 되었고, 빅토리아 앨버트 뮤지엄에서 성공적으로 전시를 마친 뒤 ‘뮤지엄 오브 브랜드’를 열었다. 이곳에선 180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포장, 광고, 제품 디자인 등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여행지에서 슈퍼마켓에 들르는 것을 빼먹지 않는 이라면, 패키지에 반해 필요하지도 않은 제품을 사본 이라면 꼭 방문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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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gina Museum


이곳에는 성행위가 떠오르는 단 하나의 이미지나 단어도 없다. 오롯이 여성의 신체 중 일부이자 생식기로서 질을 탐구하고, 그와 연관된 담론을 형성하거나 모색하는 곳이다. 설립자들은 아이슬란드에 있는 남성 생식기관을 다루는 페니스 뮤지엄에서 영감을 받아 2017년 세계 최초의 ‘버자이나 뮤지엄’을 시작했다. 런던 동쪽 베스널 그린(Bethnal Green) 지역 철로 아래 소박한 공간이지만 ‘외음부를 바라보는 서양식 관점’ ‘성 노동자의 권리’ ‘인터섹스 인구가 경험한 차별’ 등 다소 생소하지만 생식기와 관련된 세계관을 넓힐 수 있는 주제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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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rtoon Museum


‘카툰 뮤지엄’은 영국인과 그 사회 이면에 숨겨진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훌륭한 가늠자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작은 규모 때문에 본전(입장료) 생각이 날 수 있는데, 19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천 점에 이르는 카툰, 희귀 출판물, 아트워크를 살피다 보면 한나절은 훌쩍 간다. 전시는 “2006년에 개관했으니 벌써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됐군요”라는 위트 넘치는 문구로 시작된다. 대놓고 ‘No’라고 말하지 못해 신사로 이름나 있지만 실은 그 뜻을 돌려 말하는 수 가지 언어 및 비언어 소통에 능한 영국인들 특유의 풍자와 위트를 좁고 깊게 만날 수 있는 보석 같은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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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don Transport Museum


튜브라 불리는 런던의 지하철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라는 명예와 ‘19세기부터 차곡차곡 쌓인 먼지와 낡은 시설’이라는 불명예가 공존한다. 런던의 아이콘 중 하나인 2층 빨간 버스 역시 마찬가지. 험한 환경, 살인적인 교통 체증으로 종종 애증의 대상이 되지만 이 두 교통수단에 ‘애정’도 꽤 갖고 있다. 19세기부터 축적해온 공공 디자인과 건축, 지금도 여전히 효율적인 시스템을 매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런던 교통 박물관’은 그 역사와 자취를 한자리에서 톺아볼 수 있는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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