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카와, 일본 Higashikawa, Japan


사진, 미술, 디자인 등 예술적 영감이 넘실대는 도시에서 창작 활동을 하며 로컬처럼 머물고 싶다면 홋카이도의 깊숙한 시골 마을 히가시카와로 향하자. 홋카이도의 두 번째 대도시 아사히카와시에서 불과 15km 떨어진 이곳은 인구 8000명 남짓의 작은 마을이지만, 일본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창조적 거점이다. 1985년부터 국제 사진 축제를 열어 ‘사진의 마을’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수십 년간 사진가를 지원하고 양성해온 덕분에 지금은 일본은 물론 해외에서도 다양한 사진가가 모여드는 국제적 무대가 되었다. 축제는 매년 여름 한 달 동안 이어지며, 전문 사진가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상식, 워크숍, 강연 등이 열린다. 주요 무대인 히가시카와 분카 갤러리에선 연중 전시가 계속된다.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곳은 커뮤니티 센터 센트퓨어. 옛 초등학교 건물을 개조해 만든 이곳에서는 사진과 현대미술 전시는 물론, 오다 노리츠구가 수집한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 의자 컬렉션도 만나볼 수 있다. 히가시카와는 목공예 전통으로도 유명하다. 아이들에게 지역 장인이 만든 의자를 선물하는 ‘키미노이스(너의 의자)’ 프로젝트, 건축가 구마 켄고와 함께하는 가구 디자인 경연 대회는 이 마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이러한 전통과 예술적인 분위기 덕분에 가족 단위의 장기 체류객도 꾸준히 찾는 곳이다.
인스타그램 visit_higashikawa
라이프치히, 독일 Leipzig, Germany


독일 동부의 라이프치히는 전통적으로 음악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음악을 넘어 다양한 예술의 현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때 방적공업이 번성했던 구역에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낡은 공장과 창고가 현대미술의 전시장으로 탈바꿈했고, 붉은벽돌 벽 사이에서는 회화, 설치, 공연, 영상 작업이 펼쳐진다. 도시 곳곳의 카페, 바, 공동 작업장이 모인 창작 지구를 걷다 보면 각종 전시와 공연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일상 속에서도 작품 감상과 예술적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 중심에는 슈피네라이(Spinnerei)가 있다. 1884년에 지어진 거대한 면 공장 단지였던 이곳은 현재 100여 개의 작가 스튜디오와 12개의 갤러리, 소극장, 영화관, 도자기 공방, 카페가 들어서 있는 복합예술공간이다. 반년마다 열리는 갤러리 투어에서는 여행자와 로컬이 함께 작가들의 작업실을 둘러보고 전시를 관람하며 예술가와 직접 대화를 나눈다. 같은 단지 내의 LIA(Leipzig International Art Programme) 레지던시는 전 세계 예술가들이 머물며 지역사회와 교류하고 그룹 전시를 선보이는 공간이다. 또 다른 허브인 할레 14(Halle 14)는 옛 면방적 공장을 개조한 2400㎡ 규모의 비영리 현대미술 센터로, 전시뿐 아니라 아카이브 도서관, 워크숍, 예술 교육 프로그램까지 폭넓게 운영한다.
인스타그램 spinnereileipzig
타이난, 대만 Tainan, Taiwan


타이베이가 고도화된 상업 도시로 자리 잡은 반면,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타이난은 역사적 흔적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곳이다. 골목마다 100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온 노포와 전통 시장, 지역 주민의 생활 기반을 지탱해온 상점들이 빼곡히 자리해 로컬의 일상을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다. 특히 시청과 민간이 함께 운영하는 ‘로컬 경험 프로그램’은 도자기 체험, 전통 혼례 재현, 한약방 견학, 고택 해설, 동네 시장 투어 등 도시의 일상과 문화를 온전히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커뮤니티 카페, 공방, 지역 마켓은 중요한 허브가 된다. 주목할 곳은 타이난 컬처 앤 크리에이티브 파크(Tainan Cultural and Creative Park)다. 대만 디지털문화협회가 오래된 양조장 건물을 개조해 설립한 창작 허브로, 시장 투어나 노포 체험과 연계된 워크숍뿐 아니라 코워킹 스페이스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외부인을 지역 생태계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타이난은 ‘노포의 도시’라 부를 만큼, 대를 이은 음식점과 제과점, 전통 공방이 곳곳에 있어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노포가 많은 도시 분위기는 이곳을 울트라 로컬 트립에 적합한 곳으로 만든다. 더불어 게스트하우스, 장기 임대 민박, 로컬 하우징이 고르게 분포하고 있으며, 한 달 살기 프로그램과 외국인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활발히 운영된다.
웹사이트 b16tainan.com.tw
오악사카, 멕시코 Oaxaca, Mexico


멕시코 남부의 오악사카는 산맥과 계곡이 겹겹이 둘러싼 지형 속에서 원주민 공동체가 뚜렷한 정체성을 이어가는 도시다. 사포텍과 믹스텍 문명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가 일상 속에 살아 있으며, 언어와 요리, 예술, 축제가 마을마다 고유한 방식으로 전승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중심 도시와 그 주변 농촌 마을은 하나의 거대한 생활 무대이자 공동체다. 여행자는 단순한 관람객이 아니라 일상을 나누는 이웃으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멕시코 내에서도 물가가 저렴하고 호스텔, 홈스테이, 셰어하우스가 풍부해 장기 체류자가 많으며, 디지털 노마드와 예술가가 지역 주민과 섞여 살아가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도시와 마을 전역에서는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그중 가장 돋보이는 프로그램은 공예 체험이다. 오악사카 주변 마을은 직조, 도예, 천연 염색 같은 전통 공예의 중심지로, 여행자는 협동조합에서 장인들과 함께 직물을 짜고, 흙을 빚으며, 알레브리헤(Alebrije)라 불리는 화려한 민속 목각 조각을 만들 수 있다. 몰입형 예술 브랜드 스레드 캐러밴(Thread Caravan)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은 지역 장인과 함께 전통 공예를 직접 배우는 소규모 워크숍을 운영하며, 참가자들은 시장에서 재료를 구입하고 마을 공동 작업장에서 창작 과정을 경험한다.
인스타그램 threadcaravan
포틀랜드, 미국 Portland, USA


포틀랜드는 관광지를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로컬의 생활 구조 속으로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울트라 로컬 트립의 전형을 보여준다. 도시 곳곳의 마이크로 커뮤니티는 서로 연결되어 독창적인 문화를 만들어냈다. 그 중심에는 푸드 카트, 도시 농업, 로컬 마켓이 있다. 프로스트 마켓플레이스(Prost Marketplace), 포틀랜드 메르카도(Portland Mercado), 코어(CORE, Collective Oregon Eateries)같은 소규모 요리사와 장인들이 모여 꾸린 푸드 카트 팟(food cart pods)이 지역 전역에 퍼져 있다. 이곳은 단순한 음식 판매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과 생산자가 긴밀히 교류하는 생활 무대이자 여행자도 쉽게 스며들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런 푸드 카트 문화는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고 식문화의 다양성을 넓히며 로컬 창업자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도시 농업 역시 포틀랜드의 뚜렷한 특성이다. 젠거 팜(Zenger Farm)은 성인과 어린이를 위한 유기농 워크숍과 투어를, 사이드 야드 팜 & 키친(Side Yard Farm & Kitchen)은 수확 모임, 팜 스쿨을 진행한다. 난민, 이주민, 퀴어 리더들이 운영하는 카인드니스 팜(Kindness Farm)은 교육과 체험, 커뮤니티 이벤트를 통해 현지인들의 삶에 좀 더 깊숙이 스며들 수 있도록 있도록 돕는다. 포틀랜드 파머스 마켓(Portland Farmers Market) 같은 농산물 시장은 시민들의 네트워크이자 여행자에게는 마이크로 커뮤니티를 만나는 통로가 되어준다.
웹사이트 foodcartsportla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