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14:00
LUNCH



힙스터 스폿으로 시작하는 동묘 투어 동묘 가라지
본격적인 동묘 골목 투어에 나서기 전, 점심부터 해결하기로 한다. 고민 끝에 향한 곳은 이미 10년 넘게 동묘 골목의 ‘핫 스폿’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묘 가라지’다. 사각형 팬에 구워낸 디트로이트 스타일의 피자와 파스타, 수제 맥주와 와인, 하이볼까지 50종이 넘는 드링크 메뉴가 있는 작은 레스토랑이다. 식당으로 향하며 지나는 좁은 골목들이 동묘에 왔음을 실감케 했다. 나지막한 천장과 어둑한 분위기, 곳곳에 붙은 포스터와 네온사인 불빛이 ‘진짜’ 차고에 꾸민 아지트인 듯 공간의 정체성을 완성한다. 추천 메뉴는 페퍼로니, 불고기&루콜라, 타코&소시지의 세 가지 토핑 조합으로 호불호 없이 시도하기 좋은 블록버스터 피자와 올해 새로 선보인 피스타치오 파스타. 피자가 구워지는 시간을 채워줄 간단한 샐러드와 동묘 가라지의 대표 수제 맥주 ‘차고의 낭만’도 함께 주문했다. 이 밖에 서울을 베이스로 한 수제 맥주 브루어리 어메이징 브루잉, 아트몬스터의 맥주도 맛볼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해 든든한 피자와 단번에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맥주의 조합이라니, 한낮의 시장 구경을 앞두고 이보다 더 좋은 선택지는 없으리라 생각하며 즐겁게 식사를 마무리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종로54길 17-10 1층
영업시간 11:30~24:00
인스타그램 dongmyogarage
14:00~16:00
MARKET TOUR


무엇이든 있는 책방과 레코드 숍
조금 더 깊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없는 것이 없어 보이는’ 나이 든 가게들이 등장한다. 한 장에 2000원 하는 디스코·트로트 CD를 파는 가판과 보도블록을 가게 삼아 펼친 헌책방은 여전히 인기가 많다. 바닥부터 어깨높이까지 켜켜이 쌓인 책에서 압도적인 에너지가 느껴졌다. 이렇게 내공 있는 가게가 골목 곳곳에 숨어 있다. 길거리의 사람이며 물건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 건물 입구를 비집고 들어가면 나오는 예음레코드가 대표적이다. 강남역 투라이온스 레코드 사장님이 지난해 12월 새로 문을 연 공간이다. 벽을 둘러싼 진열장에는 올드팝은 물론 재즈, 록, 클래식에도 조예가 깊은 사장님의 셀렉션으로 가득하다. 게다가 오랜 시간을 들여 LP를 골라도 무리 없을 만큼 쾌적한 공간과 합리적인 가격까지 자랑한다. 안젤리나도 어릴 적 좋아한 마이애미 사운드 머신의 같은 명반을 찾는 재미에 푹 빠졌다. 이미 LP 마니아들 사이에 ‘나만 알고 싶은 곳’으로 통한다고 하니, 혹시 아직도 구하지 못한 음반이 있는 사람이라면 찾아봐도 좋겠다.
16:00~18:00
MARKET TOUR


동묘시장의 음식들
한 잔에 1500원인 식혜와 막걸리, 1000원짜리 토스트, 듬성듬성 썰어낸 수박이 가득 든 1000원짜리 수박화채까지. 동묘시장 거리를 걷다 보면 먹지 않고는 견디기 힘든 유혹들과 자주 마주친다. 거짓말처럼 저렴한 가격의 간식 좌판 앞에는 언제나 손님이 줄을 선다. 식혜와 토스트, 달걀빵처럼 지극히 한국적인 주전부리를 안젤리나와 한 입씩 나눠 먹으며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 식사 시간이 가까워졌다. 그래서 찾은 곳이 동묘의 ‘야장 맛집’ 국수지짐이. 동묘공원의 돌담을 그늘 삼아 자리를 편 노포다. 두 사람이 마주 걸으면 어깨가 스칠 정도의 아주 좁은 골목이라 불편할 법도 한데, 이곳에서는 그마저도 즐거움이 된다. 다정한 돌담 아래 자리를 잡고 앉은 안젤리나는 한국 음식에도 익숙하다는 듯 일단 막걸리부터 한 잔 따라 마시며 안주를 기다렸다. 막걸리 한잔의 흥취를 더해줄 메뉴는 여름에만 판매하는 열무국수와 노릇하게 구운 김치전. 이렇게 푸짐하게 주문해도 2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이 놀라울 따름이다. 어느새 노을이 오래된 길목과 간판, 사람들의 뒷머리를 훑으며 넘어가고, 저녁으로 향하는 골목의 시간을 알려준다. 이제는 동묘의 밤을 즐길 시간이다.


오래된 거리, 오래된 간판
지하철 1호선과 6호선이 교차하는 동묘앞역 간판을 발견했다면, 동묘시장의 메인 거리에 다다른 것이다. 시장의 메인 거리는 주말과 공휴일 오후 12시부터 6시까지 보행전용거리로 바뀐다. 하지만 차 없이도 인파만으로 충분히 북적이기 때문에 시장 초입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어르신들은 물론 빈티지 쇼핑에 나선 20~30대, 안젤리나처럼 외국인도 제법 자주 마주쳤다. “팬데믹 이후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자가 더 많아졌어요. 이런 풍경은 그들에게 낯설고도 새로운 인상을 줄 거예요.” ‘와우 유통’ ‘백화점 썬그라스’, 언제인지도 모를 옛날에 손으로 써 내건 빛바랜 간판들이 이곳의 시간을 말해주는 것 같다. 거리의 가판 위엔 아무렇게나 꺼내 놓은 잡동사니가 가득했다. 1970~1980년대에 썼을 법한 낡은 사진기부터 요즘 가장 핫한 워크웨어 브랜드의 오버올 팬츠까지. 거리에 쌓인 모든 것이 흐르는 시간을 말해준다. 한낮의 더위도 잊은 채 그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의 움직임이 열기를 더했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자기만의 스테이지를 펼친 거리의 아티스트들은 또 어떤가. 한국에 온 이들을 환영하기라도 하듯 이방인의 카메라 앞에 더 큰 몸짓으로 화답해준다.
18:00~20:00
COFFEE & LOUNGE


골목을 지킨 가죽을 위하여 갗바
동묘 메인 거리에서 두 발자국 옆으로 비켜나면, 우리나라의 가죽 유통을 도맡았던 신설동 가죽 시장이 있다. 이곳에 자리한 ‘갗바’는 ‘가죽의 메카’로 불리던 화려한 시절을 뒤로하고, 찾는 이가 뜸해진 골목의 문화를 새로 만든다. 가죽을 체험하기 좋은 시장 내 공간을 소개하는 콘텐츠, 가죽 관련 오브제 전시 등으로 주변 상인들과 상생하는 ‘가죽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갗’은 가죽을 뜻하는 옛말로, 매장 내부도 벽과 천장, 테이블 등 곳곳에 가죽을 사용해 모던하지만 따뜻한 느낌을 더했다. 이국적인 비주얼의 ‘갗케이크’와 ‘라바삭’도 가죽에서 모티프를 얻은 디저트다. 그중에서도 라바삭은 좀 더 낯선데, ‘과일 가죽’이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이란의 전통 간식을 활용했다. “동묘 안에 이런 곳이 숨어 있다니, 디저트도 수준급이라 프랑스 친구들이 한국에 오면 꼭 같이 오고 싶은 곳이에요.” 갗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문 안젤리나가 말을 이어갔다. ‘막걸리 크림 셔벗 에스프레소’ 같은 논알코올 카페 메뉴는 물론 가죽을 테마로 한 시그너처 하이볼, 한국의 계절이나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칵테일도 특별하다. 갗바는 낮에는 카페로, 저녁에는 바로 운영하는데, 저녁 시간이 되면 조도를 낮추고 보다 고즈넉한 분위기로 방문자들을 맞는다. 북적거리는 시장 안에서 발견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풍경이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난계로27길 30-8 1층
영업시간 11:00~2:00(월요일 정기휴무)
인스타그램 gach_dessert_cafe_bar
20:00~22:00
LIVE MUSIC BAR


라이브 공연이 있는 저녁 빅테일
동묘의 주말 저녁이 특별한 이유를 꼽으라면 단연 빅테일 덕분이다. 골목 안에 숨어 있는 칵테일 바 ‘빅테일’에서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 작은 라이브 공연이 열린다. 이 근방에서 젊은 아티스트의 라이브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바는 빅테일이 유일하다. 국악을 전공한 소리꾼 사장님이 예술가들을 위한 무대를 마련하고자 만든 공간이지만 재즈와 포크, 힙합까지 장르 불문, 모든 아티스트에게 열려 있다. 1부와 2부로 나뉜 공연 중 2부는 대부분 오픈 마이크로 꾸민다. 이때는 관객들이 자유롭게 마이크를 잡고 공연을 이어가기도 하고, 운이 좋으면 사장님이 직접 부르는 국악 공연을 볼 수도 있다. 이토록 다채롭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만나고 나면, 이곳의 매력을 두 배, 세 배로 실감하게 된다. 놀이공원 콘셉트로 꾸민 내부 공간과 어울리는 테마 칵테일도 준비되어 있다. 상어가 피를 뿜는 듯한 퍼포먼스가 곁들여지는 ‘상어의 습격’과 약 4L 용량의 ‘메가’ 사이즈 칵테일 등이 그것이다. 그 외 기본에 충실한 클래식 칵테일도 100여 종 있으니 공연이 심심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종로52길 43-17 1층
영업시간 18:00~1:00(월요일 정기휴무)
인스타그램 thebigtail
Angelina | 안젤리나 콘텐츠 기획자
한국살이 10년 차. 서울뿐 아니라 전국의 맛집, 관광지는 이미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여행과 한국을 사랑하는 모험가. 지도 앱에 빼곡히 찍힌 ‘즐겨찾기’ 표시가 안젤리나의 한국 사랑을 대변한다. “동묘는 꼭 한번 와보고 싶은 동네였어요. 이제 서울은 거의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새로운 풍경이 있다니 낯설지만 너무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