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브루잉 컴퍼니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미스터리 브루잉 컴퍼니’는 인근 직장인들의 맥주 성지다. 이곳의 이름은 공동대표 두 사람 모두 성이 ‘이(李)’씨여서 ‘이씨들의 맥주, Mr. Lee’라는 중의적 농담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실제로 이곳을 찾고 나면, 이 공간은 단순한 언어유희를 넘어 더 복합적이고 새로운 감각을 품고 있음을 알게 된다. 2017년 문을 연 이 양조장은 ‘브루펍(brewpub)’ 형태로 운영된다. 공간 안쪽에서 직접 맥주를 양조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서빙하는 시스템 덕분에 맥주가 가장 신선한 순간에 잔 혹은 캔으로 옮겨진다. 실제로 병입 전 ‘크라울러 캔’으로 즉석 밀봉한 맥주는 탱크에서 바로 나온 향과 맛을 가장 진하게 품고 있어 단골들이 일부러 시간에 맞춰 오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10종 이상의 드래프트 맥주를 유지하며, 다양한 원재료와 홉의 조합을 통해 생동감 있는 맛을 선보인다. 가장 주목할 만한 시리즈는 ‘The Three Layers Sour Ale’인데 망고, 바나나, 레몬 같은 과일을 아낌없이 넣어 만든 사워 에일로, 얼핏 술맛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고 새콤하다. 또 하나의 인기작 ‘스무디 사워 에일’은 걸쭉한 과일 스무디처럼 완성되는 고난도 맥주다. 한정 생산되는 이 시리즈는 티케팅하듯 예약을 걸어야만 마실 수 있으니 인스타그램을 통해 판매 날짜를 체크하는 것이 필수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 311
영업시간 13:00~23:00
인스타그램 mysterlee_brewing_company
서울브루어리



서울이라는 도시의 속도감과 변화무쌍함을 한잔의 맥주로 표현하는 양조장을 찾는다면, ‘서울브루어리’를 우위에 둬야 한다. 2018년 합정의 작은 주택에서 첫 양조를 시작했고, 지금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확장된 매장에서 매년 200종이 넘는 개성 강한 맥주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매주 한두 가지씩 새로운 맥주를 출시하는데 갈릭 토마토, 바나나, 화채, 참외 같은 의외의 재료가 많다. “우리가 강조하는 것은 ‘서울’이라는 도시성과의 연결입니다. 오래된 주거지와 창작 공간이 공존하는 성수동에 자리 잡고, 경복궁 쌀을 사용한 ‘서울 라이스 라거’ 등 서울에서 나는 식재료로 맥주를 만들려는 노력이 그렇죠. 매주 새롭게 출시되는 실험적 레시피를 통해 예측 불가능한 서울을 표현하고 싶어요.” 건축을 전공해 이 공간을 직접 설계한 이수용 대표의 말이다. 최근엔 제철 과일을 활용한 ‘설비뇽’ 시리즈, 감자아일랜드와 손잡고 선보인 ‘살구르르 IPA’와 일본 한샤로 양조장과 협업한 ‘호지 밀크쉐이크 IPA’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편의점 유통이 아닌 직거래를 고집하는 덕분에 직접 찾아와 성수동의 분위기와 맥주 맛을 즐기고 가는 손님이 많은 편.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데 일본, 포르투갈, 핀란드, 덴마크, 바르셀로나, 리투아니아, 독일 등지의 양조장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도쿄 시부야점도 오픈할 예정이다.
주소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길 28-12
영업시간 12:00~24:00
인스타그램 seoulbrewery
어릿광대 양조장


막걸리에도 프롤로그가 필요하다면, ‘어릿광대 양조장’의 술이 그 역할을 한다. 문래동 철공소 골목에 자리 잡은 이 양조장은 식전에 식욕을 북돋아주는 ‘식전주’라는 개념을 전통주 시장에 유쾌하게 제시한다. ‘어릿광대’라는 이름도 무대가 시작되기 전 관객의 시선을 끌어낸다는 의미에서 따왔다. 어릿광대의 막걸리는 공통적으로 단맛을 줄이고 산미를 강조하는데, 이는 ‘막걸리는 달다’는 인식을 깨기 위한 한종진 대표의 중요한 전략이다. “전통주를 더 현대적으로, 더 드라이하게,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 셈이죠.” 이곳의 스테디셀러 ‘스톡홀룸 신드롬’은 패션프루츠와 라임이 어우러진 청량한 막걸리로 “막걸리 같지 않으면서도 자꾸 생각나는 맛”이라는 시음 후기를 이름에 녹여냈다. 생강과 레몬으로 문래동의 과도기를 표현한 ‘문래’, 한 모금에 평양냉면의 식초 방울을 떠올리게 하는 ‘제5원소’, 오로라를 보며 마시고 싶어 만든 다크 초콜릿 향의 ‘오로라’ 등 각 술에는 지역성과 개인적 서사가 절묘하게 얽혀 있다. 디자인도 남다른데,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대표의 아내가 직접 브랜딩한 라벨과 패키지에도 개성이 넘친다. 양조장에서는 원데이 시음 클래스도 열리며, 직접 방문해 구매하거나 인근의 퓨전 레스토랑 올라나뚜랄에서 마실 수도 있다.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경인로 755 4호 2층
영업시간 11:00~21:00
인스타그램 clown_brewery
윤주당



서울 종묘 인근에서 전통주를 빚는 ‘윤주당’에는 한옥의 고즈넉한 기운과 술 익는 향기가 넘실댄다. 이곳은 전통 누룩과 쌀, 물만을 사용해 정직하게 술을 만들고, 그 술을 매개로 새로운 취향과 감각을 제안하는 복합 양조 공간. 시작은 해방촌에 자리했던 작은 주점이었다. 당시엔 밤에는 술을 팔고, 낮에는 수업을 여는 ‘클래스형 주점’으로 운영됐는데, 래퍼 빈지노가 이곳에서 막걸리 빚기를 배우고 노래 ‘침대에서/막걸리’를 만들었을 만큼 유명세를 탔다. 윤나라 대표는 손수 술을 빚는 경험을 쌓으며 “윤주당만의 술을 직접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렇게 2022년 첫 번째 레이블 ‘남산의 밤’이 세상에 나왔다. 단호박으로 노란 달빛을 표현한 이 술은 묵직한 도수(13.5)와 화이트 와인처럼 드라이한 산미로 윤주당의 방향을 명확히 드러낸 첫 시도였다. 윤주당의 술은 단양주(한 번 발효)와 이양주(두 번 발효)로 만들며, 맵쌀·찹쌀 기반의 순도 높은 술(순곡주)이 주를 이룬다. 12도의 단양 찹쌀 탁주는 70일간 발효와 숙성을 거쳐 새콤달콤하고 부드러우며, 17도의 이양 맵쌀주는 묵직하고 드라이한 여운을 남긴다. 전통에 취향을 접목해 술을 빚어가는 윤주당은 서울의 전통주 시장을 조용하면서도 묵직하게 바꿔나가고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6길 26-12 202호
영업시간 11:00~22:00 (화·수 휴무)
인스타그램 yunjudang_brewery
초월



2025년 초, 서울 공덕의 오피스 상가 지하에 문을 연 ‘초월’은 이름처럼 도시 속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술집 같다. 전자음악을 해온 DJ 출신 최요섭 대표가 “내가 마시고 싶은 막걸리가 없다”는 이유로 직접 빚으며 시작된 양조 브랜드다. 초월의 막걸리는 달거나 묵직하지 않다. ‘도수가 높아지면 달아지고, 질감을 살리면 무거워진다’는 기존 공식을 피해, 절묘한 균형을 찾았다. 드라이하고 담백한 맛, 여기에 과실 향이나 알코올감의 스파이시한 느낌이 섬세하게 겹친다. 주력 제품은 도수 6.9도의 기본 라인인데, 발효주 특성상 병입 후 시간이 지날수록 풍미가 깊어지고 깔끔한 산미가 남는다. 여기에 곧 출시될 예정인 16도 원주는 물을 타지 않은 ‘초월 딥’ 시리즈로, 드라이하면서도 깊은 농도감을 강조할 예정. “초월이라는 이름은 단지 브랜드가 아니라 세계관입니다. 술병에 붙는 라벨부터 함께 출시된 볼캡, 전용 잔, 굿즈까지 모두가 ‘초월적 이미지’를 그리죠. 전용 잔도 술과 마주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어 도예가 이창수 작가와 협업해 제작했습니다. 얇고 가벼운 유려한 곡선 형태는 술 향을 코끝으로 끌어당길 거예요.” 또한 초월은 스트리트 의류 브랜드 ‘777MIH’와 협업해 감각적인 의류, 굿즈까지 선보이며 개성 있는 막걸리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49 C동 지층 B116호
영업시간 월~금 11:30~19:30, 토·일 12:00~18:30
인스타그램 chowol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