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번은 어떻게 매력적인 도시가 되었을까 - 헤이트래블 - hey!Travel


  • written by KYUNG SHinwon
  • photography BY jeon jaeho
  • photos courtesy of tourism & events queensland

브리즈번은 어떻게 매력적인 도시가 되었을까

Brisbane Reborn Through Craft Beer

브리즈번은 한때 ‘덩치만 큰 시골 도시’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러나 오늘날 브리즈번은 2032년 하계올림픽 개최를 앞둔 국제도시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이 도시는 어떻게 매력을 갖춘 도시로 변모할 수 있었을까.
  • written by KYUNG SHinwon
  • photography BY jeon jaeho
  • photos courtesy of tourism & events queensland
2026년 01월 06일
브리즈번강 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건 브리즈번 로컬의 일상이다.

“매력적인 도시란 어떤 도시인가”
세계 여러 도시를 다니며, 나는 종종 이런 질문을 떠올리곤 했다.
‘사람들은 왜 어떤 도시에는 머물고, 또 어떤 도시에서는 떠나고 싶어질까?’ 과거에는 도시의 매력은 대개 눈에 보이는 요소-웅장한 건축물, 역사적 경관, 정돈된 거리-에서 찾았다. 그러나 오늘날 도시의 매력은 더 이상 물리적 장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오래된 장소에 쌓인 기억, 문화와 예술이 남긴 흔적, 그리고 주민들의 일상에서 비롯한 삶의 결이 도시의 개성을 만든다. 결국 도시가 매력적이라는 느낌은 건물에서 나오지 않는다. 도시를 이루는 사람과 장소, 그들 사이의 긴밀한 호흡에서 비롯된다.
도시의 유산을 어떻게 보존하느냐보다, 그 유산을 새로운 요구와 어떻게 조화시키는가가 더 중요해졌다. 주민들이 장소를 재발견하고 협력적으로 운영하는 과정 자체가 오늘날 도시가 가진 매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 매력적인 도시의 기준은 ‘겉모습’에서 ‘삶의 질, 공동체, 민주적 의사 결정, 창의적 재해석’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의 탈세계화 흐름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분명히 한다. 외부 자본 투자에 의존한 성장 전략은 한계에 다다르고, 도시는 고유의 자산과 생활 유산, 문화적 특성, 공동체의 회복력을 기반으로 다시 살아나야 한다. 위기와 축소의 시대일수록 도시가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재발견하는 일이 중요해진 것이다.
브리즈번의 ‘하워드 스미스 워프(Howard Smith Wharves)’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낡은 항만이 로컬 크래프트 맥주 브루어리와 함께 활력 넘치는 수변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이곳에서, 로컬리티가 도시를 어떻게 매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브리즈번의 하워드 스미스 워프
브리즈번은 한때 ‘덩치만 큰 시골 도시’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러나 오늘날 브리즈번은 2032년 하계올림픽 개최를 앞둔 국제도시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이 도시는 어떻게 매력을 갖춘 도시로 변모할 수 있었을까. 남부 퀸즐랜드 컨트리 관광청 CEO를 지낸 메리-클레어 파워(Mary-Claire Power)는 브리즈번시의 꾸준한 노력에 주목한다. 시 당국은 자연경관과 항구도시의 역사성을 기반으로 주민, 민간 개발자, 관광청 등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브리즈번을 ‘머물 만한 도시’로 바꾸어왔다.
브리즈번의 총인구는 2018년 230만 명에서 2023년 247만 명으로 증가했다. 2020년 약 5000명이었던 인구 순이동은 2023년 약 5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국내 이동뿐 아니라 국제 이동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브리즈번강을 중심으로 한 워터프런트 재생 전략이 있다. 하워드 스미스 워프는 그 대표 사례 중 하나다. 버려진 부두와 창고가 지역 크리에이터의 손을 거쳐 로컬 브루어리, 레스토랑,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탄생했고, 사람들은 다시 이곳에 모이기 시작했다.

하워드 스미스 워프, 낡은 항만은 지역 크리에이터의 손을 거쳐 활력 넘치는 수변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하워드 스미스 워프의 재탄생
하워드 스미스 워프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 경제 회복을 위해 건설된 선착장이었다. 한때 물류의 중심지였지만 1970년대 이후 기능을 잃고 장기간 방치되었다. 200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이 선착장의 역사적 가치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브리즈번시는 이 지역의 문화재 건물들을 복원하고, 공원·산책로·보행자 공간을 조성했다. 강변 전망을 살린 레스토랑, 바, 카페, 이벤트 공간도 들어섰다. 도시 재생의 목적은 명확했다. ‘역사를 보존하되 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되돌리는 것.’ 이 재생의 중심에는 브리즈번 로컬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 ‘펠론스 브루잉 컴퍼니(Felons Brewing Co.)’가 있다. ‘펠론스’라는 이름은 브리즈번강을 처음 발견한 네 명의 죄수에게서 따온 것으로, 지역의 역사성을 기념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펠론스는 이제 단순한 양조장을 넘어, 브리즈번 시민과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상징적 장소가 되었다. 스토리 브리지 아래 야외 테이블에서 강변 경관을 즐기며 맥주를 마시는 경험은 브리즈번의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브리즈번의 뉴팜 파크에서 달리는 로컬.

하워드 스미스 워프에서 배울 점
하워드 스미스 워프의 성공은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 지역의 역사성과 환경을 고려한 설계, 커뮤니티 참여, 그리고 지역 특성을 살린 상업·문화 공간의 결합이 맞물려 이루어진 결과다. 재개발 프로젝트에서 흔히 언급되는 요소지만, 실제로 이를 조화롭게 구현해내는 사례는 많지 않다. 브리즈번시는 하워드 스미스 워프의 물리적 재개발뿐 아니라 프로젝트가 지속적인 사회적·경제적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사업 파트너를 매우 신중하게 선택했다. 무엇보다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와 지역에 대한 애정을 지닌 로컬 회사를 선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로컬 주체의 참여와 협업을 통해 지역 자본을 축적하고, 자생적인 순환 체계를 구축하며, 지역다움을 창출하는 ‘로컬리즘’이 성공의 핵심임을 브리즈번은 잘 알고 있었다.
우리가 흔히 범하는 오류 가운데 하나는 해외의 유명 회사나 건축가가 만든 화려한 랜드마크가 도시를 매력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매력적인 도시는 ‘가장 로컬다운 곳’이다. 그 도시를 찾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그 도시만의 독특한 매력을 담고 있는 곳이어야 한다. 가장 로컬다운 공간은 그 지역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를 지닌 이들을 통해 만들어진다.

글을 쓴 경신원은 ‘도시와 커뮤니티 연구소(Urban and Community Research Center)’ 대표로, 주택 및 도시 (재)개발 분야의 교육자,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영국 버밍엄대학 도시 및 지역학과 조교수, 미국 워싱턴 DC의 도시연구소 객원연구원 겸 컨설턴트, 미국 보스턴 MIT 대학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의 SPURS 연구원으로 선발되어 케임브리지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서울시립대학교 국제도시과학대학원에서 주택 및 도시개발과 관련한 강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