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 브런치 클럽 - 헤이트래블 - hey!Travel

  • edited BY yeo hayeon
  • PhotographY BY jeon jaEho
  • travel photogaphy BY baek jihye

멜버른 브런치 클럽

Heavenly Brunches in Melbourne

다국적 요리와 브런치 천국, 멜버른.
제리코 레서피의 요리사 백지혜가 멜버른의 자연과 맛을 담아 멜버른식 브런치를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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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7일

요리사에게 ‘여행’은 영감의 원천이다. 새로운 식재료와의 만남, 이국에서 경험하는 다이닝은 창의적인 레시피로 귀결되게 마련이니까.
<채소 마스터 클래스>의 저자이자 쿠깅 클래스 제리코 레서피를 운영하는 요리사 백지혜는 여행지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쿠킹 클래스를 열곤 한다. 지난봄 그는 호주 멜버른을 다녀왔다.
“20대 때 옥스퍼드, 런던, 싱가포르에 짧게 살았던 경험이 있고, 유럽 여행도 갔는데, 호주를 한 번도 안 가봤어요. 미국은 딱 한 번 가봤는데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가 아닌 포틀랜드였어요. 거길 간 이유가, 첫째는 포틀랜드는 커피와 와인의 성지이고 푸드 트럭이 많은 만큼 길거리 음식을 어떻게 건강하게 파는지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멜버른은 가보지 않았지만 포틀랜드와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시드니, 브리즈번과 다른 독립적인 분위기의 매력을 가진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의 짐작은 얼추 맞았다. 호주는 시드니와 멜버른밖에 가보지 않았지만, 여행자 입장에서 본 멜버른의 매력은 특별했다. 여자 혼자 도보 여행이 가능한 안전한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고, 시내 중심가에서 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무료 트램 구역인 중심가를 벗어나 버스로 구도심을 찾아가면 빅토리아 양식의 주거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동네를 볼 수 있는데, 빌딩이 즐비한 도심과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수년 동안 멜버른을 1위로 선정했다. 세련됨을 이야기할 때 호주는 바로 손에 꼽히는 도시는 아니다. 하지만 자연을 가까이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내재된 삶의 여유는 ‘좋은 삶’의 표본이 된다.
“어디를 가나 공원이 보이고, 바다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게 정말 좋았어요.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대자연이 펼쳐지니까요. 멜버른에 사는 친구 부부 찬스를 써서 근교에 위치한 수마 오브 야라 밸리(Soumah of Yarra Velly) 와이너리를 갔는데, 작은 규모였지만 주변 풍경이 토스카나를 떠올릴 만큼 아름다웠어요.”
미식의 관점에서 멜버른은 어떤 곳이었을까?
“멜버른 하면 가장 먼저 커피가 떠올랐어요. 플랫화이트를 유행시킨 도시기도 하니까, 어디 가나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죠. 커피만큼이나 많이 알려진 것은 다국적 다이닝인데 힙한 식당이 정말 많아요. 그리고 멜버른은 브런치 왕국이죠. 평소 브런치 메뉴에 관심이 많아서 호주식 브런치 중 한국에서 유행하는 것은 무엇인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어요. 한국처럼 브런치 레스토랑이 따로 있다기보단 대부분의 카페에서 브런치 메뉴 주문이 가능하다고 보면 되는데, 사실 호주의 식당과 카페를 경험하고 놀랄 만큼 감흥을 받진 않았어요. 실망했다기보다 한국의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고 해야 할까요? 모두가 줄을 서는 크루아상 맛집인 룬(Lune)도 직접 가서 먹어보면 이미 한국에서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는 퀄리티예요.”

멜버른은 다양한 이민자가 모여 사는 나라답게 세계 각국의 식문화를 받아들여 혁신적인 요리를 시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도 다국적 요리들이다. 피츠로이에 위치한 비에트 로즈 카페(Viet Rose Café)의 반미, 포글리아 디 피고(Foglia di Fico)에서 경험한 클래식한 정통 이탤리언 요리, 세인트 알리 커피 로스터스(St.Ali Coffee Roasters)에서의 캐주얼한 브런치와 파머스 도터(Famers Daughers)에서 즐긴 근사한 점심 식사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멜버른은 커피의 성지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커피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멜버른 전체 카페 중 적어도 90% 이상이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카페다. 머무는 동안 1일 3잔을 할 수도 있었지만 의외의 복병(?)은 영업시간이었다. 멜버른의 카페들은 오전 7시에 문을 열고 오후 3시 정도면 보통 문을 닫으니까. 멜버른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려면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 하루 세 잔의 맛있는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쉬웠다. 워라밸을 지키는 라이프스타일도 멜버른의 일부다.
“멜버른은 어디를 가든 기본적으로 커피가 맛있어요. 그중에서도 퍼트리샤 커피 브루어스(Patricia Coffee Brewers)의 바이브를 좋아해요. 맛도 맛이지만, 일하는 직원들의 생기 넘치는 분위기 때문에 세 번은 갔던 거 같아요. 투 컨버세이션(Two Conversation), 액실 커피 로스터스(Axil Coffee Roasters), 세인트 알리 커피(St. Ali Coffee), 마켓 레인(Market Lane), 로스팅 웨어하우스(Roasting Warehouse), 듁스 커피 로스터스(Dukes Coffee Roasters) 등 맛있는 커피집은 너무 많죠.”
어떤 도시든 마켓을 한번 돌면 그 도시가 친근하게 여겨진다. 그도 그럴 것이 요리사에게 로컬 마켓, 파머스 마켓은 천국과 같은 곳. 시장에서 그 계절에 어떤 농산물이 수확되는지, 현지인이 좋아하고 즐겨 먹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면 그 도시의 많은 것이 손에 잡힌다.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멜버른의 부엌인 퀸 빅토리아 마켓, 현지인이 더 많이 가는 사우스 멜버른 마켓은 멜버른의 대표적인 마켓이다.
“두 곳 다 규모가 방대해서 두 번씩 다녀왔어요. 하루는 시장 내부를, 다시 들렀을 땐 주변을 탐색했죠. 사실 시장에서 싱싱한 해산물이나, 과일을 사고 핫도그나 도넛을 먹는 것 외에 식재료를 살 수는 없었어요. 시드니에선 친구 집에 묵어서 요리를 할 수 있었는데 멜버른에서는 호텔에 묵었기 때문에 그게 불가능했거든요. 다시 생각해도 호텔에서 묵었던 게 너무 아쉽네요. 멜버른의 마켓을 들른다면 일단 싱싱한 해산물을 경험해야 해요. 저는 오이스터 러버인데, 한국에서 노로바이러스 때문에 주저했던 굴을 원없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 호주를 여행하는 동안 피시앤칩스를 무려 네 번이나 먹었어요. 대구뿐만 아니라 도미까지 튀겨주니 꼭 경험해보세요. 클램차우더도 잊지 말고요.”
한국에선 이국적인 채소들을 그곳에선 손쉽고 싸게 구입할 수 있어 마켓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식재료의 천국답게 다양한 허브와 향신료를 쓰고 다채로운 식재료를 활용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가 멜버른 시장을 둘러보고도 음식을 해 먹을 수 없었던 아쉬움과 멜버른의 느낌을 담아 준비한 음식들은, 멜버른식 브런치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간단하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 있었다.


딜 시저 드레싱 소스의 고등어 브루스케타

재료 손질 고등어 살, 바게트나 사워도, 당근, 다진 딜, 달걀노른자, 케이퍼 1큰술, 레몬 1개, 식초, 설탕, 후추, 소금, 다진 마늘 ½ 작은술, 올리브오일, 식빵

  1. 식초, 소금, 설탕을 1:1:1 비율로 섞고 여기에 채 썬 당근을 10분간 절인다. 다진 딜, 케이퍼, 다진 마늘, 레몬즙 1큰술, 소금, 후추를 섞어 시저 드레싱 소스를 만든다.
  2. 고등어 살은 껍질 부분이 밑으로 가도록 놓고 바삭하게 굽는다.
  3. 올리브오일에 구운 바삭한 토스트 위에 1의 소스를 바른 뒤 절인 당근을 올리고 그 위에 2의 고등어를 올린다.
  4. 여분의 다진 딜과 레몬 제스트로 마무리한다.

토마토 렌틸콩 수프

재료 완숙 토마토 2개, 양파(중) 1개, 셀러리 1대, 마늘 2쪽, 렌틸콩 200g, 타임이나 파슬리 5g, 치킨스톡 1개, 생수 700ml,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

  1. 렌틸콩은 물에 헹군 뒤 삶아 채에 받쳐둔다.
  2. 토마토, 양파, 셀러리, 마늘을 썰어둔다.
  3. 생수에 치킨스톡을 넣고 끓이다가 2의 채소를 넣고 뚜껑을 닫아 10분간 중약불로 끓인다.
  4. 렌틸콩을 넣고 약불로 줄여 5분간 끓이다가 소금, 후추로 간한 뒤 불을 끈다.
  5. 완성된 수프에 타임과 파슬리, 올리브오일을 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