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익는 안동 주말 여행    - 헤이트래블 - hey!Travel

  • writing & PhotoGraphy by SEO DAHEE

술 익는 안동 주말 여행   

Brewery Trip in Andong

  • writing & PhotoGraphy by SEO DAHEE
2024년 12월 31일

안동이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하회마을을 비롯해 조선시대 유교 문화를 꽃피웠던 서원, 기품을 뽐내는 고택과 굽이굽이 흐르는 낙동강이 만드는 절경, 전통 양반 문화 체험까지 괜히 경북의 으뜸 관광도시로 불리는 것이 아니다. 익히 잘 알려진 이야기 말고, 요즘 안동으로 발길을 모으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술, 그중에서도 소주다. 안동이라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단어가 풍류인데, ‘멋스럽고 풍치 있게 노는 일’에는 술이 빠질 수 없는 법. 특히 안동소주는 안동 간고등어, 안동 헛제삿밥 등과 함께 안동을 대표하는 식문화로 호기심을 돋운다. 고집스럽게 전통의 원형을 지키는 고장에서 만든 소주는 무엇이 다를까? 그 궁금증을 풀려면 두 곳의 양조장을 방문해야 한다.

오랜 전통, 조옥화 민속주 안동소주

‘서민의 애환을 달래는 초록 병’으로 그 이미지가 굳혀졌지만, 소주는 본래 귀족의 술이었다. 집에서 손쉽게 빚어 만드는 발효주와 달리 증류라는 제조 기술을 더한 소주는 신라 시대 중국 당과의 교류를 통해 전해졌으며, 비단 금과 함께 사치품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양반의 도시인 안동에 소주의 깊은 역사가 담겨있는 것은 당연한 일. 그 오랜 이야기를 보고 듣고 맛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조옥화 민속주 안동소주다.

대를 이어 안동소주의 맥을 잇고 있는 이곳은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2호 안동소주 기능 보유자인 조옥화 명인이 설립했다. 이곳의 소주는 안동지방 명가에서 전수되어 오던 양조 비법 그대로 제조되고 전승, 보존하는 것을 인정받아 안동소주 중 유일하게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조옥화 민속주 안동소주는 국내산 쌀과 직접 만든 밀 누룩으로 술을 빚는다. 물론 인공 첨가물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전통 레시피를 구현해 낸 술은 병에서부터 그 정체성을 뿜어낸다. 물을 타지 않은 증류 원액으로 만들어 민속주 중 가장 높다는 45도의 높은 도수를 지니는데 은은한 향이 반전 매력을 준다. 현재 명인의 아들과 손자가 이어받아 운영 중인 만큼, 최근에는 도수 낮은 술을 선호하는 20~40대의 입맛에 맞춘 25도 제품도 출시했다. 아들의 이름을 내건 이 술은 부드럽고 고소한 맛으로 여운을 남긴다. 보다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소주로 토닉워터를 넣어 하이볼, 유자청을 가미한 칵테일로 만들어 마셔도 좋다.

안동 KTX 역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조옥화 민속주 안동소주가 운영하는 안동소주 박물관이 자리한다. 세월이 묻어나는 네모반듯한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안동소주의 역사는 물론 지역 음식 문화까지 두루 둘러볼 수 있는 각종 자료와 전시품들이 여행자를 반긴다. 특히 양조에 쓰이는 다양한 재료 및 도구와 안동의 향토 음식을 엿볼 수 있는 계절별 주안상 모형이 눈길을 끈다. 전시 관람을 마치면 시음도 가능하며 직접 양조 체험이 가능한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으니 방문하기 전에 확인하자.

주소 경북 안동시 강남로 71-1

치유의 술 한잔, 맹개술도가

지금 안동의 핫플은 다름 아닌 맹개마을이다. 시내에서 차를 타고 북서쪽으로 40분을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이곳은 ‘지속 가능한 치유의 섬마을’로 불린다. 그 이유는 맹개마을 앞 길목에서부터 알 수 있다. 굽이치는 낙동강 너머 첩첩이 둘러싼 산세에 먼저 감탄하고, 물길에 따라 트랙터 혹은 모터보트를 타고 향하는 특별한 여정에 감동한다. 오래전 낙향한 퇴계 이황 선생이 ‘그림으로 들어간다’고 표현한 수려한 경관이 여기에 있다.
맹개마을은 안동소주의 새 물결을 이끄는 진맥소주와 맹개술도가의 본거지다. 맹개술도가는 유기농 통밀로 기록된 선조들의 밀소주를 재현하고, 그중 일부는 오크통에 넣어 숙성해 위스키에 못지 않은 풍미의 프리미엄 소주를 출시했으며, 이렇게 만든 독보적인 제품으로 세계 3대 주류품평회인 샌프란시스코 국제주류품평회에서 계속해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제스트와 같은 서울의 유명 바나 상점을 통해서도 맛볼 수 있지만, 맹개마을에서 음미하는 진맥 소주 한 잔과 이곳에 흐르는 시간은 힐링 그 자체다. 팜피크닉을 통해 당일로 양조장 투어를 즐길 수도 있지만 여유를 내어 하룻밤 머물 것을 추천한다. 어떤 계절이든 아름답다. 봄에는 푸릇푸릇한 신록이, 여름엔 3만평에 이르는 황금 밀밭이, 가을엔 하얀 메밀꽃이 뒤덮는 장관이, 겨울엔 꽝꽝 언 낙동강 위로 하얀 눈이 내리는 풍경이 기다린다.

맹개마을에서의 하룻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는 ‘맛있는 음식’ 때문이기도 하다. 제철 채소를 이용한 샐러드에서부터 바비큐까지 풍성한 한 상에 밤이 깊어지고, 친절한 농부와 주인장은 외딴섬 깊숙이 찾아 든 여행자를 위해 재미난 이야기보따리를 술술 풀어놓을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요리 전문가와 함께 안동의 대표 음식을 삼시 세끼로 선보이는 프로그램 또한 선보였다. 맹개마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주소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길 162-135

여행자를 위한 정보

‘찾아가는 양조장’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지역의 우수 양조장을 선정하여 제조에서 관광·체험까지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여행을 떠날 지역의 가볼 만한 양조장 정보를 얻고 싶다면 홈페이지(thesooltourism.com)에서 검색해 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