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머물던 자리, 아틀리에 순례 - 헤이트래블 - hey!Travel


  • written by LEE JIHYE

예술이 머물던 자리, 아틀리에 순례

Studios: Sacred Sites of Creation

예술가의 작품이 뮤지엄의 화이트 큐브 안에서 완성된다면, 그 영혼이 깃든 창작의 발원지는 단연 아틀리에다. 거장의 삶과 예술이 머물던 자리를 조용히 거닐어보자.
  • written by LEE JIHYE
2026년 05월 05일
©Rikard Österlund

바버라 헵워스 박물관과 조각 정원 | Barbara Hepworth Museum and Sculpture Garden
영국 콘월의 끝자락, 대서양의 파도가 부서지는 해안 마을 세인트아이브스에는 20세기 조각의 거장 바버라 헵워스가 1949년부터 생을 마감하기까지 26년간 머물며 작업했던 공간이 있다. 아틀리에 내부는 거칠게 마감된 흰 돌벽 사이로 눈부신 자연광이 쏟아진다. 작가가 생전에 입었던 때 묻은 작업복들이 벽에 걸려 있고 선반 위에는 손때 묻은 망치와 정, 미완성한 석고 모델들이 그대로 놓여 있다. 바람이 통하고 빛이 변하는 자연 속에 작품이 놓일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고 믿었던 작가의 바람대로 외부엔 조각 정원이 마련돼 있다. 울창한 식물들 사이에 배치된 거대한 청동 조각들은 세인트아이브스의 바닷바람과 햇살을 받으며 전시돼 있어 산책하면서 바버라 헵워스의 흔적을 좇기에도 좋다.
주소 Barnoon Hill, St Ives, Cornwall TR26 1AD, United Kingdom
관람시간 10:00~17:20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_이정수

이중섭 거주지&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 Lee Jung-seop Residence & Lee Jung-seop Art Museum Creative Studio
화가 이중섭이 한국전쟁의 포화를 피해 내려와 1951년부터 약 1년 동안 가족과 함께 머물렀던 피난처이자 그의 작업실이다. 네 식구가 몸을 맞대고 누우면 빈틈이 없을 만큼 비좁은 이 공간은, 역설적으로 작가에게 생애 가장 따뜻하고 행복했던 창작의 원천이 되었다. 척박한 시절, 그는 이 작은 공간에서 게를 잡아 삶아 먹으며 주린 배를 채워야 했지만, 동시에 그 게와 아이들이 한데 어우러진 수많은 명작을 구상했다. 뒤편 언덕으로 이어지는 이중섭미술관은 현재 시설 확충 공사 중이지만, 인근의 창작스튜디오에서 전시를 열고 있다. 가족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담은 원화 작품들은 물론, 물감을 살 돈이 없어 담뱃갑 속 은지에 송곳으로 그렸던 ‘은지화’ 등이 전시돼 있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이중섭로 27-3(거주지), 제주 서귀포시 이중섭로 33(창작스튜디오)
관람시간 10:00~17:00(거주지), 09:00~17:30(창작스튜디오)

©Claudio Briones / Shutterstock.com
©Brester Irina / Shutterstock.com

프리다 칼로 박물관 | Museo Frida Kahlo / La Casa Azul
멕시코시티 남부의 고요한 주택가 코요아칸에 자리한, 선명한 코발트 블루 빛 외벽이 시선을 붙잡는 ‘라 카사 아술(La Casa Azul, 푸른 집)’은 프리다 칼로가 태어나고 생을 마감한 그녀의 집이자 아틀리에다. 18세에 겪은 전차 사고 이후 평생을 침대 위에서 보낸 그녀에게 이 집은 가장 안락한 안식처가 되었다. 작업실엔 캔버스와 이젤, 휠체어가 마치 주인의 복귀를 기다리는 듯 정갈하게 놓여 있다. 거동이 불편했던 그녀를 위해 남편 디에고 리베라가 설계한 이 공간은 높은 층고와 커다란 창문을 통해 멕시코의 강렬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창가에 놓인 수많은 안료 병과 붓들이 작가가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응시하며 자화상을 그려내던 작품 속으로 데려간다.
주소 Londres 247, Del Carmen, Coyoacán, 04100 Ciudad de México, CDMX, Mexico
관람시간 화·목~일 10:00~18:00, 수 11:00~18:00(월 휴관)

©Naeblys / Shutterstock.com

푼다시오 미로 마요르카 | Fundació Miró Mallorca
스페인 마요르카의 따스한 햇살 아래 자리 잡은 이곳은 초현실주의 거장 호안 미로가 평생을 갈망했던 종착지다. 높은 층고와 L자형 지붕을 통해 쏟아지는 지중해의 밝은 채광은 강렬한 원색과 기호들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아틀리에 내부는 작가가 방금 전까지 작업을 하다 잠시 자리를 비운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바닥에는 무심하게 튀어 있는 물감 자국들이 그대로 남아 있고, 이젤 위에는 미완성 상태의 캔버스들이 놓여 있다. 작가가 영감을 얻기 위해 수집했던 조약돌, 민속 인형, 말린 호박 같은 소박한 오브제가 작업실 곳곳에 놓여 있어 그의 천진난만한 예술적 상상력을 짐작할 수 있다.
주소 Carrer de Saridakis, 29, 07015 Palma, Illes Balears, Spain
관람시간 화~토 10:00~17:00, 일·공휴일 10:00~15:00(월 휴관)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앤디 워홀 뮤지엄 | The Andy Warhol Museum
7층 규모의 오래된 산업용 건물을 개조한 이 미술관은 워홀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방대한 기록 저장소다. 이곳의 핵심은 작가의 내밀한 습성을 엿볼 수 있는 아카이브실, 그리고 그가 생전에 남긴 수많은 ‘타임 캡슐’이다. 워홀은 1974년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신의 주변에 있던 모든 사소한 물건을 골판지 상자에 담아 봉인해 타임 캡슐을 만들었다. 610여 개에 달하는 이 상자 안에는 영수증, 편지, 잡지, 심지어 먹다 남은 음식까지 들어 있어, 대중문화의 모든 것을 수집하고 복제했던 그의 집착적인 면모를 가감 없이 볼 수 있다. 아틀리에가 보통 붓과 물감으로 채워진다면, 워홀에게는 일상의 모든 파편이 담긴 이 상자들이 곧 영감의 원천이자 작업실 그 자체였다. 화려한 팝아트의 이면에 숨겨진 인간 워홀의 고독과 기록에 대한 강박을 확인하고 싶다면 놓치지 말자.
주소 117 Sandusky St, Pittsburgh, PA 15212, United States
관람시간 화~일 10:00~17:00, 금 10:00~22:00(월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