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레퍼런스
‘예술에 관한 모든 것을 참조한다’는 뜻의 더레퍼런스. 예술을 접한 뒤 부가적 감상을 텍스트로 더하는 입체적인 예술 경험을 하는 공간으로, 유동 인구가 많은 서촌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예술사진 잡지 <이안>을 발행하고 예술사진 서적을 주로 취급하는 이안북스가 차린 만큼, 공간 곳곳에서 사진에 근간을 둔 아이덴티티를 마주할 수 있다. 우선 1층의 전시장에서는 신진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주기적으로 전시하고, 2층의 책방에는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사진 관련 서적을 모아두었다. 눈여겨볼 책은 일본의 피싱 범죄를 재해석한 치가 켄지(Chiga Kenji) 작가의 하이젝 제니 . 더레퍼런스의 북 큐레이터이자 학예사들이 직접 일본이나 파리 등 전 세계 아트북 페어를 돌아다니며 희귀 서적을 구하고 작가를 발굴하여 출판한 책으로 최근 싱가포르 국제 사진 페스티벌(SIPF: Singapore International Photography Festival)의 더미 북(Dummy Book) 대상을 수상했다. 또한 더레퍼런스는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오픈 프레젠테이션을 주기적으로 개최해 관련 전문가들과 피드백을 나누는 자리도 마련한다. 이 오픈 프레젠테이션에서 선정된 작가는 1층의 전시 공간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사진 외에 예술, 패션 관련 서적이나 이론서도 만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24길 44 영업시간 11:00~19:00(매주 월 휴무) 인스타그램 the_reference_seoul
오쁘띠베르
화려하고 현란한 외형의 디저트보다 은은하지만 강렬한 맛을 지닌 유럽 디저트를 만나고 싶다면 박준우 셰프의 오쁘띠베르로 향하자. 2015년까지 운영했던 오쁘띠베르는 긴 휴업 끝에 서촌 도롯가의 중국집이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2023년 다시 문을 열었다. ‘작은 유리잔’이라는 뜻의 오쁘띠베르는 박준우 셰프가 학창 시절을 보낸 유럽에서 골목을 누비며 들락거린 카페에 대한 기억에서 출발한 디저트 카페. 한입에 매혹하기보다는 두고두고 찾게 되는 맛의 디저트가 모여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레몬타르트는 그가 벨기에에 거주하던 시절 친구로부터 배운 전통 레시피로 만든 것으로,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오쁘띠베르의 시그너처 메뉴다. 잘 구워낸 피낭시에 반죽에 진한 가나슈 크림을 얹은 플레인티그레나 아몬드 크림과 럼 글레이즈를 넣은 부드러운 식감의 파운드케이크 갸토낭테, 짭조름한 과자 갈레트브레통 등 다양한 구움과자도 놓치기 아깝다. 박준우 셰프와 소믈리에가 엄선한 와인도 빼곡하다. 치즈, 올리브 등 곁들일 수 있는 간단한 안주는 물론 파스타, 가지오븐구이 같은 온기 있는 음식도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47-1 영업시간 12:00~21:00 (매주 화 휴무) 인스타그램 auxpetitsverres
뮤추얼사운드클럽
뮤추얼사운드클럽은 한옥을 리모델링한 카페나 레스토랑, 먹자골목과 노포가 즐비한 서촌에서 여러모로 튀는 공간이다. 리스닝 바를 지향하는 이곳은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알록달록한 포인트 가구가 미드센추리 모던 무드를 한껏 풍긴다. 에르메스의 팡토그라프 램프부터 카르텔사의 빅토리아 고스트 체어, 아르떼미데의 조명까지 1950~70년대에 디자인된 가구와 빈티지 소품이 가득하다. 공간의 주인은 서촌 토박이인 정찬홍 대표. 동네의 터줏대감 격인 칵테일 바 킬리뱅뱅에서 5년간 일한 대표는 다양한 손님과 교류하며 자신만의 취향을 만들어갔고, 그렇게 정립한 취향을 듬뿍 담아 2021년 뮤추얼사운드클럽을 오픈했다. 리스닝 바답게 흘러나오는 음악도 다양한데, 대표가 직접 선곡을 한다. 록, 재즈, 올드팝, 디스코, 인디팝, 하우스 등 최대한 다양한 장르를 틀려고 하지만, 겨울철엔 주로 재즈나 이소라의 음악에 자꾸 손이 간다고. 특색 있는 잔에 담겨 나오는 시그너처 칵테일도 이곳의 특징이다. 극강의 귀여움을 맛보고 싶다면 곰돌이 얼음과 하리보 젤리가 올라간 피치리보 칵테일을 추천한다. 장미 모양 잔에 채워진 달콤하고 상큼한 딸기 맛 칵테일 잇츠유얼스는 20~30대 여성들에게 인기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23 3층 영업시간 18:00~23:30(토·일 17:00~23:50) 인스타그램 mutualsoundclub
아트스페이스 서촌
카페 포르테와 전시장 아트스페이스 서촌, 칵테일 바 집(bar-ZYP)이 한 곳에 모인 복합문화공간으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이 일어나는 곳이다. 1층에 자리한 카페 포르테(PORTE)는 ‘문’이라는 의미의 프랑스어에서 따왔는데, 이름처럼 공간과 커피를 통해 사람과 예술을 연결하는 역할을 지향한다. 카페 곳곳에 미술 작품이 전시돼 있어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며 예술을 즐길 수 있다. 지하에 자리한 아트스페이스 서촌은 회화를 비롯해 조각, 설치미술, 사진, 디지털 아트 등 국내외 역량 있는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폭넓게 수집, 전시한다. 아트스페이스 서촌에서 직접 발굴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기도 하는데, 누구나 내려와 감상할 수 있다. 2층의 대관 공간에서는 장애아동의 예술품 전시나 공모전 같은 사회적 활동이 이뤄진다. 4층에 자리한 코리안 스타일 바 집은 전통술을 혼합한 칵테일을 판매하는 곳. 1980년대 주택가에서 흔하게 보던 초록색 대문을 열면 프라이빗한 바와 함께 서촌이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테라스가 자리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0길 7 영업시간 카페, 갤러리 11:00~18:00/바 18:00~02:00 인스타그램 porte.cafe
책책
대학로를 지키던 독립서점이자 출판사 책책이 한동안의 휴식기를 거쳐 체부동 골목에 터를 잡았다. 콘셉트는 큐레이션 동네 책방이자 엄선한 일상의 물건을 선보이는 ‘지구편의점’으로 크게 두 개의 서가 공간과 전시 공간으로 나뉜다. 간행물 <제로제로> 매거진과 신문 <클리마투스 컬리지(Climatus College)>를 제작하는 책책답게 한 서가는 모두 환경과 음식 관련 책과 제품으로 큐레이션돼 있다. 다른 서가에는 조금 더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서적이 꽂혀 있다. 가운데 놓인 자그마한 의자에 앉으면 삼면이 모두 책으로 둘러싸인 작은 성에 들어와 있는 기분. 책과 함께 잠시나마 고요하게 고립된 시간을 느껴보라는 배려의 공간이다. 책책의 한쪽 벽은 전시 공간으로 쓰이는데, 현재는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세난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다. 제주 멸종동물인 수리부엉이, 물개, 흑기러기, 붉은박쥐 등을 유리 조각으로 한 알 한 알 이어 만들었다. 들여다봐야 더 많은 것이 보이는 책책처럼, 정세난 작가의 작품 또한 한참을 들여다보면 그제야 멸종위기동물들의 눈물이 보인다. 책책에선 매달 콘셉트에 맞는 먼슬리 테이블(Monthly Table)도 진행하는데 ‘티테이블’, ‘필사의 시간’ 등 책과 어울리는 잔잔한 프로그램이 이어지는 중. 감도 높은 문학적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자.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나길 11 운영시간 11:00~19:00(매주 월 휴무) 인스타그램 chaegchaeg
서촌라운지
서촌라운지는 최근 서울시가 ‘모두에게 열린 한옥’이라는 콘셉트로 오픈한 공공한옥이자 복합문화공간이다. 젊은 창작자가 모여드는 서촌의 문화적 맥락을 고려해 한옥 라이프스타일과 한국의 예술, 문화를 감상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1층은 상설 전시 공간으로 운영하며, 지난 연말까지 독일 바우하우스 양식의 가구와 국내의 현대공예 작품이 어우러진 전시 «독일 바우하우스×전통공예, 음미하는 서재»가 열렸다. 2층은 휴게 공간으로 누구나 들러 쉬어가거나 한옥과 주거 문화를 소개하는 책을 읽을 수 있다. 좀 더 특별하게 머물고 싶다면 계절마다 다른 테마로 운영하는 차회를 추천한다. 여름에는 햇녹차, 겨울에는 발효차 등 절기에 따른 차와 간단한 화채, 과편 등 시절식을 함께 제공하는데, 한 달에 3번은 내국인 대상, 1번은 외국인 대상으로 영어로 진행한다. 모든 프로그램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 27-4 영업시간 13:00~19:00(화)/ 11:00~19:00(수~일) 인스타그램 seochon_lounge
서촌 포 인텔리젠시아
전설적인 실버레이크 매장을 비롯해 세계 최초의 강철 골조 건물 모나드녹 매장 등 오픈하는 매장마다 스페셜티 커피 역사의 신기원을 장식했던 인텔리젠시아가 해외 첫 매장으로 한국을 선택했다. 첫 번째로 오픈한 서촌 포 인텔리젠시아는 오래된 한옥을 개조하고 서까래와 나무 기둥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대청마루, 좌식 테이블, 소반을 갖추는 등 서촌 특유의 바이브를 그대로 살렸다. 마당이 자리했을 공간에 유리 천장으로 지붕을 만들고, 그 아래에 바 카운터를 배치한 것도 특별하다. 덕분에 햇빛이 드는 천창 아래에서 브루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촌 포 인텔리젠시아의 커피는 미각적 즐거움까지 더한다. 단단하고 견고한 단맛을 기본으로 다양한 향미를 변주하는 블랙캣 에스프레소는 인텔리젠시아에서 빠질 수 없는 메뉴. 블루보틀, 스텀프타운과 함께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로 손꼽히는 만큼, 스페셜티 커피 문화의 시발점을 혀끝으로 확인할 수 있다. 블랙캣 에스프레소에 정제 설탕, 우유를 넣고 얼음과 함께 셰이킹해 부드러운 거품이 일어나는 사케라토, 안젤리노도 놓치기 아깝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34 영업시간 10:00~19:00 인스타그램 intelligentsia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