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트와 렌에서 만난 삶의 예술 - 헤이트래블 - hey!Travel


  • written by RYU JIN
  • PHOTOGRAPHY BY CHO SOOMIN
  • SUPPORTED BY LE VOYAGE A NANTES, DESTINATION RENNES, Atout France

낭트와 렌에서 만난 삶의 예술

Art de Vivre Nantes & Rennes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 권역에 위치한 낭트와 렌은 창의의 힘으로 나아가는 젊은 도시다. 고유하고 독립적인 예술 신, 비주류와 공동체를 지지하는 문화, 변화와 혁신을 좇는 두 도시에서 발견한 삶을 예술로 만드는 순간들.
  • written by RYU JIN
  • PHOTOGRAPHY BY CHO SOOMIN
  • SUPPORTED BY LE VOYAGE A NANTES, DESTINATION RENNES, Atout France
2025년 07월 01일
건물의 뼈대를 나무로 짜고, 그 사이를 흙, 벽돌, 회반죽 등으로 채워 넣는 목조 건축물, 콜롱바주.
낭트에서 만나는 공공예술, ‘르 보야주 아 낭트’의 작품들.

낭트 관광안내사무소에서 일하는 베네딕트와 나눈 대화 중 잊히지 않는 말이 있다. “제게 프랑스식 삶을 뜻하는 ‘아르 드 비브르’란 여유를 즐기는 삶이에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낭트엔 1937년에 지어 20세기 유산으로 지정된 탈랑삭 시장(Marché de Talensac)이 있어요. 아침 일찍 이곳에 방문해 장을 보는 것이 저의 아르 드 비브르 중 하나예요. 근교의 항구 도시 르 크루아직(Le Croisic)이나 라 튀르발(La Turballe)에서 가져온 신선한 생선, 샹트네(Chantenay)산 당근, 플루가스텔(Plougastel)산 딸기와 씹으면 견과처럼 고소한 향이 나는 어린 잎 채소, 르 퀴레 낭테(Le Curé Nantais) 같은 로컬 치즈와 낭트산 와인인 뮈스카데 한 병을 시장 가방에 넣고 돌아올 때 행복하다고 느껴요.” 내게 깊은 인상을 준 것은 그날 저녁 맛있는 식사를 하게 될 베네딕트의 행복한 주말이 아니라 당근과 생선, 딸기의 산지까지 줄줄 꿰고 있는 그의 취향과 그걸 다른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당연하다는듯 얘기하는 삶의 방식이다. 나는 온라인 마트에서 장바구니에 식재료를 담을 때, 카레에 넣어 먹을 당근이 제주 구좌산인지 체크하며 산 적이 있던가?
프랑스 북서부의 두 도시, 브르타뉴 문화권의 핵심 지역인 낭트와 렌으로 출발하기 전 나는 이 두 도시를 예술이라는 주제로 톺아볼 계획이었다. 프랑스식 삶의 철학이라는 아르 드 비브르를 만들어주는 예술 인프라와 정책, 그러니까 미술·음악·문학·건축·디자인 분야에서 두 도시가 가진 자산을 둘러보는 것이 주 여정이었다는 얘기다. 다녀와서 지난 여정을 곱씹어보니 미술관이나 예술 작품, 책과 음악, 유구한 역사와 의미를 가진 건축물 같은 것은 프랑스인이 말하는 아르 드 비브르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이쯤에서 아르 드 비브르를 다시 정의할 필요를 느낀다. 사전적 의미는 ‘삶의 예술’이지만 저 두 단어의 조합만으로는 진정한 의미가 와닿지 않는다. 프랑스에 살아본 적도 없고, 이 나라를 잘 아는 것도 아니므로 이 철학에 대해 고찰해본 사람을 찾는다. 온갖 현학적인 인용구를 걷어낸 끝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두루뭉술한 개념을 찰떡같이 정의해준 이를 만났다. 매거진 ‘The Good Life France’의 편집장이자 책 ‘How to be French’를 쓴 작가 재닌 마시(Janine Marsh)는 ‘삶을 하나의 예술처럼 대하는 태도’로 정의한다. “순간을 음미하는 것, 작은 기쁨을 최대한 누리는 것, 복잡한 일상 속에서 단순한 즐거움을 찾아내는 것이 진정한 아르 드 비브르다.” 일상 속 작은 디테일에서 기쁨과 행복을 찾는 삶의 방식은 베네딕트뿐 아니라 낭트와 렌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 모든 이들이 내게 보여준 장면이다. 낭트에서 정원을 가꾸는 예술가 에보르는 “정원을 걷고 언덕에 올라 노을에 물든 루아르강을 바라보는 것”을, 렌에서 갤러리와 카페를 운영하는 모레앙은 “100년 된 수영장의 차가운 풀에 누워 너울대는 물비늘과 창으로 드는 볕을 보고 느끼는 것”을 자신의 ‘삶의 예술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낭트와 렌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무수한 예술 작품과 온갖 기발한 발상으로 만들어낸 공간과 오브제, 근사한 건축물을 눈에 실컷 담고 왔지만 내 뇌리에 더 진하게 남은 잔영은 따로 있다. 자신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그것을 ‘바쁨’이라는 상태에 빼앗기지 않으며 있는 힘껏 음미하는 태도. 두 도시에서 그들의 삶을 예술로 만들어주는 것들을 보고, 듣고, 겪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