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의 속도를 낮추는 호텔, 누와 - 헤이트래블 - hey!Travel


  • written by LEE JIHYE
  • PHOTOGRAPHY&SUPPORTED BY MELCO RESORTS AND ENTERTAINMENT

마카오의 속도를 낮추는 호텔, 누와

Where the City Slows: NÜWA Macau

빛과 소리의 도시 마카오. 그 한가운데 자리한 누와 호텔에서, 머무는 모든 순간을 휴식으로 바꾸는 신화 속 여신을 만났다.
  • written by LEE JIHYE
  • PHOTOGRAPHY&SUPPORTED BY MELCO RESORTS AND ENTERTAINMENT
2025년 07월 02일

공항을 벗어난 택시가 곧장 코타이 스트립에 들어섰다. 양옆으로 카지노 리조트들이 줄지어 솟은 도로에서 무심코 창문을 내렸다. 빛과 소리, 번잡함과 흥분이 뒤섞인 더운 공기가 훅 하고 밀려왔다. 마카오에 도착한 것이 실감 났다. 화려한 야경에 눈이 익숙해질 때쯤 차가 멈췄다. 시티 오브 드림스 앞이다.
이름처럼 꿈을 펼쳐놓은 듯한 거대한 외관의 이 복합 리조트는 라스베이거스와 마카오의 수많은 럭셔리 리조트를 설계한 건축가 폴 스틸먼(Paul Steelman)의 작품이다. 내부엔 카지노를 중심으로 4개의 호텔, 200개가 넘는 리테일 숍과 부티크, 미술관을 연상케 하는 아트 갤러리, 미슐랭 스타를 보유한 레스토랑 그리고 아크로바틱 워터쇼가 열리는 대형 공연장까지 들어섰다. 이 압도적인 스케일의 리조트를 운영하는 주체는 마카오에서만 3곳의 대형 리조트를 운영하는 중국계 기업 멜코 리조트 앤 엔터테인먼트(Melco Resorts and Entertainment, 이하 멜코)다. 시티 오브 드림스는 멜코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곳으로 예술과 미식, 하스피탤러티, 엔터테인먼트까지 한자리에 집약한 공간. 며칠을 머물든 무덥고 습한 마카오의 공기를 한 번도 들이마시지 않고도 충분히 여행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목적지는 4개의 호텔 중 한 곳인 누와(Nüwa). 15층 규모에 300여 개의 객실과 스위트룸, 레지던스 타입까지 갖춘 5성급 호텔이다. 아시아 퀴진을 선보이는 ‘더 테이스트 오브 마카오’를 비롯해 바와 라운지, 아트 컬렉션을 테마로 한 갤러리형 복도 공간이 구성돼 있다. 누와는 중국 고대 신화에서 인류를 창조하고 세상의 균형을 바로잡았다는 여신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래서였을까. 머무는 내내 이곳이 단순한 호텔이 아닌, 회복과 재생을 테마로 한 치유 공간처럼 느껴졌다. 오리엔탈 감성과 모던 럭셔리의 결합, 정제된 하스피탤러티가 호텔 전반에 스며 있었고, 그 안에서 나는 수시로 몽환적인 기분에 빠졌다.

동양적 조형미와 현대적 미감이 뒤섞인 누와 호텔 로비.
최상위 객실인 크리스털 스위트룸.
탁 트인 코타이 뷰를 감상할 수 있는 프리미엄 트윈룸.

마카오 특유의 분주함은 누와 호텔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한 단계 잦아든다. 동서양의 느낌이 차분히 어우러진 로비에서 체크인을 마친 후 실크 벽지와 벨벳 쿠션, 간결한 곡선으로 마감된 객실로 들어갔다. 서울 포시즌스 호텔 디자인을 맡아 국내에서도 유명해진 홍콩 기업 LTW 디자인웍스는 그들의 장기인 ‘장소의 서사성’을 누와에도 충실히 적용했다. 신화에서 따온 용 문양, 금빛 석재, 오방색 계열의 컬러가 요소요소에 녹아 있었고 세련되고 절제된 미감이 호텔 전체에 묻어났다.
누와가 이루고자 했던 ‘신화와 치유, 재생의 미학’은 스파에서 정점을 찍는다. 투숙객이면 누구나 사우나, 스팀룸, 온수 풀 등의 웨트 존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드라이 사우나는 천장을 높이고 목재 벽면에 간접 조명을 더해 프라이빗함을 강조했다. 허브 향이 퍼지는 스팀룸을 지나면 마치 신화 속 성소처럼 푸른 곡면의 벽과 둥근 천장, 벽을 따라 물줄기가 흐르는 온수풀이 나타난다. 어깨 위로 쏟아지는 물줄기 아래에 서면 이곳은 단순한 럭셔리 호텔의 부대시설이 아닌, 몸과 마음을 동시에 풀어내는 의식의 공간으로 변신한다.
누와에 머무는 내내 밤이면 스파로 향했다. 도시의 도파민에 절여진 몸을 온수 풀에 담그고 웜 베드 위에 올렸다. 근육의 긴장이 풀리고 맥박이 차분해지던 며칠 밤.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하루를 비워내는 명상의 시간이 속절없이 흘렀다. 여신 누와가 황토로 인간을 빚고 세상을 바로잡았다는 신화처럼, 누와 호텔은 스스로를 다시 빚어내는 치유의 호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