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1일, 전 세계인의 축제인 2026 FIFA 월드컵이 캐나다, 멕시코, 미국 세 나라의 공동 개최로 막을 올렸다. 대규모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축제 분위기로 물든다. 특히 결승전을 포함해 총 8경기가 열리는 뉴욕은 경기를 관람하는 즐거움과 더불어 미식, 예술, 쇼핑 등 도시 고유의 문화를 결합한 특별한 여행을 선사한다. 도시 전역의 레스토랑과 바는 ‘26달러 특별 메뉴’로 여행객을 기다리고, 미국 자연사박물관은 스포츠와 과학을 결합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48개국이 참가해 104개의 경기를 치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월드컵인 만큼, 각 개최국은 수백만 명의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하다. 밴쿠버 국제공항은 밴쿠버에 입국하는 여객 수를 약 270만 명으로 예상했다. 멕시코의 주요 투자은행인 GBM은 멕시코로 85만여 명, 미국 관광경제 분석기관은 미국으로 약 124만 명의 국제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 스포츠와 결합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아진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스포츠케이션(Sports-cation)’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으니 말이다. 이는 여행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자신의 취미나 열정을 여행에 투영하고자 하는 이들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다. 축구, 테니스, 서핑, 골프, 마라톤 등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떠나는 여행은 명확한 목표가 있기에 경험의 깊이와 만족도도 배가된다. 이제 여행지에서 땀 흘리며 운동하는 것은 열정적인 자기표현의 수단이 되었고,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몸을 움직이며 얻는 물리적 성취감은 더욱 깊은 여행의 추억을 선사한다.
스포츠케이션은 크게 두 가지 결로 나뉜다. 첫 번째는 열광적인 응원을 하며 경기를 관람하는 ‘직관형’이다. 특정 팀이나 선수를 향한 팬덤이 두터운 이들에게 경기장 방문은 일종의 성지 순례와 같다. 거대한 함성과 현장의 열기를 몸소 체험하며 느끼는 소속감은 그 어떤 여행에서도 맛볼 수 없는 강렬한 전율을 선사한다. 두 번째는 땀을 흘리며 직접 몸을 움직이는 ‘체험형’이다. 이는 여행지의 풍경을 배경 삼아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거나 일상의 운동 루틴을 능동적으로 확장하려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스포츠케이션 트렌드에 발맞춰 전 세계 리조트와 호텔도 진화하고 있다. 전문적인 코치가 상주하는 스포츠 프로그램과 특정 종목에 최적화된 시설을 갖춘 호텔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스포츠가 여행의 부차적인 요소가 아닌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한다.
결국 스포츠케이션은 여행과 삶을 적극적으로 주도하려는 시대정신을 꿰뚫는다. 운동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성취하고 확인하며 일상으로 돌아갈 에너지를 얻는 것. 이것이야말로 오늘날의 우리가 여행을 대하는 가장 진화된 방식이다.

미국 LA | 머슬 비치 베니스 짐 Muscle Beach Venice Gym
근력운동과 맨몸운동을 위한 기구가 야외에 마련된 해변을 흔히 ‘머슬 비치’라 부른다. 베니스 비치에 자리한 이곳은 1930년부터 이어진 깊은 역사를 자랑하며 전설의 보디빌더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훈련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벤치프레스, 덤벨, 랙 같은 프리 웨이트 위주의 장비를 갖췄는데, 기구의 녹슨 흔적에서 90여 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용 요금은 1일권 기준 10달러로, 현장에서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
주소 1817 Ocean Front Walk, Venice


일본 홋카이도 | 타워 일레븐 호텔 Tower Eleven Hotel
일본 프로야구 구단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스의 홈구장 ‘에스콘 필드 홋카이도’ 내에는 일본 최초의 일체형 호텔이 자리하고 있다. 야구 테마로 꾸며진 객실에서는 필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경기장을 내려다보며 온천 스파를 즐기는 이색적인 경험도 가능하다. 삿포로 시내에서 호텔이 위치한 기타히로시마까지는 열차(쾌속 에어포트)를 이용하면 약 20분이 소요된다.
인스타그램 towereleven_hotel_sauna

스페인 마요르카 | 라파 나달 아카데미 Rafa Nadal Academy
테니스 전설 라파엘 나달이 자신의 고향인 마요르카섬 내 해안 도시 마나코르에 설립한 테니스 훈련 센터. 하드 코트와 클레이 코트, 파델 코트 등 총 45면의 코트는 프로 선수부터 주니어 유망주, 일반인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나달의 그랜드슬램 트로피와 개인 소장품, 가상현실 스포츠 시뮬레이터 등을 갖춘 스포츠 체험형 박물관이 자리해 있어 가족 단위의 여행객이 즐기기에 좋은 장소다.
인스타그램 rafanadalacademy

독일 뮌헨 | 알리안츠 아레나 Allianz Arena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가 속한 FC 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으로, 축구 팬이라면 뮌헨 방문 시 꼭 들러야 할 성지다. 가이드와 함께 경기장 내부를 둘러보는 아레나 투어를 제공하는데, 드레싱 룸, 기자회견장, 선수 터널 등을 걸으면서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팀의 역사 자료와 수많은 트로피가 전시된 FC 바이에른 박물관 관람이 포함된 콤비 투어도 운영한다.
웹사이트 allianz-arena.com

뉴질랜드 오클랜드 | 에덴 파크 Eden Park
뉴질랜드 럭비 국가대표팀 올블랙스와 크리켓 대표팀의 홈구장이자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립 스포츠 경기장.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올블랙스가 경기 전 상대를 압도하기 위해 추는 전통 춤 ‘하카’의 전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경기가 없는 날에도 이곳의 열기를 경험할 방법은 있다. 상시 운영하는 스타디움 투어를 통해 뉴질랜드 럭비의 깊은 역사를 직접 체험하고 선수들이 달리는 필드의 공기를 온몸으로 느껴보자.
인스타그램 edenpark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