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름(왼쪽)
국내를 넘어 K-Barre의 매력을 글로벌 시장에 알리고 있는 에블바레 대표. 명지대학교 웰니스 산업 최고 경영자 과정의 교수이자 브랜드 알로(alo)의 앰배서더로 활동 중이다.
박세인(오른쪽)
웰니스&리더십 컨설턴트(NBHWC Certified Coach)이자 스탠포드 SCIDR 소속 웰니스 연구원. 건강한 삶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이어가며 Onchair 팟캐스트 호스트로서 리더십과 웰니스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트롤리 기사는 지나가는 여행자에게 “알로하”라고 손을 흔들고, 처음 방문한 가게의 주인도 스스럼없이 말을 건넨다. “하와이는 처음인가요?” ‘알로하’라는 인사말이 귀에 꽂히는 순간,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이번 여행에는 유쾌한 이들이 동행했다. 하와이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꼭 닮은 두 사람, 바레 전문 브랜드 에블바레(everybarre)의 조여름 대표와 웰니스 전문가 박세인이다. “하와이는 차원이 달라. 햇살도, 바람도, 물도, 사람도.” 그들의 이 한마디는 여행 내내 주문처럼 반복됐다.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를 마주할 때도, 로맨틱한 핑크빛 호텔 앞에서도,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주인공이 된 듯 해변에서 춤을 출 때도 말이다. 죽이 잘 맞는 두 사람의 대화는 하와이 곳곳에서 경쾌한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하와이만의 웰니스를 경험하는 것.
세계는 지금 웰니스 열풍 속에 있다. 최근 가장 자주 들리는 단어 중 하나는 ‘롱제비티(longevity)’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을 의미한다.
과거 웰니스가 마사지·스파·요가·명상처럼 현재의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면, 오늘날 웰니스는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건강하게 나이 들 수 있을까?’ 무엇을 먹는지, 얼마나 움직이는지, 어떻게 스트레스를 관리하는지, 얼마나 깊이 잠드는지가 중요한 시대다. 최근 웰니스 업계에서 강조하는 것도 특별한 비법이 아니라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과 루틴이다. 이 변화는 여행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단순히 요가 수업에 참여하거나 하이킹을 하는 것을 넘어, 여행지에서도 스스로의 리듬을 만들고 건강한 습관을 경험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바레는 발레 동작을 기반으로 필라테스, 요가, 근력 운동을 결합한 피트니스 프로그램이다. 조 대표는 국내에 바레 문화를 소개하며 새로운 운동 트렌드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그녀가 웰니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의외였다. “몇 년 전 이유 없이 몸이 무너진 적이 있어요. 온몸에 염증이 생겨 걷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죠. 병원에서도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죠. 그때 처음 알았어요. 너무 앞만 보고 달리면 몸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걸요.” 그녀는 평소 좋아하는 문장을 떠올렸다. “너무 빨리 가면 영혼이 따라오지 못한다.” 아메리카 원주민에게서 유래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이 말은 이후 그녀의 삶을 바꾸었다. “몸이 회복된 뒤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더 이상 나를 소모하며 살고 싶지 않았죠. 나를 아끼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에블바레 역시 그런 삶의 변화 속에서 탄생했다.
박세인이 웰니스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비슷한 결이다. 미국에서 학업을 마친 후 스탠퍼드대학교 웰니스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졸업 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탄탄한 커리어를 이어가던 중 예상치 못한 사고로 손가락 일부가 절단되는 큰 부상을 입게 됐다. 신체적 상처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정신적 충격이었다. “사고를 겪고 나서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사실을 처음 실감했어요. 그때부터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질문하기 시작했죠.” 그는 그 경험을 통해 ‘멈춤’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말한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만 익숙해요. 하지만 때로는 멈추는 것도 필요하죠. 웰니스가 중요한 이유는 결국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기반이기 때문이에요.”
두 사람은 여행을 갈 때도 자연스럽게 웰니스 활동을 찾는다. 현지의 운동 스튜디오를 방문해 새로운 운동을 경험하고, 웰니스 전문가를 만나 인터뷰를 하며, 때로는 에블바레 회원들과 함께 커뮤니티 모임을 열기도 한다. 여행은 그들에게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오늘날 웰니스 산업은 NAD, NMN, 생체 나이 분석, 수면 데이터 측정 등 과학적 접근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하와이의 웰니스는 조금 다르다. 하와이의 웰니스는 자연과의 연결에서 시작된다. 광활한 바다와 거대한 파도, 연중 온화한 기후, 끝없이 이어지는 하늘. 몸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 바람을 느끼고, 파도 소리를 듣고, 바다와 함께 호흡하며 자연의 리듬에 자신을 맡기는 것. 그것은 수백 년 동안 하와이 사람들이 지켜온 치유의 방식이자 삶의 철학이다.
르네상스 호놀룰루 호텔&스파
Renaissance Honolulu Hotel & Spa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해 알라모아나에 위치한 르네상스 호놀룰루 호텔&스파로 향했다. 2024년 문을 연 이 호텔은 오아후의 가장 역동적인 도심 한가운데 자리해 도시의 편리함과 리조트의 여유를 동시에 품고 있는 곳이다. 쇼핑 명소인 알라모아나 센터가 도보 거리에 있어 쇼핑을 하거나 다운타운을 둘러보기에 좋고, 알라모아나 비치 파크도 인근에 있어 하와이 사람들이 즐겨 찾는 바다와 공원을 두루 즐기기에 적합하다.
총 299개의 객실과 레지던스로 구성된 이 호텔은 장기 체류자와 여행객 모두를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어번 웰니스 호텔을 지향한다. 반드시 체험해야 할 곳은 웰니스 존인 8층의 스카이덱이다. 두 사람은 호텔에 도착해 짐을 푼 후 스카이덱으로 향했다. 대형 온수풀과 25m 랩풀, 카바나와 BBQ 퍼빌리언은 도심 속 리조트 같은 분위기를 완성한다.
“르네상스 호놀룰루는 호텔과 레지던스가 함께 있어서 일상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피트니스센터에 펠로톤 바이크, 복싱 백 등 다양한 운동기구가 있고, GX 공간도 마련돼 있더라고요. 운동을 마치면 바로 옆 스파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고요.” 어느 호텔에 머물든 웰니스 관련 시설과 프로그램을 살펴본다는 박세인의 말에 조여름 대표도 공감하며 덧붙였다. “한국에서도 사우나가 유행인데 일본식 오후로 스파가 있다니 기대가 되네요.” ‘오후로(お風呂)’는 원래 목욕 또는 욕조를 뜻하는데 일반적인 스파와 달리 단순히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이 아니라, 몸을 따뜻하게 데운 뒤 냉탕이나 차가운 공기로 체온을 조절하는 게 핵심이다. 두 사람은 건식 사우나를 하고, 탕 속에 들어가 몸을 따듯하게 데운 뒤 휴식 공간에서 외기욕을 했다. 노곤노곤해진 몸에 시원한 바람이 닿자 몸이 이완되면서 긴장이 풀렸다. 이것이 ‘토토노우’구나 싶었다.
르네상스 호놀룰루에서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스카이덱에서 두 사람이 함께 투숙객을 대상으로 바레 클래스를 여는 것. 오전 9시. 스카이덱 잔디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미리 신청한 투숙객 외에 피트니스센터에서 러닝을 하던 여성도, 선베드에서 휴식을 취하던 70대 어르신도 합류했다. 조여름 대표의 경쾌한 구호와 함께 시작된 클래스는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바 대신 의자를 잡고, 무게 대신 밴드의 저항을 이용해 무릎을 접었다 뒤로 길게 펴는 동작으로 하체와 엉덩이를 움직였다. 자세를 유지한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작게 움직이는 펄스(Pulse) 동작으로 근육에 가해지는 섬세한 자극과 잔잔한 힘을 느낄 수 있다. 조여름 대표의 ‘‘좋아요” “할 수 있다!”는 씩씩한 구호는 그날 처음 바레를 한 사람, 운동에 자신이 없는 사람, 하와이에서 꾸준히 바레를 해온 사람, 20대부터 70대까지 스카이덱에 모인 모든 사람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클래스는 어느새 하나의 응원 무대가 되었다.
햇살이 뜨겁다 싶으면 어느새 구름이 지나가며 그늘을 만들어주었고, 몸을 열심히 움직이며 흘린 땀은 시원한 바람이 식혀줬다.
“바레는 중량도 낮고,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좋은 운동입니다. 아, 컨디션이 안 좋은데 할 수 있을까 걱정되는 사람, 혼자 하는 운동은 재미없고, 또 그렇다고 사람들과 너무 부대끼며 하는 건 부담스러운 사람 모두 쉽고 재밌게 할 수 있어요.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는 사람, 자신만의 루틴이 있는 사람,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 선택하는 운동이에요.”
환상적인 날씨와 조여름 대표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더해져 클래스는 어느새 운동을 넘어 여행의 소중한 추억이자 경험이 되었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서로를 격려하고 사진을 찍으며 하와이의 빛나는 햇살 아래 한참을 웃었다.
인스타그램 renaissancehonolulukr
아바사 스파
Abhasa Spa


빈티지한 핑크색이 상징인 더 로열 하와이안 리조트 내 울창한 열대 정원 안에 자리한 아바사 스파는 와이키키에서 유일하게 야외 정원 카바나에서 스파 트리트먼트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와이키키 해변에서 도보 몇 분 거리지만 스파에 들어서는 순간 깊은 숲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와이 로미로미 마사지부터 딥티슈 마사지, 커플 마사지, 바디 랩, 열대식물을 활용한 페이셜 트리트먼트 등을 운영하는데 조여름과 박세인은 하와이 로미로미 마사지를 선택했다.
“로미로미 마사지는 몸을 고치는 마사지라기보다 몸과 마음의 속도를 늦추는 의식에 가깝습니다.” 테라피스트의 설명을 들으며 침대에 누웠다. 야자수가 보이는 카바나에 누워 새소리, 바람결을 느끼며 마사지를 받으니, 누워 있기만 해도 치유되는 느낌이 든다. 로미로미 마사지는 강한 압력으로 근육을 깊게 누르기보다 부드럽고 리드미컬한 움직임에 집중한다. 손바닥뿐 아니라 팔뚝 전체를 활용해 파도처럼 길고 유연하게 몸을 쓸어내린다. “한국이나 동남아시아의 압이 센 마사지는 받으면 시원한 느낌이 있고 미국 대륙에는 림프 마사지가 많은데, 오늘 받은 마사지는 마사지를 받는다는 느낌이 안 들 정도로 부드러웠어요.” 박세인의 이야기에 조여름도 덧붙였다. “너무 편안해서 하는 게 맞나? 더 세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는데 어느새 제가 자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포근포근하게 재우는 느낌이 참 좋았어요.” 마사지를 받고 난 후 소감을 말하자 테라피스트는 이렇게 말한다. “로미로미 마사지는 그래서 명상에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압력은 부드럽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깊은 안정감과 이완감을 주죠.” 하와이 전통 치유 문화에서 비롯된 로미로미 마사지는 몸의 긴장을 푸는 것뿐 아니라 정신적 안정과 균형 회복을 중요하게 여긴다. 정원 한가운데에서 테라피스트의 손길과 바람 소리, 새들의 지저귐이 하나의 리듬이 되는 순간. 근육의 긴장이 풀리고 마음까지 고요해지는 하와이식 치유의 본질을 경험했다.
인스타그램 abhasawaikikispa, collectionsofwaikiki
라바 웰니스
Lava Wellness




2026년 문을 연 라바 웰니스는 로미로미 마사지나 해변의 요가 같은 자연 친화적인 하와이 웰니스와 차별화된 과학에 기반한 회복에 집중하는 웰니스 스튜디오다. 호놀룰루에선 유일하게 소마돔 명상 캡슐을 보유한 스튜디오다. 오너인 스틸 듀바르는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유기농 커피와 차를 판매하는 카페 에브리데이(Everyday)와 웰니스 스튜디오 라바 웰니스(Lava Wellness) 두 곳을 운영한다. 하와이에 오기 전 라바 웰니스를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자 두 사람은 큰 관심을 보였다. 알라모아나와 다운타운 사이에 위치한 라바 웰니스는 사우나와 아이스 배스, 고압산소치료실, 레드라이트 테라피, 소마돔 명상 캡슐을 한 곳에 집약했다. 라바 웰니스가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휴식보다 ‘회복’과 ‘재충전’이다. 시그너처 프로그램은 사우나와 콜드 플런지를 번갈아 이용하는 콘트라스트 테라피다. 조여름과 박세인은 먼저 사우나에 들어갔다. 라바 웰니스의 장점은 공용 공간도 있지만 개별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 프라이빗하게 친구들끼리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
오붓하게 사우나를 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니 여행 온 게 더 실감난다. 15분 정도 사우나를 한 후 콜드 플런지에 도전했다. 조여름은 콜드 플런지를 처음 해본다고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욕조에 몸을 담갔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차가움에 ‘악’ 소리가 절로 나온다. 냉수가 아닌 냉각 수준이다. 첫 도전은 실패. “호흡을 천천히 세 번 하라”는 박세인의 말을 듣고 두 번째 도전에 성공한 조여름이 소감을 말한다. “저는 찬물 샤워는 물론 냉탕에도 절대 못 들어가는 사람이에요. 저에겐 너무 어려운 도전인데 세인이 말한 세 번의 호흡이 도움이 됐어요. 차갑고 아픈데 하다 보면 묘한 ‘쾌감’이 생기더라고요. 처음은 힘들지만 다시 또 하고 싶은 매력이 있어요.” 사우나를 한 후 노곤노곤해진 몸이 정반대의 환경을 접하게 되면서 ‘회복’을 하는 게 원리다. “콜드 플런지는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해야 해요.” 콜드 플런지 마니아인 박세인이 말했다.
두 사람은 고압산소치료에도 도전했다. 우주선처럼 생긴 고압산소탱크에 들어가서도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고압산소치료는 대기압보다 높은 환경에서 산소를 공급해 회복을 촉진하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어 운동선수들이 운동 후 회복과 피로 해소 목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방법이다. 10회 이상 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몸도 좋아진다. “한국에는 고압산소요법을 전문으로 하는 센터가 많지 않아요. 클리닉이 있어도 병원 느낌이 강하죠. 친구와 대화하면서 테라피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수다 떨 게 아니라 이런 웰니스 공간에서 오붓하게 이야기 나누며 친구와 함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조여름의 이야기에 박세인도 호응한다. “조 대표가 추구하는 바레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소셜 웰니스 클럽처럼 프렌들리한 공간. 치료와 함께 친목도 도모할 수 있는 시간 말이죠.” 사우나를 한 후 탁 트인 덱에서 운동을 하고, 라운지에서 대화도 나누며 바라본 하늘에 솜사탕 같은 뭉게구름이 흘러갔다.
인스타그램 lavawellness
알라모아나 비치
Ala Moana Beach


알라모아나 비치 파크는 하와이 사람들이 사랑하는 해변 공원이다. 와이키키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분위기를 경험하기에 제격이다. 알라모아나 비치는 방파제와 리프(reef)로 보호된 잔잔한 수역 덕분에 패들보드나 스탠드업요가를 하기에도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해가 조금씩 기울기 시작한 오후, 조여름과 박세인은 보드를 들고 바다로 향했다. 처음에는 중심을 잡기 위해 무릎을 꿇고 출발했지만 곧 균형감각을 되찾고 천천히 일어섰다. 보드는 잔잔한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멀리 레아히(다이아몬드 헤드)와 호놀롤루의 스카이라인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패들보드는 끊임없이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운동이다. 작은 물결에도 흔들리지 않으려면 코어를 단단히 잡고 몸의 정렬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바레와도 닮았다. 물결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패들을 저어 나아가다 보니 어느새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상념이 하나둘 사라지는 듯했다.
카후쿠 팜스
Kahuku Farms



하와이는 서핑과 해변으로 유명하지만 그 뿌리에는 비옥한 땅과 농업 문화가 자리한다. 와이키키에서 자동차를 타고 한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카후쿠 팜스는 오아후 노스 쇼어 카후쿠에 자리한 가족 운영 농장 겸 팜투테이블 카페다. 마쓰다(Matsuda) 가문과 후쿠야마(Fukuyama) 가문이 협력해 시작한 곳으로, 100년 넘는 하와이 농업의 역사를 이어가는 대표적인 가족 농장 가운데 하나다. 농장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밭이 눈에 띈다. 아사이·카카오·바나나·파파야·릴리코이 등 다양한 열대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며, 카페 메뉴에 이 재료가 그대로 사용된다. 두 사람은 농장에서 직접 수확한 과일로 만든 스무디와 아사이볼, 농장 피자를 주문했다. 열대 과일이 들어간 스무디는 노스 쇼어의 햇살을 담은 듯 상큼했고, 가지와 토마토 브루스케타, 모차렐라, 바질, 마카다미아 너트 페스토가 어우러진 피자는 재료의 본연의 풍미를 고스란히 전했다. 건강한 음식이란 거창한 슈퍼푸드가 아니라 신선한 재료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자연이 키운 재료를 먹고 그 재료가 자란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는 경험. 이것이 진정한 웰니스가 아닐까.
인스타그램 kahukufarms
코코 크레이터 스테어스
Koko Crater Stairs



오아후 동남부 카이 지역에 자리한 코코 크레이터 스테어스 트레일은 여행자와 하와이 사람 모두가 사랑하는 하이킹 코스다. 와이키키에서 차로 30분 거리, 자연보호구역인 하나우마 베이 인근에 위치한다. 반드시 조성된 길로만 다녀야 하며 주차 구역이 협소해서 대체 운송수단을 이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코코 크레이터 스테어스에 오른다고 하니, 하와이에 오래 산 지인이 단단히 주의를 줬다. “정상까지 이어지는 계단이 꽤 가팔라요. 하와이 주민들은 ‘자연이 만든 스텝머신’이라고 부를 정도죠. 중간에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나 편의시설이 거의 없어서 더 힘들게 느껴질 거예요.” 정상까지 향하는 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군수물자를 운반하기 위해 설치한 철로를 따라 조성했다. 약 1048개의 침목 계단이 남아 있으며, 길이는 왕복 약 2.5km 내외로 길지 않지만 경사가 상당해 초보자에겐 결코 쉽지 않은 코스다. 트레일 입구에 서자, 사람들이 왜 힘들다고 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됐다. 조여름과 박세인은 심호흡을 한 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오르다 보면 중간쯤 과거 철교 구간이 나타난다. 아래가 훤히 보이는 침목 사이를 지나야 하는 난코스다. 다리에 힘이 풀릴 즈음 나타나는 구간이라 긴장감이 커진다. 다행히 철교 옆에는 우회로인 ‘바이패스 트레일(Bypass Trail)’이 마련돼 있다. 이 길을 본 박세인이 말했다. “하이커들 사이에는 ‘마이 패스(My Path)’라는 표현이 있어요. 말 그대로 ‘나의 길’이죠. 예전 같았으면 무서워도 철교로 올라갔을 텐데 이번엔 우회로를 선택하려고요.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길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죠.”
마지막 계단을 오르니, 시야가 갑자기 열린다. 일행 중 가장 먼저 도착한 조여름이 말했다. “중간 즈음 뒤를 돌아봤는데 아찔하더라고요. 혹시라도 발을 잘못 디디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조금 더 올라가다 보니 방법을 알겠더라고요. 뒤도 돌아보지 말고, 너무 멀리도 보지 말고 앞만 바라보며 한 계단씩 집중해 오르니 어느새 정상에 도착했네요.” 정상에 서니 에메랄드빛 하나우마 베이와 마우날루아 베이, 해안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 그리고 멀리 이어지는 주택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와, 이건 직접 올라와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풍경이에요. 코코 크레이터 스테어스 정상에는 구름이 많이 껴서 하와이에 사는 사람도 선명한 뷰를 만나기 쉽진 않다고 하던데 정말 ‘럭키비키’하네요.”
코코 크레이터 스테어스를 오른 두 사람은 그 길이 마치 인생 같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가파른 철교를 건너고, 누군가는 흙길로 조금 돌아간다. 속도도 방식도 다르다. 중요한 것은 어느 길을 선택하든 결국 같은 정상에 닿는다는 사실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태평양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어쩌면 그 단순한 깨달음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