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에서 차로 1시간 30분을 달리면 요이치산이 품은 클럽메드 키로로 그랜드에 도착한다. 니세코 외곽에 자리한 키로로 지역은 시베리아의 찬 대기가 홋카이도섬에 부딪혀 만들어낸 양질의 파우더 설질을 자랑해 겨울철이면 스키 애호가들에게 천국으로 여겨지는 곳. 2023년 12월, 클럽메드가 홋카이도에 토마무, 사호로, 키로로 피크에 이어 네 번째로 오픈한 키로로 그랜드는 오픈 한 달 만에 객실 점유율 93%를 기록했다. 부드러운 파우더 스노가 겨울 홋카이도로 향하게 하는 이유라면 여름 홋카이도로 향하게 하는 건 신록의 숲과 눈부신 자연이다. 라벤더 말고도 여름에 홋카이도를 찾을 이유는 많다. 지리적으로 북쪽에 위치한 홋카이도는 한여름에도 평균 30℃를 넘지 않는 비교적 선선한 날씨로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해 덥지 않아 여름에 여행하기 좋다.
아사리(Asari)산과 나가미네(Nagamine)산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레벨의 코스와 총 30km에 이르는 슬로프가 명성이 높지만 클럽메드의 진가는 스키를 즐기는 것에만 있지 않다. 클럽메드만의 프리미엄 올인클루시브 서비스는 여름 키로로에서도 변함없이 만끽할 수 있다. 팔목에 찬 클럽메드 팔찌는 클럽메드 내에서는 무적의 프리패스 같은 것. 방문을 열고, 로커도 열고, 맥주도 마시고, 케이블카도 탈 수 있다. 오롯이 쉬고, 마음껏 먹고, 실컷 놀 수 있는 여름휴가가 시작됐다.
G.O와 함께 춤을!
키로로 그랜드 로비에 들어서자, 제너럴 매니저 멀린(Merlin)을 필두로 G.O(Gentel Organizer, 클럽메드 상주 직원)의 격한 환영이 이어졌다. 열띤 박수와 흥겨운 댄스가 이곳 분위기를 말해준다. 한 번이라도 클럽메드를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은 MBTI에서 극강의 내성적 I 성향인 사람조차도 숨어 있는 E 성향이 발현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G.O는 클럽메드를 대표하는 얼굴과 같은 존재. 일반적인 리조트의 직원과는 달리 많은 역할을 담당한다. 제너럴 매니저가 환영 인사를 하더니 공연 무대에도 오르고 칵테일 바에서 칵테일을 제조하기도 한다. G.O는 낮엔 각자의 직무에 충실하지만 밤에는 공연 무대에 오른다. 셰프가 춤을 추고, 인사팀 담당자가 파티장에서 음식도 만든다. 단순히 리조트 직원이 아닌, G.O는 클럽메드에 머무는 동안 고객의 친구가 되어준다. 그래서 고객들이 이용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원하는 고객은 G.O와 함께 식사할 수도 있다.
매일 밤마다 펼쳐지는 공연은 클럽메드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전통 춤과 서커스, 코미디 쇼와 흥겨운 댄스 타임, 칵테일 쇼까지 매일 다른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전문 공연팀을 능가하는 수준 높은 실력과 공연 퀄리티는 감탄사를 절로 불러일으킨다. 슬랩스틱 코미디 공연까지 보고 나면 진심으로 ‘G.O가 과연 못하는 건 뭘까?’ 궁금해진다. 하이라이트는 G.O와 손님이 함께하는 파티다. 대만에서 온 할머니와 두 살 된 손녀가 어우러져 춤을 추고, 낯선 사람들이 함께 기차놀이를 하는 신기한 마을. 클럽메드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필요한 세 가지가 있으니 낯선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는 ‘오픈 마인드’, 배가 불러도 먹을 수 있는 ‘소화력’, 지치지 않고 놀 수 있는 ‘체력’이다.
‘숲’을 리조트 안에 들이다
키로로 그랜드의 콘셉트는 ‘숲’이다. 포근한 숲에 폭 안겨 있는 키로로 그랜드의 로비, 높은 건물이 둘러싼 중정 같은 뻥 뚫린 공간에서는 높게 매달린 새 조형물을 발견할 수 있다. 홋카이도의 토종 새 ‘시마에나가(흰머리오목눈이)’다. 나무와 여우·곰 등의 조형물, 곰과 여우 사진이 있는 액자, 잔디를 표현한 푸른색 카펫 등 눈길 닿는 곳곳마다 ‘싱그러움’이 느껴진다. 키로로 그랜드는 ‘대자연의 몽환적인 풍경’에서 영감을 받았다.
객실 타입은 슈페리어룸, 디럭스룸, 스위트룸의 카테고리로 나뉘며 총 266개의 객실이 있다. 일본의 전통 료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다다미로 된 객실이 있는 게 특징이며, 타입별로 가족 여행객이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3~4명까지 사용할 수 있는 객실도 갖추고 있다. 모던하고 세련됐지만 따뜻한 색감과 직선이 아닌 곡선 패턴을 사용해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무엇보다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자연 그 자체다. 객실 창을 가득 채운 초록 숲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클럽메드
클럽메드가 가족 여행객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키즈클럽 시설과 프로그램이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1967년 클럽메드는 전 세계 최초로 리조트에 키즈클럽을 도입했다. 키로로 그랜드의 키즈클럽은 만 2~3세, 만 4~10세, 만 11~17세까지 쁘띠 클럽메드, 미니 클럽메드, 주니어 클럽메드로 나뉘며 연령별로 창의력 워크숍, 산책, 요가, 하이킹, 테니스, 골프, 네이처 퀘스트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아이들 수준에 맞게 프로그램이 세분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또래 친구들과 교류도 할 수 있어 부모와 아이 모두 만족도가 높다. 단순히 돌봄 서비스가 아닌, 교육 전문가가 고안한 프로그램과 다양한 체험을 통해 아이들은 성장하고 어른들은 자유 시간을 만끽한다.
그중 네이처 퀘스트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참여하기에 좋은 프로그램이다. G.O와 함께 숲을 돌아보면서 생태계의 다양성에 대해 배워보는 시간. 숲을 이룬 식생의 종류와 나무의 나이테를 보는 법, 숯·잔디·돌을 이용해 물을 필터링하는 법, 빛의 굴절로 불 피우는 법 등 정글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설명해준다. 아이들에겐 학습의 시간이지만 어른에게도 잊고 지낸 자연의 소중함에 대해 일깨워볼 수 있는 기회다. 어릴 적 걸스카우트에서 배운 기억이 되살아나 모험가가 된 것처럼 신이 났다.
심심할 걱정 NO! 신나는 액티비티
클럽메드는 액티비티 천국이다. 골프, 자전거, 하이킹, 아쿠아짐, 요가, 마운틴 보드, 외부 익스커션까지 다양한 액티비티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무엇을 체험하고 배울지는 마이 클럽메드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키로로 그랜드에서 처음 도전한 액티비티는 마운틴 보드. 잔디에서 보드를 타고 내려오면서 속도를 즐기는 스포츠로, 클럽메드 중에서도 키로로 그랜드에서 처음 도입했다고 한다. 모기 기피제를 뿌린 후 헬멧과 손목·팔·무릎 보호대를 착용하고 보드를 든 채 강사의 설명을 듣기 시작한다. 스키와 스노보드 강사들이 여름에는 마운틴 보드 강사로 깜짝 변신한다. 강사가 알려주는 대로 평지에서 보드 위에 올라타 중심을 잡는다. 중심이 앞이나 뒤로 쏠리지 않게 발의 힘을 조절하고, 팔을 앞뒤로 뻗은 후 방향을 전환할 땐 바꾸고자 하는 쪽으로 발끝에 힘을 주면서 이동한다. 평지에서 연습을 한 후 잔디 슬로프로 이동했다. 스키와 보드를 못 타지만 서핑을 해본 경험이 보드 위에서 중심을 잡는 데 도움이 됐다. 완만하게 경사진 잔디 언덕을 타고 내려오는 시간.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의 긴장감에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푸른 잔디를 타고 내려오는 내내 짜릿한 쾌감이 느껴졌다.
이곳에서는 무언가를 꼭 배우지 않아도, 서툴러도 괜찮다. 슬로프로 이용되는 거대한 신록의 자연 자체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클럽메드 키로로 그랜드에서 가장 좋은 건 키로로의 숲 그 자체니까. 아사리산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자 전망대 앞의 보라색 꽃밭이 시야에 가득 찼다. 라벤더와 언뜻 비슷한데, 꽃대가 길고 꽃이 더 풍성한 이 꽃의 이름은 루피너스다. 사방을 첩첩이 둘러싼 산과 파란 하늘, 맑은 공기, 산들바람이 콧속을 간질였고 전망대 옆에 있는 종루에서는 청아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홋카이도의 청정한 여름 한 조각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할 수만 있다면 미세먼지 없는 이곳의 공기를 서울까지 가져가고 싶었다. 풍경만 보고 오는 게 아쉽다면 요가를 해도 좋겠다. 아사리산 정상,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 쾌청한 공기를 마시며 하는 요가는 온몸의 감각을 깨운다. 요가 G.O가 숨 고르는 법부터 동작 하나하나를 알려주기에 초보자도 무리 없이 따라 할 수 있다.
산 아래로 내려와서는 바비큐 피크닉을 즐겼다. 바위와 숲으로 둘러싸인 너른 풀밭 위에서의 만찬. 돗자리를 깔고, 셰프들이 직접 구워주는 바비큐와 채소, 과일, 와인과 맥주를 맘껏 먹고 마셨다. 작은 폭포와 계곡의 물소리, 숲속에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거나 낮잠을 청하는 시간. 자연 속에서 먹고 마시고 ‘멍때리는’ 평화로운 여름 오후가 완성됐다.
공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오르골 만들기나 디퓨저 만들기 체험도 해볼 만하다. 오타루의 명소인 오르골당에서 각양각색 아름다운 오르골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오르골 만들기에 도전해보는 재미가 배가된다.
배고플 틈이 없다, 미식 천국
올인클루시브 리조트가 좋은 건 리조트에서 뭘 먹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 음식은 클럽메드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세계적인 셰프들이 모여 각지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전통과 퓨전이 결합된 매력적인 요리를 선보인다. 메인 레스토랑 ‘요이치(Yoichi)’에서는 점심과 저녁 식사로 프랑스, 태국, 인도, 중국, 한국 등 세계 각국의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미식가에게 키로로 그랜드는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안겨준다. 홋카이도의 풍요로운 자연이 선사한 신선한 해산물, 와규, 채소 등 퀄리티 좋은 재료로 만든 산해진미를 매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셰프 스페셜티 코너에서는 웬만한 파인다이닝에 버금가는 창의적인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디스펜서에서 직접 내리는 신선한 삿포로 클래식 생맥주와 홋카이도의 품질 좋은 우유로 만든 소프트아이스크림, 홋카이도의 특산물인 노란 멜론을 질리도록 먹을 수 있는 것은 홋카이도에서만 누리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아시안 푸드를 제공하는 ‘더 오곤(The Ogon)’에서는 홋카이도의 신선한 해산물과 건강한 소고기, 싱싱한 채소가 어우러진 나베 요리를 즐길 수 있고, 야키니쿠 레스토랑 ‘더 카엔(The Kaen)’에서는 홋카이도산 와규와 해산물, 다양한 채소가 차려지는 정통 일본식 바비큐를 경험할 수 있다. 단, 리조트 이용자들은 사전 예약을 해야 하며, 추가 비용이 있다.
온전한 휴식까지 보장
하루의 시작과 끝은 온천욕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일본 여행의 루틴이다. 여름이라도 천연 온천탕과 야외 노천탕에 몸을 담그면 하루의 피로가 절로 풀린다. 먹고 노는 것만으로 일정이 빼곡하게 채워졌지만 매일 하루에 두 번 신경통, 류머티즘, 각종 염증 등에 효과가 탁월하다는 온천에 몸을 담갔다. 온천욕을 마치고 마시는 시원한 생맥주 한잔. 온천이 ‘보약’이지만 ‘온천’과 ‘삿포로 클래식’의 조합이야말로 몸과 마음을 위로해주는 진정한 보약 같았다.
오타루, 소도시 체험
키로로 그랜드의 장점은 삿포로나 오타루 같은 도시가 가깝다는 점이다. 오타루는 삿포로와 더불어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관광지다. 키로로 그랜드에서는 오타루까지 시내 관광을 할 수 있는 무료 셔틀버스가 운영된다. 오타루 운하는 메이지 시대(1868~1912년), 다이쇼 시대(1912~1926년)에 걸쳐 북쪽 출입문으로서 번성했다. 운하를 따라 항구의 번영을 상징하던 오래된 창고가 늘어선 풍경은 어느 계절과 시간대를 막론하고 고풍스러운 정취로 여행객의 발길을 모은다.
풍경 소리를 따라 걷다 보면 오타루 여행의 메인 거리라 할 수 있는 사카이마치에 다다른다. 다이쇼 시대와 쇼와 시대(1926~1989년) 초기를 연상케 하는 복고풍 건물이 늘어선 거리에는 유리 공예점과 각양각색 진귀한 오르골을 만날 수 있는 오타루 오르골당, ‘르타오’ ‘기타카로’ 등 유명한 디저트 숍 본점이 모여 있어 산책 코스로 완벽하다. 오르골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조차 발길을 멈추게 하는 오르골당에서 쇼핑을 마치고 나오니, 오르골당 앞, 매시 정각이 되면 증기가 뿜어져 나온다는 ‘증기시계’가 마침 정오를 가리켰다. 하얀 증기와 애잔한 멜로디가 거리로 울려 퍼졌다. 여행자들로 복잡한 일대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곳에 나 혼자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해산물의 본고장인 만큼 한 끼 정도는 로컬 시장에서 해산물을 맛보길 권한다. 삼각시장에는 신선한 카이센동 맛집이 즐비하다. 삼각시장 노포에서 맛본 카이센동은 내 인생 최고의 해산물 덮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