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이 된 도서관 - 헤이트래블 - hey!Travel


  • written by yeo hayeon

광장이 된 도서관

Libraries Reimagined

과거 도서관은 조용히 책을 읽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의 대표적인 도서관들은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광장이 사라진 도시에서 도서관은 새로운 공공 광장으로 진화했다.
  • written by yeo hayeon
2026년 07월 02일
©elvira Butler / Unsplash
©Spencer Davis / Unsplash

미국 시애틀 | 시애틀 중앙도서관 The Seattle Public Library
2004년 문을 연 시애틀 중앙도서관은 현대 도서관 건축의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와 OMA가 설계한 건물은 전통적인 도서관의 형태를 과감히 해체했다. 멀리서 바라보면 거대한 유리 결정체가 도심 한복판에 내려앉은 듯하다. 유리와 철골 구조가 만들어내는 다면체 외관은 시애틀의 흐린 하늘과 도시 풍경을 반사하며 끊임없이 표정을 바꾼다. 내부는 중앙의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정보 공간, 열람 공간, 커뮤니티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가장 상징적인 공간은 ‘북 스파이럴(Book Spiral)’이다. 분류 체계에 따라 책을 연속적으로 배열한 독특한 구조인데, 4개 층이 완만한 경사로 연결되어 지식이 구획된 영역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이어진 세계임을 체험하게 한다. 3층에 마련된 높이 약 15m에 달하는 리빙룸은 시애틀 시민들의 공공 라운지 역할을 한다.
홈페이지 spl.org

©Ossip Van Duivenbode / MVRDV

중국 톈진 | 톈진 빈하이 도서관 Tianjin Binhai Library
텐진 빈하이신구의 빈하이 문화센터 내에 위치한 빈하이 도서관은 개관 직후 SNS에서 인기를 끌며 현대 중국 건축의 아이콘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네덜란드 건축 그룹 MVRDV와 중국 TUPDI가 설계한 건축물은 미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사람들이 ‘빈하이의 눈(The Eye)’이라 부르는 강당이다. 은빛 구체를 중심으로 계단식 서가가 파도처럼 퍼져 나가며 하나의 거대한 풍경을 만든다. 중앙 구체 내부에는 약 100석 규모의 강연장이 자리하고, 표면에는 44만 개의 LED 조명을 설치해 영상과 글을 투사한다. 시민들은 그 위에 앉아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며 전시를 감상한다. 건물 내부 전체가 자연스럽게 광장의 기능을 수행한다.
홈페이지 www.bhwhzx.cn/Library.aspx

©Paul Menz / Unsplash
©Max Langelott / Unsplash

독일 슈투트가르트 |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 Stuttgart City Library
외부에서는 단순한 흰색 큐브처럼 보이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한국 출신 건축가 이은영이 설계한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은 단정한 정육면체 외관과 순백색 아트리움으로 유명하다. 건물 중심에 있는 명상적 공간 ‘하트(Heart)’는 고대 로마 판테온에서 영감받았으며, 층층이 책장이 둘러싼 상부 열람 공간은 프랑스 혁명기 건축가 에티엔 루이 불레가 구상한 이상적인 국립도서관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덕분에 도서관이면서도 성당에 들어선 듯한 숭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름이면 슈투트가르트 분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루프 톱 테라스도 인기다.
홈페이지 www.stadtbibliothek-stuttgart.de

©Birk Enwald / Unsplash

캐나다 캘거리 | 캘거리 중앙도서관 Calgary Central Library
노르웨이 건축사무소 스뇌헤타(Snøhetta)와 캐나다 다이얼로그(DIALOG)가 공동 설계한 캘거리 중앙도서관은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사례다. 2018년 개관한 이 건물은 철도 선로 위를 덮어 건설됐다. 가장 놀라운 특징은 건물 아래로 실제 경전철(CTrain)이 지나간다는 점이다. 외관은 캐나다 서부 지역에 자주 나타나는 구름 모양과 치누크 바람에서 영감을 받았다. 실내로 들어가면 거대한 목재 아트리움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곡선형 계단과 개방형 로비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중앙으로 끌어들인다. 건물 앞 계단형 광장과 야외 원형극장에서는 시민들이 점심을 먹고, 공연을 관람하고, 축제를 즐긴다.
홈페이지 www.calgarylibrary.ca

©Qatar National Library

카타르 도하 | 카타르 국립도서관 Qatar National Library
도하에 위치한 카타르 국립도서관은 렘 콜하스의 실험정신을 담은 작품이다. 외관은 절제되어 있지만 내부는 압도적이다. 마치 종이 모서리를 들어올린 듯한 형태를 띠며 거대한 단일 공간 안에 서가가 계단처럼 펼쳐진다. 특이한 점은 모든 공간이 한 시야 안에 들어오도록 했다는 것이다. 렘 콜하스는 ‘사람과 책이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는 도서관’을 구상했고, 실제로 내부는 수천 명이 동시에 머물 수 있는 규모의 개방감을 가졌다. 국립도서관, 대학도서관, 공공도서관 기능을 하나로 통합했으며, 희귀 고문헌 컬렉션과 디지털 아카이브도 함께 운영한다.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이 거대한 건물은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라 중동의 새로운 문화 허브로 기능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qatarnationallibrary

©Sayo Oladeji / Unsplash
©Hayffield L / Unsplash

핀란드 헬싱키 | 오오디 Oodi
2018년 핀란드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개관한 오오디는 개관과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도서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헬싱키 국회의사당 맞은편에 자리한 이 건물은 설계 단계부터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탄생했다. 물결처럼 휘어진 목재 파사드와 넓은 유리 입면은 도시와 건축의 경계를 허물며 시민들을 자연스럽게 내부로 이끈다. 내부에는 3D 프린터와 메이커 스페이스, 영상 편집실, 음악 스튜디오, 게임룸 등 다양한 창작 공간이 마련돼 있다. 스스로를 ‘도시의 거실’이라 정의하는 오오디에서 시민들은 토론하고 배우며 창작하고 휴식한다. 민주주의와 공공성을 건축으로 구현한 현대 도시의 새로운 광장이라 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oodihelsin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