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
레인메이커 협동조합 대표
이만수

대학에서 영화와 영상을 전공한 후 고향인 대구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유튜브나 틱톡 같은 대형 플랫폼이 없던 시절이라 지역에서 창작 활동만으로 수익을 내기가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로컬의 창작자들을 발굴하고, 이들을 단단하게 연결해주는 구조를 만들고 싶은 열망이 컸어요. 결국 지역사회의 소외된 이야기나 소수자를 대변하는 콘텐츠 제작 팀인 ‘레인메이커 협동조합’을 설립해 올해로 16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저희가 둥지를 튼 대구 북성로 향촌동 일대는 전쟁의 아픔 속에서 구상 시인, 이중섭 화가 등 당대 한국 예술계를 이끌던 수많은 문인과 화가가 모여들던 유서 깊은 피난처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삶의 터전에서 밀려난 청년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둘 다시 이 골목으로 모여드는 모습이 흥미로웠어요. 과거와 현재의 역사가 묘하게 맞물려 타임루프된 듯한 느낌을 받았죠. 이 동네가 깊게 머금고 있는 특유의 노스탤지어와 골목 구석구석의 숨은 매력에 이끌려 12년간 이곳에 머물렀고, 주민들과 함께 ‘향촌 르네상스’라는 축제를 기획해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2020년에는 1920년대에 지어 세월의 때가 잔뜩 묻은 옛 대화여관 건물을 매입해 복합문화공간 ‘대화장’으로 꾸몄습니다. 사람들이 마주 앉아 다정한 말을 건네는 ‘대화’의 본질적인 힘이 결국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대화장은 낯선 외국 여행을 온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에서 평소 나누지 못했던 비일상적인 대화를 이끌어내는 공간이 됐어요.
외지인에게 대구는 흔히 보수적이고 경직된 도시로 인식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오랜 세월을 견뎌온 묵직한 노포들과 저마다 뚜렷한 색깔을 지닌 스몰 브랜드들이 공존하는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화려하게 정돈된 수성못 같은 명소도 훌륭하지만, 소탈하고 귀여운 대구만의 날것 그대로의 감성이 흐르는 동촌유원지나 경상감영공원의 녹음 속을 천천히 걸으며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훌라 대표
안진나

어릴 적부터 오래된 것에 마음이 갔어요. 인류학을 전공하고 대구라는 도시를 읽고 쓰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골목을 누비며 도시에 남겨진 흔적과 기억을 기록하는 문화 기획을 해왔죠. 북성로의 근대건축물과 손때 묻은 공구, 투박하지만 깊은 질감을 지닌 공업소들의 풍경에 매료됐어요. 이후 이 독특한 기술 생태계를 문화 예술로 풀어내기 위해 ‘훌라(Hoola)’를 결성했습니다. 버려진 양철판이나 파이프 같은 공구들로 악기를 만들고 연주하는 업사이클링 밴드로 시작해, 지금은 음악·디자인·공간 등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통해 지역의 자산을 재해석하는 단체로 성장했어요. 이 활동의 연장선으로 북성로의 기술과 예술을 융합하는 플랫폼 ‘모루’를 열어 기술 장인들의 오랜 노하우를 기록하고 새로운 세대에게 중계하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 이후 10여 년간 대구를 떠나 있다가 돌아왔을 때, 이 도시가 지닌 보수성이 제게는 큰 위안으로 다가왔습니다. 땅 모양과 옛 골목이 크게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었죠. 사라지지 않은 공간을 통해 과거의 저를 다시 만나고 도시와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랜 흔적이 남아 있고 잊혀가는 것들이 숨어 있는 대구야말로 탐험하기 가장 흥미로운 도시거든요.
바쁜 일상 속에서 숨을 고르고 싶을 때는 도심의 푸른 숨통이 되어주는 신천생태하천을 걷거나 대구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앞산을 찾습니다. 유서 깊은 달성공원의 고즈넉한 정취를 느끼거나, 평지에 홀로 솟아 금호강의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오봉산 침산정에 올라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해요. 대구의 골목길에는 저마다의 뚜렷한 서사를 품은 독창적인 문화·미식 공간도 가득합니다. 정성 가득한 요리를 선보이는 ‘브라체 레스토랑’, 감각적인 분위기 속에서 깊은 풍미를 음미할 수 있는 ‘트럼펫 레스토랑&버틀러 에스프레소 바’는 로컬 스몰 브랜드가 가진 저력을 잘 보여주는 곳이에요. 여기에 북성로의 기술 생태계를 예술로 흥미롭게 풀어내는 ‘팩토리09’, 세련된 감각으로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노모뉴’까지 둘러보고 나면, 왜 수많은 창작자가 대구에 머물며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가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프로토타운 총괄 PM & 더폴락 대표
김인혜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2년 정도 일하다 고향인 대구로 돌아왔습니다. 2012년 대명동 골목에 대구 최초의 독립 서점 ‘더폴락’을 열었지요. 더폴락은 상업 출판의 문법에서 벗어나 퀴어나 여성, 사적이면서도 사회적인 목소리를 담은 독립 출판물을 주로 소개합니다. 이러한 오랜 자생적 활동을 바탕으로 지난해 로컬 크리에이터들과 힘을 모아 행정안전부 지정 청년 마을 사업인 ‘프로토타운’을 출범시켰습니다. 지역의 크리에이터들이 원도심의 자원과 생태계를 만나 자신만의 프로토타입을 실험하고, 나아가 대구의 문화예술 파트가 더 끈끈하게 연결되도록 돕는 총괄 기획자로 일하고 있죠. 대구는 지원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자구책을 만들어온 청년들의 자생적인 인디 신과 대안 문화가 전국 어느 곳보다 뜨겁고 끈질기게 살아 숨 쉬는 흥미로운 곳입니다. 팬데믹 직전에는 대구에서 발행된 인디 앨범이 250여 개에 달할 정도였어요.
대구를 여행한다면 동촌유원지부터 팔현습지, 안심습지, 율하공원, 하중도에 이르기까지 금호강 일대의 자연을 즐겨보길 권합니다. 진심으로 환경을 아끼는 다정한 여행자에게만 조심스럽게 건네고 싶은 저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이에요. 진짜 대구의 살아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싶다면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오랜 사랑방을 탐험해보시길 바랍니다. 1960~1970년대 일본 빈티지 제품을 다루며 주인장의 깊은 내공을 체감할 수 있는 셀렉트 숍 ‘플란다스의곰’, 남다른 미감으로 세련된 소품을 큐레이션하는 ‘물비늘’이 원도심 골목에 있어요. 또한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하며 대구 인디 신의 심장 역할을 해온 유서 깊은 공연 클럽 ‘클럽헤비’, 현재도 인디 밴드 공연과 DJ 파티를 활발히 여는 음악 중심 공간 ‘오르간바’에서는 이 도시의 독창적인 바이브를 느낄 수 있습니다.
NATURE & THE OUTDOORS
하중도


북구 팔달교 근처 금호강 자락에 떠 있는 하중도에 들어서면, 6월의 초여름 햇살을 머금은 청보리가 끝없이 출렁인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토사가 쌓이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이곳은 ‘넓은 섬’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인 ‘넙디섬’으로 불렸다. 비닐하우스가 난립하고 오염 물질로 몸살을 앓던 버려진 땅이었지만, 2012년부터 본격적인 생태 복원 사업을 진행해 지금은 대구 시민들이 사랑하는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주변에 빛을 가리는 고층 건물이 없어, 22만㎡에 달하는 너른 평지에 쏟아지는 초여름의 햇살이 유독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 덕에 식물의 초록은 더욱 짙고 선명하다. 봄이면 노란 유채꽃, 초여름엔 청보리, 가을엔 알록달록한 코스모스와 새하얀 메밀꽃, 은빛 억새가 온 섬을 뒤덮는다. 강바람을 맞으며 흙과 잔디로 덮인 산책로를 걷다 보면 수달이나 왜가리, 큰고니 같은 야생동물과 마주치는 행운이 따르기도 한다. 백미는 해 질 녘이다. 노을이 금호강의 수면을 붉게 물들이고, 낮 동안 눈부시게 푸르던 청보리밭 위로 황금빛이 내려앉는 풍경을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도심 한가운데라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게 된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복잡한 머릿속을 비워내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사색의 시간을 보내기 좋다.
주소 대구시 북구 노곡동 665
불로동고분군


초여름의 뜨거운 볕 아래, 불로동의 구릉 지대를 따라 275기의 거대한 고분들이 초록빛 물결처럼 이어진다. 5~6세기 대구 분지 동북부를 다스리던 지배층의 무덤으로, 마치 1000년 전의 시간이 그대로 멈춘 듯한 거대한 야외 박물관을 걷는 기분이다. 이곳은 한반도 내 단일 고분군 중에서도 손꼽히는 대규모 밀집 지역으로, 1978년 우리나라 고분군 중 최초로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어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무덤 형태는 대구와 낙동강 중류의 고유한 방식을 따르지만, 출토된 금귀걸이나 마구류 등은 신라 양식을 쏙 빼닮아 당시의 활발했던 대외 교류를 짐작게 한다. 흥미로운 건 이토록 거대한 무덤군을 조성했을 수천 가구의 주거지 흔적이 주변에 전혀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이다. 초록이 무성해지고 풀벌레 소리가 짙어지는 여름, 고분 구석구석 피어난 여름 들꽃을 곁눈질하며 능선을 오르면 등 뒤로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다. 매끈하게 깎인 초록빛 능과 그 너머의 회색빛 대구 시내가 하나의 프레임에 겹쳐지는 순간, 묘하게 입체적이고 비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주소 대구시 동구 불로동 산1-16
Eat & Drink
따따따

동인동에 위치한 ‘따따따’는 대구의 유명 다이닝인 ‘피키차일드다이닝’과 로컬 식당 ‘동아식당’을 운영하는 피키차일드컴퍼니와 베이커리 브랜드 ‘레이지모닝’이 의기투합해 만든 동네 빵집이다. 여행자는 물론 지역민의 참새 방앗간 같은 곳으로 하루 종일 손님들로 북적인다. ‘따뜻한 사람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따뜻한 빵을’이라는 뜻을 담은 따따따는 경상도 지역에서 난 우리 밀을 주재료로 사용해 단팥빵부터 사워도우에 이르기까지 기본에 충실한 빵을 구워낸다. 지역의 생산자들과 연대해 백강백밀, 우유 생크림 등 좋은 원재료만을 엄선하며, 인공 방부제를 첨가하지 않는 건강한 제조 방식을 고수한다. 메뉴는 추억의 맛을 로컬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크림빵부터 든든한 식사가 되는 샌드위치까지 짜임새 있게 구성됐다. 대표 메뉴인 ‘몰빵 All In’은 담백한 단팥빵 안에 매장에서 직접 끓여낸 수제 크림을 가득 채우고 그 위에 바삭한 소보로를 얹은 것으로, 땅콩버터의 고소함이 어우러진다. 우리 밀 반죽에 딸기잼과 부드러운 크림이 들어간 ‘화이트 꽈배기’를 비롯해 일본식 카레에 닭다리살을 넣어 진한 풍미를 살린 ‘카레빵’, 매콤한 감칠맛을 더한 ‘매운 카레빵’도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시그너처 메뉴다. ‘계란 샌드위치’에는 동아식당의 대표 메뉴인 두툼한 계란말이가 통째로 들어가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다.
주소 대구시 중구 동덕로36길 127
영업시간 화~일 10:30~17:00(월 휴무)
인스타그램 dda.dda.dda.bake
더커먼


대구 최초로 문을 연 제로 웨이스트 숍이자 카페 ‘더커먼’은 플라스틱이나 비닐 같은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대안적 삶을 제안하는 공간이다. 세제, 곡물, 견과류, 향신료 등 다양한 생활 필수품과 식자재를 필요한 만큼 무게를 재서 소분 판매하는데, 매장을 이용하려면 깨끗한 공병이나 천 주머니, 밀폐 용기 등을 지참해야 한다. 용기를 가져오지 않은 여행자를 위해 매장 한쪽에는 기증받은 유리병을 세척 후 소독해둔 공유 용기 수거함도 마련했다. 메뉴는 동물성 재료를 완전히 배제하고 식물성 재료만 사용한 음식을 선보인다. 대표 메뉴인 ‘커먼 팔라펠 플레이트’는 병아리콩을 주재료로 파슬리와 각종 향신료를 갈아서 반죽해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구워낸 팔라펠을 올린다. 여기에 천연 발효한 피타브레드, 후머스, 쿠스쿠스, 당근 라페, 아삭한 양배추 샐러드, 오이와 토마토를 곁들인 블랙올리브 샐러드를 한 그릇에 담아내는데, 이 재료로 샌드위치처럼 만들어 먹는 재미있는 음식이다. 인도네시아의 전통 콩 발효 식품을 활용한 ‘커먼 템페 강정 플레이트’는 가지, 버섯과 함께 매콤 달콤한 수제 소스에 버무린 템페 강정에 현미밥, 당근 라페, 그린 샐러드를 조합했다. 음식 외에 케일과 사과를 착즙한 ‘그린’, 사과와 비트, 당근을 조합한 ‘레드’ 등 생채소 스무디도 판매한다. 환경, 생태, 기후 위기와 관련된 다양한 인문학 세미나와 독서 모임을 비롯해 비건 쿠킹 클래스, 업사이클링 워크숍 등도 활발하게 진행한다.
주소 대구시 중구 국채보상로 741
영업시간 수~일 11:30~20:00(월·화 휴무)
인스타그램 common.for.green
제임스레코드

공평동 골목에 자리한 ‘제임스레코드’는 아날로그 음악과 서브컬처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뮤직 펍 겸 레코드 바다. 매장 안에는 수천 장의 LP와 빈티지 카세트테이프, 오래된 CD가 진열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인디 록과 얼터너티브, 신스팝을 비롯해 블루스와 재즈까지 시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음악을 아날로그 사운드로 감상하는 공간이다.
제임스레코드는 매년 5월과 9월, 정기적으로 로컬 인디 신에 활력을 더하는 록 페스티벌 ‘공평사운즈’를 연다. 화려한 마케팅에 의존하는 대신, 오직 음악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인디 뮤지션을 조명하는 데 집중하는 축제다. 이 무대를 즐기기 위해 대구는 물론 서울 등 타 지역의 록 팬과 창작자들이 꾸준히 모여든다. 또한 축제 개최에만 그치지 않고, 지역 인디 뮤지션의 음반을 기획하고 직접 발매하며 로컬 음악 생태계의 자생력을 키우는 활동도 활발히 이어간다. 매장 한편에서 대구 로컬 밴드의 정규 앨범이나 싱글 CD 등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독립 음반을 구매할 수도 있다.
주소 대구시 중구 동성로3길 104-14
영업시간 18:00~02:00
인스타그램 jamesrecord
모리슨 스튜디오 카페


조용하면서도 안락한 청음 공감을 찾는다면 동인동의 ‘모리슨 스튜디오 카페’로 향하자. 비디오그래퍼이자 웹 디자이너인 대표가 오랜 시간 직접 수집하고 관리해온 빈티지 오디오를 통해 감미로운 음악을 감상하고 직접 내린 융드립 커피도 맛볼 수 있는 아날로그 카페다. 내부에는 두세 팀 정도 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좌석만 마련되어 있고 주인장의 확고한 취향과 오랜 내공이 집약된 독일제 빈티지 음향 시스템과 아날로그 장비가 가득하다. 오래된 기계가 내뿜는 투박한 질감과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묵직한 올드 사운드가 실내를 가득 채운다. 매장 한쪽은 ‘모리슨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주인장이 여전히 일하는 작업 공간이다. 커피 역시 아날로그 방식으로 내리는 융드립인데, 주인장이 직접 엄선하고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한다. 종이 필터와 달리 커피의 오일 성분을 온전히 걸러내어 한층 부드러운 텍스처와 깊은 보디감이 느껴지는 융드립 커피의 맛은 이곳 오디오 시스템이 들려주는 소리의 질감과 묘하게 닮아 있다. 정성스러운 손길에 한 방울씩 천천히 떨어지는 커피를 기다리며 빈티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을 즐겨보자.
주소 대구시 중구 국채보상로149길 94
영업시간 월~토 10:00~17:00, 일 11:00~15:00(화 휴무)
인스타그램 morrisonstudio.lofi
SHOP
노모뉴


“우리처럼 작은 존재가 우주의 광대함을 견디는 방법은 오직 사랑뿐이다.” 교동에 위치한 빈티지 숍 ‘노모뉴’ 입구에 들어서자 칼 세이건의 소설 <컨택트>에 나오는 문장이 손님을 반긴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은 필요 없다’는 의미를 담은 이곳은 대표가 학창 시절부터 빈티지 의류 쇼핑을 즐기던 교동 일대 구도심 골목의 기억을 바탕으로 꾸민 빈티지 숍이다. 단순히 남이 입던 중고 의류를 선별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해지거나 오염된 부위는 수선하고 독창적인 스타일의 패치를 덧대어 새로운 옷으로 재탄생시킨다. 매장 안 봉제 수선실과 작업실은 쉬지 않고 가동된다. 수집한 옷 중에서 버려진 데님 청바지를 해체하여 키 링이나 핀 등의 시각적 오브제로 만드는 자체 리-프로젝트(re-project)도 이뤄진다. 노모뉴만의 특별한 점은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옷이 없다는 점이다. 소재 자체가 저렴하기 때문에 폴리 소재 옷은 유행을 따라 만든 옷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 대표의 지론이다. 덕분에 이곳의 옷은 면이나 비스코스, 실크 등 자연에서 온 소재가 대부분이다. 일정 기간 빌려 입고 다시 반납하는 렌털 시스템이나 45분간 노모뉴의 옷을 추천받아 입어보며 기념 촬영도 할 수 있는 퍼스널 스타일링도 진행한다.
주소 대구시 중구 국채보상로125길 4 3층
영업시간 13:00~19:00
인스타그램 no.more.new
이에스피 센터


동인동에 새로 오픈한 ‘이에스피 센터(ESP Center)’는 현대인의 웰니스를 시각적, 미식적, 청각적으로 풀어내는 독창적인 형태의 브랜드 쇼룸이자 복합 문화 공간이다. 인근의 브런치 카페인 ‘오이(oe)’가 새롭게 론칭한 곳으로 카페명을 거꾸로 뒤집은 형태인 ‘eo’라는 새로운 이름을 내세워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브랜드를 확장했다. 간판에 적힌 ‘MENTAL HEALTH GEAR’라는 정체성처럼, 의류와 소품을 매개로 마음의 건강과 균형을 다룬다. 핵심 라인업 중 하나는 스트리트 패션 의류다. 자체적으로 디자인하고 출시한 후디, 그래픽 티셔츠, 볼캡 등의 스트리트 어패럴 기어가 짜임새 있게 진열돼 있다. 의류 외에도 공간 한쪽에는 브랜드의 청각적 취향을 보여주는 아날로그 바이닐(LP) 레코드판과 CD 등 다양한 피지컬 음반이 빼곡히 매대를 채우고 있다. 제품 판매를 넘어, 매장 안에는 방문객이 헤드폰을 착용하고 직접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별도의 청음 전용 스테이션도 있다. 미식 역시 웰니스 철학을 반영한다. 신선하고 밀도 높은 과채를 통째로 갈아낸 아사이베리 스무디를 포함한 세 종류의 시그너처 스무디가 대표적이다. 원재료 고유의 맛과 영양을 그대로 담아 식사 대용으로도 충분하다.
주소 대구시 중구 동덕로36길 134
영업시간 목~일 12:00~19:00(월~수 휴무)
인스타그램 espcenter.eo
러브리리스토어

동인동 골목에 새로 등장한 ‘러브리리스토어’는 공간 전체를 하나의 정교한 갤러리처럼 연출한 실험적인 빈티지 숍이다. 기존 건축물의 골조와 자재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내부를 부드러운 원 형태로 설계했다. 벽면과 동선이 둥글게 이어져 매장에 들어선 방문객의 시선에 모든 빈티지 상품이 하나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도록 의도한 것이다. 단순히 빈티지 의류를 파는 것을 넘어, 3~4개월을 주기로 새로운 테마를 기획해 공간을 전면 리뉴얼해 팝업 전시를 연다. 가오픈 기간에는 정교한 미감을 지닌 빈티지 보석류, 과거 아날로그 시대 특유의 독창적인 봉제 방식과 원단의 조직감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빈티지 의류를 전시했다. 정식 오픈한 현재는 오랜 서사를 간직한 빈티지 패브릭을 주축으로 다채로운 그래픽의 스카프와 독특한 텍스처의 섬유 소품을 전시 중이다. 요란한 마케팅 없이도 공간이 지닌 건축적 미학과 희소성 높은 제품의 가치 덕분에 섬세한 미감을 지닌 로컬 크리에이터와 창작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주소 대구시 중구 동덕로 36길 129
영업시간 수~일 12:00~19:00(월·화 휴무)
인스타그램 lovereelee_shop
Art & Culture
대화장

향촌동 골목에 자리 잡은 ‘대화장’은 1920년대에 지은 옛 대화여관 건물을 통째로 고쳐 만든 복합 문화 공간이다. ‘낯선 대화로 세상을 바꾸는 복합 문화 여관’이라는 슬로건 아래 여러 개의 독특한 테마 공간이 모여 하나의 작은 마을 같은 구조를 이루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옛 카운터와 번호가 적힌 방문, 오래된 벽지가 그대로 남아 있어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층마다 구획된 쓰임새와 분위기도 확연히 다르다. 프런트와 살롱을 지나면 아날로그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대화장사진관이 나온다. 2층에는 웨딩과 이벤트가 열리는 대화장예식장이 자리한다. 이 외에도 아늑한 주거 공간 분위기의 ‘대화장홈스윗홈’, 옛 한옥의 정취를 간직한 ‘대화장가옥’, 전시가 열리는 ‘대화장창고(갤러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갤러리는 시각예술, 미디어아트, 설치미술 등 대구 지역 청년 작가들의 실험적 전시 공간으로 쓰인다. 연극이나 퍼포먼스 같은 공연도 진행되며, 예술가들의 레지던시 역할도 겸한다. 미로 같은 복도를 따라가며 방마다 다른 전시를 보물찾기하듯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소 대구시 중구 북성로 104-15
영업시간 화~금 16:00~24:00, 토 12:00~24:00, 일 12:00~20:00(월 휴무)
인스타그램 daehwa.scene
오오극장


‘오오극장’은 대구·경북 지역 최초의 독립영화 전용관이다.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를 비롯한 지역의 시민 주주들과 창작자들이 십시일반 출자하여 설립한 문화 공간으로,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는 접하기 힘든 국내외 독립영화, 예술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연중 상설 상영한다. 극장명인 ‘오오’는 총 좌석 수가 55석인 데서 유래했다. 관객과 스크린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좁혀 영화 자체에 오롯이 몰입할 수 있는 최적의 청음과 상영 환경을 갖췄다. 상영 후 감독 및 배우를 초청해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게스트 비지트(Guest Visit)’ 프로그램을 수시로 개최한다. 매년 대구 지역에서 생산된 독립영화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대구독립영화제의 공식 상영관이자 핵심 거점, 지역 내 신진 영화인들의 데뷔와 활동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공간이기도 하다. 극장 내부에는 독립영화 관련 서적과 카탈로그를 접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과 음료를 판매하는 ‘삼삼다방’을 함께 운영한다.
주소 대구시 중구 국채보상로 537
영업시간 11:00~21:00
인스타그램 55cine
더폴락


북성로의 오래된 골목을 걷다 보면 대구 최초의 독립 서점 ‘더폴락’과 마주친다. 2012년 대명동에서 문을 열었다가 지금의 원도심으로 자리를 옮긴 이곳은, 대형 서점 매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개성 강한 독립 출판물과 에세이, 로컬 잡지로 서가를 채웠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단순히 책을 파는 서점이라기보다 대구 인디 신의 거대한 아카이브를 탐험하는 공간 같다. 서가 구석구석에는 대구 경북독립영화협회의 역사나 지역 인디 문화를 꼼꼼하게 기록한 책, 그리고 대구 로컬 뮤지션들의 낯선 음반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운이 좋으면 서점 한편에서 열리는 로컬 뮤지션의 소규모 어쿠스틱 공연이나 북토크, 독립 출판 제작 클래스의 현장을 엿볼 수도 있다. 더폴락의 서점 운영자들은 대구의 자생적인 청년 문화와 독립 예술 신을 견인하는 기획자 그룹이기도 하다. 매년 지역의 독립 작가와 창작자, 소규모 브랜드가 한데 모여 시각예술과 음악을 공유하는 대규모 북페어 ‘아마도 생산적 활동’을 주최하며 로컬 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주소 대구시 중구 경상감영1길 62-5
영업시간 12:30~20:00(월 휴무)
인스타그램 thepollack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