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고도 낯선, 이천 - 헤이트래블 - hey!Travel


  • EDITed BY Parc Jinmyoung
  • PHOTOGRAPHY BY Jang Eunju

익숙하고도 낯선, 이천

Icheon’s New Wave

우리는 때로 뾰족한 랜드마크보다 도시의 질감을 통해 그 지역을 이해하곤 한다. 쌀과 도자기로 대변되는 이천은 그런 경험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도시다. 비옥한 토양 위에 새로운 가능성이 넘실거리는 경기 이천에 기분 좋은 파동이 요동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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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HOTOGRAPHY BY Jang Eunju
2026년 05월 05일

Local

브루어리 을를 대표
이윤제

영국에서 경영학을, 프랑스에서 주류 경영학을 공부한 뒤 서울의 한 주류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을 때였어요. 영국 유학 시절 함께 공부했던 형(현재 ‘을를’ 김호건 이사)에게 연락을 받았죠. 이천 증포동에 형 아버님이 소유한 작은 동산이 있는데, 개발 논리 대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고 싶다는 이야기였어요. 허허벌판이었던 증포동은 오늘날 이천 인구의 4분의 1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가 되었지만 형 아버님은 이곳을 상업적 개발보다는 모두를 위한 쉼터로 남기고 싶어 하셨어요. 지역민을 위해 직접 도로까지 내어준 아버님의 뜻을 이어, 저는 늘 간직하고 있던 수제 맥주 양조의 꿈을 이곳에서 펼치기로 결심했습니다. 단어와 단어를 이어주는 목적격 조사에서 이름을 딴 미식 공간 ‘을를’은 그렇게 탄생했어요. 2024년 이 자리에 문을 열기까지 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어요. 전국에서 유능한 양조사를 영입하고 이천 관고시장에서 미리 시장의 반응을 살피며 내실을 다졌죠. 을를 맥주의 근간은 수제 맥주 특유의 다양성과 도전 정신, 지역 상생에 있습니다. 이천쌀과 산수유 등 지역 산물로 연간 40~50종의 맥주를 소량 생산하며 맥주가 주는 재미를 탐구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대한민국국제맥주대회(KIBA) 2025에서 8개 부문 최다 수상이라는 영예로 이어졌고, 서울숲까지 그 영향력을 넓히는 발판이 되었죠. 국제적 명성도 좋지만, 을를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지역민에게 사랑받는 로컬 양조장이 되는 거예요. 단어와 문장을 잇는 을를처럼 저희 맥주가 사람과 사람, 이천이라는 도시를 다정하게 잇는 매개체가 되길 바랍니다. 지역색을 어떻게 맥주로 풀어냈을까 궁금해하며 찾아오는 곳, 을를이 꿈꾸는 미래예요.

흥만소 대표
박승미

이천은 남편의 고향이에요. 쌀농사를 짓는 아버님 곁에서 쌀 판로가 점차 좁아지는 현실을 체감하며 고민이 깊었어요. 리테일 회사 슈퍼바이저인 저와 영업직에 종사하던 남편이 머리를 맞대면 쌀이라는 투박한 소재도 충분히 재미있게 풀 수 있을 거라 확신했죠. 2022년, ‘흥이 많은 공간’이라는 뜻을 담아 이천 쌀크림빵 전문점 흥만소가 문을 열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가장 큰 숙제는 제분 기술이었어요. 다행히 론칭 직전 인천의 제분 회사 세로푸드가 이천시와 협업해 알찬미를 활용한 베이킹 전용 쌀가루를 개발했어요. 저희도 세로푸드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베이킹에 최적화된 쌀가루를 완성할 수 있었죠. 밀가루 없이 쌀 100%로 만든 건강한 디저트라는 본질에 ‘설봉산에 살던 곰 흥만이가 도심으로 내려와 빵을 굽는다’는 다정한 스토리텔링을 더했어요. 이 진심이 주 고객층인 주부들에게 주효하게 작용했고요. 현재 이천은 여행자들이 머물고 싶게끔 하는 매력을 스스로 발굴해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산이나 바다 같은 거창한 자연이 없더라도 고즈넉한 이천향교 곁에 흥만소가 자리 잡은 것처럼 동네만의 고유한 색깔이 분명하다면 여행자의 발길은 자연히 머물게 될 테니까요.

도드람쌀효심 대표
김영준

이천 마장면은 예부터 바닥이 깊고 물길이 좋아 가뭄이 들지 않는 땅이라는 뜻의 ‘고래실’이라 불려왔어요. 상수원 보호 구역의 깨끗한 복하천 상류 물과 기름진 점토질 토양은 벼농사를 위한 천혜의 조건이죠. 저희는 이곳에서 3대째, 오직 깨끗한 지하수만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있어요. 사실 저는 반도체 회사에 다니던 직장인이었어요. 하지만 평생을 바쳐 이 땅을 일궈온 아버지의 기력이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을 보며, 아버지가 지켜온 삶의 터전을 이대로 버려둘 수 없다는 생각에 농사에 뛰어들게 되었어요. 이천은 ‘알찬미’가 유명하지만 저희는 주로 청품이라는 품종을 재배해요. 젊은 시절, 좋다는 품종은 다 심어봤던 아버지가 윤기와 찰기가 전국에서 으뜸이라는 이유로 선택한 것이죠. 언제 누가 지어도 밥맛이 일정하다는 것이 청품의 가장 큰 미덕입니다. 도드람쌀을 알리고자 ‘아빠곳간’이라는 이름의 소포장 쌀 브랜드를 론칭했어요. 머지않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농촌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에요. 벼가 자라 식탁 위의 따뜻한 밥이 되기까지, 농부의 인내와 정성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보여주고자 합니다. 아이들은 모내기부터 수확에 이르는 사계절의 흐름을 직접 겪으며 우리가 먹는 것의 소중함을 몸소 깨닫게 되겠죠. 이러한 경험을 켜켜이 쌓다 보면, 우리 농업의 미래에도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을까요.

NATURE & THE OUTDOORS

산수유마을

봄이 되면 여느 지역이 그러하듯 이천 곳곳도 축제의 생동감으로 들썩인다. 봄이 되면 이천 백사면 일대는 노란 산수유꽃으로 물든 축제의 장으로 변신한다. 500년 이상의 세월을 간직한 산수유나무들이 만개한 야트막한 산자락에서 이천백사산수유꽃축제가 열리는 것. 산수유 둘레길 초입에 자리한 정자 육괴정(六槐亭)은 이곳에 산수유나무가 군락을 이루게 된 이야기를 품고 있다. 기묘사화(조선 중종 14년) 당시 화를 피해 낙향한 여섯 선비가 정자를 짓고 난 후 그 앞뜰에 심은 산수유나무가 번식해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된 것이다. 둘레길을 따라 10분 남짓 발걸음을 옮기면 노란 산수유꽃이 완만한 들판에서 파도처럼 일렁인다. 꽃의 품에 안긴 듯한 벤치에 앉아 저마다의 찰나를 기록하거나 여유로운 휴식에 잠기는 이들의 모습이 평화롭기 그지없다. 둘레길은 한적한 주택가 사이로 굽이굽이 이어지는데, 마을이 주는 평온함에 젖어들 때쯤 감각을 확장해줄 복합문화공간 산수유사랑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서는 한옥 스테이의 운치를 누리고 산수유 숲의 향기를 향수로 담거나 압화 액자를 만들면서 여행의 깊이를 만끽할 수 있다.
주소 경기 이천시 백사면 원적로775번길 17
웹사이트 www.2000sansuyu.co.kr

설봉공원

이천 주민들의 일상은 대개 설봉공원의 너른 품 안에서 흐른다. 설봉공원은 예로부터 사람들의 터전이 시작되고 뿌리 내린 설봉산 아래, 축구장 200개(약 165만㎡)를 능가하는 광활한 대지에 들어선 장소다.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을 아우르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데에는 모두가 긍정할 것이다. 풋살장, 테니스장, 농구장 등의 체육 시설은 물론, 이천시립박물관, 경기도자미술관과 같은 문화 공간이 한자리에 모여 있기 때문. 도자기와 쌀의 향연이 펼쳐지는 계절이 오면 세계도자비엔날레, 이천도자기축제, 이천쌀문화축제 등 지역의 대표 행사가 열린다. 설봉공원의 중심에는 설봉호가 넓게 자리해 있다. 이른 아침, 호숫가를 달리거나 산책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에서 도시를 움직이는 기분 좋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호수 바로 옆에 조성된 산책로 덕분에 햇살에 찰랑이는 물결과 눈을 맞추며 걸을 수 있다는 것도 매력 포인트. 넓은 잔디밭을 거닐다 보면, 웅장한 기세의 장작 가마를 자연스럽게 만난다. 가을에는 전통 방식 그대로 도자기를 굽는 소성(燒成) 행사가 열리는데, 뜨거운 불길 속에서 작품이 탄생하는 경이로운 과정을 바로 곁에서 지켜볼 수 있다. 행사 기간 중 운영하는 가마에 직접 장작을 던지거나 나만의 머그컵을 만드는 체험은 이천 여행을 반추하게 할 추억이자 기념품이 될 것이다.
주소 경기 이천시 경충대로2709번길 128

Eat & Drink 

그레이티 카페&파크골프장

높은 층고가 압도적인 개방감을 자랑하는 그레이티 카페에 들어서면, 누군가의 별장에 초대받은 듯한 기분이 든다. 천장을 향해 길게 뻗은 아치형 창문이 이국적 감성을 자아내고 벽면을 가득 채운 LP들이 공간에 깊이를 더한다. 어림잡아 1만 장쯤 되는 이 레코드판의 주인은 김형종 대표. 그는 서울의 소란함을 뒤로하고 이천에 자리를 잡았다. 2016년, 사촌 누나가 운영하던 카페를 인수해 구석구석 자신의 취향을 덧입히며 지금의 공간을 완성한 것이다. 부드러운 산미가 돋보이는 커피와 브라운 치즈의 풍성한 풍미가 느껴지는 따뜻한 크로플이 이곳의 대표 메뉴. 특히 유황 소금 커피를 꼭 맛봐야 하는데, 크림의 달콤함 끝에 감도는 소금의 감칠맛이 매력적이다. 실내에 머무는 것이 못내 아쉬울 때쯤 시선을 탁 트인 파크골프장으로 돌려보자. 골프장을 그대로 축소해놓은 필드 위에서 색다른 재미를 경험하다 보면, 이곳에서의 시간이 더욱 입체적으로 완성될 것이다.
주소 경기 이천시 호법면 이섭대천로441번길 142
영업시간 수~월 10:00~22:00, 화 10:00~15:00
문의 031-632-9890

이천쌀밥 원이쌀밥

밥집의 본질은 ‘맛 좋은 쌀’ 그 자체에 있다. 갓 지어 단 향이 나고 찰기가 도는 흰쌀밥 한 그릇만 있어도 열 반찬 부럽지 않은 법. 이천의 그 많은 쌀밥집 중에 왜 이 식당을 골랐냐 묻는다면, 쌀 소믈리에가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이천 출신의 IT 개발자였던 신종찬 대표는 자주 찾던 밥집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인수하기로 결심했다. 2020년 신 대표의 손길로 다시 문을 연 이천쌀밥 원이쌀밥(이하 원이쌀밥)은 날고 기는 이천쌀밥집 사이에서 생존하기 위해 뾰족한 수가 필요했는데, 좋은 쌀을 고르는 안목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국내에 없는 쌀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일본으로 간 것도 그 이유에서다. 쌀 품종, 산지, 도정 일자 등을 감별하고 밥의 찰기, 향, 맛을 평가하며 최적의 쌀을 공부했다. 원이쌀밥에서 제공하는 모든 밥은 도정한 지 일주일이 안 된 신선한 이천쌀로 짓는다. 덕분에 이천 백미 특유의 단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보리굴비, 쌀떡갈비, 간장게장, 더덕구이 등 한정식의 꽃인 메인 요리는 쌀밥의 풍미를 더하는 완벽한 파트너가 된다. 원이쌀밥은 전국 산지별 강점을 조합한 쌀 블렌딩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언젠가 자신의 철학이 깃든 쌀을 생산하기 위해 직접 농사를 짓는 것이 신 대표의 멀고도 가까운 소망이다.
주소 경기 이천시 대월면 사동로 76-19
영업시간 월~토 10:30~21:00, 일 10:20~20:30
인스타그램 rice_with_chuck

쌀 베이커리 카페 흥만소

설봉산과 더불어 이천의 주산인 망현산 아래, 세월을 견뎌온 이천향교의 단아한 풍경이 펼쳐진다. 낮게 드리워진 담장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덧 쌀 베이커리 카페 흥만소에 닿는다. 70년 세월의 옛 한정식집에 들어선 흥만소는 지역의 상징인 쌀을 매개로 전통의 맥을 잇고 있다. 남편의 고향으로 내려온 박승미 대표는 우연히 만난 이곳에서 흥만소의 미래를 발견했다. 오랜 세월이 밴 황토 집과 마당이 흥만소가 내세우는 친근하고 민속적인 콘셉트와 좋은 시너지를 이룰 거라 판단한 것이다. 황토 반죽을 덧칠한 내부에는 토속적인 소품으로 분위기를 더하고 마당에는 민속놀이와 농기구 등을 배치해 투박하지만 정겨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흥만소를 향한 뜨거운 관심의 중심에는 쌀크림빵이 자리한다. 밀가루를 배제한 바삭한 쌀빵을 한 입 베어 물면 쌀알의 고소한 풍미가 살아 있는 크림이 입안 가득 넘쳐흐른다. 쌀뿐만 아니라 밤, 팥, 옥수수, 흑임자, 인절미, 말차, 초코누텔라 등 크림을 베리에이션한 메뉴도 인기 있다. 쌀치아바타와 각종 채소가 어우러진 항아리브런치, 쌀베이글로 만든 샌드위치 등의 브런치 메뉴에 이천쌀을 베이스로 한 이천쌀크림 라테, 전통 쌀 식혜와 같은 음료를 곁들이면 든든한 한 끼가 완성된다.
주소 경기 이천시 향교로 3
영업시간 월~금 11:00~19:00, 토·일 11:00~20:00
인스타그램 heungman.so

브루어리 을를

이천 증포동 아파트 빌딩 숲을 걷다 보면 탁 트인 공간에 ‘ㄴ자’ 형태의 단층 건물이 느닷없이 등장한다. 바로 을를에 도착한 것이다. 을를은 베이커리 겸 카페와 브루어리로 구성된 F&B 공간으로, 평일 오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을를의 시작점이자 정체성인 브루어리 을를은 중화요리에 수제 맥주를 곁들일 수 있는 비스트로다. “수제 맥주는 지역의 색깔과 생산자의 철학으로 완성된다”라는 이윤제 대표의 말처럼 이곳에서 크래프트 정신으로 생산되는 맥주는 연간 40~50종. 묵직한 다크 초콜릿 향이 두드러진 스타우트 ‘가배’, 풍성한 시트라 홉을 자랑하는 ‘대멸종’, 이천쌀의 고소하고 싱그러운 향을 앞세운 ‘이천쌀밥 라거’ 등 브랜드의 근간을 유지하는 시그너처 제품뿐만 아니라 지역 축제나 계절을 겨냥한 에디션 맥주도 끊임없이 빚고 있는 것이다. 을를의 양조사들은 일상에서 레시피 아이디어를 얻곤 한다. 이를테면 페일 에일인 ‘그날 브뤼셀에서 본 것들’이나 유자를 활용한 ‘할머니의 유자 택배’가 그렇다. 전자는 벨기에 브뤼셀을 여행하며 마셨던 맛있는 맥주를 오마주했고, 후자는 어릴 때부터 유자를 보내주시던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자칫 낯설게 느낄 수 있는 수제 맥주의 장벽을 허문 건 의외의 조합인 중화요리다. 정성껏 뽑은 라드로 풍미를 살린 삼겹살 간짜장부터 이국적 향취의 라로우 마늘쫑볶음까지, 다채로운 중식 메뉴가 수제 맥주의 깊은 맛을 돋우는 훌륭한 파트너가 되어준다.
주소 경기 이천시 이섭대천로 1382
영업시간 화~일 12:00~23:00(브레이크 타임 15:00~17:00, 월 휴무)
인스타그램 brewery.eulreul

관고동 사랑방

이천 주민들의 휴식처 설봉호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도심의 품으로 파고들다 도로 아래로 자취를 감춘다. 하천이 도시의 일부가 된 그 길목에는 이름 그대로 관고동 사랑방을 자처하는 이탤리언 레스토랑이 자리해 있다. 이탈리아 유명 요리학교 알마(ALMA)를 졸업한 이천 출신의 이철희 셰프가 꾸리는 이 공간은 그의 인생을 모두 집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생 고려청자를 연구한 유근형 선생의 청자색을 포인트로 삼고, 이탈리아 관련 소품을 채워 넣어 사랑방다운 아기자기한 공간을 완성했다. 감칠맛이 매력적인 생면 라사냐와 이천에서 나고 자란 제철 채소를 활용한 생면 파스타가 대표 메뉴. 양송이버섯으로 우려낸 육수에 이천쌀을 뭉근히 끓인 리소토는 버섯의 진한 향이 쌀알의 고소함과 만나 입안 가득 긴 여운을 남긴다.
주소 경기 이천시 설봉로37번길 8
영업시간 화 16:00~21:00, 수~일 11:30~21:00(브레이크 타임 14:30~17:00, 월 휴무)
인스타그램 amore_gwango

과수원 프로젝트

“튤립을 화분 말고 땅에 심고 싶다.” 박영선, 박영실, 석진주 세 친구가 의기투합해 문을 연 과수원 프로젝트는 식물을 좋아하는 박영실 공동대표의 이 한마디로 시작됐다. 함께 학원 강사의 길을 걷고 있던 세 명의 고등학교 동창은 박영선 공동대표의 아버님이 갖고 있던 땅에 꽃과 나무를 심었다. 아름드리 벚나무와 매화나무부터 바질과 루콜라 등을 심은 텃밭까지 제법 구색을 갖춘 정원이 되자 타인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간단한 스낵과 음료를 준비했고, 자연스레 카페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들이 이 공간을 ‘프로젝트’라 명명한 이유는 카페뿐만 아니라 전시, 공연 등의 무대로 확장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내부 공간엔 늘 작가의 사진이나 그림이 걸려 있고 종종 마당에선 기분 좋은 선율이 울려 퍼지곤 한다. 샌드위치와 파스타 등의 식사 메뉴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 파스타에 들어가는 수제 토마토소스부터 과수원 플레이트에 포함된 수비드 닭가슴살, 버섯 가지 절임까지 모든 메뉴에 세 주부의 손길이 구석구석 닿아 있다. 갓 수확한 제철 채소를 더하니, 이천의 사계절이 더욱 선명하고 싱그럽게 차오른다.
주소 경기 이천시 마장면 이장로 300
영업시간 10:00~19:00
인스타그램 gsw_project

Art & Culture

이천도자예술마을(예스파크)

부지면적만 12만3000평(40만6978㎡)에 200여 명의 예술가가 상주하는 이천도자예술마을은 명실상부 국내 최대의 공예 클러스터다. 2005년 도자산업특구 지정을 시작으로 2008년 첫 삽을 뜬 후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들여 완성한 이 예술 공동체는 ‘예스파크(Ye’s Park)’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있다. 가마마을, 회랑마을, 별마을, 사부작길로 이어지는 4개의 소마을을 걷다 보면, 이천 도자의 어제와 오늘을 잇는 장인들의 숨결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자신만의 세계를 견고하게 구축한 공방 건물 사이를 걷는 길은 그 자체로 영감의 여정이다. 뚜렷한 개성을 지닌 건축물들이 느슨하고도 유기적으로 연결된 덕분에 일상과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진 공예 도시의 생동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대표적으로 2층짜리 건물이 통창으로 이뤄진 토토공방이 있다. 생활 도자기를 주력으로 하는 김민배, 신연희 작가의 작업 공간으로, 원형 림 부분에 푸른 유약이 자연스럽게 번진 그릇이 이곳의 시그너처다. 토토공방 옆에는 붉은 벽돌이 기하학적인 조형미를 자아내는 라기환 공방이 자리한다. 백자의 맑은 빛이 산뜻하고 청량하게 느껴지는 미니멀리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도자의 면과 모서리가 교차하는 윤곽을 따라 푸른 선을 그은 작품으로 유명한 김석빈 도자기 역시 놓쳐선 안 되는 곳. 쇼룸 안에 전시된 그의 컬렉션은 일상의 식기가 하나의 캔버스처럼 느껴지게 하는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주소 경기 이천시 신둔면 도자예술로62번길 123
영업시간 업체별 상이
인스타그램 2000yespark.official

처음책방

쌀의 고장 이천을 여행하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저 벼가 자라는 속도에 맞춰 논밭에 시선을 던져두면 되니까. 이천시 모가면은 가지런히 줄 맞춰 심어놓은 벼와 푸른 논이 어우러진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동네다. 책방 겸 카페 처음책방은 모가면의 논밭을 마주하고 있어, ‘논멍’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보다 더 이곳을 대표하는 건 국내 최초 초판본·창간호 전문 서점이라는 타이틀. 내부로 들어서자, 운영자이자 출판 저작권 분야의 권위자 김기태 교수가 수집한 초판본과 창간호가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공간의 중심에는 한국 문학의 찬란한 유산이 자리한다. 윤동주 시인 서거 3주기를 맞아 10권만 만든 최초본이자 임시 발행 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김환기 화백이 표지 그림을 그린 황순원 작가의 <학>, 1970년에 최초 발행한 박완서 작가의 <나목> 등이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시선을 옮기면 잡지의 전성기를 만날 수 있다. 처음책방에서 비정기적으로 여는 기획 전시의 일환으로, 1934년 창간된 <진단학보>를 비롯해 1980~1990년대의 추억이 담긴 <시네마> <보물섬> <뿌리깊은 나무>의 창간호들이 전시돼 있어, 박물관 못지않은 희귀한 풍경을 선사한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열린다.
주소 경기 이천시 모가면 진상미로1523번길 42
영업시간 수~일 10:00~18:00(월·화 휴무)
인스타그램 cheoeum_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