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이 된 일인 매체 - 헤이트래블 - hey!Travel

  • written by lee jisoo

관점이 된 일인 매체

Creators, the New Travel Tastemakers

레거시 미디어 못지않게 뛰어난 퀄리티의 사진과 정제된 언어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SNS 크리에이터들이 있다. 여행과 공간을 다루는 세 크리에이터에게 팔로어들의 공감을 지속하는 동력에 대해 들었다.
  • written by lee jisoo
2024년 05월 31일

또 떠나는 남자의 여행

또떠남

항공사 비즈니스 클래스나 퍼스트 클래스, 호텔과 여행지 리뷰를 ‘내돈내산’ 콘셉트로 운영하는 유튜버 또떠남(또 떠나는 남자). 똑 부러지는 내레이션과 객관적이고 냉철한 평가로 느슨해진 업계에 긴장감을 주는 그는 40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10년 차 직장인이다. 사회 초년생일 때부터 터득한 그만의 여행 노하우를 가감 없이 공개하며 충성 구독자를 보유했다.

유튜브 초반부터 가격대가 높은 항공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며 눈길을 끌더니 코로나 시기엔 호텔까지 콘텐츠를 확장했다. 왜 하필 항공과 호텔이었나? 우연히 마일리지를 빨리 모으는 방법을 알게 됐고 그 노하우를 블로그나 SNS를 통해 공유하면서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왕 마일리지 모으는 거, 어떻게 쓰는지도 알려야겠단 생각에 직접 항공사를 이용하는 콘텐츠를 만들게 됐다. 코로나 시기에 여행이 움츠러들었지만 여행자들의 욕구가 호캉스로 옮겨갈 것을 예상했고 다행히 맞아떨어졌다.

내돈내산을 콘셉트로 하지만, 유료 콘텐츠도 간혹 있다. 기준이 무엇인가? 가능한 한 여행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종의 광고는 피한다. 영어 학습 플랫폼이나 맥주, 항공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노이즈캔슬 헤드셋처럼 간접적인 제품을 주로 광고한다. 가끔 호텔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브커머스 광고가 들어오는데, 그럴 경우 영상에서 호평을 한 곳만 받는다. 혹평한 호텔을 광고하는 건 앞뒤가 안 맞지 않은가. 또 하나의 기준이라면 구매 고객에게 판매될 가격을 확인하고 합리적인지를 따진다.

최근엔 어떤 여행지, 어떤 콘텐츠가 큰 호응을 얻는지 궁금하다. 구독자들은 대개 일본을 좋아한다. 사람들은 유럽이나 동남아에선 풍경이 아름답고 거창한 것을 원하지만, 일본에선 조금 다르다. 소소한 음식, 작은 쇼핑같이 아기자기한 콘텐츠에 반응한다. 크게 돈을 들이지 않아도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보니 더 저렴하게 다녀오는 방법에도 관심이 많다.

공간이나 서비스를 평가할 때 유의해서 보는 것이 있을 것 같다. 어떤 공간을 콘텐츠화하는 걸 좋아하나? 항공기나 호텔이 그들만의 정체성을 가진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에티하드항공은 중동 지역에서 먹을 수 있는 대추야자나 아라빅 커피를 제공하고, 아파트먼트의 쿠션, 천장, 슬라이딩 도어에 아라베스크 스타일을 접목해 중동 비행기라는 정체성을 다졌다. 대학교 캠퍼스 콘셉트의 푸꾸옥 JW메리어트도 마찬가지다. 호텔의 각 건물동을 농업학과, 건축학과, 순수미술학과 등의 테마로 잡았고 실험실 콘셉트의 바도 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콘셉추얼함이 묻어나지만 정체성이 확실해 재미있었다. 포시즌스 파리도 좋아한다. 로비 곳곳에 파리의 명화나 쉽게 보기 힘든 조각, 미술품이 전시돼 있어 하나의 전시장처럼 느껴진다.

쉬운 언어로 알려주는 미술 세계

크락티

크락티는 현대미술 갤러리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난해하고 불친절한 미술의 언어를 쉬운 대중의 언어로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파워 계정이다. 한국의 신진 작가는 물론 지방의 숨은 전시까지 폭넓게 소개한다. 계정 운영 2년 만에 팔로어 3만 명을 앞둔 크락티는 입문자들의 전시 가이드는 물론 컬렉터, 비평가, 큐레이터 사이에서도 영향력을 드러내는 중이다.

피드를 보고 있으면 ‘미술이 이렇게 쉬운 건가?’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느낌을 받는다. 의도한 것인가? 계정을 통해 사람들이 미술을 친근하게 느끼고, 최대한 전시를 많이 보러 가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입장료가 비싸거나 상업성이 짙은 전시보다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무료 전시를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누구나 아는 큰 전시보다는 지방 소도시에서도 열리는 숨은 전시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어떤 전시가 어디에서 언제까지 진행되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프로필 하이라이트에 지역별로 업데이트하는 것도 호응이 좋다. 어려운 미술 언어를 쉬운 언어로 재생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미술계에선 쉽게 쓰는 ‘작가적 여정’ 같은 용어가 대중에겐 어렵게 다가갈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작가가 지금껏 어떤 작품 활동을 해왔는지를 정리해 설명한다.

영어로 병기하는 것이 특징이다. 어떤 이유인가? 이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좋은 한국 작가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들이 잘 알려지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다. 해외의 바이어나 컬렉터, 미술 관계자들에게 이런 좋은 전시와 작가들이 한국에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영어 역시 최대한 쉬운 언어로, 전시의 의도와 본질을 왜곡하지 않은 선에서 번역하려 한다.

어떤 게시물이 국내 팔로어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작품이 실제로 움직이는 키네틱 아트 장르가 호응이 좋다.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된 최우람 작가의 <원탁>이나 <작은 방주> 같은 작품이 이목을 끌었다. 보고 느끼고 체험까지 할 수 있는 작품들이 MZ세대의 관심을 끄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공간, 독자를 위해 추천할 만한 전시를 소개해달라.
7월 말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는 건축가 노먼 포스터의 개인전을 추천한다. 6월부터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코펜하겐 기반의 아티스트 컬렉티브 그룹 슈퍼플렉스의 전시도 서울에서 처음 선보이는 만큼 놓치면 아깝다.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보는 미식 공간

마이시즌

전국의 카페를 엄선한 책 와 서울의 65개 카페를 소개한 <퇴근 후, 카페여행>의 작가 내계절이 운영하는 마이시즌은 카페 신에서 존재감 있는 인스타그램 계정이다. 브랜드 마케팅팀의 디자이너로 일하며 체득한 로고 작업, 포스터 디자인, 영상 편집 스킬을 화려하게 녹여 공간감 있는 사진과 프로페셔널한 영상으로 20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한 경험을 살려 ‘디자이너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공간’이라는 또렷한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다. 덕분인지 공간감이 드러나는 사진이 눈에 띈다. 디자이너로 일할 때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도 했다. 덕분에 구도나 색감에 대한 감각이 좋은 편이고 팔로어들도 그런 점을 알아주는 것 같다. 주제가 되는 외부는 정면으로, 하늘은 최대한 맑고 밝은 톤으로 보정한다. 인테리어나 내부 공간도 중요하지만 음식도 디자인이라는 생각으로 촬영한다. 공간은 콘셉트가 뚜렷한 곳을 좋아한다. 영등포의 맨홀커피웨스턴 같은 곳이 그렇다. 목수 사장님이 공간을 완성해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져 있는데 디테일이 남다르다. 목재와 미국 서부 느낌이 어우러져 마치 영화 세트장에 온 것 같다.

카페, 미식 공간이란 트렌드는 그 어느 여행지보다 빠르게 변화한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찰 때가 있을 텐데, 예측하기란 더 어려울 것 같다. 어떤가? SNS는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고 확실하게 취향이 변한다. 저번 주까진 프렌치토스트와 수플레 팬케이크 같은 디저트가 반응이 좋았고, 지금은 개화와 관련된 게시물이 인기 있는 식이다. 다음 주에는 어떤 게시물이 인기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트렌드에서 중심 없이 유행을 좇다 보면, 정체성 없는 계정이 되기 십상이다. 유행을 좇되 피드만의 정체성을 놓치고 싶지 않아 중심을 잡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가끔은 트렌드보다 시의성이 중요하다. 날씨가 좋은 날엔 꽃 보기 좋은 카페, 흐린 날엔 조용히 음악 감상하기 좋은 카페를 큐레이션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공간, 독자를 위한 미식 공간을 추천한다면? 을지로의 타코집 올디스타코, LP 음악감상실 피즈소셜클럽을 꼽겠다. 즉석에서 만든 타코를 판매하는 멕시코 음식점 올디스타코는 빈티지하고 아늑한 공간도 인상적일 뿐만 아니라 타코 맛으로도 다시 찾을 이유가 충분하다. 최근 LP 카페도 큰 유행인데 피즈소셜클럽뿐만 아니라 망원동의 하우스오브바이닐과 문래동의 다이어메이커가 음악과 분위기 모두 좋았다. 제주도 여행을 앞뒀다면 세부 남서쪽의 섬 이름을 딴 모알보알에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