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주는 선물, 콘스탄스 에필리아
세이셸에 도착해 어느 섬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하느냐는 여행자의 선택이다. 대체로 국제공항이 있는 마헤섬에서 여정을 시작하거나 제2의 도시로 불리는 프랄린섬으로 향하는데, 프랄린섬으로 향하는 크루즈가 오후 4시 30분까지 있기 때문에 오후에 공항에 도착하는 여행객들은 보통 마헤섬에서 짐을 푼다. 공항에서 차를 타고 약 40분, 꼬불꼬불한 숲길을 올랐다가 다시 언덕 아래로 내려오니 그림 같은 바다가 펼쳐진다. 콘스탄스 에필리아 리조트(Constance Ephelia Resort)는 세계적인 리조트 체인인 콘스탄스 그룹이 2009년에 오픈한 곳으로 마헤섬 폴로네 해상공원에 위치하고 있다. 120헥타르의 땅에 310여 개 객실을 보유해 세이셸의 리조트 중에는 독보적인 규모라 할 수 있다.
남쪽 해변에는 184개의 주니어 스위트가 원을 그리며 위치해 있고, 북쪽 해변에는 40여 개의 시니어 스위트가 있다. 그 밖에 패밀리, 비치, 스파 힐사이드 빌라 그리고 980제곱미터 크기의 프레지덴셜 빌라까지, 다양한 타입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2~3명의 성인과 13살 이하의 아이 등 4~5명의 가족이 머무를 수 있는 시니어 스위트, 두 층에 걸쳐 2~3개 베드룸으로 구성된 패밀리 빌라는 가족여행객이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버기를 타고 맹그로브 숲을 지나 방에 도착했다. 불필요한 장식은 배제한 내추럴하면서 현대적 분위기의 객실은 ‘마틴 브래너 & 엠마 마티아스(Martin Branner & Emma Maitas)’ 디자인 설계소의 현대적 감각으로 완성되었다. 조명을 다 켜도 밝지 않은 은은한 조도가 남국의 바다에 퍼지는 석양을 연상시켜 되레 마음이 편안해졌다.
객실에 짐을 풀고 난 후 스파로 향했다. 에필리아의 스파는 콘스탄스 리조트에서도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데 숲속 한복판에 위치해 마치 하나의 마을을 연상케 한다. 마사지 룸, 사우나, 스팀 룸, 릴랙싱 룸뿐 아니라 수영장까지 있어 스파를 한 후 휴식을 취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시슬리 제품을 사용하는 콘스탄스 스파에서는 클래식 마사지, 다양한 페이셜·보디 트리트먼트를 경험할 수 있다. 숙련된 테라피스트의 손길에 긴 비행의 여독이 풀리는 것 같았다.
2 일몰 맛집인 카바나 바에서는 다양한 칵테일과 음료를 즐길 수 있다.
3 열대 식물이 우거진 정원.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 조깅을 하기에 좋다.
4 3베드룸을 가진 패밀리 빌라.
에필리아의 진면목은 객실 밖으로 나서며 시작된다. 과거의 코코넛 농장 부지, 버려진 학교가 있던 자리에 지어진 에필리아 리조트의 조경은 어딘가 덜 다듬어진 느낌이다. “주변의 자연과 활기찬 생태계가 방해받지 않고 유지되도록 모든 주의를 기울여서 지었어요. 그렇기에 콘스탄스 에필리아의 방문객들은 이곳에 머무는 동안 세이셸의 생물 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리조트 매니저 히루(Hiru)가 말했다.
리조트 면적이 워낙 넓어 식당이나 로비, 바닷가로 이동하려면 버기가 필수인데 시간 여유가 있다면 리조트 내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것을 추천한다. 정원은 투박하지만 그만큼 날것의 매력이 있다. 문밖을 나서자마자 대자연과 만날 수 있는 건 에필리아만의 장점이다. 에필리아는 거대한 맹그로브 숲과 마법 같은 산호초를 품고 있다. 포트 로네(Port Launay)의 맹그로브 숲은 마헤 습지의 대표적인 맹그로브 숲인데 사람들이 정착하면서 습지가 점차 사라졌다. 이를 염려해 2005년 포트 로네 맹그로브 습지는 세이셸의 첫 번째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물고기, 게, 달팽이 등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서식처인 이곳은 사람들에게도 활기찬 생태계를 제공한다. 맹그로브 습지는 쓰레기로 가득한 해안가와 흙 등을 복원시키고 해안가에 폭풍이나 쓰나미가 몰려올 때도 생태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는 거대한 맹그로브 숲을 카약을 타고 탐험할 수 있다. 남쪽 바다의 보트하우스에서 노를 저어 올라간다. 노를 저을 때는 맹그로브 나무와 뿌리에 부딪히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되도록 카약 안에 머물며 진흙 둑은 걷지 않는 게 좋다.
세이셸에서는 어디에 머물든 바다가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다. 에필리아는 노스 비치와 사우스 비치 등 2개의 비치가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노스 비치로 가보세요. 파도에 햇살이 반짝이는 광경을 바라보면 지친 마음이 절로 치유가 될 겁니다.” 히루의 말대로 눈을 뜨자마자 노스 비치로 향했다. 걸으면 발자국이 금세 없어지는 파우더 모래와 눈부신 바다, 울창한 숲과 바위로 둘러싸인 바닷가를 산책하는 동안 리조트 인근에 사는 개가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달콤한 잠 대신 선택한 아침 바다 산책이 근사한 추억을 만들어줬다.
에필리아는 선셋 명소로도 유명하다. 해 질 무렵, 포트 로네 비치(Port Launay beach) 앞 카바나 바(Kabana Bar)에는 일몰을 감상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칵테일을 한 잔 마시는 사이 바다가 황홀한 오렌지빛 노을로 물들기 시작했다. 바닷속에 빠진 해를 잡으러 아이들이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최근 몇 년간 본 선셋 중 가장 평화로운 장면이었다.
숨어 있는 파라다이스, 콘스탄스 르무리아
마헤섬에 비해 프랄린섬은 좀 더 원시적인 자연의 모습에 가깝다. 페리 선착장에서 30여 분을 달려 콘스탄스 그룹의 또 다른 리조트 르무리아(Lemuria)에 도착했다. 입구는 그다지 거대하거나 화려하지 않았다. 차를 타고 오면서 객실 비슷한 빌라도 보지 못했다. ‘숲속에 숨어 있나? 규모가 작은가?’ 의아함은 리조트의 문이 열리며 사라졌다.
르무리아는 ‘숨어 있는 파라다이스’라는 뜻. 작은 문이 열리자 거대한 파라다이스가 펼쳐졌다. 메인 리셉션에 도착하면 이 리조트에서 가장 평화로운 풍경과 만난다. 야자수로 둘러싸인 계단식 수영장과 세이셸 전통 양식의 지붕이 덮인 풀 바에서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거나 수영하는 사람을 보니 마음은 벌써 물속을 첨벙거린다. 전형적인 리조트 풍경과 달리 어딘가 더 비밀스럽고 아늑한 느낌이다. 리조트 곳곳에 놓인 히비스커스 꽃향기가 코를 간질였다.
르무리아는 언덕길이 많다. 조경이든 건축이든 주변의 자연경관과 어우러지게 만드는 것이 르무리아의 콘셉트다. 나무도 될 수 있으면 베지 않고, 바위도 그대로 살려두었다. 바위로 연결된 수영장, 바위 위에 지은 레스토랑도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환경친화적인 노력은 마헤 거북 센터를 후원하고 산호 보호 활동을 하는 데서 드러난다. 보호구역의 거북을 포함해 무수한 동식물군과 함께 공생한다. 리조트 앞 앙스 켈란(Anse Kerlan) 바닷가 모래에 알을 낳고 품는 바다거북을 보호하기 위해 바닷가 바로 앞에는 리조트 건물을 짓지 않았다.
주니어 스위트, 시니어 스위트, 풀 빌라, 프레이덴셜 빌라 등 총 4가지 타입의 객실 105개가 있다. 리조트 크기에 비해 객실 수가 많지 않은데 넓은 부지를 골프장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프랄린섬의 르무리아를 찾아야 할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골퍼들에게 ‘신들의 골프 코스’로 불리는 18홀에 이르는 넓은 골프장이고, 또 하나는 절경으로 소문난 2개의 비치, 앙스 조르젯(Anse Georgette), 앙스 켈란 비치다.
1999년 오픈한 골프 코스는 2016년 레노베이션을 했다. 덕분에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시설, 환경을 보존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룬 코스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세이셸의 토파즈빛 바다와 숲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15번 홀과 인도양 최고의 코스로 알려진 18번 홀까지 르무리아의 골프 코스는 골프 초보자도 다시 찾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숙박객은 그린피가 무료다.
2 내추럴하면서 깔끔한 풀 빌라 내부.
르무리아에는 4개의 레스토랑과 5개의 바가 있는데, 크레올 음식부터 지중해 음식, 파인다이닝까지 음식의 퀄리티가 수준급이다. 아침, 저녁 뷔페로 운영되는 ‘레전드’는 뷔페임에도 즉석에서 요리 해주는 음식 종류가 많고, 치즈, 샐러드, 후무스 등은 신선하고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해 미식가의 입맛을 충족시킨다. 콘스탄스 리조트는 와인 셀렉션이 훌륭하기로 유명한데 르무리아 역시 와인 리스트가 엄청나다. 1천600종 2만6천여 병의 와인을 보유하고 있다. 특별한 저녁 식사를 원한다면 앙스 켈란 해변에 있는 ‘더 네스트’로 가자. 바위 꼭대기에 마련된 자리는 허니무너에게 인기가 좋다. 발 아래에서 넘실대는 파도와 아름답게 물드는 석양을 바라보며 둘만의 낭만적인 식사를 즐기기 위해 예약은 필수다.
환상적인 노을, 완벽한 골프 코스, 낭만적인 선셋 다 좋지만 르무리아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것은 리조트를 떠나기 몇 시간 전에 즐긴 앙스 조르젯에서의 피크닉이다. 호텔과 2개의 골프 코스 사이에 있는 앙스 조르젯은 르무리아뿐 아니라 세이셸에서 본 많은 해변 중 가장 특별했다. 곱디고운 하얀 모래와 해변을 둘러싼 울창한 숲, 깊이에 따라 다른 빛을 내는 물빛, 집채만 한 화강암 바위, 파도 타기 하기 딱 좋을 만큼의 거친 파도까지. 세이셸의 바다가 몰디브, 모리셔스 등 여타 인도양의 내로라하는 해변과 차별화되는 건, 기세등등한 파도다. 리조트에서 걸어 오기엔 제법 멀고(셔틀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비치 파라솔도 없지만 앙스 조르젯에서는 순수한 대자연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2 보라색 컬러의 우아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레스토랑 디바.
3 화강암 바위와 원시림으로 둘러싸인 해변에서 스탠드업 패들보드를 즐기는 여행객.
“어떤 사람들이 세이셸을 사랑할까요?”라는 나의 질문에 제너럴 매니저 브루노 르 각이 이렇게 말했다. “셀레브리티, 은행장, 유명 작가 등 부와 직업과 상관없이 ‘자기만의 조용한 휴식’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세이셸을 찾습니다.” 별다른 액티비티나 관광지가 없어도 자연 그 자체에서 온전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사람에게 세이셸은 완벽한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