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의 새 방식, 청도 - 헤이트래블 - hey!Travel


  • written by LEE JIHYE
  • PHOTOGRAPHY BY JEON JAEHO

체류의 새 방식, 청도

New Ways to Stay, Cheongdo

고찰과 읍성의 흔적이 남아 있고, 그 사이로 젊은 감각의 서점과 카페, 공방이 자리 잡았다. 작은 도시로 모인 사람들의 취향이 한데 얽혀 청도만의 결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 written by LEE JIHYE
  • PHOTOGRAPHY BY JEON JAEHO
2025년 09월 08일

Brand

홍시생활

홍시생활 경북 청도군 화양읍 도주관로 152

화양읍의 귀여운 초록색 건물에 들어선 ‘홍시생활’은 청도에서 유일한 제로 웨이스트 숍이자, 김은성 대표의 친환경 취향이 모인 편집숍이다. 8년 전 경기도 일산에서 이곳으로 내려온 대표는 출판사에서 아동 도서 MD로 바쁘게 살아왔지만, 귀농 후엔 슬로 라이프를 고집하며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 중이다. “화장품, 주방 세제, 샴푸를 직접 만들어 쓰거나 일회용 대신 천 기저귀를 사용합니다. 지구를 위해서라기보단 저와 가족에게 이로운가를 기준으로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레 지구를 위하는 방법도 되더라고요.” 홍시생활은 김은성 대표가 3년 전 경북 인구 소멸 위기 지역 여성 청년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시작했다. 이름은 청도의 특산물이자 겨울 먹이를 남겨 작은 동물과 다음 세대를 배려한다는 의미를 담은 ‘까치밥 홍시’에서 따왔다. 매장에선 대량생산된 생활용품 대신 손으로 빚은 수공예품, 로컬 재료로 만든 비누, 공정무역 커피와 생활 잡화 등을 판매한다. 특히 네팔, 아프리카 등에서 여성이나 지역 장인이 만든 소품이 많다. 김은성 대표는 ‘다시 초록’이라는 이름의 플로깅도 3년째 진행 중인 데다 최근엔 전기자전거 기반의 저탄소 로컬 여행 콘텐츠도 기획 중이다. “기차로 이동해 청도역을 기점으로 적천사, 옛 급수탑, 우물 군락 등 덜 알려진 지점을 알리고 싶습니다. 진짜 친환경은 거창한 환경운동이 아니라 사람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하거든요.”

Taste

감잎공방·코지테임

청도 특산물 중 하나인 감은 비교적 손이 덜 가는 작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농약으로 좋은 열매를 얻기도 어렵다. 파머컬처 농장 ‘지구 한 모퉁이’가 오픈한 브런치 카페 ‘감잎공방’이 감나무에서 열매가 아닌 잎에 집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곳은 귀농 후 방치된 감나무밭을 포클레인으로 밀어버리는 대신 살리는 것을 택한 최현정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농약 없이도 잘 자라는 감나무 생잎을 갈아 반죽에 넣는 방식으로 베이글과 스콘을 만들기로 한 것. 전립분 100% 밀가루와 감잎의 조합이 통밀 특유의 거친 식감을 중화하고 빵의 풍미를 끌어올렸다. “베이글과 스콘으로 시작해 감잎 생면 파스타, 감잎초밥 등 다양한 메뉴를 준비 중입니다. 청도의 고목 감나무를 다시 지역의 식탁 위로 올리고 싶어요. 농약 없이 자란 잎만 선별하고, 그 잎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요리를 통해 감나무가 청도의 자원이자 식문화임을 증명하고 싶거든요.” 최현정 대표의 말이다. ‘코지테임’은 청도의 제철 농산물을 기반으로 한 발효식 브랜드다. 나트륨과 당분을 줄이고 조미료를 쓰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맛있는 식단을 로컬 재료로 만든다. 저염·저당의 쌈장, 고추장, 양념장 등이 대표 메뉴. 체험형 클래스에서 제철 나물, 발효 소스, 비건 식단 등을 활용한 한상 차림을 제공해 참가자들이 덜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지도록 돕는다. 강민구 대표는 특히 버려지는 식재료에 대해 관심이 많다. “미나리 수확 후 버려지는 줄기, B급 감말랭이 상품 등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있어요. 지역 농산물의 활용도를 높이고, 유통 구조에서 소외된 자원을 식문화로 회수하려 노력합니다.” 코지테임은 현재 리뉴얼을 거쳐 10월에 재오픈할 예정이다.

Community

카페 다로리

카페 다로리 경북 청도군 화양읍 다로길 58

청도 운문면 다로리마을은 한때 빈집과 노년 인구만 남아 있던 소멸 위기 마을이었다. 그러나 귀촌 청년들과 새로운 시도를 이끄는 주민들이 합류하면서 마을은 생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카페 다로리’가 있다. 버려진 집과 오래된 공간을 고쳐 만든 이곳은 청도 미나리 모히토, 청도 각북면 사과주스 같은 청도의 식재료를 이용한 음료를 판매하는 한편, 다로리마을의 거점 역할까지 한다. 11년 전 대학 선후배 가족과 함께 이곳에 정착한 서삼열 대표는 아이를 키우며 마을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비어 있던 옛 보건진료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2022년 카페 다로리를 열었고, 이를 기반으로 사회적 기업을 꾸려 공동체 중심의 다양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령기 인구를 불러들여 학교를 지속시키고 마을의 쇠락을 막는 것입니다. 카페 2층 커뮤니티 공간에서 시작된 방과 후 돌봄 프로그램은 현재 군 단위 프로젝트로 확대됐죠. 그 결과 많은 학령기 가족이 다로리로 이주했어요. 모든 세대가 필요한 교육과 돌봄이 마을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저희 목표예요.” 최근에는 빈집 열 채를 모아 ‘다로리마을 호텔’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여덟 채는 게스트하우스와 스테이 공간으로, 두 채는 영화관과 서점으로 재탄생한다. 여기에 주민과 함께하는 마을 투어나 드로잉, 시 낭독 클래스 등이 더해져 ‘경험의 가치를 누리는 곳’이란 콘셉트를 구체화하고 있다. 오래된 가옥이 숙소로 다시 쓰이고, 카페가 안내소이자 환대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Activity

청도신화랑풍류마을·청도레일바이크

청도신화랑풍류마을 경북 청도군 운문면 신화랑길 1
청도레일바이크 경북 청도군 청도읍 신도리 919-2

액티비티를 통해 청도를 좀 더 다채롭게 경험하고 싶다면 청도신화랑풍류마을과 청도레일바이크로 향하자. 신화랑풍류마을은 이름 그대로 신라 화랑의 정신과 문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테마파크다. 대지 위에 전통 가옥과 누각, 광장이 펼쳐져 있고, 곳곳에 전시관과 체험장이 이어져 있어 하루 종일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다. 활쏘기와 승마, 도검 체험 같은 액티비티는 물론 짚라인으로 공중을 가로지르며 청도의 풍광을 내려다볼 수 있다. 호수를 중심으로 조성된 공원은 산책하기 좋고,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와 자연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전통 의상을 입고 마을을 거닐거나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무예 시연과 국악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다.
청도레일바이크를 타고 폐선 된 철길을 따라 이어진 코스를 자전거로 달리면 계곡과 숲, 마을 풍경이 시시각각 옆으로 스쳐 간다. 이곳은 단순한 레저 시설을 넘어 지역의 지형과 역사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여행 코스다. 청도군 매전면의 옛 간이역에서 출발해 약 3km 구간을 달리는데, 여름에는 녹음을 이루고 가을에는 산 전체가 단풍으로 물든다. 풍경이 아름다워 주말과 휴일에는 사전 예약이 필수일 정도로 인기다. 약 40분 내외 소요되며, 종착역에 도착하면 간단한 휴식 공간과 포토존이 마련돼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이 자주 찾는다.

Stay

오마이북

오마이북 경북 청도군 화양읍 동천3길 67

청도읍성 인근에 자리한 오마이북은 서점이자 카페, 북 스테이, 음악 감상실까지 겸비한 복합문화공간이다. 겉으로 보기엔 일반 서점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이 겹겹이 이어져 있다. 중심에는 독립서점 ‘오마이북’이 있다. 약 5000권의 단행본을 갖춘 이곳은 책방이자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북 카페다. 별관 ‘오마이아지트’에서는 중고책 플리마켓이나 작은 전시도 열린다. 또 다른 공간 ‘오마이뮤직’엔 턴테이블과 스피커가 감각적으로 놓여 있어 누구든 음악과 휴식을 즐기면 된다. 오마이북과 함께 중요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메인 공간은 숙박 시설 ‘스테이온페이지’다. 네 개의 객실을 갖춘 북 스테이로, 각 방에는 ‘page 26’ ‘page 452’처럼 페이지 번호가 붙어 있다. 번호마다 문학, 브랜딩, 쉼, 삶 등 각기 다른 테마에 맞춰 큐레이션한 책을 채웠다. 숙박객은 객실뿐 아니라 공용 라운지와 서가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거나 레스토랑 ‘오마이쿡’에서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일반 숙소가 편의와 휴식을 우선한다면, 이곳은 책을 매개로 사유와 몰입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책방 지기 김인식 대표는 아내 박영희 대표와 함께 청도를 ‘책으로 기억하는 체류 여행지’로 만들고자 이 공간을 구상했다. 오마이북, 스테이온페이지, 오마이아지트, 오마이뮤직, 그리고 오마이쿡까지. 한곳에 오래 머물며 색다른 방식으로 청도를 기억하고 싶은 이들에게 완벽한 여행지가 되어준다.

Drink

와인터널

1904년 경부선 개통과 함께 완공된 구 남성현터널은 붉은벽돌과 화강암으로 쌓아 올린 1km 길이의 아치형 구조물이다. 청도감와인 주식회사가 이곳을 와인 저장고로 쓰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다. 터널 내부가 연중 15~16℃, 습도 70% 안팎으로 유지돼 와인 숙성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방치된 철도 터널을 정비해 감으로 만든 첫 와인인 ‘감그린(Gamgrin)’을 이듬해 출시했다. 이후 20여 년간 끈질기게 감 와인을 연구·생산하며 ‘레귤러’ ‘스페셜’ ‘아트와인’ ‘아이스와인’ 등 다양한 라인업을 완성했다. 이곳의 와인은 모두 청도 특산물인 씨 없는 감 ‘반시’로 빚었다. 청도는 전국 감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지역으로, 당도가 높고 과즙이 풍부한 반시는 와인으로 가공하기에 적합하다. 터널 안 시음장에서 감 와인을 직접 맛볼 수 있는데, 와인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타닌이 풍부하며 단맛과 신맛이 깔끔하게 어우러진다. 무알코올 음료와 감 디저트, 간단한 안주 메뉴도 마련돼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도 자주 찾는다. 터널 전체 구간 중 약 400m를 관광객에게 개방하는데 여름엔 피서지로, 겨울엔 은은한 온기를 품은 체험 공간으로 변모한다. 붉은벽돌을 비추는 커다란 조명, 한때 이 터널의 주인이던 박쥐를 형상화한 조형물은 사진 촬영 명소로도 인기다.

와인터널 경북 청도군 화양읍 송금길 100

View

유등연지·청도읍성·운문사·유천문화마을

유천문화마을 경북 청도군 청도읍 내호리 258-11 
청도읍성 경북 청도군 화양읍 동상리 48-1
운문사 경북 청도군 운문면 운문사길 264
유등연지 경북 청도군 화양읍 연지로 238 1층

청도의 매력을 눈으로 담고 싶다면 꼭 들러야 할 장소들이 있다. 가장 먼저 향해야 할 곳은 고려 말 문신 이색이 은거했던 유등연지. 여름이면 연꽃으로 가득 차고, 가을이면 단풍이 수면에 비치는 아름다운 연못이다. 최근에는 산책로와 포토존이 마련돼 청도 주민과 방문객 모두가 즐겨 찾는 공간이 되었다. 조선 세종 때 축성한 청도읍성도 소박하지만 멋진 경치를 내어준다. 이곳엔 지금도 동문과 남문, 서문이 남아 있는데, 성벽 위로 저녁 노을이 드리우면 옛 성곽과 작은 마을이 주는 이질적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전통시장과 행정 중심지가 성곽 주변에 모여 있어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해발 1000m 운문산 자락에 자리한 운문사의 절경도 빼놓을 수 없다.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된 고찰로 비구니 교육의 중심지로도 유명하다. 소나무 숲과 계곡물이 어우러진 명상처로 사랑받으며 외국인도 참여하는 템플스테이에서는 참선과 발우공양 체험이 가능하다. 전통 한옥의 고즈넉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각북면 유천문화마을도 추천한다. 최근 빈 한옥을 리모델링한 게스트하우스와 전시 공간이 들어서며 문화예술 활동이 이어지는데, 농사 체험을 비롯해 주민과 예술가가 함께 영화 상영이나 공예 프로그램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