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13:00
Experience



향이라는 무형의 예술
모노룸 서촌
명상과 호흡 중심의 클래식한 요가 수련을 지향하는 비카에게 향은 수련의 깊이를 더하는 필수 요소다. 2018년 론칭한 모노룸은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 부부 조향사가 운영하는 브랜드로, 지난 2월 말 합정에서 서촌으로 매장을 이전했다. 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고객과 차분히 나누고자 하는 이들 부부에게 느긋하게 흘러가는 서촌의 풍경은 더없이 완벽한 배경이라는 판단에서다. 향이 겹겹이 감도는 쇼룸 안, 도회적 향수 패키지와 조선 시대 고가구의 이색적인 조합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유호석 대표가 전시된 향을 하나하나 소개하자 비카는 가죽이나 흙, 스파이시 계열 향을 선호하는 고국의 정서보다 샌들우드나 머스크 같은 향을 좋아하는 한국인 취향에 더 가까워졌다고 웃으며 말한다. 유 대표의 유려한 설명 끝에 비카가 엄선한 두 가지 향수는 나무 아래에서 느껴지는 시원한 향 ‘고요’와 인센스의 은은한 잔향을 구현한 ‘누디베(Nuit D’hiver)’다. “몸과 마음의 긴장을 이완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비카가 선택한 이유를 덧붙인다. 향을 매개로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가는 서촌의 여유로운 한낮이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3길 1, 2층
영업시간 화~일 12:00~18:00(월 휴무)
인스타그램 monoroom.fragrance
13:00-15:00
TASTE

부처의 자애로운 식탁
마지
모노룸 서촌에서 도보로 4분, 15년 전부터 서촌을 지켜온 사찰 음식 전문점 마지에 도착했다. 부처님에게 올리는 밥을 뜻하는 ‘마지(摩旨)’를 차려낸 듯, 선명한 빛깔을 자랑하는 다양한 채소 요리가 상을 가득 채운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양 덕분에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한결 편안하다. “꿈의 식탁이네요.” 장이 예민한 편이기도 하고 평소 고기를 멀리하는 식습관을 가진 비카에게 이곳의 음식은 낙원의 식사처럼 느껴진다. 채수로 맛을 낸 우엉잡채, 설탕 없이 호박 본연의 단맛만 살린 호박죽, 절에서 공수한 나물까지. 그중에서도 따뜻한 온기가 속을 달래주는 차진 연잎밥은 이곳의 백미다. “시할머니께서 불자라 명절마다 절에서 밥을 먹곤 해요. 저는 종교가 없지만 절에만 가면 왠지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비카가 벽에 걸린 ‘신묘장구대다라니’ 진언을 바라보며 말한다. 진언의 깊은 뜻이야 다 알 수 없지만, 악업을 멈추고 탐욕과 노여움, 어리석음의 독을 가라앉혀 깨달음에 다다르게 해준다는 글귀를 부적인 양 조심스레 눈에 담으며 속세의 불안을 천천히 가라앉힌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5길 19
영업시간 수~토 11:30~20:00, 일 11:30~15:00(월·화 휴무)
문의 02-536-5228
15:00-17:00
SHOP



요가 매트 위에서 드러나는 나만의 멋
타하타
“요즘 요가복의 스펙트럼이 점점 넓어지고 있어요.” 초록색 문을 열고 요가복 브랜드 타하타 쇼룸의 좁은 계단을 오르며 비카가 말한다. 비카의 말처럼, 삶의 방식이 된 요가는 오늘날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타하타는 주얼리 디자이너 출신 전상미 대표가 론칭한 브랜드로, ‘쿨하면서도 편한 요가복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갈증에서 출발했다. 이곳의 모든 의류는 100% 천연 면 소재로 제작한다. 피부에 닿았을 때 느껴지는 이질감 없는 부드러움과 전 대표만의 자유분방한 색감은 타하타의 매력 포인트. “이 바지는 가볍고 길어서 좋은데요. 한국에서 체형에 잘 맞는 길이의 바지를 찾기가 쉽지 않거든요.” 비카는 한여름에도 입기 좋은 바이오 워싱 고밀도 면 소재 팬츠에 눈길을 준다. 스탠더드 피트보다 길이가 길면서 품이 넉넉한 롱 피트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현재 타하타는 리뉴얼을 위해 잠시 매장 문을 닫았지만, 8월 말 서촌의 새로운 공간에서 다시 방문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타하타 소식이 궁금하다면 공식 인스타그램을 눈여겨보자.
인스타그램 tha_ha_tha
17:00-19:00
DRINK


우리 동네 멘탈 케이브
터틀도브
서촌의 한적한 뒷골목으로 들어서자 낮은 주택가 사이로 2층짜리 한옥 티룸 터틀도브가 모습을 드러낸다. 차와 명상 그리고 요가를 통해 현재를 감각하게 하는 이곳은 그야말로 서촌의 ‘멘탈 케이브’라 부를 만하다. 건축을 전공한 지봉근 대표는 도시 디자인 관련 일을 하다가 명상과 요가라는 새로운 세계를 접한 뒤 그 철학을 담아 이곳을 완성했다. 지 대표가 통통한 흰 솜털이 덮인 중국 운남산 백차를 우려내자, 밝은 한옥 내부 가득 화사한 꽃향이 감돈다. 어릴 적부터 큰 티포트에 찻잎을 넣고 물처럼 수시로 차를 마시는 방식에 익숙한 비카에게 소량의 찻잎을 여러 번 나눠 세심하게 차를 내리는 과정은 생경하게 다가온다. “차를 마시는 특별한 방식이 있나요?”라는 비카의 물음에 지 대표는 무심한 듯 평온하게 답한다. “마음대로 드시면 돼요.” 서촌의 정경이 내다보이는 2층은 요가 수련 공간으로 활용된다. 모닝 요가 수업부터 티타임과 요가를 결합한 ‘요가와 차’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은 바쁜 일상을 사는 주민들에게 작지만 확실한 변화를 선물하고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9가길 13
영업시간 수~일 12:00~20:00(월・화 휴무)
인스타그램 turtledove.be
19:00-20:00
PRACTICE


한옥에 우뚝 선 중심
요가,늘보
마지막 목적지는 한옥 요가 스튜디오 요가,늘보. 게스트하우스 이화한옥과 함께 운영되는 이곳은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영어 요가 클래스도 진행한다. 장독대가 정갈하게 늘어선 마당을 정면으로 마주한, 편백나무 향 가득한 수련실에서 비카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는다. “요가 지도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후부터는 매일 아침 일어나 호흡으로 몸을 깨워요.” 비카는 요가의 열두 가지 기본 동작이 연결된 ‘수리야나마스카라(태양 경배 자세)’를 이어간다. 가슴 앞에 합장하고 몸을 앞으로 숙였다가 뒤로 젖히며 다시 대지를 짚고 일어나기를 반복한다. 정해진 순서에 맞춰 몸을 움직이다 보면 전신의 근육이 부드럽게 깨어나고 맑은 정신이 깃드는 기분이 든다. “이 시간은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해줘요. 요가는 타국에서의 삶을 유연하게 살아갈 수 있는 큰 힘이 되죠.” ‘좋은 것은 취하고 나쁜 건 무시하면 된다’고 한국살이를 한마디로 요약한 비카의 말을 서촌에서 들으니 유독 강렬하게 다가온다. 모든 삶을 관통하는 그 말이 무엇이든 빠르게 채워 넣기 바쁜 도시에서 잠시 비켜선 이 동네와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 26-23
인스타그램 yoga_neulbo
Melnikova Viktoryia
멜니코바 빅토리야(비카) 요가 수련 지도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자리한 벨라루스에서 왔다. 대학 때 한국어를 전공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2021년 서울에 정착해 러시아 통번역가로 일하던 중 우연한 계기로 모델 활동을 시작했다. AI 기술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일을 고민하다 요가 수련 지도자로 새로운 삶을 꾸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