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17:00
Experience



도시와 사람, 자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곳
페즈
니콜의 안내를 따라 한남동 주택가로 들어서자, 거대한 파도 형상을 한 건물이 예사롭지 않게 우뚝 서 있다. 모로코의 올드 시티이자 12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미로 도시 ‘페즈(Fes)’를 모티프로 한 복합문화공간 페즈(Fezh)다. 건축가 이타미 준의 딸인 유이화 건축가의 작품으로, 열 채의 집을 하나의 단위로 묶어 공동의 빵집과 우물을 나누는 가장 작지만 긴밀한 형태의 마을 공동체 구조에서 영감을 받았다. 카페 겸 광장, 갤러리, 재즈 바 등 다양한 공간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있는데,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지하 1층 카페 ‘미나앤폴(Mina & Paul)’이다. 유럽 광장의 계단을 닮은 이곳에서는 종종 플리마켓도 열린다. 니콜이 익숙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 2, 3층의 갤러리를 지나 도착한 곳은 이 건물의 루프톱이자 그녀가 가장 아끼는 요가 스튜디오다. 이곳에서는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 수 있다. 커다란 스크린과 스피커가 머리 위에서 감각을 깨우고, 도시의 숨은 정원이 눈을 맑게 한다. 스트레칭 동작을 이어가던 니콜이 페즈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페즈는 한남동 커뮤니티의 심장부라고 생각해요. 요가 수련부터 잠깐의 사색, 칵테일 한 잔의 여유까지 이 건물 안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니까요.”
주소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11길 41
인스타그램 fezh_hannam
17:00~18:00
Shop



커피와 음악, 러닝이 공존하는 풍경
mtl 한남
해가 기울면 한남동 골목골목에 러닝 복장을 한 이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한국인처럼 취미에 진심인 사람들은 본 적이 없다”는 니콜의 말처럼, 카페 겸 편집숍 mtl 한남은 러너인 운영자 덕분에 자연스럽게 러너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more than less(모자라기보다 오히려 더 많다)’의 약자인 mtl은 커피와 공간을 매개로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탄생한 브랜드다. 2016년 한남점을 시작으로 효창점과 동탄점이 차례로 문을 열었는데, 세 지점 중 한남점은 러닝과 음악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그램이 활기차게 펼쳐지는 곳이다. 매장 한편에는 러너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셀렉트한 러닝 브랜드 제품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다. 하와이, 샌프란시스코, LA, 뉴욕 등의 도시를 거쳐온 니콜에게 한국은 의외로 친구 사귀기 쉬운 나라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은 모두 고향을 떠나 새로운 문화에 적응해나가는 중이라 쉽게 마음을 열기 때문이다. ‘진심 모드’가 된 한국인의 러닝 사랑 역시 니콜의 한국살이를 한층 더 편안하게 한다. “타지에서 유학하는 동안 그리워했던 고향 하와이로 다시 돌아온 기분이에요.”라며 니콜이 활짝 웃어 보인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49길 24
인스타그램 mtl_shopncafe
18:00~19:00
Break

한층 깊어진 러닝 문화의 새 거점
온 스토어 한남
니콜에게 언제부터 달리기 시작했냐고 묻는 것은 우문이다. 그녀는 한평생 달리기를 통해 자신만의 규칙을 세우고 회복탄력성을 훈련해왔다. 인생에 관한 깊은 대화의 상당수도 한강 변을 달리며 나누었다는 그녀는, 달리기야말로 한국에서 친구를 사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귀띔한다. 이야기를 나누며 니콜과 함께 달려 도착한 곳은 지난 3월 문을 연 스위스 스포츠웨어 브랜드 온의 플래그십 스토어 온 스토어 한남. 첫인상부터 남다른 이곳은 브랜드 철학과 제품을 경험하고, 러너들이 모여 건강한 자극을 주고받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서울의 야간 러닝 코스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된 건물은 메시 구조와 조명이 어우러져 한강 위로 반사되는 빛을 연상시킨다. 내부 동선 역시 밤을 가르는 러너들의 유연하고 역동적인 흐름에서 착안해 설계했다. 그중에서도 니콜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공간은 지하층에 마련된 ‘런 허브’. ‘온 런 클럽’을 비롯한 다양한 커뮤니티 이벤트가 열리는 이곳은, 러너 간 깊은 교류와 새로운 러닝 문화를 확산하는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40
인스타그램 on
19:00~20:00
Eat


최고의 러닝 메이트
한남동 한방통닭
“평소 저는 두 가지 러닝 코스를 즐기곤 해요. 속도감을 즐기고 싶을 때는 한강 방향으로, 둔근을 단련하고 싶을 때는 남산으로 향하죠.” 한강과 남산을 오가며 달리는 니콜이 꼽은 최고의 러닝 메이트는 다름 아닌 한남동의 명물, 한방통닭이다. 반포대교, 한남나들목을 거쳐 한강공원으로 이어지거나 국립극장을 지나 남산 북측 산책로를 향하거나, 한남동에서 달리기 시작한 러너들은 이곳 근처를 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노포의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찹쌀밥을 넣은 전기구이 통닭과 시원한 생맥주, 새콤매콤한 김치의 조합을 맛보는 순간, 온몸의 피로가 씻겨나간다. 땀 흘린 운동 직후 먹는 바삭한 닭 껍질은 꿀을 바른듯 달콤하게만 느껴진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생소한 한국어 소음 속에서도 니콜은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낀다. “타국살이에 큰 힘이 되어주는 달리기처럼, 이 치킨 역시 마찬가지예요. 언제든 편안하게 찾아올 수 있는 동네의 이런 곳들이 제가 이곳에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니까요.”
주소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34길 12
인스타그램 hannamdonghanbangchicken
20:00~21:00
Communicate



공간이 낳은 공동체의 가치
CCCS 살롱
한남동을 탐험하며 문득 일상을 벗어나는 니콜만의 방식이 궁금해졌다. “한국은 미국보다 공휴일이 많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한국에 온 첫해에는 여행 다니는 걸 좋아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방방곡곡을 누빌수록 니콜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몰입하는 것에서 오는 기쁨을 깨달았다. 요즘엔 주말마다 강릉에서 훌라 모임 멤버들과 하와이 문화를 공연하고 나누는 것을 즐긴다. 니콜에게 CCCS 살롱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러 가볍게 목을 축이고 커뮤니티와 교류하는 아지트 같은 곳이다. 현대문화연구소(Centre for Contemporary Cultural Studies)의 머리글자에서 따온 이곳은 한남동의 나이트 라이프를 엿볼 수 있는 칵테일 바 겸 복합문화공간. 지하 차고 구조를 그대로 살려 인더스트리얼하고 빈티지한 특유의 감성이 돋보인다. 니콜이 러닝 직후 가장 즐겨 마시는 메뉴는 진 바질. 바질의 싱그러운 내음이 입안 가득 퍼지면 건강한 해독 주스를 마신 듯 개운하다. “함께 레이스를 준비하든, 각자 자리에서 목표를 향해 달리든 서로를 지지하고 북돋워주는 영감 가득한 이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해요.” 커뮤니티라는 든든한 울타리 속에서 니콜은 계속 꿈을 좇을 동기와 힘을 얻는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 34 지하 1층
인스타그램 cccs.salon
Nicole Fong 니콜 퐁 직장인.
한국에 온 지 2년 차를 맞은 니콜은 하와이에서 나고 자랐다. 샌프란시스코, LA, 뉴욕에서 공부한 그녀는 미국에 남는 대신 한국행을 택했다. 그녀의 도전적인 삶은 모두 러닝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